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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작가세계』가을호에 「호수에 갔었다」「가설무대를 설치하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1997년 첫 창작집 『그믐달을 베고 눕다』를 상재한 바 있는 젊은 작가 이호림의 첫 장편소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가 간행되었다.
90년대 후반부터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65년생 작가군- 정영문, 배수아, 윤효 등과 더불어 이호림은 주제의 비(`)단일화, 인용의 과감화, 의식의 파편화, 시공간의 산만화와 같은 기법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가볍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호림의 첫 장편소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재미나다. 물론 소설이 재미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소설이 재미를 갖추었다는 건 분명 미덕이지만, 한편으로는 문학적 진정성을 상실한 채 가벼움과 치기로 전락할 위험성도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양면성을 주목할 때 소설이 재미를 앞세운다는 건 위험한 곡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소 위태위태해 보이기는 해도, 문학적 진정성을 소설의 말미까지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삼십대 초반의 중년남자가 옛여자를 찾아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간다는, 어찌 보면 흔하디흔하고 진부해 보이는 소재가, 진부하게 읽히지 않는 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진정성 때문이다. 얼핏 일별하면 흔한 연애담처럼 보이고,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제목 역시 다소 통속적인 뉘앙스를 물씬 풍기지만, 이 소설의 이면에는 또다른 서사가 내재되어 있다. 그 서사는 한국문학의 주류를 형성해온 문제의식과 맥이 닿아 있다. 그 서사는 매우 불순한데, 그것은 그 서사가 형성되어나오는 현실의 부정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 불순성 때문에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소설로 읽히지 않게 된다. 그러나 불순성이 형성되어나오는 조건은 <나>의 아버지로 대별되는 80년대적 상황이다. 80년대적 상황은 역사의 진행방향과 그 방향을 거스르려는 사적욕망에 사로잡힌 집단간의 충돌이 빚어낸 부정형의 상황이었다. 그 부정형의 상황에 대한 탈출구는 당연히 90년대이겠지만, 90년대적 상황이 그에 대한 진정한 탈출구일지에 대한 의심은 재고 삼고의 여지가 있는 일이다. 이 작품은 서사에 있어 중층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중층구조는 소설의 긴장을 유지시키고 연애담이 빠지기 쉬운 상투성과 진부성을 극복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주목되어지는 점은 서사의 구도가 매우 환상적이라는 점이다. 아니, 단순히 서사구도가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작품의 존재방식 자체가 환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이 작품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형 현실을, 완결된 형식으로써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그 부정형 현실에, 불순성에 대한 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정형 현실 즉, 그 불순성에 대한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 때 환상에 의존하는 건 자연스럽다. 환상은 출구 없는 현실의 비상구이다. 따라서 환상으로 존재한다는 건 출구 없는 현실에서의 비상구 찾기이다. 이 작품은 80년대적 불순성으로 인하여 왜곡되어버린 닫힌 사랑의 출구 찾기이며, 닫힌 사랑의 문열기이다. 그 비상구가 있는 곳, 환상과 현실이 맞닥뜨리는 그 접경지역 어딘가에서 사랑은 활짝 그 문을 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