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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
죽고 싶은 몸과 마음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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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이 책을 읽으려 하는 독자에게

1부 세계와의 접점

1 흔해빠진 평범한 행정입원
2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일상
3 살아 있다는 체감과 섭식장애
4 자폐스펙트럼을 자각하다

2부 더욱더 파고들기

1 쓸쓸하다
2 죽고 싶다
3 사과하다, 용서하다
4 자신을 용서하다
5 시간이란 무엇인가
6 만지다

에필로그
마치며

저자 소개 2

사이토 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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齋藤 美衣

1976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났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종합정책학부를 졸업했다. 네 살 무렵부터 타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외부와 상호 작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청각, 시각 등의 감각 과민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네 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1년 동안 입원했다. 열아홉 살에 섭식장애 증상이 나타났고, 이후 간헐적으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신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현재 스스로 알고 있는 진단명은 자폐스펙트럼, ADHD, 적응장애, 복잡성 PTSD. 백혈병으로 입원했을 때 읽은 책을 계기로 일본의 전통 시 단카(短歌)를 쓰
1976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났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종합정책학부를 졸업했다. 네 살 무렵부터 타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외부와 상호 작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청각, 시각 등의 감각 과민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네 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1년 동안 입원했다. 열아홉 살에 섭식장애 증상이 나타났고, 이후 간헐적으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신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현재 스스로 알고 있는 진단명은 자폐스펙트럼, ADHD, 적응장애, 복잡성 PTSD. 백혈병으로 입원했을 때 읽은 책을 계기로 일본의 전통 시 단카(短歌)를 쓰기 시작했다. 2022년 단카 작품 「말매미」 30수로 ‘제69회 O선생상’을 수상했고, 2024년 첫 번째 단카집 『세계를 믿다』를 출간했다.
출판 기획편집자로서 교양, 인문, 실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프리랜서 기획편집자로 일하며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나를 돌보는 책』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오작동하는 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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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2g | 128*188*15mm
ISBN13
9791191716436

책 속으로

나는 지금, 살아 있다.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겪은 일들을 내 생존을 이유로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라고,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정리하는 것에는 결단코 반대하고 싶다. 나는 죽지 않았지만, 몇 번이나 영혼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영혼의 살인에는 살인자가 없었다.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인들이 부적절한 언동을 한 적은 없었다. 앞서 적은 내 이야기에는 ‘악역’이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소리 내어 “상처 받았다.”라고 말하기가 몹시 어려워졌다. 나는 내가 입은 상처에서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내게 상처를 입혔을까. 누가 내 마음을 죽였을까.
--- p.49

“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의 의사가 내게 말했다. 지금도 하루에 스무 번 넘게 ‘죽고 싶다’는 발작에 시달릴 때가 있다. 그건 내 내면에서 치밀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급작스레 외부로부터 들이닥쳐서 나를 찌른다. 극심한 고통이 일어난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아름다운 것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고, 사람과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의 마음이 맞닿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죽고 싶다’도, ‘살아 있다’도, 전부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이 글을 읽는 당신께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당신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p.51

자폐스펙트럼이란 ‘무언가가 정형발달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이 근본부터 정형발달인과 다른 것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보는 세계는 대부분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다. 내게는 사람의 ‘색’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제각각 고유한 ‘색’이 있는데, 나는 수많은 색들이 담긴 색상표에서 망설이지 않고 하나를 골라낼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개개인의 ‘색’을 인식한다.
--- p.112

개인의 문제가 발생할 때, 그 이면에는 사회의 문제가 적잖이 숨어 있다. 그 때문에 개인이 느끼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과 관련한 문제는 개인적인 것인 듯해도 실은 사회구조의 문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리저리 헤매며 고찰하는 ‘사과’와 ‘용서’도 나만의 개인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문제이며, 또 다른 누군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p.174

잘못과죄는 대체 누가 정하는 것일까?
“용서를 빌다”에 관해서는 앞서 상대방을 향해 이뤄지는 행위라고 적었는데, 혹시 “잘못과 죄를 인정”하는 것도 실은 사과받는 상대방에 달려 있는 일 아닐까? ‘잘못과 죄’를 정하는 것은 그 행위를 한 사람이 아니라 그 행위를 당한 상대방 아닐까?
“그럴 셈은 없었다.” “나도 힘들었다.” “그런 걸로 상처받다니 생각이 지나치다.” “어쩔 수 없었다.”
일찍이 내가 들었던 말들이 내 몸을 통과한다. 이 말들은 모두 그 행위를 한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이 말들은 내게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지 않은 것’을 내가 ‘용서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p.182

