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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와사람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금안골 한옥집 잔칫날

금안골 한옥집 잔칫날 _ 22
Feast Day at Geumangol Hanok House _ 23
맥문동꽃 피면 _ 25
When the Lilyturf Blooms _ 25
기차 여행 _ 27
A Train Journey _ 27
메꽃 _ 28
Convolvulus _ 29
무심행 _ 30
Walk in Serenity _ 31
몽돌 _ 32
Mongdol _ 33
해바라기 _ 34
Sunflower _ 35
버들마편초 _ 37
Willow Verbena _ 37
동백꽃 _ 38
Camellia _ 39
행복 _ 41
Happiness _ 41
억새 _ 42
Silver Grass _ 43
춘경Spring Scenery _ 45
자목련 _ 46
Purple Magnolia _ 47
향수 _ 49
Nostalgia _ 49
염주괴불주머니 _ 51
Beadpouch _ 51
봄날.1 _ 52
Spring Day.1 _ 53
봄날.2 _ 55
Spring Day.2 _ 55
봄날.3 _ 57
Spring Day.3 _ 57
소금꽃 _ 59
Salt Flower _ 59
연자방 _ 60
Lotus pip _ 61
춘소Spring Night _ 63
매화 _ 65
Plum Blossom _ 65
절집에서 _ 66
At the Temple _ 67
깨달음 _ 68
Realization _ 69
나도 모르겠다 _ 71
I Don't Know Either _ 71
오늘 _ 73
Today _ 73

제2부 꽃무릇 연정

자화상 _ 76
Self-Portrait _ 77
소국 _ 79
Small Chrysanthemum _ 79
담쟁이넝쿨 _ 80
Ivy Vine _ 81
저녁놀.1 _ 83
Evening Glow.1 _ 83
저녁놀.2 _ 84
Evening Glow.2 _ 85
헌시.1 _ 87
Dedicatory Poem.1 _ 87
헌시.2 _ 88
Dedicatory Poem.2 _ 89
가을 운동회 _ 91
Autumn Sports Day _ 91
비경 _ 92
Hidden Scenery _ 93
월송대* _ 94
Wolsongdae* _ 95
종착역 _ 97
Final Stop _ 97
나팔꽃 _ 99
Morning Glory _ 99
코스모스.1 _ 101
Cosmos.1 _ 101
코스모스.2 _ 102
Cosmos.2 _ 103
오늘도 _ 105
Today, Too _ 105
짝사랑 _ 107
Unrequited Love _ 107
여명 _ 109
Dawn _ 109
는개 _ 110
Drizzle _ 111
2024. 나주 영산강 축제장 _ 112
2024. Naju Yeongsan River Festival _ 113
모정.1 _ 115
Mother's Love.1 _ 115
모정.2 _ 116
Mother's Love.2 _ 117
부탁 _ 119
Request _ 119
꽂무릇 연정 _ 121
Red spider lilies Love _ 121
초화화 _ 123
Talinum calycinum _ 123
왜가리 _ 124
Ardea cinerea _ 125

제3부 달 품은 꽃

달 품은 꽃 _ 129
Flowers Embracing the Moon _ 129
낙화Falling Flowers _ 131
실버들 _ 133
Young Willows _ 133
봄 _ 135
Spring _ 135
가을 정경 _ 137
Autumn Scene _ 137
억새꽃 _ 139
Silver Grass _ 139
자미화.1 _ 141
Crape Myrtle 1 _ 141
자미화.2 _ 143
Crape Myrtle 2 _ 143
소설First Snow _ 145
여름 바다 _ 147
Summer Sea _ 147
입춘 _ 149
Beginning of Spring _ 149
해거름 _ 150
Sunset _ 151
무지개.1 _ 153
Rainbow.1 _ 153
무지개.2 _ 155
Rainbow.2 _ 155
꽃샘추위.1 _ 156
Spring Cold.1 _ 157
꽃샘추위.2 _ 159
Spring Cold.2 _ 159
옥수수 _ 160
Corn _ 161
물꽃 _ 163
Water Flower _ 163
고백 _ 165
Confession _ 165
붉은 별 _ 167
Red Star _ 167
해당화 _ 169
Rosa rugosa _ 169
유혹의 계절 _ 171
Season of Temptation _ 171
불꽃 _ 173
Flame _ 173
소묘 _ 175
Sketch _ 175
유월에는 _ 177
In June _ 177

