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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나딘 고디머의 첫 장편소설
‘최고의 여성 성장소설’로 꼽히는 걸작 “노벨의 유언과 같이 장엄한 서사적 소설로 인류에 위대한 공헌을 한 작가.” _노벨상 선정 이유 어두운 무지와 순수의 산에 내리치는 번개처럼 방황하는 청춘에 다가온 사랑과 우정, 그리고 부조리한 현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남아프리카 광산촌의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안온한 어린 시절을 보낸 헬렌 쇼. 백인들이 지닌 특권 속에서 성장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진통의 첫 단계와 다음 단계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듯’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며 대학 진학을 고민한다. 그해 여름 나탈의 남부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던 헬렌은 자연주의자 루디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둘러싼 삶의 진부함과 그 속에 감춰진 위선을 깨닫는다. 이후 광산촌을 떠나 요하네스버그 대학에 진학한 헬렌은 요엘, 메리, 이사, 마커스 부부 등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흑인 사무국에서 일하는 폴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면서 인종차별이 날로 심해지는 남아프리카의 현실에 눈뜨게 된다. 흑인들이 처한 차별과 고통 앞에서 죄의식에 사로잡힌 헬렌은 그것이 자신만의 감정이 아니며,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백인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내가 주변의 흑인들을 가구, 나무, 내 인생이 지나가는 도로에 있는 표지판과 같은 것이 아니라 노인과 소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의 얼굴로 구별해서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 내 마음 속에서는 무엇인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를 서서히 갉아먹는 죄의식이었다. (…) 그것은 흑인 죄수 노동자들을 발로 차고 구타하는 백인 민족주의자 농부에게도 있었고, 내 안에도 있었다. 우리는 입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모호한 고통처럼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물리치려 했다. (…) 그러나 마음 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그것이 거친 모직 셔츠처럼 몸에 들러붙을 수도 있는 법이다. (342쪽) 이처럼 고디머는 헬렌이 느끼는 죄의식 속에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가 남아프리카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자기 정체성 탐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인간에 보편적으로 내재한 윤리적 감수성이 모든 차별과 억압에 대한 저항의 희망임을 역설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양심, 나딘 고디머가 전하는 인간 자유와 존엄에 대한 메시지 《거짓의 날들》은 백인민족주의 정권이 집권하고 인종차별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40년대 말부터 1950년까지의 남아프리카를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 정책은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철폐할 때까지 반세기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만델라가 28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옥문을 나서며 “나는 나딘을 만나야 합니다”라고 했을 만큼 남아프리카의 양심을 상징하는 작가 나딘 고디머는 1953년 《거짓의 날들》을 발표함으로써 남아프리카에 닥친 인간성의 위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소설 속 헬렌을 통해 말하고 있듯 자신이 발 디디고 살아가는 남아프리카의 현실이 그토록 좋아하고 탐닉했던 책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디머는 직접 그 세계를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들었고, 평생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디머는 소설가로서 진정한 출발을 알린 《거짓의 날들》에서 젊은 날의 허위와 허상을 가감 없이 고백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짧게 생각되지만, 당시에는 길고도 끝이 없는” 젊음의 한 시절을 아프게 건너며 성장한 인물들을 통해 어떤 추악한 현실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헬렌은 거짓된 삶과 인간성을 잃은 남아프리카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유럽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결심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멸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의 현실에 등 돌리지 않고 펜으로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고디머는 이 소설의 끝에서 자기 삶의 진정한 출발을 선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