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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 _ 차례
작가의 말 희년송/ 최승범 축하마당 1부 한참을 망설였다 분홍 호수 두 채의 집 알고 보면 오로지 봄봄봄대문을 열어라 해질녘 위험한 질주 한참을 망설였다 늘 궁금하다 눈의 독서법 석양의 눈물 숨길 수 없다 봄의 숲속 이야기 접는다 2부 사랑의 방식 숨바꼭질 그곳으로 간다 그 이름 절반의 위선 귀가 시간 어떤 행복 절벽 전집 사랑의 방식 어떤 몸부림 하나 생떼 노을의 정체 봄날애미 응원 잔소리 너에게로 가는 길 3부 사랑한다면서 사랑한다면서 차라리 못 말리는 사랑 평생 님아 외로움 부부 오래된 꿈 정진 첫사랑 방화放火 호수의 학습법 사랑하나 봐 사랑의 은퇴 참을성 4부 어떤 그리움 하나 스토커 그늘 물그림자 경전 그리움 나무라는 집 한 채 어떤 추격 우리 둘만 물결의 진화론 첫 키스 어떤 그리움 하나 리모델링 개울 유적지 열정 어느 요양원 고요 지킴이 입술이 움직인다 5부 잠시 쉬었다 가세요 잠시 쉬었다 가세요 당신인가요 해거름 발자국 저 붉음 앞에서 봄의 호적 그 남자 함께 초록의 힘 최면에 걸린 듯 길의 입꼬리 유니콘의 뿔 눕는다 닮아 간다 이별 봄의 씨름 6부 불빛에 의지하고픈 저녁 풍경 연극 이별 그 후 그리움 노을녘 불빛에 의지하고픈 저녁 물멍 받아쓰기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 분홍 나팔바지 대본 연습 푸르다 봄 화장법 개울의 내력 분홍에 대한 명상 불안한 폭식 ○해설 색채이미지와 사물의 감각화 /강경호 ○박덕은 프로필 ○박덕은 작품 연보 및 저서 발간 현황 |
Deok-e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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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떠나온 이후로 숲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은 봄날을 무단횡단하다 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뎅뎅뎅 밀려오는 바람 소리에 연둣빛 가슴은 멍들지는 않을까. ---「늘 궁금하다」중에서 강 건너편 짝에게 연분홍 모스 부호 보낸다 우듬지까지 감전된 설렘은 새소리에 실어, 뿌리까지 뻗어나간 떨림은 물그림자에 실어. ---「사랑하나봐」중에서 당신은 유랑하는 그 밤의 이마를 적시며 노래했지 우리의 12시는 가장자리에서 왜 가장자리만 맴돌다가 문이 닫혔던 것일까. ---「봄봄봄대문을 열어라」중에서 불현듯 나무가 자랐다 햇살은 그 위로 몸 포개고 묵묵히 침묵 쌓아올렸다 그 끝에서 너의 꽃이 피었다. ---「어떤 그리움 하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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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이미지와 사물의 감각화
1. 언제부턴가 ‘시의 위기시대’라고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의 태생적 운명과 더불어 문명의 발호로 인한 미디어들의 발달에서 오는 시각적 요소에 독자들의 시선이 빼앗긴 탓이 크다. 이러한 시대에 순수 서정시의 빈자리를 이른바 디카시가 채워가고 있다. 디카시는 비디오아트처럼 예술에 과학을 접목시켰다는 의미가 크다. 자연과학은 예술과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지점에 있었지만 백남준에 의해 과학을 예술의 기제로 끌어들였다. 문학에서도 영상시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가 이미지를 생산하고 시를 완성하여 디지털매체를 통해 유통하고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과학에 기댄 부분이 크다. 박덕은 작가의 시화집들도 디지털기기로 생산한 회화(繪畵)작품을 시와 결합시키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번 그림시집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전에 펴낸 시집에서 회화작품은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생산하였음에도 흔히 우리가 보아온 시화집에 가깝다. 회화가 시의 보조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은 회화가 시의 보조적 기능을 떠나 시와 1:1의 균형을 유지한다. 즉 어느 하나가 없으면 완전한 작품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와 회화라는 각기 다른 질료의 표현방법으로 형성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시의 행을 디카시처럼 5행 이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디카시가 5행 이내인 것은 ‘날것의 언어’ 또는 ‘백지의 언어’, 즉 가공되지 않은 직관으로 사물의 본질이나 감정을 글로 형상화시키는 데는 짧은 시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덕은 작가의 시화도 감흥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동시에 문자언어로 형상화시키는 데 5행 이내이면 충분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킨 결과이다. 