제4부 떠나가는 봄

그리움.1 _ 180
Longing.1 _ 181
그리움.2 _ 183
Longing.2 _ 183
떠나가는 봄 _ 184
Spring Passing Away _ 185
유혹 _ 187
Temptation _ 187
첫사랑 _ 188
First Love _ 189
아침 이슬 _ 191
Morning Dew _ 191
자비 _ 192
Compassion _ 193
봄 소식 _ 195
Spring News _ 195
백수련 _ 197
White Lotus _ 197
전복 _ 199
Abalone _ 199
바다 _ 201
Sea _ 201
항심Constancy _ 203
큰봄까치꽃 _ 205
Veronica persica Poir _ 205
광대나물꽃 _ 207
Lamium amplexicaule _ 207
화엄매 _ 209
Avatamsaka Plum _ 209
우중동백Camellia in the Rain _ 211
거미 _ 212
Spider _ 213
유희 _ 215
Play _ 215
홍매화.1Red Plum Blossoms.1 _ 217
홍매화.2 _ 219
Red Plum Blossom.2 _ 219
우중매Plum in the Rain _ 221
고드름 _ 223
Icicle _ 223
동지죽 _ 225
Dongji Porridge _ 225
성에꽃 _ 227
Frost Flower _ 227
연가 _ 228
Love Song _ 229

저자 소개 1

- 1955년 나주 태생 - 국기원 공인 9단 - 태권도심판 1급 - 태권도 심사 1급 - 전남 태권도협회 부회장 - 《문학공간》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 데뷔 - 제8회 현대시문학 디카시 문학상 대상 수상 - 제6회 토방구리 시조 문학상 수상 - 서울시 이행시 백일장 외 다수 수상 - 시조집 『몽돌』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32g | 125*200*18mm
ISBN13
9788956657974

책 속으로

금성산 정기 타고 한옥집 지어놓고
안 여사 손맛 따라 상다리 휘어진다
폭우도 잠시 멈추고 축복으로 반긴다

술잔이 돌고 돌아 웃음꽃 피어나고
황옻에 삶은 통닭 빛깔이 반짝반짝
오늘은 우정의 향기 술맛까지 깊구나

한평생 걸어오며 이런 날 또 있을까
정담에 젖은 시간 꿈마저 쉬어 가라
향긋한 인연 속에서 인생의 멋 영근다.
--- 「금안골 한옥집 잔칫날」 중에서

구월이 오는 소리 길섶에 스쳐갈 때
가을볕 살금살금 보랏꽃 피워내고
해맑게 고운 미소에 님의 향기 젖는다.
--- 「맥문동꽃 피면」 중에서

초록빛 바람 따라 발끝이 간질간질
흰 날개 접었는데 마음은 설렘 가득
가을은 여행의 계절 기차 타고 떠나리.
--- 「기차 여행」 중에서

수줍음 돌돌 말아 접히고 포개져서
앙다문 입안에서 말없이 삭히더니
꽃웃음 한아름 안고 눈부시게 피었다

가슴을 꼭 여민 채 수줍게 감춘 마음
실바람 다독이자 살며시 미소 짓고
참아낸 꽃빛 그리움 향기 먼저 전한다.
--- 「메꽃」 중에서

밀썰물 스친 자리 맨발로 걸어간다
몇 걸음 걷다 보면 세월이 지워지고
찰나에 머문 가슴속 번뇌조차 없구나

동녘을 감싼 해무 허공이 품어 주고
무심히 걷는 걸음 흔적이 사라지면
새벽길 발걸음 따라 마음 고요 밝힌다.
--- 「무심행」 중에서

이쁜데 하나 없어 날마다 파도 치면
터지고 상처난 몸 저혼자 달래면서
구르고 또 구르다가 동그래진 저 노래

본성은 하늘 닮아 수천 년 기도하며
깎으며 또 깎으며 모 없이 두리뭉실
구계등 자갈밭에 성불하는 돌부처
--- 「몽돌」 중에서

진노랑 고운 얼굴 햇살이 내려앉고
가슴속 숨긴 열정 소롯이 미소 짓다
말없이 고개를 들어 빙빙 돌며 서 있다

여름이 익어 가면 고요히 빛 삼키고
황금빛 태양 닮아 속살이 송골송골
활짝 핀 탐스런 규화葵花 토실토실 여문다

긴 허리 휘어잡고 바람에 온몸 맡겨
발가락 젖은 채로 흙속에 마음 묻고
여름꽃 한 송이에도 하늘의 뜻 깊구나.
--- 「해바라기」 중에서

오늘도 바람 타고 연분홍 몇 송이 별
공空 속에 깊은 사랑 세상에 말을 건다
꽃 속엔 피었다 지는 인연의 향 있다고.
--- 「버들마편초」 중에서

