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9
석탄공장이 있는 市에 관한 농담 ── 61 시체 공시장 ── 109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 141 |
최치언의 다른 상품
|
그 순간 지서장은 모골이 송연해지며 욕쟁이할멈이 떠올랐다. 자잘한 시비 끝에 다방의 기물을 파손한 욕쟁이할멈의 아들을 기물파손죄로 육지로 넘기면서 그 가공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욕쟁이할멈은 그날로부터 매일 지서로 찾아와서는 종일토록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더러운 욕을 지서장에게 퍼부어댔는데, 그전부터 욕쟁이할멈의 욕은 이 섬마을 사람들에게는 과히 공포와 환란의 대상이었다. 지서장은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고, 반대 0표 찬성 1표로 욕쟁이할멈을 마을에서 추방하기로 의결했다. 그러한 일은 지서장의 직권으로 이루어졌다. 욕쟁이할멈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었는데, 하나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아들이 구속돼 있는 육지의 구치소로 갈 것인가 아니면 마을에서 스스로 사라질 것인가, 였는데 그 옛날 육지 순사에게 욕을 했다가 혓바닥을 인두로 살짝 지짐을 당하는 모진 고문의 기억을 가진 욕쟁이할멈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 보이는 토굴 속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남은 생을 조용히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그때 욕쟁이할멈의 나이가 백하고도 삼십 살이었고, 할멈은 그녀가 믿는 전설에 따라 요강과 쑥과 마늘만을 가지고 부활을 꿈꾸며 굴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 pp.36-39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중에서 고독한대령은 무지막지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의해 자신의 권총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콧구멍 속에 쑤셔 박은 채, 욕쟁이할멈에게 귓불이 틀어 잡혀 검은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노병은 다시 돌아온다!” “저미친놈의혓바닥을똥물에보름동안튀겨말밑구멍이나닦아버릴테다에이썅퉤.” --- p.58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중에서 놀랍게도 그것은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석탄이었다. 광부는 자신의 몸속에서 왜 이런 석탄이 튀어나왔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의 나사가 더 깊게 그의 의식을 조여올수록 그의 목을 부드럽게 감쌌던 두 손이 점점 자신의 목을 졸라대는 것을 느꼈다. 광부는 그로 인하여 생각을 그쯤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고 말았는데 그것은 막장에서 너무 많은 석탄가루를 마신 게 문제였다고, 그 석탄 덩어리를 발로 냅다 걷어찼다. 그러나 놀랍게도 석탄이 스스로 움직여 굴러가는 그 순간과 검은콧구멍의 발길질은 타이밍이 정확히 일치했으므로 그는 허공에 크게 원을 그리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pp.63-64 「석탄공장이 있는 市에 관한 농담」 중에서 바로 그때 이 마을에 놀라운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지상에서 줄을 매달아 떠올린 풍선처럼, 태양은 마을 입구 종려나무 가지 끝에 걸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움직이지 않았다. --- p.66 「석탄공장이 있는 市에 관한 농담」 중에서 회의실 안은 깊은 막장처럼 조용했다. 한쪽 어깨에 곡괭이를 둘러메고 노란 헬멧을 쓴 검은콧구멍은 왼쪽 팔에 비딱하게 흘러내린 광부대표 완장을 바로잡았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광부의 대표였다. 검은콧구멍은 자신의 움츠러드는 마음을 자신에게 속이려고 연신 쌍욕을 지껄여댔는데, 그것은 광부들이 석탄을 캐면서 지껄이는 오래된 욕설이었다. ‘이런 깊은 곳에 숨어 있을 바엔 검지나 말지 빌어먹을 새끼들.’ --- p.89 「석탄공장이 있는 市에 관한 농담」 중에서 -누군지 모르는 버려진 시체의 몸뚱이를 절단하고 그 시체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돈을 받고 파는 그곳에서 나는 내 부모의 죄악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꼈어. 수술 뒤에 두려움에 떨며 흉측하게 꿰매어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 차라리 그 묘한 안도감이 좋았어. 그런데 내 몸에서 어느 날인가부터 포르말린 냄새가 나.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죄의 냄새. --- p.137 「시체 공시장」 중에서 그러나 세상일이 계획처럼만 이루어진다면, 그들이 왜 자정을 훨씬 넘긴 그 추운 겨울밤에 황야의 무법자마냥 스타킹을 뒤집어쓴 채 배추 트럭을 탈취했겠는가. --- p.143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에서 역장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또 이렇게 말했다. -한 시간 뒤에 은하계의 사수자리를 통과하는 기차가 옵니다. 안에 들어가서 뜨거운 엽차라도 드시며 기다리시죠. -혹 다음 기차의 종착지는 어딘지 아십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종착지를 다들 궁금해하는데 그걸 말해주면 대부분 도망을 가요. 죄송합니다. 지옥인지 천당인지 전 말할 수 없습니다. --- pp.152-153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에서 어찌나 빨리 달렸던지 김미라가 탔던 기차가 보이기 시작했고 객차의 창에 어슴푸레한 김미라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김미라도 기차를 따라 뛰어오는 오신화를 발견하였는데 김미라는 객차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뛰어오는 오신화를 향해 소리쳤다. -제발 나를 잊어 줘요! 오신화 오빠. 오신화는 김미라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곤 황급히 그곳을 벗어나 달렸다. -지옥에 가려면 혼자서나 갈 것이지, 내 이름은 왜 불러. 저러다 기차가 멈추면 어떻게 하려고. --- p.154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에서 ‘길 잃은 자들 앞에 등불처럼 따스한 영생고아원 항상 같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그곳 정문에 쓰여 있으니까. 너는 길만 잃어버리면 되는 거야. 그런데 나 잡아먹고 배불렀으면 됐지. 돼지 삼형제는 왜 또 찾아? --- p.163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에서 |
|
작가의 말
본인에게 있어서 소설은 이야기의 확장이 아니었습니다.?세상에는 이야기가 넘치니까요.?적어도 본인은 이야기의 확장이 아니라 이야기의 색다름에 집중하고자 하였습니다.?이번 소설들은 언어의 텐션과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색다른 화술을 고민한 흔적들입니다.?또한 상상되어지는 것을 상상하게끔 하는 반(反)?리얼리즘적 서사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였습니다. - 최치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