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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리는 모두 질병 보유자
시빌과 스트럴드브러그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잠정적 환자 상태 1장야누스의 얼굴 죄와 벌 의도된 해석 2장그녀에게 생긴 일 새로운 세계 윙 비들봄의 손 법의 개입과 개인의 선택 3장직소퍼즐 같은 몸 어머니, 한 여자 침묵의 세계 4장도시를 폐쇄하라 말, 말, 말 장님의 우화 5장콜레라와 상사병 노년의 법칙 6장아브라카다브라 날건 말건! 7장뫼비우스의 띠 불신과 맹신 Micro No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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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보다 건강은 몸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이다. 내가 일하고 활동할 때 내가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완전히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태가 건강인 것이다. 그러나 건강은 정확히 정의될 수 없다. 그것은 ‘영양’의 문제일 수도, ‘위생’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지표를 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_p17, 「들어가며_우리는 모두 질병 보유자」 중에서 이 책은 삶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것이다. 질병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삶에 두루 나타나면서 여러 가지 해석학에 맞춰져 의미화되었다. 구조화된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에서 비정상으로 분리되었고, 무엇보다 의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치료약 덕분에 제약회사와 대중매체에 의해 질병이 만연하였다. _p23, 「들어가며_우리는 모두 질병 보유자」 중에서 프리다는 평생 여러 번의 수술과 유산을 경험했고 거의 언제나 고통 속에 있었다. 고통이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의지가 되었다 해서 그녀가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몸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성적인 고통이 오히려 몸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했을 터이다. 그러니 아픈 몸으로 살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과 그리고 외부 세계와도 투쟁해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의식, 자아 간의 관계와 거리를 조절하고 재설정하면서 닥쳤을 좌절감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죽기 직전의 일기에서 그녀가 남긴 말은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다. 그녀는 그녀 앞에 다가온 삶을 거부하지 않고 힘차게 살았지만, 다시 살고 싶지는 않을 만큼 뼈저리게 고통을 경험했다. 물론 우리는 그러한 그녀의 삶을 살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프리다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삶이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과 그런 삶을 방해하는 것이었기에 고통에 저항해야 했을 뿐이다. _p79, 「3장_직소퍼즐 같은 몸」 중에서 이처럼 병원 치료로도 아프기 이전의 몸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치’의 개념은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해지는 것이지 아프기 이전과 똑같은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폐결핵을 앓고 완치가 되었어도 폐는 상당한 손상을 입는다. 나이가 들어 폐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그러한 상흔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몸은 나의 의식을 건드리면서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지만, 증상을 불가피하게 내 몸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따르는 것이다. “날건 말건!”의 ‘느낌표’로 우리 몸을 다독이면서 삶을 지속시켜 가야 하는 것이다. _p148, 「6장_아브라카다브라」 중에서 일상적으로 참는 데 익숙한 고통도 최근에는 질병으로 확장되어 목록으로 재정립한다. 속쓰림 같은 일상적인 고통이나 수줍음과 같은 자신감 상실이 그렇다. 이러한 것들은 예전에 미처 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속쓰림 대신 ‘위 식도 역류’로, 수줍음 대신에 ‘사회 불안장애’로 병명이 재정립되는 순간, 의학 분야로 넘겨지면서 치료를 요하는 질병처럼 취급된다. 그리고 병으로 의식하지 못했던 과거를 미개의 탓으로 돌린다. ---p161, 「7장_뫼비우스의 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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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인간이 이름 붙인 추상적 총체에 지나지 않는다
―‘삶’으로서의 질병, 인간이 부여한 그 역사를 좇다 일상 속 가장 흔한 위험인 ‘질병’. 수술을 받아서, 이름도 복잡한 약제를 한 움큼 삼켜서, 운동을 해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야 할 상태로 간주된다. 현대사회에서는 마치 젊음이 건강이며, 건강이 정상인 듯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와 대척점에 있는 질병은 비정상인 것일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먼 옛날에는 질병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아픔, 쓰림, 불편함 등의 증상들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인간이 증상을 분류하고 여러 증상을 묶어 하나의 병으로 명명함으로써 비로소 질병이 탄생한 것이다. 이때부터 병증은 당연히 감내해야 할 생의 과정이 아니라, 건강이라는 이름의 정상 상태로부터 구분된 비정상적인 상태로 지정되었다.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질병, 영원한 추상성』은 이러한 질병의 추상성에 주목한다. 저자는 15편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 병증과 고통이 역사와 문학, 삶 전반에 걸쳐 어떻게 다양하게 인지되어 왔는지, 사회와 일상에서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 보여 준다. 