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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사의 시대
2장 검은 미라 3장 우상 4장 1파운드 5장 아담의 사과 6장 메케니컬 터크 7장 선악과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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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44는 전기련의 수장인 아바리치아 그룹이 만든 최고의 인공지능 역작이자 뉴소울시티의 모든 송사를 관장하는 지혜의 신이었다. 즉 이 도시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제하는 저스티스-44 덕분이었다.
--- p.28 ‘사람들이 바라는 유토피아는 무엇인가?’ ‘멸망한 국가들의 폐단은 무엇이었나?’ 고민 끝에 나온 개념은 정제된 쾌락, 공평한 구조, 완벽한 정의였습니다. --- p.33 고객들은 저스티스-44의 공정성에 환호했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 신뢰에 보답하듯 저스티스-44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근엄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에 맞는 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의 판결과 대중의 감정이 늘 일치했던 것이죠. --- p.35 “뉴소울시티는 우리가 만든 유토피아일세. 그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 우리가 사람들을 이 도시로 이끌지 않았다면 그들에겐 내일은 없었네. 아마 박 총수도 살아서 이렇게 울분을 토할 일은 없었겠지. 우리한테 감사해야 해.” --- p.115 우종의 머릿속으로 사건 직후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강한 폭발에 날아간 철제 문짝. 처형이라도 당한 듯 모니터 패널에 처박혀 있던 박도경의 상반신. 저스티스-44의 판결처럼, 이건 정말 오작동 사고가 맞는 걸까? --- p.136 인공지능이 아무리 빅데이터를 축적한 지혜의 총아라고 해도, 인간만의 감각인 촉과 데자뷰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감각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할 순 없다. 인간의 촉 역시 경험이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도출된 일종의 값이다. --- p.192 저스티스-44의 판결은 사람들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사람들은 외쳤다. “뉴소울시티를 지키는 정의의 사사! 신성하고 고귀한 그의 판결을 신뢰하라!” 저스티스-44는 정의의 신이 되었고, 어느덧 신성한 존재가 되었다. --- p.268 "난 그보다는 그저 정상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더 컸소. 일종의 생존본능이랄까? 불공평한 세상은 결국 서로를 잡아먹는 종말을 불러올 테니까.” --- p.287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 거짓이야. 진실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진실 속에 살고 싶어 해. 오직 진실만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걸 마주하게 하거든.” --- p.303 인간을 정의롭게 하는 도구란 없어요. 인간 스스로가 정의로워져야 하죠. --- p.311 인간의 탐욕은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나 뉴소울시티나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일 뿐. 정의로워서, 도덕적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 p.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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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소울시티의 모든 송사를 관장하는 지혜의 신, AI판사 ‘저스티스-44’
저스티스-44의 판결은 사람들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저스티스-44는 정의의 신이 되었고, 어느덧 신성한 존재가 되었다. 오랜 전쟁과 전염병이 휩쓴 후 모든 것이 궤멸한 근미래,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도시 통치권을 넘겨받아 새로운 형태의 도시국가 ‘뉴소울시티’를 출범한다. 최첨단 기술과 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며 전기련의 수장으로 등극한 기업 ‘아바리치아’는 도시를 개편하고 새 시대를 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AI판사 ‘저스티스-44’의 도입과 혁신적인 치안 서비스로 범죄율 제로의 태평성대의 시대를 이룬다. 과거부터 쌓아온 수많은 판례와 법률 조항 데이터를 학습하고 뉴소울시티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 바람을 분석해 철저한 법의 논리로만 형을 집행하는 저스티스-44는 만인에게 평등하고도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시민들은 저스티스의 공명정대함에 환호했다. 마침내 저스티스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의의 시대를 열 새로운 사사士師로 급부상한다. 사사. 그것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통솔하던 판관이자 통치자들을 뜻했는데 신과 그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사사기’는 구약성서 서른아홉 권 중 하나로 역사 속에 존재해왔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스티스-44라는 이름은 광야에서의 고난을 끝낸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리던 사사기의 사사들처럼 대한민국이라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희망을 짊어진 존재라는 의미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_본문 중에서 완벽한 도시에 쌓아올린 완벽한 정의 그러나 인류의 희망을 깨트린 건, 단 하나의 오류였다…! 어느 날, 완벽해야 할 도시에서 자동차 사고부터 아파트 폭발까지 AI의 통제를 벗어난 오작동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다수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번 사고를 조사하던 조사관 우종은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저스티스-44가 내린 판결에 의구심을 느끼고, 완벽하다고 믿었던 도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우종의 시선은 사고 현장이 아닌 저스티스의 과거 판결들을 향한다. 뉴소울시티의 거주자들이 종교처럼 신봉하는 AI판사는 과연 모두의 믿음처럼 공정한 판결을 하고 있는 걸까? 과연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직감이나 심증 같은 것들을 철저히 배제한 판결이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완벽한 정의’라는 환상에 물들어 맹목적 신봉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종은 자신과 비슷한 의구심을 가진 감사부 직원 영무, 사회부 기자인 재민과 합세해 더욱 적극적으로 저스티스-44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우종과 영무는 저스티스-44의 서버 건물에 잠입해 지난 판결에 대한 데이터를 찾고, 기자인 재민은 저스티스-44의 완벽함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해 도시를 술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신성모독적 활동을 해 나가면서도 이들이 진정 지키고 싶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스티스-44와 도시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그날 밤 재민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들의 믿음은 무참히 짓밟힌다. 우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저스티스의 판결을 믿습니다.” “그럼 저를 왜 찾아오셨나요?” “믿음이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필요해서요.” _본문 중에서 디스토피아와 SF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제적 작품 대AI의 시대, 인간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 이기원 작가는 『쥐독』을 통해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쥐독』과 주제는 다르지만 삶과 기술의 딜레마에 대해 통찰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사사기』는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하는 작가의 고뇌와 문제의식이 가감 없이 발휘된 소설이다. 작가는 『사사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응축된 사법체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특유의 인식체계에서 발견하는 심증까지 찾아내고 반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AI판사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요즘, 작가의 고민처럼 과연 AI는 인간의 감정과 직관,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과학기술이 만든 정의의 허상과 인간만 가질 수 있는 진실에 대한 감각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AI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으며 전세계인의 귀추가 그쪽으로 주목되는 시대, 인간의 본질과 진실 탐구의 의미를 묻는 작가의 질문은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마지막 작품인 『리사이클러』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