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모구실
진료소 수련원 섬진강 의료원 되고개 휴양림 벽소령 몽둥이 피난섬 쟁몽두 장명등 도처에 불나방 |
Suh,jung-in
서정인의 다른 상품
|
“걸어요? 어디를요? 아이고, 못 걸어요. 지금 걸어도 차보다 늦게 들어간단 말이요. 차는 여그서 타나 도중에서 타나 시내요금 육백 원은 마찬가진디, 왜 그렇게 멍청헌 짓을 헌다요?” 그녀의 일행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래, 그래, 옛날 같았으면, 이십 리가 뭐냐, 삼십 리도 팽팽하게 발뒤꿈치에서 먼지를 일으키면서 걸었다. 가만히 앉아서 갈 수 있는데 왜 걷냐, 미련하게? 그는 그들이 옳다고 생각했다.
―「모구실」11p 중에서 “나 말이냐? 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내가 뭘 잊어버렸냐? 여기 이 깡촌에도 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 사람이다.” “조씨와는 어떻게 어울렸어요?” “성달이 말이냐?” “아예 통성명까지 했어요?” “다섯 시간을 술을 마셨는디, 이름도 모르고 마셨겠냐? 니가 가라고 해서 집에 갈라고 큰길로 나와서 차를 기다리다가, 오줌이 매려워서, 마침 축대가 있길래, 그 밑으로 내려갔다. 누가 닭의 새끼를 잡고 있더라. 할머니 가게에 막걸리는 떨어졌지만, 두 홉들이 쇠주병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가 찾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생각나더라. 셋이서 마셨다.” “아예 동네 단합대회를 해요.” ―「진료소」51, 52p 중에서 “승화와 설사가 같냐? 배설이면 다 같은 배설이냐? 몸 밖으로 밀어내기만 하면 능사냐? 물똥은 배탈 때문에 누고, 배앓이는 소화불량 때문에 생긴다. 가짜는 거짓이고, 허위는 소화가 잘 안 된다. 기관총 두 번 쏘고 세 번 쏴봐라. 사람 탈진헌다.” “진이 빠질 때 빠지더라도 우선 시원허다.” “후련하지. 감정의 정화는 정신건강에 좋지. 공포와 연민을 통해서 그런 감정을 순화하는 것은 우리의 까막눈을 뜨게 해주고 우리의 작은 키를 키워주지. 가짜 감정도 감정이냐? 울면 다 배설되냐? 감상주의는 호도와 허위로 우리들을 사실에 눈멀게 한다. 진실은 대부분 고통스러워서 안 보면 더러 위안이 되는 수가 있다. 그리고 더 큰 병을 키운다. 마비. 바보상자 앞에 한 시간 앉아 있던 사람이 그것의 최면으로부터 깨어나자면 그만한 시간이 또 필요하다.” ―「의료원」157, 158p 중에서 “없는 것이 귀하면 뭣할 것이오? 누구 약 올리요? 없으면 없을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오. 아쉽지만 있는 것 가지고 삽시다.” “니가 살자고 안 해도 그렇게 살고 있다. 말도 못 허냐? 없는 것이 없는 줄을 모르면, 있는 것을 완벽한 것으로 믿기 쉽다. 완전한 것을 완전하다고 믿는 것도 오만하고 위험하다. 있는 것은 온전하지 않다. 그것을 온전하다고 믿으면 그 착각이 그것을 망친다.” “원시가 야만이 아니라 현대가 미개요? 사람은 그것을 향해서 초속 백 미터로 숨가쁘게 달려왔소?” ―「되고개」193p 중에서 “니는 옳은 소리를 가끔 한다. 바보 같은 소리도 더러 한다. 나는 많이 맞고 가끔 틀린다. 우리는 둘 다 옳기도 하고 잘못되기도 한다. 이왕이면 교대로 하자. 내가 정신이 들 때는 니가 넋이 나가고, 내가 나사가 빠질 때는 니가 꽉 조여라.” “친구 좋다는 것이 무엇이요?” “질병과 죽음은 무엇일거나? 성장이냐, 세뇌냐?” “그야 공포 아니요?” “나는 크기라고 생각한다.” ―「쟁몽두」319p 중에서 “법 앞에서 만민은 불평등해도,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소.” “그것 참 좋다. 너는 일찌감치 진리를 얻었구나. 암. 똑같지.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같고, 죽은 뒤 화학적으로 같다. 사람들이 왜 그것을 모르냐, 그래? 퍝 잔 먹새 그녀 쿜 퍝 잔 먹새 그녀. 곳것거 산노코 무진무진 먹새 그녀.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퍥 거적 더퍼 주리혀 큟여 가나 유소보장의 만인이 우러 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퍥 흰 달 캱콋 비 굴근 눈 쇼쇼리 킞람 불제 뉘 퍝 잔 먹쟈 퍞고. 퍛물며 무덤 우퍥 퉥나비 퍈람 불제 뉘우틎쾗 엇더리. 나는 말이다,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죽음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버지 어머니가 가시기 전까지 죽음을 남의 일로 생각했다. 친척, 친지, 친구들이 점차 죽어가자 그것은 더욱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하도 많이 죽어서, 나는 가끔 심심하면 열 손가락들을 폈다 굽었다 하면서 헤아려본다, 나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 종이 울리는지 알아볼라고 하지 마라. 그것은 너를 위해서 운다. 시인은 사람이 죽으면, 아무나 간에 죽으면, 인류가 그만큼 줄어들었고, 너는 그것의 한 부분이니, 그것의 손실은 바로 너의 손실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 나의 관심을 나 밖으로 그렇게까지 멀리 확장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불나방」374, 375p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
다인행→3인행→2인행으로 향하기, 다인행 이 자기증식형 연작의 도달한 지평을 보시라. 무대가 있고, 관객도 있고, 합창단도 있습니다. 무대 위엔 3인행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차츰 지나자, 무대 위에 3인행은 어느새 2인행으로 되지 않겠는가. 2인행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무대도 객석도 사라지고 없지 않겠는가. 또 조금 지나자, 2인행도 사라지고 오직 ‘나’ 혼자의 독백이 있지 않겠는가. 또 시간이 지나자 독백조차 사라지고 합창단(코러스)의 목소리만 들려오지 않겠는가. 자기증식형의 도달점이 아닐 것인가. 예술의 완결형인 조각이 숨쉬고 있던 그 희랍의 원형 노천극장에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지 않겠는가.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