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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21세기 인류세의 도래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_김종갑 2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포기할 자유, 인간에게만 있다_최은주 3장/ 횡단하는 신체, 사람과 숯 그리고 다이아몬드는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_김운하 4장/ 바디버든, 내 몸은 어쩌다 화학물질 칵테일이 되었을까? _이승미 5장/ 우리가 사랑하는 고기는 모두 어디에서 오는 걸까? _이지용 6장/ 지속 가능한 육식, 배양육은 처음이라… _주기화 7장/ 플라스틱, 살인의 추억 _심지원 8장/ 자연은 권리를 가지는가? _서윤호 9장/ 인류세와 포스트자연, 그리고 여성 _심귀연 10장/ 가이아 지구에서 개와 함께 춤을 _임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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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위기는 근대적 상상력의 실패를 의미한다. 나무와 돌에게서 물질밖에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상상력의 실패이다. 나무와 돌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성의 실패였다. 자신의 명령하는 목소리와 욕망에 취해서 자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근대적 세계관의 중심에는 그러한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고 관계하는 방식,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 p.44
지구 개발의 대가를 치를 대상에서 인간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의 착취 덕분에 자연은 “우리의 피부만큼이나 가깝고, 따라서 자연을 단순한 우리의 배경으로 취급하기 어렵게 된” 증거이기도 하다.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미세먼지 발생 국가인 인도, 중국, 몽골뿐만 아니라 인도의 접경국가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파키스탄의 대기오염 또한 인도에 영향을 미친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모래폭풍으로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연적이었던 모래폭풍이 점차 심해지는 것 또한 기후변화와 가뭄이 주요 요인이다. 이와 같은 초국가적 대기오염과 직면하면서도, 각 국가들은 인접 국가들의 탓으로만 돌릴 뿐 공동 대응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 p.59 우리 몸은 이미 ‘화학물질 칵테일’이며, 매일 더 높은 농도의 칵테일을 제조 중이라 하겠다. 쉐킷쉐킷Shake it, shake it 샴푸를 듬뿍 칠해 머리를 감고, 헤어젤을 바르고 스프레이를 뿌리며, 세균을 깡그리 죽여준다는 세정제로 하루에도 열 번씩 손을 씻고, 마블링이 완벽한 1++ 등급 한우 스테이크와 케이크 디저트를 먹고 난 후, 야식으로 맥주와 치킨을 시켜 먹고 농약 묻은 과일로 마무리하는 일상. 그러한 하루하루가 쌓여간다. (…) 결국 오래 살수록 바디버든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내 몸의 바디버든이 늘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지구 몸의 바디버든도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일회용품을 제조할 때, 그것들을 한번 쓰고 버릴 때, 내 입에 들어갈 소와 닭을 기를 때, 샴푸와 샤워젤과 헤어로션이 범벅된 목욕물을 하수구에 흘려보낼 때, 방향제나 탈취제를 뿌려댈 때, 그때마다 내 몸에도, 그리고 지구 몸에도 바디버든이 추가된다. --- p.129 배양육과 3D 푸드 프린팅이 결합한 디지털 음식 제작의 미래, 식량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작업 시나리오에서는 이처럼 사회적 체계와 기술적 체계가 함께 진화한다. 디지털 제작이 민주화되면서 삶을 향상하기 위해 비트를 지렛대로 삼아 원자를 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그래서 배양육을 가정과 지역 공동체에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비유적으로나 말 그대로나 현실을, 식량 민주주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p.167 자연은 더는 수동적 존재로 남겨지길 원하지 않는다. 어떤 능동적인 힘도 가지지 못한 채 그 생을 마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러브록은 자연을 가이아의 이름으로 다시 살리고 있다. (…) 살아있는 지구라는 말의 의미는 지구가 마치 동물과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이해된다는 말이 아니다. 살아있는 지구란 하나의 비유로, 생물과 무생물의 총체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거대한 지구 시스템인 가이아의 일부로 우리가 존재한다. 이제 가이아는 더 이상 너그럽고 한없이 희생하는 여성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 p.231 |
‘인류세’ 시대, 왜 몸을 사유하는가?
2003년 스웨덴의 청정지역에서 나고 자란 유럽연합 환경위원 발스트롬은 기자회견장에서 충격적인 자료를 공표하였다. 자신의 피에 무려 28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핏속에는 놀랍게도 수십 년 전에 사용 금지된 약품까지 들어 있었다. 혈액을 분석한 비비언 하워드 박사의 말대로 현대인은 누구나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 일상생활에서 종종 언급되는 ‘바디버든’은 바로 이러한 문제다. 21세기 현대인은 이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와 같은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지금의 시대는 인류까지도 멸망에 이르게 할 위험한 지질학적인 사태를 맞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했다. 정말 21세기는 이전과는 다른, 극심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일까? 몸문화연구소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이 시대 인간의 몸은 동식물과 광물의 몸, 강·바다·숲·공기 나아가 기계의 몸까지도 특별한 위계질서 없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깊이 연결된 생태학적 연결망을 이루고 있음을 재발견하고 지금의 시대를 ‘에코바디’ 시대로 칭한다. 내 몸과 지구를 살리는 생각의 대전환 생태-몸, 지구에 부착된 존재로 살아가기 이 책은 에코바디 시대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바디버든의 문제와 육식과 축산업, 플라스틱 등이 일으키는 문제들이 우리의 몸과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자연의 생태 윤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세에 자연과 여성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통해 우리의 몸이 지구 생태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몸된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한다. 2017년 3월 뉴질랜드에서는 왕거누이강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강과 같은 자연 그 자체에 인간과 같은 권리를 부여했다. 인도에서도 갠지스강 법인격 문제를 둘러싸고 사법부의 긍정적인 판결을 이뤄냈으며, 강뿐만 아니라 강고트리와 야무노트리 빙하의 법인격도 인정했다. 이들을 손상하거나 해를 끼치는 일을 사람을 다치게 한 일과 동일하게 판단된 것이다. 강과 산 등의 비인간존재들도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 이러한 사고는 에코바디 사회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던 기존의 방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윤리적 성찰을 보여준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물을 인간의 돌봄 아래 관리되어야 할 하등존재가 아니라 선조 때부터 이룩한 동맹의 약속을 지키고 예의를 다하는 ‘반려종’으로 대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이론가 브뤼노 라투르의 말대로 하자면, 인간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대기, 땅과 같은 무수한 지구적 존재와의 관계망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구부착자들로서 어스바운드Earthbound이다. 인간이 인간우월주의를 벗어나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스바운드적 존재의 위치로 조정하는 사고만으로도 생태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 책은 에코바디 시대, 인류세의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해나갈 지구적 삶의 방식을 새롭게 상상하고 심도 있게 숙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