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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1장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정체 2장 주고받기의 한계 3장 증여가 ‘저주’로 변할 때 4장 산타클로스의 정체 5장 우리는 언어놀이 속에서 살아간다 6장 ‘상식에 대한 의심’을 의심하라 7장 세계와 다시 만나기 위한 ‘발산적 사고’ 8장 이름 없는 영웅이 떠받치는 일상 9장 증여의 전달자 마치며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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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증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럴 만한 일입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진출해서도, 증여에 대해 누구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 가족, 친구, 연인 등 우리가 소중한 사람과 맺는 관계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 때문에 전혀 고민해본 적 없는 사람은 매우 적겠죠. 왜 우리는 그런 관계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 관계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증여)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p.10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반드시 ‘전사前史’가 존재합니다. 그 전사는 사랑 이전의 사랑, 증여 이전의 증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 역시 그의 부모 혹은 양육자로부터 용모가 뛰어나다든지, 재능이 있다든지, 경제적으로 이점이 있다든지 하는 ‘사랑받아야 할 근거’ 따위와 무관하게 돌봄을 받았습니다. ‘내게는 양육을 받을 만한 근거도 가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랑받았다.’ 즉, ‘부당하게 사랑받고 말았다.’라는 자각, 깨달음, 혹은 그런 느낌을 아이는 ‘부채’로 짊어집니다. --- p.31 증여하는 사람은 자기 이름을 내걸어서는 안 됩니다. 이름을 밝힌 순간, 보답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증여는 정체가 들키지 않았을 때만 올바른 증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들키지 않는 증여는 애초에 증여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어느 날 어딘가에서 그것이 증여임을 ‘깨달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증여였구나, 하고 과거형으로 파악되는 증여야말로 증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증여의 수취인으로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 p.102 우리는 언제나 타인의 선의를 놓치고 맙니다. 정확히 말해서 사랑은 그것이 사랑인 이상 발견하지도 눈치채지도 못하도록 건네집니다. 사랑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정체를 숨긴 채 우리 곁으로 찾아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능한 일이란 ‘이미 도착한 편지를 다시 읽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이미 도착해 있는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인간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 p.131 역설적이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언가가 ‘없음’은 잘 알아채지만, 무언가가 ‘있음’은 깨닫지 못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거기 있는 것’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거기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야 마땅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이 만약 없어지면 정말로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 p.206 이름 없는 영웅은 자신이 발신한 증여를 깨닫는 사람이 없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도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까지 하죠. 왜냐하면 수취인이 자기가 증여를 받았다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가 평화롭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 p.237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우리의 일상과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좋은 걸 공유하는 마음, 건전한 부채의식, 그리고 이름 없는 영웅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증여’라는 행위에 대하여 김겨울 작가 · 김소연 시인 강력 추천 2021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 제29회 야마모토 시치헤이상 · 아마존 베스트셀러 모든 사물이 상품이 되고 온갖 행위를 서비스로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우리는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몰래 건네는 선물부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타인을 돕는 행위까지.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증여’의 원리를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이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고 나아가 우리 삶의 의미와 잃어버린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토머스 쿤의 변칙현상,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카뮈의 시지프 신화, 셜록 홈즈의 추리 기법,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까지 광범위한 인용과 흥미로운 사례를 바탕으로 증여의 본질에 다가간다. 