그만큼 시가 정제되고 절제되었다. 사진은 누구든지 찍을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박덕은 작가가 처음 시작한 그림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포토샵이나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래 박덕은 예술의 본령은 문학이다. 그는 시·소설·아동문학·시조·희곡·수필·문학평론 등 모든 문학의 영역을 섭렵해 왔다. 이후 사진예술에 접근하고, 인터넷아트를 통해 회화에 관심을 가지고 최근 몇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미술교육 비전공자가 그것도 추상미술의 어렵고 깊은 경지에 이른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쩌면 그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문학에서 얻은 독특한 영감과 상상력을 발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전공자가 미술영역에 뛰어들어 예술적 성공을 거두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박덕은 작가를 예술에 관한 한 천재라는 생각을 거두지 못한다. 인류의 미술사, 또는 문학사에서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동북아(한국·중국·일본)에서 산수화나 문인화에 시제(詩題)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회화의 보조수단으로 시제가 그림의 한 구석에 자리를 했을 뿐이다. 서양의 경우 문학과 미술이 서로 영감을 얻어 회화나 문학이 발전해 왔다. 박덕은 작가의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은 앞에서 밝혔듯이 문학과 미술이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형상화되었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와 회화의 단순한 결합, 즉 회화가 시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며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이렇듯 새로운 예술 형식은 기존의 시화, 또는 조선시대의 문인화와 변별력을 가진다. 그러면서도 컴퓨터에서 작품을 생산하여 인터넷으로 유통하고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디지털시대에 최적합한 예술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박덕은 작가의 이번 작품집은 숲과 폭포·호수·물이 주된 소재로 색채이미지로는 ‘분홍’ ‘초록(연두)’ 등이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나며, 사물을 감각화시키는 특징을 보여준다. 더불어 자연에서 생명성을 발견하는 시편,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는 시편, 자연을 통한 사랑의 감정을 형상화시키고 있는데, 때로는 자연을 하나의 책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박덕은 작가가 이번에 펴낸 그림시집 형식의 명칭은 기존의 시화집과는 분명하게 창작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시집이라는 명칭보다 더 정확한 이름을 붙여야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예술에 대해 선뜻 명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예술형식의 출현은 ‘시의 위기시대’를 타개하는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지칠줄 모르고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며 타 장르와의 융?복합을 시도하는 박덕은 작가의 위대함은 우리 문학사와 미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박덕은 작가의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과 문학의 만남과 더불어 인터넷아트 범주에 드는 회화작품 모두가 ‘자연’, 특히 ‘숲’을 그렸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간적으로는 ‘봄’과 ‘석양’을 가장 많이 노래했고, 더불어 호수·물·폭포·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봄을 노래한 시편들이 많은 까닭에 ‘분홍’ ‘초록(연두)’의 색채이미지가 많이 반영되었다. 