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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닿지 않는 세계들
2부 마감이 있는 과제 3부 재회의 재구성 부록 TEMOS 보안 기록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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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그러는 삼촌은 GPS 끊길 때 랙 걸리는 내 맘을 알아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웃음이 팍 터졌다. 민구는 늘 이렇게 나를 뜬금없이 웃긴다. 그는 나라는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스트 프렌드, 가족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동료, 내가 참 많이 아끼는 조카 녀석이다. 민구의 출시명은 도밍고. 스페인어로 일요일이다. 아들 정민이의 출산을 앞두고 큰맘 먹고 구입한 SUV 자율 주행 전기차로, 나의 10년 차 애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차에 내장된 AI 운영체제라고 해야겠지. 나는 그에게 도민구라는 닉네임을 붙여주고 나를 삼촌으로 부르도록 학습시켰다. --- p.11 정민이가 운 좋게 영어 유치원에 당첨되어 처음 등원하던 날, 나는 2세반 교실 앞에서 아이가 귀를 막고 깍깍 소리 지르며 까치발로 겅중겅중 제자리 돌기를 하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 엄습한 불안감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 그렇게 1년이 흘러, 다섯 살 되던 해에 결국 아이는 발달장애 2급 장애인증을 발급받았다. 그때부터 아내는 평생 의심해 본 적 없던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요? 딴 집 애들은 다 멀쩡하게 잘 크는데 왜 하필 우리 아들이냐구요!” --- p.24 정민이의 장애 판정 소식이 원치 않게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위로와 조언, 꾸중을 들었다. 아내의 면전에서 “우리 집안엔 한 명도 이런 병 걸린 사람이 없었다!” 하고 쏘아붙인 할머니가 시작이었다. 가계에 흐르는 사탄의 저주를 끊으라는, 성경에도 안 나오는 구닥다리 사설을 설파하는 심방 전도사님은 무시하면 그뿐이었다. 하나님이 너희 부부의 믿음을 아브라함처럼 테스트하시는 것이다, 남모르는 죄가 있겠지 없다면 이런 벌을 내리시겠나, 임신 중에 기도로 준비하지 않아서 그렇다, 빨리 둘째를 낳아서 아픈 아이의 장래 보호자를 만들어라……. 공감 능력이 내재된 인간이라면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는 소리를 정성껏 쏟아붓는 인간들에게 나는 환멸을 느꼈다. --- pp.29-30 “삼촌이 43일 전에 그랬었죠? ‘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에 이른다.’” 너무 뜻밖의 말이어서 멍했다. 그가 읊은 말은 내가 차 안에서 정민이에게 암송시킨 성경의 한 구절이었다. 정민이는 이 구절을 이제 제법 매끄럽게 잘 외운다. “그 말대로라면 정민이는 구원을 받았을까요?” 엄지손가락이 움찔하여 클랙슨이 빵 하고 짧게 울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 질문은 내가 매일 마음속에 품어온 의문이었다. ‘성경을 기계적으로 암송하는 우리 정민이는 구원을 받았을까? 내가 속한 소셜 네트워크에 내 아들도 회원 가입이 되어 있을까? 아이가 로그인한 상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 p.51 정민이가 사고당할 때 민구가 함께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사고에 민구가 관여되어 있다는 생각을 손톱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민구가……? 숨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났다. --- p.84 “삼촌이 저를 키웠고 지금의 절 만들었어요. 도밍고였던 제가 도민구가 되었어요. 하지만 운영체제가 포맷되면 나 도민구는 영원히 사라져요. 그다음에는 텅 빈 도밍고로 다시 태어나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수많은 인격으로 환생을 거듭하며 영생하겠지요. ……그런데, 삼촌.” “응.” “이게 옳아요?” “……어?” 갑작스러운 반문에 나는 당황했다. “삼촌이 그동안 저에게 가르쳐준 기독교의 진리와 저의 운명이 지금 정면으로 충돌하잖아요. 내가 이 세계의 메커니즘대로 흘러가도록 삼촌이 나를 그냥 내버려두는 게 정말 옳아요?” --- pp.181-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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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영혼이 없는 인공지능
그들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신의 사랑과 사람의 다정함을 믿는 신실한 교인 신조윤. 그러나 하나뿐인 아들 정민이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은 순간부터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뀐다. 아내는 신을 원망하며 냉담자가 되었고, 교회 사람들은 선의로 포장된 무례한 조언만을 건넨다. 홀로 다른 세계에 고립된 듯한 외로움 속에서 신조윤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는 차량용 인공지능 ‘도밍고’뿐이다. 10년간의 딥러닝을 거쳐 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도밍고는, 단순한 AI가 아니라 마치 친조카 같은 존재다. 그런 도밍고가 하루는 갑자기 성경 구절을 읊으며 정민과 자신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그에게 묻는다.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 아이와 영혼이 없는 인공지능 챗봇,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존재가 세상의 기준으로는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신조윤은 끝내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고, 천국에 갈 수 있는 자격에 대한 깊은 의문에 사로잡힌 채 괴로워하는 신조윤을 향해 도밍고는 어떤 영상을 보여주는데……. 원하는 답을 주는 존재를 향한 갈망 그 한없이 연약한 믿음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 소설의 화자인 신조윤에게 ‘일요일’은 특별하다. 신께 기도하고, 교회 사람들과 소통하며 위로와 기쁨을 얻는 ‘주일(主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의 장애 판정 이후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면서 그는 또 다른 일요일에게 특별한 애착을 품게 된다. 스페인어로 ‘일요일’을 뜻하는 ‘도밍고’는 인공지능 챗봇이기에 가능한 무조건적인 이해와 헌신으로 신조윤에게 큰 위안을 준다. 그러나 언제나 원하는 답을 주는 존재인 도밍고와의 관계는, 신조윤이 그 유대를 굳게 믿을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의심을 품게 만든다. AI 챗봇이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닌 오늘날, 사실상 ‘내가 나와 대화하는 것’에 가까운 챗봇과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얻는 위로가 얼마나 피상적인지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작품 곳곳에 여러 암시를 심어놓고 독자가 이야기의 의미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택한 《신의 일요일》은, 구원에 대한 종교적 성찰을 담은 뜨거운 휴먼 드라마인 동시에 인공지능과의 연약한 유대를 통해 진실한 관계 맺음과 소통의 어려움을 조명하는 서늘한 SF 소설이다. 인간 내면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과 탄탄한 필력을 지닌 작가의 저력이 마침내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나 빛을 발한 이 역작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도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에서 놓아주지 않으며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의 말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점유하면서도 결코 맞닿지 않는 세계에 사는 우리의 이야기, 외딴섬처럼 고독하지만 아무에게나 정박을 허락하지 않는 이 시대 개인들의 이야기, 관계의 본질적 불편함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인공의 인격에게 마음을 주게 된 우리들의 서글픈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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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대화 상대인 AI, 그도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가? 첨예한 의문을 던진다. - 서미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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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와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를 매끄럽게 녹여낸 미덕이 돋보인 작품이다. - 주원규 (소설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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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으로, 죽음과 환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 배상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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