젊은 철학자의 데뷔작으로 출간과 동시에 현지에서 ‘증여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문가와 독자의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야마모토 시치헤이상과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독자가 선정하는 비즈니스서 그랑프리 교양 부문 등에서 수상했다. 발신인을 숨긴 선물이자 과거에서 도착한 메시지 증여는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되는가 증여란 무엇일까. 이 책은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가 익숙한 듯 낯선 개념인 ‘증여’의 원리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흔히 ‘재산 증여’나 ‘증여세’ 등 법률 용어로 소비되는 증여. 저자는 ‘증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그것의 이동’이라고 일단 정의한다. 또한 증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교환의 논리와 대척점에 있으며 상품으로 치환되지 않는 행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증여에는 반드시 전사가 있어야 한다’, ‘증여가 상대에게 닿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즉각적인 보상과 효능감을 원하는 순간 증여는 실패한다’ 등 증여의 특성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는 느리지만 흥미로운 풍경이 가득한 우회로를 택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광범위한 인용과 다양한 사례를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증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선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자. 한 남자의 어머니가 인지저하증(치매)을 앓고 있다. 어머니는 웬일인지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바깥으로 나간다. 아들이 어머니의 외출을 막으려 하면 어머니는 절규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고민하던 아들은 한 베테랑 요양보호사에게 상담을 청했다. 사연을 들은 요양보호사는 어머니의 오빠에게 연락을 해 ‘오후 4시’라는 시간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의 오빠는 대답한다. “오후 4시는 아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던 시간이었어요.” 위 사례는 증여의 의미와 원칙을 정확히 드러낸다. 어머니는 인지저하증의 흔한 증상인 ‘배회’를 하는 것으로 오해받았지만 실은 ‘아들을 외롭게 둘 수 없다’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갔다.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증여는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아들에게 도착했다. 아들이 깨닫기 전까지 어머니의 증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발신인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건네며, 수취인이 받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혹은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깨닫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수취인이 받았음을 깨달은 뒤에 다시 다른 사람에게 건네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증여다.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된 뒤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부모님의 선물,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들. 발신인을 숨긴 선물이자 뒤늦게 도착한 편지. 여기에서 증여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 비트겐슈타인부터 셜록 홈즈까지 증여의 정체를 밝혀내는 흥미로운 지식의 여정 ‘증여는 수취인이 발견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는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를 가져온다. 언어놀이(language game)란 한 언어에 대한 이해는 그 낱말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낱말을 사용해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을 때 성립된다는 개념이다. 누군가의 “창문을 닫아줘.”라는 말에 다른 사람이 창문을 닫았을 때, 어린아이가 그 상황을 통해 창문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언어놀이에 기초한 학습이다. 언어놀이의 토대가 되는 것은 ‘상식’,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세계상’이다. 이를테면, 저울 한쪽에 3그램과 5그램 추를 놓고 다른 쪽에 8그램 추를 놓았을 때 균형이 안 맞는다면(불합리성), 우리는 ‘3+5=8’(세계상)이 틀렸나 의심하지 않고 저울의 고장을 깨닫게 된다(발견). 과학사에서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은 수많은 발견을 이끌어냈다. 멘델레예프는 63개의 원소를 배열해보고 주기율표가 미완성임(불합리성)을 깨달았지만 주기율(세계상)을 확신했기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을 빈칸으로 남겨둔 채 주기율표를 발표한다. 그로 인해 비웃음을 받았지만, 훗날 멘델레예프의 예언대로 빈칸의 원소들이 차례차례 발견된다. 주기율표의 빈칸이라는 불합리성이 여러 원소들의 발견이라는 합리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윌리엄 하비 역시 심장이 매일 6000킬로그램의 혈액을 내보낸다는 사실과 혈액이 심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기존 이론의 모순(불합리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혈액순환론’이라는 새로운 세계상을 발견한다. 