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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차마 봄이 아니거니와_7
제2부 천지에 사무치도록_81 제3부 그때 흰 뱀 한 마리가_141 작가의 말_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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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작작 도화도 한 시절이요 삼월난풍에 설중매도 그만 지거늘 폐월수화(閉月羞花) 아리따운 홍안은 어떠할까요? 흙과 재 사이에서 꺼내도 흔들어 털어내면 새것 같겠습니까?”
--- p.18 “정이란 닳고 마음은 흩어지게 마련입니다. 해는 뜨면 지고 기껍던 것은 이내 언짢아지지요. 오늘 승등(陞等)하였다가도 내일이면 한 개의 남은 복숭아를 핑계 삼아 멀리 내쫓는 것이 인간의 정(情)인즉슨, 한갓 어린 계집애를 향한 마음이야 가을 이슬이며 두견의 울음보다 하잘것없을 밖에요.” --- p.62 “나리께서 왜 부끄러우신가요?” “네 살에 묻혀 시름을 잊고 네 웃음에 녹아 나를 잊었으니 그렇다.” “잊는 것이 어찌하여 나쁜가요? 그대에게는 기억해야 할 어떤 좋은 것도 없는데요.” --- p.33 여자는 의아하다는 듯 그 천진난만한 눈으로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그를 죽이려고 칼을 휘두른 주제에 정녕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는 물었다. “그짝이 지금 아니 죽으믄 다음 사람두 고깃국은 못 먹는디, 고것이 그래두 괜찮우?” --- p.43 “사람이 죽었어.” “죽었시요. 그거이 뭐 어떻다는 말이야요? 토끼도 꿩도 죽지요.” “인간도 아닌 계집이로군. 짐승이로다.” ……인간이 아니다. 그렇구나, 짐승. 사람을 먹는 것은 짐승이구나. 여자는 눈을 감았다. --- p.44 “어디로든 가야지.” “어디로 돌아가는데?” “어디로든. 어디 너 하나 기댈 곳 없겠니. 여우도 저 자던 골로 돌아가고 다람쥐도 나뭇등걸에 기어오르는데. 달도 서쪽으로 가고 북극성도 해가 뜨면 자러 가는데.” --- p.68 듣던 이가 신기한 이야기에 홀려 그 젊은 도사 이름이 무엇이고 부르는 낯선 이름은 대관절 무어더냐고 하면, 청중 가운데 있는 줄도 몰랐던 자가 대신 답하기를. “봄(春)” 이라 하였다. 차마 어디에도 봄 아니었거니와 바람 불어 꽃 지면 사무쳐 그립더라고. --- p.80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하나로 사람이 상하지는 않는다. 증오도 정념도 세계를 무너뜨릴 만큼 강렬하나 행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만 물어뜯고 나락으로 간다. --- p.101 약한 계집애는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많은 빚을 지게 마련이었다. --- p.218 진짜 사람은 어디 있느냐? 먹도, 향기도, 색과 그림자도 아닌 진짜는. 찢어져 썩어 문드러지는 종잇장 말고 진짜배기 사람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느냐? --- p.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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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어디에도 봄 아니었거니와 바람 불어 꽃 지면 사무쳐 그립더라고”
사람이 살고 죽고 사랑하고 욕망하고 그 갈피마다 두 발 걸려 넘어지는 그런 이야기 어느 밤, 이따금 화경 선생을 모시던 장사치가 한량 하나를 안내해 선생 앞에 나섰다. 선생은 술잔을 기울이다가 한량을 맞아 물었다. “보아하니 세상에 부족한 것 없는 분인데 어찌 저를 찾소이까?” “소생이 요요작작한 여인을 하나 만나 서로 좋아지냈기로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극락 같았습니다. 근데 제가 좋아지낸 그 요요작작한 여인이 봄 가듯 그만 불귀의 객이 되고 마니, 몹시 참담합니다.” “하여, 선비께서 무얼 바라시오?” “죽은 여인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겁니까?” 작가의 말 이 책의 이야기들은 결국 여자 이야기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결국 여자 이야기다. 제도와 불합리한 숙명과 혹은 삶 그 자체에 휩쓸려 흔들거리는 여자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람이 살고 죽고 사랑하고 욕망하고 그 갈피마다 두 발 걸려 넘어지는 그런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이 책은 그러한 내 마음 기울임의, 바꿔 말하자면 애정의 산물이다. 바쁜 일상 중에 굳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행간에 발 걸려 넘어지길 즐기기 때문이리라 믿는다. 온몸을 이야기에 부딪히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주 뒤를 돌아보고, 이야기를 사랑하기에 발 아래를 내려다보는, 너그러운 독자에게 깊이 감사한다. - 김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