시적 상징이 말해주듯 앞에서 밝혔듯이 생명성과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편들이 주류를 이룬다. 시인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자연을 하나의 책으로 인식하여 풍경을 ‘읽는’ 것을 알 수 있다. 2. 초록과 분홍의 이미지 어느 화가든지 자신이 좋아하여 즐겨 그리는 색채이미지가 있는 법이다. 색채이미지를 통해 내면에 깃든 이미지나 정서,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때 색채이미지는 작가의 정신과 삶의 지향성 등 세계관을 표출한다. 그림시집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초록과 분홍, 그리고 석양의 이미지가 자주 나타난다. 초록색(연두색)은 생기발양(生氣發陽)한 봄과 생명성을, 그리고 분홍색이나 붉은 색조 또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피어나는 봄날의 서정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또한 하루의 끝을 의미하는 붉은 색조나 황색을 통해 하루의 끝자락을 표현하는데 석양 무렵의 인간적인 고독과 쓸쓸함이 묻어 있다. 초록은 무서운 음모 꾸미고 있지 봄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쥐고 생각과 버릇과 상처까지 간섭하며 초록 외의 것들은 아예 허락하지 않지. - 「알고 보면」 전문 예술적 상징으로써 초록의 색채이미지는 생명의 기표로 생명성을 함의하고 있다. 그런데 “초록은 무서운 음모 꾸미고 있”다고 한다. ‘음모’는 ‘나쁜 목적으로 몰래 흉악한 일을 꾸미는 일’을 말한다. 부정적인 의미를 뜻한다. 그러므로 화자는 “봄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쥐고/생각과 버릇과 상처까지 간섭하며/초록 외의 것들은 아예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상어로 읽는 봄의 음모는 권력자가 군림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대로 한다라고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부정적인 인식보다 겨우내 추운 시간 동안 이파리를 모두 떨군 숲이 다시 초록의 옷을 입고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인다는 긍정적 의미인 생명성을 노래하고 있다. 부정적인 폭력성을 오히려 봄의 성격에 대입시켜 생기발양한 활력과 생명성을 노래하는데 일조한다. 화면에서도 산맥과 골짜기 등 산이 초록(신록)의 풋풋함의 일색으로 화면을 채우고 있어 문자시가 말하는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갈래의 골짜기와 산맥이 꿈틀거리는 듯한 시각적 효과가 이 작품이 지닌 생명성을 강조하는데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여 시가 더욱 활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시제인 「알고 보면」은 초록의 폭력성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초록이 지닌 본질을 묘파하고자 함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귀가 시간」에서는 “초저녁이 나무 울음으로 짜낸 초록을/죄다 물그늘에 일렁일렁 풀어놓는다”고 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손목 긋는 해질녘이 붉은 불안 퍼뜨리기 전에.”라고 노래하고 있다. ‘초록’은 나무울음으로 짜낸 것으로 자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호숫가에 서 있는 초록색 나무의 울음은 초저녁이 호수의 물그늘에 풀어놓는 시간이 해질녘이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면 산에 사는 짐승도 사람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즉 저녁 때가 되면 호수는 어두워지고 나무의 초록그림자도 모두 사라짐을 노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외로움」에서는 멀리 산이 있고 근경에는 집 한 채와 분홍빛 울타리가 있다. 적절한 색채의 배치가 참으로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화자는 이러한 풍경에서 특히 ‘분홍빛 울타리’에 주목한다. 울타리를 넘어야 “오래 방치된 설렘의 뼈”로 형상화된 “초록의 지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록은 설렘의 대상이며 생명의 표지이다. 「오래된 꿈」에서 화자는 ‘푸른빛 몸’, 즉 초록으로 함께 오래 살자고 한다.