토머스 쿤이 ‘변칙현상’이라고 규정한 이 불합리성은 과학이라는 언어놀이에서 탐구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학뿐만이 아니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인물, 셜록 홈즈 역시 오랜 세월 축적한 지식(세계상)을 바탕으로 변칙현상을 검출해내며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다. 홈즈는 파트너 왓슨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손목은 하얀데 얼굴은 구릿빛인 왓슨의 인상착의(변칙현상)와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벌였다는 지식(세계상)을 바탕으로 군의관이라는 그의 직업을 추리해낸다. 그리고 앞서 인용한 ‘오후 4시의 배회’ 일화로 돌아가보자. 아들과 상담했던 베테랑 요양보호사는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에 기초해 어머니의 배회를 변칙현상으로 판단해낸다. 주기율표의 빈칸, 6000킬로그램의 혈액, 얼굴이 그을린 의사, 그리고 특정한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어머니. 이런 변칙현상을 알아채는 능력이 바로 증여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저자는 토머스 쿤의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 개념을 동원해서 논지를 이어간다. 앞서 언급한 셜록 홈즈와 ‘오후 4시의 배회’ 속 요양보호사가 바로 수렴적 사고 능력을 가진 인물로, 수렴적 사고는 상식의 틀 안에서 변칙현상을 깨닫고 설명하려 하는 사고법이다. 그에 비해 발산적 사고란 ‘상식을 의심’하고 세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고법으로,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일(변칙현상)을 묘사함으로써 세계상을 파괴해버리는 SF 문학의 기초가 된다. 우리는 수렴적 사고를 통해 변칙현상인 증여를 깨달을 수 있고, 발산적 사고를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이 세계와 다시 만날 수 있다. 일상의 혼란에서, 자본주의의 빈틈에서 발견되는 증여 우리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정전과 일용품의 품절부터 화재와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갑자기 크고 작은 혼란이 찾아왔을 때 안정된 일상이 무너지고 비정상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우리의 일상 자체가 보이지 않는 외력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불안정한 평형 상태는 아닐까. 저자는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증여를 말한다. 남모르게 재앙을 없애고 사회를 유지시키는 숨은 공로자, 바로 ‘이름 없는 영웅들’이다. 앞서 언급한 수렴적 사고/발산적 사고 같은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불안정한 평형 상태인 우리의 일상이라는 변칙현상을 깨달은 사람만이, 이름 없는 영웅들의 존재를 알아챈 사람만이 또 다른 이름 없는 영웅이 되어 증여를 전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주의적 교환의 논리가 마치 세상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현대 사회, ‘쓸모없는 것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점점 퍼져가는 오늘날, 이 책은 자본주의보다 훨씬 오래된 사회 구조인 ‘증여’를 부활시킨다. 증여의 윤리는 결코 이상주의에 함몰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본주의의 빈틈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공존하는 가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자신이 받은 증여를 깨닫고 스스로 증여의 전달자가 될 수 있을까? 삶의 의미와 일의 보람은 어떻게 우리에게 찾아올까? 책의 결말에 이르면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일상과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조건들이 실은 과거로부터 받은 무수한 증여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된다. 교환의 논리로 작동한다고 믿었던 자본주의 사회가 실은 증여로 이루어진 세계였음을, 그리고 증여란, 증여를 깨닫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것을. |
이 책은 증여에 대한 단순한 찬양이나 증여를 촉구하는 일차원적 프로파간다와는 거리가 멀다. 그 대신 이 책은 인간 세계의 본질이 증여에서 기원한다는 주장을 쌓아올리며, 교환 논리와 시장경제의 빈틈에 숨은 인간다움을 추적한다. 알고 보면 우리는 늘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안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증여를 받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 오로지 증여를 상상하는 사람들만이 스스로 상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삶의 조건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그 조건들이 사실은 증여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기, 이름 없는 영웅이 되어 삶의 의미를 얻기. 이 모든 인간다움 아래에 증여가 있다. - 김겨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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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홉 개의 열쇠로 여는 문과 같다. 열쇠는 저마다 다르게 생겼고 차근차근 하나씩 열쇠구멍에 넣어 돌려야 한다. 드디어 문이 열린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계가 비로소 열린다. 나는 이 문을 세 번에 걸쳐 열었다. 처음 열었을 때에는 증여인 줄 오해해왔던 것들을 이해했다. 두 번째에서는 나의 오래된, 왠지 모를 나의 고독, 결핍감, 고장 난 마음 같은 것들에 대해 그 근거를 감지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내가 받아온 증여들이 여태껏 나를 지켜왔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앞으로도 자주 펼치게 될 것 같다. 이 세계에 깃든 미덕들을 못 알아보고 쉬이 낙담하는 어리석음에 빠질 때마다. -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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