고독에 젖은 계절 엄동을 깔고 앉아
가슴속 냉골 같고 시린 뼈 숨어 울고
단심은 꺾이지 않고 저리 누워 있구나

해맑고 따순 햇살 오지게 낯 붉히고
새침한 금빛 입술 낙화한 처지에도
어쩌면 저리 고울꼬 안타까운 이 심정.
--- 「동백꽃」 중에서

해조음 노랫소리 하얀 살 내어밀고
운무가 가슴 깊이 살포시 안아 주면
나 홀로 서서히 아침 음미하며 웃는다.

--- 「행복」 중에서

출판사 리뷰

양회락 시인의 첫 시조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양회락 시인은 1955년에 나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향에 머물러 지내면서, 지금까지 오로지 나주를 사랑하며 그 안에서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성균관유도회 나주지부 사무국장으로 유림 활동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사서 삼경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기원 공인 9단, 태권도심판1급, 태권도 심사1급, 전남 태권도협회 부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24년에 월간지 [문학공간]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문학상으로는 제8회 현대시문학 디카시 문학상 대상, 제6회 토방구리 시조 문학상, 서울시 이행시 백일장, 늘품 백일장, 제1회 박덕은 디카시 문학상, 제6회 현대시문학 디카시 동상, 한국노동문화국제 디카시 문학상, 삼행시 문학상 은상, 산해정 문학상 외 다수 수상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양회락 시인의 시조 세계로 들어가 그 향긋함을 탐구해 보기로 하자.

나주천 물소리에 날아든 흰빛 행렬
물살 속 한 권의 책 고요히 읽어간다
그림자 눕혀 나가며 한 꼭지씩 훑는다

물고기 숨바꼭질 언제나 끝날 거나
오후가 물에 젖고 해 질 녘 눅눅해도
캄캄한 술래잡기로 책 읽기는 힘들다

쭉 내민 주둥이에 글자가 들어오자
긴장감 시큰대며 갈바람 소리치고
물꽃이 추임새 넣자 파문 이는 윤슬들.
- 「왜가리」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나주천변의 자연 경관을 그리면서 왜가리가 물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날개를 접은 왜가리가 천변에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물끄러미 물속을 들여다보는 왜가리에서 어떤 평온이 느껴지지만 왜가리는 그때부터 긴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천변의 물살은 제 안간힘으로 흘러가며 몸살 앓는데 왜가리는 그 물살을 꿰뚫며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 왜가리의 침묵은 정적인 침묵이 아니다. 사냥을 위한 동적인 침묵인 것이다. 행위를 동반한 동적인 사냥을 시적 화자는 정적인 독서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문학은 새로운 해석으로 시적 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만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조는 정형 율격 속에 담아야 하기에 자칫하다가는 딱딱할 수 있다. 그 딱딱함을 벗어나려면 새로운 해석으로 자신의 관점을 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조는 성공했다. "나주천 물소리에 날아든 흰빛 행렬/ 물살 속 한 권의 책 고요히 읽어"가는 왜가리의 모습이 책을 펴고 읽고 있는 학생처럼 느껴진다. 왜가리는 물살에 "그림자 눕혀 나가며 한 꼭지씩 훑"고 있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삶도 저 왜가리처럼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처럼 우리도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서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하며 세상이라는 한 권의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긴다. 날마다 책의 한 꼭지씩 훑으며 세상을 알아간다. "오후가 물에 젖고 해 질 녘 눅눅해도/ 캄캄한 술래잡기로 책 읽기는 힘들"어도 왜가리는 그 사냥을 포기할 수 없다. 왜가리를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왜가리의 고요한 사냥 행위를 마치 책을 읽은 행위나 숨바꼭질에 비유하며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왜가리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과 그로 인해 물결에 생기는 파문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구 밖 살구꽃들 찬란히 일했는데
시샘한 꽃샘바람 일자리 뺏어간다
거리로 내몰리면서 하얀 눈물 쏟는다.
- 「낙화落花」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아름답게 피었던 살구꽃이 봄을 시샘하는 바람(꽃샘바람)에 의해 져버리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시조는 압축된 언어의 기호로 표현하는 문학 장르이다. 시적 화자의 의도를 잘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표현들은 지우고 덜어내야 한다. 아깝다고 모든 생각과 논리의 틀을 담아내면 안 된다. 특히 시조는 더 그렇다. 생각의 절반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며 연계적 논리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 자신만의 직관적인 언어를 선별해서 시조의 골조를 세워야 한다. 그렇게 남다른 변별성(辨別性)을 획득해야 한다. 연시조가 아닌 단시조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전략적으로 다가가고 전투적으로 사고하는 어떤 지점들을 모두 통과해야 좋은 시조인 것이다. 사색의 한계에 부딪힌 상처들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 나온다. 이 시조는 실업과 아픔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잘 담아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는 없고 취업을 해도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자리를 뺏기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잘 다루고 있다. 시인은 현실의 문제를 눈감아선 안 된다.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파헤치며 해부해야 한다. 현실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며 나아갈 방향을 함께 찾아야 한다. 절실하고 애절한 문제일수록 아픔의 심층을 들여다보며 상실과 부재와 눈물을 읽어내어야 한다. 사회적인 불행과 문제를 생각의 바깥으로 밀어내지 말고 그 불행과 상처를 직면하며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얻은 사색으로 시적 형상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조는 빛을 발한다. "시샘한 꽃샘바람 일자리 뺏어간다"에서 일자리를 뺏는 외부적인 요인들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근로자는 더 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살구꽃으로 나타내고 있다. 시적 화자는 꽃이 지는 현상을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 비유하여,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하얀 눈물을 흘리는 듯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덧없는 아름다움과 상실감을 한국 전통시가 형식인 시조에 담아낸 우수작이라 여겨진다.

