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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 걸음은 나에게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중에 내 안에서 깨어나는 그 모든 것들 자기라는 한 마리 짐승을 만나기 전에 화장실에도 신의 축복이 짜이 한 잔 타지마할,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어느 미치광이의 신음 소리만으로 삼억 삼천의 신들께서 친히 지나가시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상하고도 익숙한 바로 나의 냄새 두 걸음은 비로소 함께 이 세상으로 강가에 꼭 네가 앉아 있을 것만 같아서 긴 머리를 자르고 나니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두고 온 신발 드디어 여신이 왔다 코라를 돌며 밀주를 찾아서 있으나 마나 한 푼돈은 마음마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만들 뿐 이상한 싸움 세 걸음은 아무것도 없는 다른 그 어딘가로 여행자의 방명록 짐작만 할 뿐 아무도 모르는 주발 침묵이라는 마지막 음절 모두가 어딘가로 떠나는데도 모두가 이곳에 시바 카페 끈 외로우면 외롭지 않아 어떤 무게가 아닌 내 영혼 한 걸음만 더 가서 내가 기다려야 할 것은 이곳에 없으리라 괜찮아 마음만 잃지 않았으면 오래된 골목에서 짜이를 자기를 끌고 가는 릭샤왈라 어떤 질문 짐꾼 위험한 이방인 한 걸음 뒤로 되돌아가서 아이들 몇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누런 해가 지고 검은 달이 차오를 때 진흙 정원 같은 노래를 두 번 부르지 않는다, 바울 3 다 지워버리고 남은 나를 길이란 어디로든 이르러야 길이다 저녁노을이 되어 사라진 두 발목을 그녀는 어디선가 어루만지고 있겠지 타지마할, 그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 나에게서 나를 빼면 너에게서 너를 빼면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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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서야 비로소 제 영혼이 아직도 저 먼 곳에 남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자는 홀로 빈 몸을 어둠 앞에 바쳐야만 하리라. 그 순간에야 겨우 한 문장을 이어 쓰며 잃어버린 영혼을 다시 불러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또 며칠은 심장이 뛰게 될 것이다.---pp.18~19
사라지지 말라고 휩쓸려 가지 말라고 내 한 몸을 붙들어주는 힘이 있다면 바로 영혼일 것이다. 흘러나오지 않고 몸 안에 깊숙이 머물러 있는 힘, 살아 있기 위해 움켜쥐고 있는 힘, 끊임없이 자기로 태어나는 어떤 아름다운 힘, 나는 그것을 영혼이라고 불렀다.---p.189 자기를 찾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파니샤드에 의하면 자기라는 범주를 지우는 것이다. 자기라는 것은 무수한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내가 만약 그 관계를 스스로 벗어나려고 했다면 그 안에서 태어난 자기를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pp.261~262 자기를 찾으려면 자기라는 범주를 벗어나야 한다. 자기를 지워버려야 한다. 내가 붙들고 있었던 것들을 놓아주기는 쉽지 않다. 내게 재물과 권세가 없으니 내가 지워야 할 것은 내 마음뿐이었다. 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나를 잃게 될 것이다.---p.262 아마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 인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멀고 아득하고 하염없는 곳. 그런 곳이라면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을 나는 찾았다. 도피였다. 모든 첫 여행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감추기 위해 뭔가 다른 상징이 필요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상상 속으로 자신을 지워버렸고, 낯선 곳으로 떠났으며, 방랑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놓아주었고, 가진 것을 버렸고, 눌러앉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뒤돌아서며 모든 것을 잊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나도 그들처럼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섰던 것이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헛된 기대마저도 다 잊기로 했다. 나를 지워버리기로 했다.---pp.299~300 사랑이 아름답다면, 영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영원에 닿아 있다. 하지만 영원을 이룰 수는 없다. 언젠가 우리는 죽는다. ---p.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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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보았다면 분명 신에게 가까이 간 거야”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詩적인 여행길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을 얻기 위해서일 테다. 시인은 시종일관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태어나는지,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픔을 느끼는지, 영원한 아름다움은 과연 존재하는지, 시인은 이 여행을 통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긴 흔적과 거기에서 발견한 풍경들이 이 책을 메우고 있다. 무엇을 찾아서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뜨거운 폭염의 나라에 왔던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신이 아니었을까. 신이 만든 것들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아름다움을 건너서야 신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멀고도 먼 이국에서 내 안의 어떤 유전자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기억 하나를 떠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222쪽 시인은 사랑을 위해 타지마할을 지으려 했던 한 사내의 꿈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영원을 꿈꾼 자는 누구나 아름다움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다. 거기서 시인은 한발 더 나아간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존재의 긍정 속으로. 그 답을 구하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시인이 발견한 또 다른 언어는 바로 ‘나’를 뜻하는 “자기”라는 말이다. 인도에서 시인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는 사기꾼에게 액수가 큰 지폐를 내밀기도 하고, 마치 인도에 사는 사람처럼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아보기도 하고, 구걸하는 걸인들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해 차라리 사기를 당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낯선 풍경 속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이 더 낯설어, “가장 먼저 내 앞에 다가오는 낯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여행은 비록 한순간일지라도 자기가 살아온 강제된 질서를 벗어나서 온전히 자기를 마주하게 한다. 나와 전혀 다른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18쪽 인도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연수의 글처럼 “성자의 나라, 혹은 폭력의 나라,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나라, 혹은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 만큼 더러운 나라”로 그 모순된 풍경이 확고하게 떠오르는 장소다. 선악과 미추가 뒤섞여 있는 모순 속에 던져진 여행자는 그제야 거대한 질서가 지워버린 온전한 ‘자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꿈꾸는 시인 글과 사진으로 환기하는 아름다움 인도를 여행한 뒤 쓴 산문이지만 이 책을 인도 여행기라고만 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도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 기록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멀리 돌아온 자의 고백이기도 하다. 해서 인도는 ‘지금 여기’에 고인 공기를 환기하는, 익숙한 무언가의 다른 편을 보게 해주는 매개가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만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대부분 그 새로움은 나의 삶이 되지 못했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찾는 것이 여행일지 모른다. 내 문장에 한때 그늘져 있던 것들. 그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단 한 번도 그런 떨림조차 내 손끝에서 파문이 되지 못하는 것들. 물결만이 저만치 건너편으로 떠밀려 가듯 내가 언젠가 놓쳐버리고야 말았던 것들. 나는 그 길을 따라갔다. ―21쪽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 떠난 여행,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수는 없는 장소를 꿈꾸는 방랑자, ‘나’를 찾기 위해 ‘나’를 지워버리려는 완전한 무無를 향한 열망. 이것들은 모두 “세계의 끝”을 찾아 떠난 시인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부르다 보면 제각각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