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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여름 : 세화, 여름의 이름홍한별의 가을 : 오래된 이야기김소연의 겨울 : 미현실의 방허태임의 봄 : 봄의 눈전의령의 여름 : 안녕, 마우윤경희의 가을 : 장미철김지승의 겨울 : 통증의 유형은유의 봄 : 아가야,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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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衍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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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잃은 꽃 한 송이 앞에 멈춰 서는 일계절을 쓴다는 것은, 세계의 안부를 묻는 일이 글들이 특별한 이유는, 여덟 편의 글에 무엇보다 변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계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느끼지만, 그 감각을 붙들어 또렷한 문장으로 벼려내는 것은 결국 쓰는 사람의 몫이다. 사계절이라는 구분은 이 땅에 살아온 우리에게 응당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나, 더는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홍한별 번역가가 시장에서 산 가을 꽃게의 배를 갈랐을 때, 그 안에는 이맘때라면 비어 있어야 할 알이 들어차 있었다. 한 해에 한 번 산란하던 꽃게가, 언제부터 두 번씩 알을 배게 된 걸까. 윤경희 문학평론가는 시월의 담장에 철 모르고 핀 장미 한 송이에 이끌려, 그 꽃을 좇아 1년 내내 골목골목을 헤맨다. 오래 쌓인 절기의 이치가 무용해지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그 어긋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데, 그 응시가 곧 글이 된다.『계절 쓰기』는 자기가 사는 땅의 계절을 1인칭으로 적어온 오랜 기록의 전통 위에 놓인다. 동아시아에는 한 해의 절기와 살림을 날마다 적어 온 세시기(歲時記)가 있었고, 서구에는 자연의 열두 달을 기록한 자연 쓰기의 계보가 있었다. 다만 옛 기록이 해마다 되돌아오는 질서를 적었다면, 이 책은 그 질서가 어긋나기 시작한 자리를 적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거창한 장비도, 전문가의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 빈손으로 산책을 나서 철 잃은 꽃 한 송이 앞에 멈춰 서는 일, 그 작은 멈춤이 이미 이 시대의 기록이 아닐까. 여덟 편의 글은 기후 위기가 멀고 거대한 통계가 아니라, 한 사람의 몸으로 겪는 가장 가까운 사건임을 조용히 증언한다.그리하여 이 책에서 한 사람이 겪는 상실은 세계가 겪는 변화와 끝내 이어진다. 전의령 인류학자가 여름내 더위와 싸우다 떠난 고양이를 애도할 때, 그 슬픔은 해마다 혹독해지는 여름의 열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김지승 작가가 재개발로 사라지는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겨울은 수술과 치료로 무너진 몸이 통증을 견디는 시간과 나란히 놓인다. 세계가 잃어 가는 것과 한 사람이 잃은 것이 한 계절 안에서 만날 때, 계절을 쓰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의 안부를 묻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 물음을 따라 계절을 두 바퀴 도는 사이, 우리가 흘려보낸 줄 알았던 시간들이 조용히 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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