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거리는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그렇듯이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거리에서 푸른빛, 즉 초록 옷을 입은 채 함께 영원히 살자는 것은 생명성을 오래 유지하자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첫사랑」의 화면은 온통 푸른색이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물가에서 가지를 커다랗게 드리우고 있는 한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물빛’ ‘하늘빛’ 등은 초록에 가까운 색조들이다. 어스름한 새벽인지 해가 진 후의 하늘빛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당신을 추억하”고 “설렘 기록하”고 “떨림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색채를 통해 사색하는 생명의 감정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박덕은 작가의 회화에서는 ‘초록’이라는 색채이미지가 시인의 생각과 세계관을 생명성과 설렘의 감정, 인간관계에서의 거리 조정, 파수병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박덕은 작가의 화면과 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분홍’ 색채이미지이다. ‘분홍’은 ‘초록’과 함께 흔히 ‘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지천에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백주대로의 입맞춤처럼 망설임 없는 색 어정쩡한 주저의 자세 물리친 직진의 색 내일보다 먼 천적이 다가와도 오늘을 웃는 색 병 깊은 소문보다 맑은 눈빛 귀하게 여기는 색 해질녘 짐승처럼 물드는 네 발로 님에게 가고픈 색. - 「분홍에 대한 명상」 전문 박덕은 작가의 ‘분홍’빛은 주로 나무에 핀 꽃으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은 분홍색에 대한 화자의 색채 관념이 깃들어 있다. 백주대로에서 입맞춤은 용기와 절실한 사랑이 전제된다. 그런데 분홍색은 입맞춤처럼 망설임이 없다고 한다. 또한 주저하기보다는 직진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늘을 웃는 색” “눈빛 귀하게 여기는 색” “해질녘 짐승처럼 물드는 네 발로 님에게 가고픈 색”이 분홍색에 대한 화자의 관념이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사한 색’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이라는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화면에서는 길도 분홍빛이고 길 위로 길게 늘어뜨린 가지도 모두 분홍색이다. 전체적으로 화면 구성이 분홍으로 덧칠되어 있을 정도로 세상을 분홍으로 물들여 놓았다. 분홍색이 의미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시인이 만들고 싶은 세계는 ‘망설임이 없고’ ‘직진하는’ ‘웃음 띤’ ‘눈빛을 귀하게 여기는’ ‘해질녘 짐승처럼 물드는 네 발로 님에게 가고픈’ 그런 세계인 것이다. 분홍 색채이미지로 채색한 시편으로는 「노을의 정체」가 먼저 눈에 띈다. 화면 전체가 붉거나 분홍색 풍경이다. 집은 물론 나무들도 온통 분홍색이다. 앞에서 살펴본 「분홍에 대한 명상」처럼 시인의 색채 지각력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석양 무렵 색채를 통해 황홀한 감정의 표정을 화면과 함께 자신만의 언어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응원」의 화면은 분홍빛으로 나무가 물들어 있다. 그 배경에 황색바탕이 배치되어 더욱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 작품은 화자가 바라보는 누군가가 쑥스럽지 않게 “오솔길에서 꽃잎 깃발 흔들고 있을”거라는 다짐을 한다. 시와 그림이 비교적 단순하여 정제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음으로 돋보인다. 「방화」에서도 화면 속 커다란 나무에 분홍꽃이 만발하여 사위가 훤하다. 시의 제목이 암시하듯 봄날의 분홍꽃 피움을 “폭발음이 들렸다는/어지러운 소문이 무성”하다고 함으로써 누군가 봄날 불을 질렀다는 인식이 분홍빛 개화를 강하게 어필하는데 효과적이다. 「사랑하나 봐」의 화면은 호수가 있고 그 곁에 길이 지나간다. 길 언저리에 분홍꽃을 피운 커다란 나무와 두어 그루의 작은 나무를 배치하였는데 강 건너 몇 그루의 나무가 수면에 화사한 분홍꽃빛을 비추고 있다. 이러한 화면은 시에서 “강 건너편 짝에게/연분홍 모스 부호 보낸다”며 봄날 분홍꽃이라는 기호를 통해 설렘과 떨리는 마음을 전하는 감정을 형상화하여 회화작품과 시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처럼 박덕은 작가의 시화는 이미지와 시가 서로 작용하여 작품으로 완성되고 있다. 3. 