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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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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달머리마을 김장기씨의 숭어이야기를 들어보자.
“다 숭어라고 하는데 7년을 커야 숭어라고 해. 젤 작은 거는 모치, 그 다음이 참동어인데 모치보다 쪼금 더 커. 쪼금 더 크면 여그 말로 손톱배기, 네 번째가 댕가리, 그것 한 4년 크면 딩기리. 그 다음이 무구럭, 7년째가 숭어여. … 지금 잡은 것은 오리지날 숭어가 아냐. 큰놈이 없으면 싸잡아서 숭어라고 하는데, 숭어는 어린애부터 할아버지 말 들을 때까지 단계가 있어.” --- p.111 “꽃이 축제를 벌이는 초봄에는 값싸고 맛좋은 숭어, 봄볕이 내리쪼이는 4월에 들어서면 돈이 좀 있는 사람은 감성돔, 돈이 없는 사람은 쭈꾸미가 좋아. 그늘이 그리운 7월에는 병어맛이 잠깐 돌고 여름철에는 민어와 농어 그리고 오도리가 좋지. 8월에는 눈이 큰 보리숭어 가을에는 참숭어와 전어와 낙지, 겨울에서 봄까지는 다시 숭어를 먹으면 돼.” --- p.57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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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길러내는 바다의 자궁, 갯벌
갯벌은 어머니와 같다. 모든 것을 보듬어 키워내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성을 닮았다. 갯벌의 작은 생명들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이곳저곳을 파헤치며 수천 년 동안 갯벌을 지켜왔다. 그 작은 생명들에 비하면 인간의 갯살림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입에 풀칠하기 어렵던 시절에 갯벌은 어민들에게 ‘밥’이 되어 주었다. 어민들은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김발을 매고, 골을 막아 고기를 잡고, 소금을 거두었다. 자연의 시간, 물때에 맞춰 사는 사람들 갯마을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은 늘 새롭게 다가온다. 그들은 나갈 때와 돌아올 때를 잘 안다. 그들에게 시계는 없다. 시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물때이다. 그것은 육지의 시간과는 다르다. 그것은 자연의 시간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지혜가 정해준 시간이다. 그들은 한겨울에도 석화를 까기 위해 모닥불로 언 몸을 녹인다. 꽃피는 봄이 오면 숭어 잡이에 나서고, 여름철에는 한증막 같은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을 파고 가리맛을 뽑는다. 가을철에는 집나간 며느리도 그리워하는 전어와 세발낙지 잡이에 나선다. 그리고 그들이 쓰는 말이나 먹을거리도 육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갯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 갯벌 그런 갯벌에 불도저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들어와 굉음을 내기 시작하면, 그곳은 논이 되고 공장이 되고 만다. 영산호가 그랬고 시화호가 그랬고 새만금이 그렇게 되고 있다. 평생 김을 뜯고 바지락을 캐고 석화를 까던 어부들은 농민이 되고 노동자가 되었다. 도시는 몇 푼 안 되는 그들의 보상금마저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갯벌은 돌아온 그들을 아무 말 없이 다시 받아 주었다. 돌아갈 갯벌이 남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