물오른 사춘기가 연둣빛 덧칠하니
호기심 한 올 한 올 빗질한 설렘 자락
인증샷 셀카 찍으며 나풀나풀 웃는다.
- 「실버들」 전문

실버들은 한국 시문학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조선시대 홍랑은 1583년 함경도 경성의 관기였는데 당시 북평사로 와 있던 최경창과 인연을 맺는다. 이듬해 서울로 돌아가는 최경창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함관령에서 지은 시가 바로 '묏버들'이다. 또 김소월의 시 '실버들'은 가는 봄의 아쉬움을 노래하고 있다. 실버들은 이처럼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던 소재이다. 현대 시와 노래 가사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실버들이다. 그건 실버들이 가진 운치와 실버들의 가느다란 가지의 흔들림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어서일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요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의 2절에서도 실버들은 등장한다.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며,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처럼 노랫말이 서정적이라 듣는 순간 향수에 젖게 한다. 이처럼 사랑받는 실버들을 시적 화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발랄한 감각이 느껴지는 시조다.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날의 버드나무를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의인화하여 묘사하고 있다. 특히, 물이 올라 연둣빛으로 물오른 나무를 사춘기의 호기심과 설렘으로 비유하며, 나아가 물가에서 버드나무 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셀카를 찍으며 웃는 모습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물오른 사춘기가 연둣빛 덧칠하니"에서 통통 튀는 사춘기의 소녀들이 엿보인다. 그 소녀들은 "호기심 한 올 한 올 빗질한 설렘 자락"으로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험이라는 경쟁 속에서 무기력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시적 화자는 그런 경쟁이 안타까워 호기심 한 올 한 올 빗질하며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하며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물가에 있는 실버들은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장면을 "인증샷 셀카 찍으며 나풀나풀 웃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밝고 생기 넘치는 이미지와 현대적인 감각을 통해 봄의 정경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쉼 없이 흔들려야 산다는 저 가을색
여린 맘 못 숨겨서 들키고 만다는데
바람은 어찌하자고 춤추자며 꼬시나

