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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 수명연장 과학 시대의 나이 듦과 삶의 의미 · 김종갑 2. 노화가 질병이라는 말에 관하여 · 서윤호 3. 우리의 노화는 과연 언제 시작되는가? · 류재한 4. 낡고, 고장나고, 결국 분해될 몸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 심귀연 5. 여성들은 어떻게 나이 듦을 맞는가? · 김지율 6. 노년의 삶과 사랑, 그 특별한 아름다움에 관하여 · 임지연 7. 나의 죽음을 부탁해 · 김문정 8. 어느 우주해적 노파의 생태적 나이 듦과 죽음 · 주기화 9. 나이 듦의 우울과 자기돌봄 · 한상규 10.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지구도 구할 수 있다면? · 김운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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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는 《노년에 대하여》에서 노년을 단순히 건강과 기력의 쇠퇴가 아니라 정신적 성장과 내적 평온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의 시기로 꼽았다. 과연 그럴까? 초고령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고령층 인구가 너무나 많은 사회에서는 노년의 특권이었던 권위와 지혜의 기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요즘 누가 환갑을 하늘이 내려준 축복으로 여기며 축하를 하겠는가. 지금은 파푸아뉴기니와 같이 고령 인구가 극소수인 사회에서나 노인이 극진한 대접과 존경을 받으며 살 수 있다.
--- p.19 인간은 몸된 존재이다. 몸은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며, 가능성인 동시에 제한성이고, 전진과 동시에 후퇴고, 생성인 동시에 퇴락이다. 몸은 영원하지 않다. 몸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죽음이 도래한다. 싱클레어는 반발하겠지만, 생로병사는 춘하추동의 변화처럼 몸의 자연스러운 질서이다. 무한의 시간 속에서 몸은 찰나의 불빛같이 반짝거리다 떠난다. --- p.70 뿐만 아니라 오늘날 노인의 이미지는 셰익스피어 시대의 역할과 다른 과업으로 씨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이 든 미망인은 어떻게 데이트해야 하는가? 자녀에게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기대해야 하는가? 이러한 과업들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 왜냐하면 데이트와 같은 문제는 노인들에게 특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 p.82 낡은 가죽은 교체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멋스럽기도 하다. 노안으로 인해 안경을 두 개나 써야 하는 사람이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안경도 나름 멋있다. 물론 번거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번거로움에도 시간을 들여 차를 우려내고, 커피를 내리고, 만년필에 잉크를 넣는다. 그 모든 일을 사랑하면서 왜 나는 늙은 내 몸을 교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가? --- p.108 푸코는 사회 구조와 제도가 직접적으로 개인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훈육하고 제도에 순응하는 몸을 만듦으로써 생성되는 권력구조를 주시했다. 같은 측면에서 여성주의자들은 여성들이 운동, 식이장애, 성형수술 등으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감시함으로써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그들로부터 자원을 얻는 행위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처럼 현대의 미의 기준은 성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들의 삶을 제한하는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매력적인 여성들이 심리적·사회적으로 보상받는 구조를 통해 사회 통제를 더욱 강화한다. --- p.122~123 보통 노년의 섹슈얼리티는 징그럽다, 민망하다, 거북하다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성관계나 섹슈얼리티를 젊은이들의 것으로 독점하려는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한 불평등은 노인들을 성, 젠더, 욕망, 육체성 같은 인간의 기본적 조건들로부터 차단하는 행위와 같다. 즉 노인을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차별 행위인 것이다. --- p.142 실제로 임종을 앞둔 대다수의 환자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삶의 품위를 유지하고,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소소한 일들을 정리하며,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남은 시간 동안, 이 세상에서 자기 삶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163 ‘횡단-신체성’은 언제나 이미 능동적이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물질세계에 우리 몸이 항상 ‘노출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이때 우리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노출’은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연대의 전제조건이 된다. 취약함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다른 존재들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노출은 윤리적 연결과 정치적 행동의 기반이다. 노출되어 넓은 생태계, 즉 제각각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지닌 존재들과 연결되는 것은 즐거움, 쾌락, 기쁨이기도 하다. --- p.180~181 우울증 증상은 나이와 관계없이 전 생애에 걸쳐 흔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다만, 노인의 우울증을 더 심각한 문제로 보는 이유가 있다. 배우자와의 사별, 신체기능 저하, 질병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따르는 스트레스와 고통의 정도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노년기 우울증 가운데 11% 정도는 가성치매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앞서 언급한 요인들 때문에 자살로 연결되기도 쉽다. --- p.215 시민들이 평균 120년에서 150년 이상 사는 공동체는 어떻게 재조직해야 할까? 삼십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생 단 한명의 배우자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교육제도, 취업과 은퇴, 결혼제도, 의료보장제도 등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가진 사회를 창조해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p.238~2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