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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흩어져 있던 사람들 며칠 후 들어오세요 촉진하는 밤 이 느린 물 접시에 누운 사람 그렇습니다 2층 관객 라운지 우리의 활동 분멸 누가 에필로그 월몰 가장자리 동굴 처음 시작하는 호신술 문워크 필로티 주차장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물 기록을 들추어 본다 영원 건강미 넘치는 얼굴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어 해단식 칠월 푸른얼음 토마토소바 2부 천사의 날개도 가까이에서 보면 우악스러운 뼈가 강인하게 골격을 만들고 더 잘 지운 날 꽃을 두고 오기 올가미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일인칭시점 공연 식량을 거래하기에 앞서 머리말 내리는 비 숨겨주기 저작 외출이란 무엇인가 우연히 나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남은 물 비좁은 밤 소모임 점심을 먹자 디버깅 백만분의 1그램 다녀온 후 립맨 내가 시인이라면 무한 학습 해설 끝에서 끝을 내다보는 밤ㆍ김언 |
KIM SO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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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없는 시 쓰기
i에 대해서 시를 쓸 때마다 그나마 음악도 들었고 약도 챙겨 먹었는데 오늘은 i가 왔는데 나는 태어날 수 있었는데 i를 위해 이불과 베개를 꺼냈다 자고 가라고 말했다 i는 우편함에서 자겠다고 그곳에서 같이 자자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미 i는 잠들었고 나는 i 몰래 i 없는 시를 쓰러 갔다 ―「머리말」 부분 안으로 숨어드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자아인 소문자 i는 시인의 전작(『i에게』)에서 이미 보아 익숙한 존재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i의 방문으로 시작되는 위의 시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i의 방문으로 시적 자아가 태어나고 그로 인해 김소연의 시가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이번엔 “i 몰래 i 없는 시를 쓰러 갔다”. 이제는 i가 없어도 시 쓰기가 가능한 것일까. 그 시는 어떤 모습일까. 앞서 다섯 권의 시집에서 탁월한 감각으로 극에 달한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i마저 모르는, 더욱 깊어진 어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극단이 끝이 아님을, 이 내면의 풍경이 끝나지 않는 도정 속에 놓여 있음을 한없이 끝으로 치닫는 밤을 통해 보여준다. 일괄 소등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것이 검정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밤 모서리로 밀려나는 밤 가속이 붙는 밤 귀한 것들을 벼랑 끝에 세워둔 것처럼 기묘하고 능청스러운 밤 벨벳 같은 부드러움을 한껏 가장하는 밤 단 한 순간도 고요가 없는 지독히도 와글대는 밤 무성해지는 밤 범람해지는 밤 꿈이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기 푸른얼음처럼 지면서 버티기 열의를 다해 잘 버티기 어둠의 엄호를 굳게 믿기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푸른얼음」 부분 밤에 대한 깊은 사유가 두텁게 덧칠되어 펼쳐지는 이 시에서, 그러나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는다는 모종의 의지는 여기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김언 시인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도 다시 생겨나는 끝이 여력을 만들고 의지를 만들고 또 믿음을 만든다. 이 믿음을 받아주는 곳에 다시 ‘밤’이 있다. ‘푸른얼음’처럼 모종의 권능을 지닌 밤이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다”라고 이번 시집에 나타나는 ‘밤’에 대해 설파한다. “하나의 극점을 넘어, 일종의 경계선이 되는 것도 넘어, 어떤 거대한 지대를 향해 가는 끝의 의미를 품”은 것이 이번 시집에서 말하는 밤이라는 것이다. “끝이 보이는 맑은 날”(『극에 달하다』)에 시작된 시인의 여정은 30년을 지나 “촉진하는 밤”에 이르렀으나 아직 끝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는 김소연 시인과 그림자를 끌고, “차분하고 투명하며 열렬”(『눈물이라는 뼈』, ‘시인의 말’)한 눈물을 따라, 아침을 맞고, 밤으로 향하면서 극에 달해 갈 수 있게 되었다. 밤에 굴하지 않고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림에 값하는 소중한 결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