그리움 가득 채워 서둘러 핀 꽃향기
추억에 울컥 젖는 그 옛날 고향 내음
깊숙이 닫힌 마음창 활짝 열어 반긴다.
- 「코스모스」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형시조의 형식에 따라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를 주제로 노래하고 있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은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지만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며 살아야 할 현대인들에게는 그 말이 부담스럽다.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상병 시인처럼 저세상에 가서 이승의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출렁이는 생의 바다를 잘 건너야 한다. 시적 화자는 코스모스를 "쉼 없이 흔들려야 산다는 저 가을색"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멋진 정의다. 우리는 매시간마다 쉼 없이 흔들린다. 감정이 흔들리고 생각이 흔들리고 생의 방향이 흔들린다. 그렇게 흔들리며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일 년을 보내며 살아간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내일의 방향을 잡고 나아가지만 "여린 맘 못 숨겨서 들키고 만"다. 코스모스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쉼 없이 흔들리는 코스모스, 흔들리면서도 하루를 살아내는 코스모스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을 바람은 춤추자며 자꾸 꼬시고 있다. 낭만을 느껴보라며 삶의 여유를 가져보라며 바람은 꼬시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일탈을 위해 유혹하며 삶을 꼬시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우리는 늘 유혹을 받는다. 그 유혹 속에서 성장하며 아파하며 또 살아간다. 2수에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코스모스향이 "그리움 가득 채워 서둘러 핀 꽃향기"란다. 삶이 힘들수록 고향이 그립고 부모님이 보고 싶다. 어릴 적 또래들과 함께했던 "추억에 울컥 젖는 그 옛날 고향 내음"이 꽃향기와 함께 코끝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은 가고 없지만 "깊숙이 닫힌 마음창 활짝 열어 반"기고 있다. 시적 화자는 코스모스가 흔들리면서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연약한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꽃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한 추억의 정서를 강조하며, 닫혔던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 그 감정을 반기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파리 꽁꽁 얼어 움츠린 봄의 처소
시리게 피었다가 꽁꽁 언 번지수들
심통난 폭설 때문에 꼼짝 못한 주소지

파묻힌 눈 속에서 조금씩 침범되는
봄햇살 한 자락은 화들짝 놀라는데
안간힘 밀어붙이는 고집불통 어쩌나.
- 「꽃샘추위」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의 초입에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 즉 꽃샘추위의 상황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어제와 함께 시간이 흘러갔다고 모두 다 흘러간 것은 아니다.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기억하는 어느 시점의 체험은 시의 씨앗이 된다. 그 체험이 육화되어 시의 바탕을 이룬다. 이렇듯 경험은 감각을 자극시키며 사색을 발아하게 만들고 시인은 그 오래된 기억을 불러들여 형상화한다. 시간 저편의 모호한 감정까지 꺼내 새로운 시각으로 재생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흡을 가다듬는 지점들이 있어야 한다. 가파른 삶의 층계참이 있듯 시인에게도 '시'라는 층계참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 사라진 기억을 시로 서술하며 어떤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독자는 그 깨달음과 그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우리는 살면서 고집스런 인물도 만나고 고집스레 밀고가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그 고집을 시적 화자는 꽃샘추위로 해석하고 있다. 발상이 신선하다. "이파리 꽁꽁 얼어 움츠린 봄의 처소/ 시리게 피었다가 꽁꽁 언 번지수들/ 심통난 폭설 때문에 꼼짝 못한 주소지"가 꽃샘추위란다. 낯설게 하기에 성공하고 있다. "꽁꽁 언 번지수들", "꼼짝 못한 주소지"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계절이 바뀌면서 마주치는 풍경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관습과 일반적인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인식 속으로 진입하여 독특한 시선을 던져야 한다. 그 시선이 낯선 오브제와 조응한다. 여기서 발휘되는 상상력은 시의 힘을 증강시킨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의 작업은 기존의 서사 구조를 지우고 다층적인 구조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깨뜨리며 시의 골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시조에서는 잎이 얼어 움츠러들고 눈 속에 파묻혀 움직일 수 없는 봄의 주소지를 꽃샘추위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심술궂은 폭설 때문에 봄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봄이 따스한 햇살 한 자락을 통해 다시 피어나려 노력하고 있는데 꽃샘추위는 고집스레 추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났을 타인의 고집 또는 우리 자신의 고집을 이 시조를 통해 만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촘촘한 뙤약볕이 초록빛 물어 오고
옹골찬 생의 의지 여름을 집어 들면
야무진 저 옥니들은 까르르르 웃는다