폭포·호수의 이미지 앞에서 살펴본 초록과 분홍은 푸르름과 화사한 보색관계이면서도 생명성과 사랑의 의미를 묘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폭포·호수·물의 색채는 비교적 차가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물’이라는 물질이 지닌 공통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동질성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결이 다른 이미지와 의미를 낳는다. 주지하다시피 ‘폭포’는 남성적 기질을 내포하고 있다. 더불어 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계 없는 촉수 빌려 맹목이 쏟아지는 달뜬 방으로 간다 자박자박 물의 걸음으로 우리 둘만이 머무는 그 비밀의 방으로 간다. - 「그곳으로 간다」 전문 단조로운 블루색조의 화면에 하얀 포말을 쏟아내며 폭포가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매우 절제된 화면에 폭포의 모습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시적 화자는 “맹목이 쏟아지는 달뜬 방으로 간다”라고 한다. “달뜬 방”은 “우리 둘만이 머무는/그 비밀의 방”으로 시적 대상인 폭포로 비유된 사랑의 감정으로 충만한 존재의 마음을 드러낸다. ‘폭포’는 역동적이어서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박자박 물의 걸음으로/우리 둘만이 머무는/그 비밀의 방”은 둘만의 공간으로 비밀의 장소이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거대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의 굉음을 듣는다. 사랑을 찾아가는 격렬한 동작이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밀의 방’은 은밀한 공간으로 둘만의 공간이다. 「정진」을 읽는다. 화면의 구성이 녹색으로 폭포를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폭포수만이 하얗게 직진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어둠이 슬금슬금 몸 포개”는 “푸른빛 허무는 저녁”무렵인 듯싶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쏴아 철썩 물 채찍으로/밤의 등짝 때”린다고 한다. 흐르는 물의 본성은 살아 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도 물소리(물채찍 때리는)가 선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화면은 어둠이 내린 것이 아니지만 작가는 회화작품을 비교적 환하게 그렸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분명 저녁 무렵이다. 작가의 맑은 눈이 화면을 밝게 그린 것이다. 어둠 속에서 밤의 등짝을 폭포가 물채찍으로 볼 수 있게 그린 것으로 의인화법을 구사함으로써 폭포의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스토커」에서도 폭포를 의인화시켰다. “충혈된 눈빛으로/당신의 사랑만 쫓는다”며 폭포의 물흐름을 사랑을 쫓는 스토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그리고 “비명처럼 곧장 돌진한다.”고 노래함으로써 소리내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을 ‘비명’ ‘돌진’으로 적절하게 비유하여 사랑을 향해 거침없는 스토커를 잘 형상화하였다. 「어떤 추격」에서는 짝사랑 사건을 풀기 위해 투명한 화살로 비유한 폭포의 모습이 선명하게 잘 그려졌다. 「이별」에서는 화면의 커다란 폭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모습에서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형상화하였고, 호수에 떨어진 물이 “울음 물살이 중심 잃고 휘청거린다”고 하여 이별로 인한 깊은 상처를 효과적으로 그렸다. 「대본연습」은 그야말로 폭포의 본질을 잘 드러낸 절창이다. 푸른 화면 가득하게 높고 긴 폭포의 물줄기를 그렸는데, 이것을 “비명 같은 울음”이라고 묘사하였다. 그리고 “살기 위해 몸 던져야 하는/생의 절벽”이라고 하여 폭포의 운명을 묘파하였다. 위에서 ‘폭포’를 노래한 시편에서는 폭포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였다. 다음엔 ‘호수’를 노래한 시편들을 살펴본다. 가장 선한 영혼들이 산다는 곳 유서도 없이 지상에서 밀린 이들이 자신의 영혼 찾기 위해 들어서는 곳 입국 완료되면 수면은 다시 잠잠해지고 초록 물그림자를 가장자리까지 내건다. - 「호수」 전문 박덕은 작가의 상상력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호수에 대한 관념을 철저하게 부순다. 영국의 어느 호수에는 ‘네시’라는 커다란 짐승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 화자는 “가장 선한 영혼들이 산다”고 한다. 