질병은 시대마다 탄생하고 유행하는 것이다 ‘건강’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것처럼, ‘질병’의 기준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책에 인용된 “난시와 근시의 결점이 농경사회나 목축사회에서는 정상일지라도 항해사나 조종사에게는 비정상이다.”라는 캉길렘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같은 증상이라도 시대의 필요에 따라 질병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질병은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이 이름을 부여하고 특질을 규명한 역사만을 갖는다. 이에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부터 우리나라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들어 인간이 질병에 부여한 역사를 좇는다. 소포클레스의 서사시 『오이디푸스 왕』에 등장하는 질병은 윤리적인 과오에 대한 징벌이었다. 샬롯 브론테의 『빌레트』의 독신녀들은 처녀도 가부장제의 현모양처도 아니라는 이유로 질병을 부여받아 ‘불능’하게 묘사된다. 『댈러웨이 부인』의 셉티머스는 신경쇠약으로 인해 낙오자로 분류되어 사회적으로 숨겨지는 ‘요양원행’을 지시받는다. 『인형의 집』에서도 『드라큘라』에서도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에서도, 질병은 저주, 비정상적인 상태, 사회적으로 배척받아야 할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페스트』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와 같이 개인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는 전염병에 이르면 질병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모두의 삶이 된다. 병의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삶이 파괴되는 양상 자체가 질병이며, 병증을 통해 인간의 치부가 어떻게 드러나게 되는지 여실히 그려진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는 콜레라와도 같은 상사병, 노화의 온 과정에 거친 기다림, 콜레라를 빌미로라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사랑 등이 등장한다. 평생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프리다 칼로처럼, 자잘한 고통을 달고 살아가게 되는 노인들처럼, 질병은 곧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책은 삶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것이다. 질병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삶에 두루 나타나면서 여러 가지 해석학에 맞춰져 의미화되었다. 구조화된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에서 비정상으로 분리되었고, 무엇보다 의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치료약 덕분에 제약회사와 대중매체에 의해 질병이 만연하였다. _본문 중에서 질병은 인간에 대한 신의 징벌이기도 했고, 사회에 불필요한 인간을 제외하는 구실이기도 했다. 원인 모를 떼죽음도, 속쓰림도, 수줍음 많이 타는 사람도, 노화의 증상들도, 모두 의사들이 ‘진단’하기 전까지 인간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마치 그 유명한 김춘수의 「꽃」에서처럼 페스트로, 위 식도 역류로, 사회 불안장애로, 류머티즘, 알츠하이머, 동맥경화와 같은 각각의 병명으로 이름 붙여지는 그 순간 질병이 탄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병명이 정해졌기 때문에 질병이 삶에서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배척되는 것이다. 질병의 명명은 일상을 의학기술의 기준에 맞추어 비정상으로 만든다. 그때부터 우리의 삶은 더 악화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지는 것이다. 이 위험에 대한 공포는 대중매체에 의해 확산되고 보험, 영양제, 헬스클럽, 건강식품 같은 자본주의의 굴레를 키워나간다. 이에 저자는 내 몸과 내 병증에 대한 진단이 의학기술과 대중매체의 신화가 아닌 오로지 나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의학기술의 틀이나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내 고통에 관여하여 질병으로 나타나는 내 고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기술과 대중매체가 강요하는 건강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는 모두 질병 보유자가 된다. ‘내’가 느끼는 고통, ‘내’가 골라내는 비일상성을 생각할 줄 알아야만, 질병이라는 추상성의 세계가 조성하는 위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 인문학 Micro Humanities 이 작은 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 인문학’, 인문학이 블록버스터일 수 없는 이유 이제는 ‘마이크로’다! 인문학은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고, 일상을 통해 작동해야 함을 말하는 작은 인문학 책, 마이크로 인문학(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의 시민인문강좌를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탄생한 마이크로 인문학은 지난 1월 출간된 1차분 4권『생각, 의식의 소음』(김종갑)·『죽음, 지속의 사라짐』(최은주)·『선택, 선택의 재발견』(김운하)·『효율성, 문명의 편견』(이근세)과 뒤이어 출간된 『질병, 영원한 추상성』(최은주)에서처럼, 현대인의 정신병이나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에서부터 기억, 사랑, 웃음 등에 관한 인문학적인 탐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 인문학은 인문학이란 게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문제들, 혹은 사건들을 다루는 활동이며, 인문학은 책이나 강의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기보다는 매일매일의 삶에서,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전혀 흥미롭지 않은 순간에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을 비교적 일상적인 키워드들생각, 선택, 장소, 진보, 아름다움 등을 통해 톺아본다. 01 생각, 의식의 소음―김종갑 02 죽음, 지속의 사라짐―최은주 03 선택, 선택의 재발견―김운하 04 효율성, 문명의 편견―이근세 05 질병, 영원한 추상성―최은주 06 증상, 문명의 고통―김석 07 장소, 삶의 동반자―정지은 08 사랑, 사랑의 발명―임지연 09 인정, 관용을 넘어―서윤호 10 진보, 발전의 잔인함―박삼헌 11 웃음, 감춤과 드러냄 사이―서유석 **06부터는 하반기 출간 예정 목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