맹렬한 태양 앞에 수염이 먼저 나면
부끄럼 많아져서 안으로 숨어들고
괜스레 헛기침 소리로 꽃구름만 부른다.
- 「옥수수」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옥수수의 성장 과정과 그 생명력을 비유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촘촘한 뙤약볕이 초록빛 물어 오고/ 옹골찬 생의 의지 여름을 집어" 들면 옥수수는 쑥쑥 자란다. 옥수수의 성장을 얘기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을 보는 것 같다. 새로운 착상이다. 새롭다는 것은 도발적인 것과는 다르다. 일회성의 충동적인 이끌림은 지속성이 없다. 시조의 역할을 다하면서 새로움으로 읽히려면 시적 대상을 응시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작품 전체를 관통해야 한다. 도발이 고작 도발로만 끝나면 안 된다.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는 자신만의 사유가 뒷받침되어야 시조는 생명력을 얻는다. 시적 화자는 말하고자 하는 시적 사유를 작품의 중심축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시적 상상력을 시조에 담아 유기적인 맥락을 이어갈 줄 알아야 한다. 독자는 그 유기적인 구조 속에서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꺼낸다. 옥수수를 바라보며 옥수수와 문학이 겹치는 어떤 지점들을 시적 화자는 포착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끄집어내어 시적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야무진 저 옥니들은 까르르르 웃"고 있는 것이다. "맹렬한 태양 앞에 수염이 먼저 나면/ 부끄럼 많아져서 안으로 숨어들고" 있는 옥수수에서 부끄럼 많은 사춘기의 소년이 보인다. 소년에서 이제는 남자로 변해가는 모습에 부끄럼이 생겨 자꾸만 숨어드는 모습이 귀엽다. 특히, 이 시조에서 강렬한 여름 태양 아래 옥수수가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모습을 생명의 의지로 표현하고 있다. 옥수수의 낱알이 단단한 옥니에 비유되어 기쁨의 웃음으로 묘사되고 있고, 옥수수 수염은 부끄러움을 상징하는 듯이 안으로 숨어드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뜨거운 자연 속에서 성숙해 가는 옥수수의 생태를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해내고 있다.

글썽인 문장들이 매달린 허공의 방
가슴에 스며드는 외로움 궁글리며
홍매화 설움 밀치고 봄의 표정 들인다.
- 「우중매雨中梅」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빗속의 홍매화를 통해 허공에 매달린 쓸쓸한 문장들과 가슴에 스며드는 외로움 같은 정서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포착한 "감정의 숨결"을 기억의 슬하에서 오래 묵혀둔다. 그러다가 우연한 경험과 만나 특별한 감각의 기호로 다시 일어선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 변화무쌍한 변화들이 벌어지는 시간대에서 오래 묵혀둔 그 감정의 결은 시인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 감정의 결이 녹아든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며 시조에 담아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자신만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성장과 성숙으로 나아가는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이 시조에서는 어떤 정서들을 만나게 된다. 시적 화자는 그 정서를 발견하고 감성적인 언어들로 구체화시키며 표현한다. 단편적인 감각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사유의 힘을 끌어와 성숙으로 나아가는 걸음이 이 시조에서 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감성들을 "글썽인 문장들이 매달린 허공의 방"이라고 한다. 신선하다. 지상의 방도 아닌 허공에 떠 있는 방, 그것도 글썽인 문장들이 매달려 있는 방이란다. 빗방울을 외로움이라는 정서로 해석하며 다시 글썽이는 허공의 방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로움에 사무쳐 밤을 설쳐도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야 하고 모레를 살아내야 한다. 시적 화자는 그 의지를 "가슴에 스며드는 외로움 궁글리며/ 홍매화 설움 밀치고 봄의 표정 들"이고 있다로 표현하고 있다. 빗속의 홍매화를 형상화했는데 왠지 쓸쓸함과 긍정의 표정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수채화 같으면서도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삶의 뒷모습이 겹친다. 또한 시적 화자는 홍매화의 설움을 밀어내고 봄의 표정을 들여오는 희망적이면서도 고독한 감정의 전환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적 정서와 계절의 변화를 짧은 시조 형식 안에 응축하여 보여 주고 있다.

가을볕 등에 업고 새겨진 칼의 노래
흙의 옷 입고서도 불 뿜는 숭고한 도刀
오로지 이 나라 민초 사랑하는 그 마음

솔바람 고개 숙여 홍살문 들어가자
아직도 침묵 품은 거룩한 칼의 자세
찬이슬 맞아가면서 일어서는 저 칼집

충무사 들려주는 칼과 불 말씀들이
가슴에 마음제단 쌓으며 안겨 오면
투명한 쪽빛 공중은 귀기울여 듣는다.