물리적으로는 물이 고인 공간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유서도 없이 지상에서 밀린 이들이/자신의 영혼 찾기 위해 들어서는 곳”으로 해석한다. 호수는 위로부터 흘러온 물들이 머무는 곳이지만 화자는 물을 ‘소외된 존재들’로 환치시켜 버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영혼 찾기 위해 들어서는 곳”이라고 한다. 즉 소외된 자들이 잃어버린 영혼을 회복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호수를 인식하는데 작가의 놀라운 인식태도가 빛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마치 국경을 넘어오듯 “입국”해야 한다고 하는데, 소외된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영역임을 은연 중에 강조한다. 그리고 “입국 완료되면 수면은 다시 잠잠해지”는데 이것은 이전에 있었던 물과 동일화가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그런 까닭에 맑은 영혼으로 동화된 물들은 “초록 물그림자를 가장자리까지 내건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화면 구성을 보면 그것이 이해된다. 호수의 위쪽 상단부에 서 있는 나무들의 초록그림자가 물 위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나무’의 맑은 영혼이 ‘초록그림자’가 되어 호수에 든 물에게 전이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밖에 「사랑의 방식」은 화면 중앙에 누정이 있고, 호수가 누정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누정 위로 품이 큰 분홍빛 꽃을 피운 나무가 화면 위로부터 아래로 늘어져 있다. 때는 정오이므로 하루 중 가장 밝은 대낮이다. 그 정오에 ‘당신’은 호수에 모습이 비춰져 있다. ‘당신’은 화면 중앙에 있는 누정을 말하는데 누정의 그림자가 호수에 비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때 호수의 물결은 잔잔하게 일고 있어 물결자국이 나 있다. 그런데 화자는 “무슨 일 있었는지 묻지 않”겠다고 한다. 다만 호수에 일고 있는 미열이 당신의 온몸으로 퍼지기 전에 “가장 먼 가장자리에 두고 올” 것이라고 한다. 여성적 어조로 정황을 묘사하고 있는 화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작가가 호수 가운데의 누정과 호수 등의 사물을 ‘사랑의 방식’에 대한 마음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열 같은 호수’ ‘열기 식히는 방식’ ‘이성적인 사랑’의 방식을 높은 시적 안목과 상상력으로 노래하고 있다. 「부부」 또한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면에 초록과 노랑, 그리고 붉은빛 갈색 등 극히 제한적인 색채만으로 구성된 회화이지만 메시지는 간단하지 않다. “굽이굽이 함께 걸었던” 부부의 “하룻길을 호수 위에 펼치면/물결체 문장은/노을빛과 초록빛으로/점점 깊어져 간다.”고 한다. 호수를 한 권의 책으로, 호수 위에 펼쳐진 부부의 하루를 물결체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루종일 함께하고 저녁 무렵을 호수에 비추면, 그것은 부부의 하루 삶을 기록한 문장이 된다. 부부의 삶, 또는 사랑이 저녁 무렵 “노을빛과 초록빛”이 되어 “점점 깊어져”가는 일은 삶이 깊어져 가고 사랑 또한 깊어져 간다고 읽어도 무방할 듯싶다. 「호수의 학습법」 또한 자연을 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므로 “한 권의 산과 하늘”이라고 한 것이다. 책을 “통째로 암기하려고/수면에 일렁일렁 깜지 쓴다” 즉 산과 하늘을 암기하기 위해 호수를 연습장 삼아 마치 연필로 수없이 반복적으로 씀으로 하여 호수는 깜지가 된다. 책 속에는 새소리도 있고 또 다른 무엇도 있을 것이다. “물안개로 날고 싶은 꿈 위해” 호수라는 깜지에 “간결체 문장을 복습”한다. 이 작품에서 자연을 책으로 바라보는 상상력과 호수를 복습하기 위한 연습장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놀랍다. 「물그림자 경전」은 박덕은 작가가 잘 구사하는 의인법을 잘 활용한 작품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호수에 새소리가 깃들고, 바람의 말씀에 심취한 구름이 호수에 비친 모습을 물의 빈 칸에 몸을 푼다고 비유한다. 여기에서 화자는 물그림자진 호수를 경전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결의 진화론」 역시 의인법을 통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잔잔한 호수가 “왜 당신 앞에만 서면” ‘슬픔’ ‘설렘’이라는 감정의 파도가 이는지를 묻는다. 물결의 진화는 물의 흐름을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자연현상을 작가는 인간이 지닌 감정으로 승화하고 있다. 4. 