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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까치밥 대전면 들녘 소쇄원에서 돌부처 솟대 담양 가세 담양 사세 지실마을 매화 몽당연필 관방천 면앙정에서 덩굴팥 비빔밥 쑥 행복을 주는 도래수 마을 집유령거미 운지버섯 눈물겨운 떼창 제2부 얼음새꽃 머리를 자르다 눈꽃 쪽재골 이슬 나무 그늘 흑장미 수국 매미 허물 개망초 나팔꽃 낙서 양 떼 눈사람 내 그림자 갈대 다시, 봄 왼손과 오른손 제3부 꽃샘추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예술이 빛을 발하다 낙엽 의자 그믐달 연꽃 지다 늙은 의자 치매 시의 행마법 뻐꾹나리 수련 불면 연꽃 입치레 영혼의 합창 백일홍 일출 제4부 재생 하루가 저무는 시간 서점에서 불규칙 반응 손 편지 한 장 마스크 수련 2 어떤 사랑 서기 집문瑞氣集門 흰접시꽃 삶의 이유 물오르는 가지 끝 오월이 오면 새벽안개 성하 반딧불 과거 산에 박힌 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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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이파리들이 햇빛을 나눠 받고
반짝반짝 빛난다 잠시 명상에 잠긴 듯 새날의 지상을 향해 감꽃이 피어났다 어머니 떠난 곳에서 까치는 날아들고 목숨보다 질긴 그리움이 달빛과 섞인다 가끔은 참혹했고 가끔은 긴 악몽이 일상을 지난다 오래된 미래를 바라보는 파수병처럼 감은 차츰 붉어졌다 작은 촛불 켜고 산사람의 긍휼矜恤로 하늘 가까이 부재중인 듯 자리보전하는 어머니 각처로 떠난 자식에게 혹여 못다 한 당부가 있는지 오늘도 달랑 가지 하나 붙들고 희미해진 동구 밖을 바라본다 --- 「까치밥」 중에서 눈 내리는 소리 들으며 살가운 이웃처럼 논두렁을 맞대는 들녘 백의白衣의 모습 단일대오를 이룬다, 어우러진 상생 하얗게 질린 나무들은 만개한 눈꽃을 달고, 제자리걸음으로 병풍산을 향해 굽이친다 한 계절 패대기쳐진 것들을 솜이불로 덮어주면 욱신거리는 오금을 편다 먼 곳의 배웅에 대해 일생의 대답들이 흰 속지에 겹친다 내 몸을 숙주 삼아 피워내는 눈꽃 고운 넋 어루만지면 뽀송뽀송하다 모든 빛깔을 흰빛으로 통일하고 서로에게 결빙되는 타성을 따스하게 녹인 뒤 일상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 「대전면 들녘」 중에서 기록하지 않은 선언처럼 천심과 민심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위태로운 징후 다 버리고 서로의 의견을 좁히려는 다정한 간망懇望 떼지은 풍문이 끊임없이 뒤척였다 어둠은 창끝의 속도로 빛을 앞서가지만 역사는 난만한 시간 속에서 진위를 드러낸다 한순간 역사가 정지된 듯 광풍각에서 생각이 침전되고 제월당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무겁다 애틋하게 피가 도는 광활한 우주 가장자리의 소쇄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과거에서 미래로 잇는 다리가 되어 열어젖힌 새 세상 만고풍상 지난 후에야 풀리는 매듭 대나무 마디로 곧게 선다 --- 「소쇄원에서」 중에서 삼업三業을 다하고 눈 뜨고 죽으면 사람으로 태어날까 유출된 생각들이 몸속으로 다시 돌아와도 돌은 돌일 뿐 따뜻한 온기는 없었다 근심 걱정 따위는 절대 복원하지 않으려고 물아일체를 독경하는 저 살아 있는 묵언 평생을 몰두하여 셀 수 없이 자신의 모서리를 제거한 눈부신 표정 또한 한 생애일까 집도 절도 없이 하늘을 지붕 삼아 좌선한 돌부처여 한 덩이 작은 미륵이여 감겨 있는 시간의 태엽을 풀면 모르는 속사정이 쏟아져나올 터 외면하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침묵이 파고 들었다 돌 속에 생의 내력 다 밀어 넣고 시작도 끝도 없는 구속에서 해탈하고 있다 --- 「돌부처」 중에서 더 이상 비상을 꿈꾸지 않는다 참말로 독했던 길 없는 길에서 핏물 배인 거품을 게워낼 때 가슴은 바짝 타들어 갔다 쓰다 버린 불안 같은 회한이 온몸을 휘감을 때면 날갯죽지는 부러질 듯 떨렸다 힐끗 쳐다보는 이승 비릿한 하늘을 버리고 맨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싶었다 딸린 식솔 생각하며 가파른 숨을 날개 속으로 욱여넣었다 작은 죄마저 잊도록 가급적 멀리 날아올라 눈 가린 천국을 보고 싶었을 솟대 막힘없는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난다고 상상하면 스스로 잊을 만한 기분에 갇히는 일 차라리 제자리 비행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목적지로 삼았다 --- 「솟대」 중에서 별 사이를 헤매듯 휘어진 낮달 궤적을 따라 꽃이 피거늘, 매화라 눈 씻고 귀 씻어도 으늑하게 팽창하는 꽃그늘 하마 지상에 든 별빛이 이처럼 현란할까 있는 힘을 다해, 꽃 피는 소리에 향기는 덤 누구든 여기와서 가지에 매달아 놓은 향기를 받아가라 얼어붙은 대지에 피가 돌고 첫 손님, 봄이 도착한다 비록 내 삶 누추해도 거저 받은 덕성을 팔지 않는 자존심 있어 조촐한 만찬이 시작되리라 --- 「지실마을 매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