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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惠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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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올리는 음식 중에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재료를 뺄 수 있는 음식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참 많아요. 제대로 재료를 넣고, 제대로 조리해야만 비로소 제 맛이 나게 되는….
사람 사는 것도 꼭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건너뛰어도 되는 일이 있지만 그 시기에 꼭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자식 된 도리, 아내 된 도리, 부모 된 도리를 제대로 하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마치 깨끗이 씻은 굴을 얌전하게 밀가루에 굴리고 달걀물에 담근 다음, 약한 불로 느긋하게 지져낸 굴전처럼 정갈하고 향긋하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 p.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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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가 다섯입니다. 시어머니와 다섯 며느리끼리 점심을 먹기로 벌써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버이날인 오늘, 예정대로 어머니 모시고 점심 먹고 왔습니다. (중략) 고기 구워 먹으면서 동서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잔잔한 행복이랄까? 뭐,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동서지간이라는 게, 가깝자고 들면 한없이 가깝고, 또 멀자면 끝없이 먼 관계죠. (중략) 그렇지만 오랫동안 서로 이런저런 일을 지켜보면서 살다 보니, 동서라기보다는 친구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같이 나이 먹어가는 여자들로서 뭐랄까. 연민 같은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래서, 어버이날 고부만의 점심 모임, 아주 오래도록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봤어요. 아주 오래도록….
--- p.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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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엄마, 난 엄마의 뭘까? 자식이라고 엄마에게 너무 치대기만 하는 것 같죠? 이 나이가 되도록 배추김치 한번 제대로 담글 생각하지 않으면서 엄마 눈치만 보고, 국간장은 그렇게 퍼가면서 장 담그는 일은 엄마에게 다 떠넘기고….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태어난 지 사흘 된 핏덩이, 엄마에게 떠 안겨서, 그 바람에 외손녀 하나에 친손자 둘까지, 손자들 셋 키우느라고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다리의 관절염도 심해지고…. 제 탓이에요. 엄마가 손자 키우느라 고생한 건…. (중략)
미안해, 엄마. 내가 엄마 호강시켜줘야 되는데, 그게 생각뿐이지 맘대로 안 되네. (중략) 엄마 울어? 울지 마, 엄마. 엄마 울리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거 아냐. 대구찜 먹다가 엄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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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에 펼친 식구 이야기
몇 년 전 갑작스레 퇴직한 남편, 퇴직하지 않았으면 밖에서 산해진미 다 먹고 다녔을 텐데, 이젠 집에서 먹는 요리가 전부겠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부치는 간전. 병환 중인 친정아버지 돌보느라 소홀했던 시어머니를 위해 준비하는 도토리묵, 어버이날 연례행사가 된 고부끼리의 외식, 나이가 들수록 생각나는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식구라는 말의 뜻이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듯 이 책의 저자는 남편, 시댁식구, 친정식구, 자식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담아 밥상을 차린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가족을 생각하며 울고 웃는 바보가 되고’, 반복되는 살림살이에 지친 마음을 다스리며 ‘냉장고 문을 열고 부엌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에세이와 요리책의 결합 이 책은 에세이와 요리책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굴을 깨끗이 씻고, 얌전하게 밀가루에 굴리고, 달걀 물에 담근 후, 약한 불로 느긋하게 지져야 제 맛과 제 모양을 내는 굴전을 부치면서 사람 사는 도리에 대해 생각한다. 제대로 재료를 넣고, 제대로 조리해야만 비로소 제 맛이 나는 요리처럼 자식 된 도리, 아내 된 도리, 부모 된 도리를 제대로 하면서 살고 싶다고…, 느긋하게 지져낸 굴전처럼 정갈하고 향긋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칼럼에 이어지는 요리수첩에서 굴전의 손맛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미 두 권의 요리책의 저자이며, 요리 사이트를 운영하는 저자의 요리 설명은 친절하면서 간단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열려 있는 부엌 창문 같다고 말한다. 음식 냄새도 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도 보이는….’ 가깝기 때문에 더 어려운 가족관계의 명쾌한 해법 이 책의 저자가 겪는 일들은 대한민국 모든 주부도 경험할만한 일들이다. 남편의 갑작스런 퇴직, 친정아버지의 병환, 시댁과 친정의 문화차이, 동서간의 갈등, 친정부모에 대한 회한. 큰며느리로서 겪는 어려움. 다른 주부들처럼 많은 갈등과 고민을 겪지만 저자는 좀 손해 보는 듯한 태도로 이를 현명하게 이겨낸다. ‘내가 좀 수고해서 다른 모든 식구들이 기쁘다면, 힘이 하나도 들지 않고, 아주 행복하고, 아주 즐겁다는 것. 세상사 다 맘먹기 달린 것 같다는’ 걸 오랜 결혼생활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며 ‘많이 반성하고 운다. 나 편하자고 남편에게, 아이에게, 부모에게 참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