사물의 감각화 박덕은 작가의 그림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표현방식은 사물의 감각화이다. 본래 사물이 지닌 성격을 감각적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낳게 한다. 타성에 젖거나 관념화된 사물의 본성을 깨움으로써 사물이 지닌 본질을 새롭게 드러내게 하는 감각화는 시인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으로 사물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한다. 박덕은 작가의 그림시에서 사물의 감각화는 회화와 문자언어 모두에서 이루어지는데 회화에서는 감성적 색채이미지에서 비롯되고, 시에서는 의인화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박덕은 작가의 회화는 원색에 가까운 색상을 화면에 사용하고 있다. 파스텔톤의 이미지가 부드러운 감정을 유발시키는 반면에 팔레트색이라고 할 수 있는 원색의 강렬함이 사물을 선명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화법(?法)을 구사하는데서 사물의 감각화가 이루어진다. 시에서는 주된 시적 대상인 자연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다양한 정서를 시에 내포하게 한다. 그러므로 박덕은 작가의 그림시는 생기가 넘치고 자연을 인간의 삶과 실존을 실감하게 한다. 그곳을 떠나온 이후로 숲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은 봄날을 무단횡단하다 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뎅뎅뎅 밀려오는 바람 소리에 연둣빛 가슴은 멍들지는 않을까. - 「늘 궁금하다」 전문 이 작품의 화면은 녹색과 황색으로 채워져 있다. 색상 중에서 가장 명도가 높은 황색과 중간 명도를 지닌 녹색이 어울려 생생한 자연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황색을 돋보이게 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수채로 그린 듯 물감이 번지는 듯 효과를 통해 숲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고 있는 이 화면은 추상미술을 연상하게 하여 숲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화자는 숲의 안부를 묻는다. 특히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은 봄날을 무단횡단하다/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여 쉽게 지는 꽃을 염려한다. 여기에서 ‘꽃이 봄날을 무단횡단하다’는 매우 감각적이다. 꽃이 쉽게 지는 모습을 의인화하였는데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과 “뎅뎅뎅 밀려오는 바람 소리” 등의 시행과 함께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의 풍경을 실감나게 그려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봄의 생명체들이 “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연둣빛 가슴은 멍들지는 않을까” 하며 시종 봄날 피고 자라는 생명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시 전면에 흐르고 있다. 「늘 궁금하다」보다 더 모노크롬(monochrome)적인 색채를 보여주는 화면이 「눈의 독서법」이다. 거의 청색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이 작품은 눈 덮인 산과 나무가 단색이다. 색이 매우 절제된 이 작품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을 ‘읽는다’라고 하고 있다. 자연을 해석하는 작가의 안목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읽다 만 산자락에 책갈피 꽂아놓고/다시 나무를 속독으로 읽는다”고 하는데, 이는 겨울 풍경을 재빨리 바라본다는 의미를 작가만의 시선에 의해 매우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페이지 넘기다가 흘러내린 글자들이/바람에 난분분해도/하루에 수억 만 평의 책 거뜬히 읽는다.”라고 말하는데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각에 의해 넓고 커다란 겨울 들판과 산, 그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 위에 덮인 눈의 모습이 명징하고 차갑다. 