*월송대;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충무공의 유해가 열흘 동안 완도군 고금도에 안치되어 있던 곳.
- 「월송대月松臺*」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가을 햇볕과 흙의 옷을 입고 있는 칼의 숭고함을 노래하며, 오로지 이 나라 민초를 사랑하는 충무공의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월송대'라는 이름만으로도 내면에 고요한 파장을 일으키는 무게가 있다. 아픔 너머에 있는 따스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현재의 위치를 알려면 과거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친숙한 감각을 환기하며 남다른 체험을 펼칠 수 있다. 현재의 틀을 벗기 위해 충돌하고 출렁이는 역사의 지점들을 만나야 한다. 그 힘으로 창작의 시작을 시도할 수 있다. 이 시조는 '월송대'를 통해 그 시대의 어려움과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와 아픔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시조를 통해 월송대와 충무공 그리고 시적 화자가 만나고 있다. 역사의 시간을 관통하는 감성의 총량, 칼에 스며든 여러 층의 빛과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다. 여기서 칼은 숭고하다. "가을볕 등에 업고 새겨진 칼의 노래/ 흙의 옷 입고서도 불 뿜는 숭고한 도刀/ 오로지 이 나라 민초 사랑하는 그 마음"이 지금도 '월송대'에 새겨져 있다. 문득 고개가 숙여진다. "불 뿜는 숭고한 도刀"를 위해 충무공이 걸어왔던 길은 끝없는 가시밭길이었다. 그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었던 이유는 민초를 사랑하는 그 마음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마음에 감사하며 이 땅을 잘 지키고 있는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내란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내란 척결은 오리무중이다. 임진왜란 이후 50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은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깨우쳐야 한다. 딱딱한 역사책은 가슴에 스미지 않지만 시조는 가슴을 두드리는 어떤 마력이 있다. 영혼을 정화시키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적 화자는 우리에게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월송대의 아픔을 잊지 말고 세상을 향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자고 말하고 있다. 책이 아닌 시적 코드로 다가가면 독자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에 시인은 역사의 목소리를 오늘로 소환하여 나아갈 방향을 말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월송대'와 같은 역사시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3수에서는 충무사를 통해 전달되는 칼과 불의 말씀이 듣는 이의 마음 제단에 안겨 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월송대는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충무공의 유해가 열흘간 안치되었던 곳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시 전체의 감동을 안겨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진노랑 고운 얼굴 햇살이 내려앉고
가슴속 숨긴 열정 소롯이 미소 짓다
말없이 고개를 들어 빙빙 돌며 서 있다

여름이 익어 가면 고요히 빛 삼키고
황금빛 태양 닮아 속살이 송골송골
활짝 핀 탐스런 규화葵花 토실토실 여문다

긴 허리 휘어잡고 바람에 온몸 맡겨
발가락 젖은 채로 흙속에 마음 묻고
여름꽃 한 송이에도 하늘의 뜻 깊구나.
- 「해바라기」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해바라기의 밝고 고운 얼굴에 햇살이 내려앉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해바라기를 통해 하늘의 뜻을 깨달으며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바라기처럼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하늘의 뜻을 우리는 알고 있는지, 그 뜻을 알고 잘 펼치고 있는지 묻고 있다. 해바라기를 통해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자며 말하고 있다. 시조는 주제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 이처럼 에둘러서 표현해야 한다. 자연의 이면을 살펴보며 자연이 말하는 핵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하게 자연을 인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시적 사유를 펼쳐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동기 부여의 역할을 해 독자는 시조를 받아들이게 된다. 자연은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내적 영역이며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외적 영역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로 자연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자연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것은 그 의미가 더 크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더 자주 더 많이 자연의 목소리를 더 높이 내세워야 한다. 자연의 협력이 없으면 지구의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이 익어 가면 고요히 빛 삼키고/ 황금빛 태양 닮아 속살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는 해바라기. 결코 욕심 부리지 않는다. 허세 많은 사람들처럼 떠벌리지도 않고, 해바라기는 고요히 빛을 삼키고 자신의 품만큼 토실토실 여물고 있다. 해바라기는 햇살의 기척에 눈을 뜨고 일어나 해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해바라기처럼 어떤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더 많은 것을 원하는데, 해바라기는 그렇지 않다.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안다. 이 시조는 해바라기가 고요히 빛을 삼키고 황금빛 태양을 닮아 탐스럽게 여무는 여름의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해바라기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뿌리를 흙속에 묻는 모습에서 여름꽃 한 송이에 깃든 하늘의 깊은 뜻을 발견하며, 시상을 마무리 짓고 있다.