「한참을 망설였다」는 작가의 또다른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숲으로 이사 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걱정이라며 풀들은 걱정하고 풀벌레와 개울물은 괜찮다고 했다 숲은 어우렁더우렁 어울릴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만의 색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한참을 망설였다」 전문 이 작품의 화면도 녹색 주조의 단색으로 구성되었다. 숲을 형상화한 것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숲속의 작은 폭포가 보이고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다. 흔히 ‘숲’을 떠올리면 ‘고요하다’ ‘침묵하다’를 연상하기 십상인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걱정이라”는 풀들의 걱정이 있다. 물론 화자가 숲으로 이사 와도 되냐는 물음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풀벌레와 개울물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숲은 어우렁더우렁 어울릴 수 있겠냐”고 묻는다. 결과적으로 화자는 숲에 오면 여러 가지 불편해질 것이라고 단정하여 스스로 숲으로 이사 오는 것을 접는다. 작은 이야기가 있는 이 작품은 의인화법을 통해 숲과 화자가 소통하는 방식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고요’와 ‘침묵’으로 인식되는 숲의 세계를 마치 동화적인 세계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사물의 감각을 깨워 사물이 지닌 본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노을의 정체」는 붉은 색채이미지를 통해 석양 무렵의 풍경을 황홀한 감정으로 해석하여 매우 감각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한때 하나되었던 키스처럼 허공의 입술들이 붉게 열린다 혀와 혀가 섞이면서 그리움의 형태마저 뒤바뀌는 저 황홀한 전율. - 「노을의 정체」 전문 ‘노을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이 작품에서 화자는 ‘키스’를 생각한다.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혀와 혀가 섞이면서” 뜨거운 감정을 교환하는 행위처럼 노을은 “허공의 입술들이 붉게 열린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본래 사랑의 감정을 의미하는 ‘붉은’ 그리고 ‘노을’은 “그리움의 형태마저 뒤바뀌는” “황홀한 전율”이라고 화자는 반전의 상상력으로 ‘노을’을 해석한다. 감각적인 이 작품은 화면 전체에 나무도, 집도, 붉은 입술과 사랑의 열정을 표현한 것처럼 뜨거운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황색으로 빛나 눈을 뜰 수조차 없는 노을이 시가 노래하듯 “황홀한 전율”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것으로 느껴져 화면의 이미지나 문자시의 이미지와 의미가 서로 상승하여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못 말리는 사랑」에서도 화면이 온통 분홍빛이다. 좌우에 나무들도 분홍꽃이고 가운데 물 흐르듯 지나가는 길도 분홍빛이다. 사랑의 감정을 시각적 이미지로 화면에 수놓은 듯하다. 그러므로 “웅크린 망설임에서 만개한 설렘,”이 벚꽃 피는 봄날이기도 하지만, 화자는 “주눅든 어제에서 내달리는 심장소리”를 듣는다. 사랑의 감정에 휘말린 화자의 심정이 분홍 색채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이러한 정황을 화자는 “연분홍 물의 발걸음인가요.”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색채이미지가 사랑의 감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감각화하고 있다. 사물을 감각화한 박덕은 작가의 시편은 무수하다. 아니 모든 작품에 적용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작가는 회화와 문자시에서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숲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킬 때는 ‘초록’이 주조를 이루고, 물을 노래할 때는 ‘블루’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뜨거운 감정을 드러낼 때는 ‘분홍’ ‘붉은색’을 주로 화면 가득 채운다. 또한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의 구사와 의인화법을 통해 시가 감각화에 힘입어 변용된다.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는 ‘자연’이라는 제재를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실존에 대한 탐구, 보편적인 삶의 정서를 구현하는 데 바쳐지고 있다. - 강경호 (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