금성산 정기 타고 한옥집 지어놓고
안 여사 손맛 따라 상다리 휘어진다
폭우도 잠시 멈추고 축복으로 반긴다

술잔이 돌고 돌아 웃음꽃 피어나고
황옻에 삶은 통닭 빛깔이 반짝반짝
오늘은 우정의 향기 술맛까지 깊구나

한평생 걸어오며 이런 날 또 있을까
정담에 젖은 시간 꿈마저 쉬어 가라
향긋한 인연 속에서 인생의 멋 영근다.
- 「금안골 한옥집 잔칫날」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금성산의 정기를 받은 한옥집에서 벌어진 즐거운 잔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잔치는 "안 여사 손맛 따라 상다리 휘어진다"로 표현되고 있다. 상다리가 얼마나 휘었길래 "폭우도 잠시 멈추고 축복으로 반"기고 있는 것일까. 허공도 폭우를 멈추고 잔칫상에 앉고 싶나 보다. 잔칫상에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앉아 "술잔이 돌고 돌아 웃음꽃 피어나고/ 황옻에 삶은 통닭 빛깔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군침이 절로 돈다. 주고받는 다정한 수다에 "오늘은 우정의 향기 술맛까지 깊"어지고 있다. 날마다 잔칫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잔칫날이면 반가운 지인들을 만나니 그동안의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이런 잔칫날과 잔칫상이 있으니 우리는 또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이날의 잔치가 무척 좋은지 "한평생 걸어오며 이런 날 또 있을까"라며 감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안 여사의 뛰어난 손맛으로 차려진 푸짐한 음식과, 잔치에 모인 사람들이 나누는 따스한 우정과 정담을 중심으로 잔치의 분위기를 생생하고 전달하고 있다. 특히, 폭우마저 멈추고 축복하는 듯한 날씨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인생의 깊은 멋을 나누는 소중한 인연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양회락 시인의 시조들은 엄격한 정형율격 위에 다채로운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주로 자연의 풍경과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하여, 특히 봄에 피는 매화, 벚꽃, 산수유나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코스모스, 억새, 단풍을 배경으로 인생의 감정, 추억, 그리움 등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잔칫날의 풍경, 기차 여행, 역사적 장소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일상 속의 깨달음과 인간적인 정서를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시조의 정형율격의 테두리 내에서 짧고 함축적인 구절들을 활용하여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시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었던 일상사부터 역사도 훑어보고 풍속이나 사물, 꽃, 명승지, 시심, 옥수수, 실버들, 코스모스, 꽃샘추위, 낙화, 왜가리 등까지 사회와 자연 전반을 시인의 예리한 눈길로 관찰해내면서, 그 속으로 흐르는 삶의 철학과 진리와 진실을 발견해내고 있다. 그리하여, 여러 각도로 감성의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해내어, 우리에게 아주 작은 진리의 길, 순수의 세계, 행복의 길을 제시해 주고자 하고 있다. 그것을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와 리듬의 그릇 위에 올려놓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주제 노출보다는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진부한 표현보다는 보다 새로운 해석, 즉 낯설게 하기를 통해, 거친 호흡보다는 아주 정갈한 리듬을 통해, 시적 형상화를 이뤄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엿보여 감동적이다. 시조 한 편의 완성과 작품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양회락 시인에게 이 시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부디, 꾸준한 시조 창작 생활을 유지하여 앞으로도 제2, 제3 시조집을 알뜰한 열매로 거두기를 바라고, 여생 내내 한결같은 시조 사랑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향긋한 행복의 나날이 계속 이어지길 빈다.

- 선선한 날씨에 아주 살짝 내리는 가을비에 행복해 하며
한실문예창작(12개 문학회) 지도 교수 박덕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국어국문학과장 역임,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노벨재단 이사장, 박덕은 미술관 관장,
광주시민사회단체(523개)총연합회 대표회장,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새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광주문학상(제1회), 김현승 문학상, 빛고을 문학상 수상, 시인, 문학평론가, 화가, 저서 [현대시창작법] 등 132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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