타인과 함께 있는 것.
나는 이 짧은 문장 속에 ‘나’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함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가 없이 어떻게 타인과 함께 있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되찾아야 한다. 이미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나를 빠짐없이 찾아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내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

--- p.189

출판사 리뷰

“열네 살부터 내가 살아간 시간은, ‘말년’이었습니다.”

ADHD+자폐스펙트럼+섭식장애+자살충동+백혈병...
'죽고 싶다'와 '살고 싶다' 사이에서 써 내려간 가장 내밀한 기록

묻어둔 내면의 고통을 어떻게 꺼낼 것인가
어떻게 세계와 다시 만나, 살아갈 것인가


『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는 ADHD, 자폐스펙트럼, 섭식장애,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 여러 질환과 장애 당사자인 저자가 반복되는 자살성 사고와 적응장애로 고통받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기록을 엮은 책이다.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과 겪어온 일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1부와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면의 고통을 탐구한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투병기’나 ‘회복기’가 아니다. 끊임없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면서도 모순투성이인 자신을 이해하려 하고, 자신에게 상처 입힌 세상과 대면하고자 하는 저자의 고백록은 뜻밖에도 생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가득 품고 있다. 저자는 자신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세계를 대하는 감각이 다른 사람
‘왜 나는 죽고 싶은가’를 파헤치다


이 책은 저자가 여름방학 중인 세 아이에게 식사를 만들어주고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며 보내던 어느 날, 저녁밥을 차리다 갑자기 밧줄을 가져와 목을 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자살 시도를 계기로 저자는 정신과 폐쇄병동에 행정입원을 당하고, 퇴원 후 병동에서 겪었던 일들을 어떻게든 소화해내기 위해 글로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면서 저자는 ‘왜 나는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파고들게 되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숱한 상흔, 그 고통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자폐스펙트럼 경향 때문에 ‘사람들의 말이 외국어처럼 들리고, 청각이 과민해 자신이 들어야 할 말과 주변의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대화가 활자로 눈앞에 그려지고, 사람을 만나면 그가 가진 고유의 색채가 보이는’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다르게 감각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온갖 상황에서도 적응장애를 겪는다.

어린 시절부터 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저자는 열네 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1년 동안 소아병동에 입원하며 더욱 깊이 고독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병명을 ‘빈혈’로 알았던 저자는 여러 번의 항암 치료로 쇠약해진 어느 날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지만, 부모를 비롯해 주위 어른 누구도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고통을 홀로 짊어지고 고립된다. 소아 백혈병의 5년 생존율이 극히 낮다는 통계를 본 저자는 자신이 열아홉 살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백혈병이 갑자기 관해기로 접어들고, 저자는 1년 만에 퇴원해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온다. 갑자기 다시 시작된 일상에서 주위 어른과 또래는 저자를 건드리면 안 되는 종기처럼 대하고, 저자는 마음 나눌 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5년 뒤 죽음만을 기다리며 홀로 말년을 살아간다. 그리고 열아홉 살에 우연한 계기로 섭식장애 증상이 시작된다.

토하기 위한 먹기, 낯선 타인과 가족이 번갈아 입히는 상처, 반복되는 ‘정원’의 악몽, 예고 없이 닥쳐오는 자살 충동… 세상과, 사람들과 겉도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저자는 어느새 세 아이를 둔 40대 중년이 된다. 40대가 넘어서야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고 자신이 세상에 부적응한 이유를 알게 된 저자는 여전히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감각하고 경험한 세상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절실한 바람이 담긴 저자의 글은 독자들에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삶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여성으로서, 환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세계와 다시 만나기 위해, 다시 살아가기 위해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죽고 싶다’는 충동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고민하며 자신의 감각 과민과 그로 인한 부적응뿐 아니라 오랫동안 의료의 관리를 받으며 세뇌된 몸의 물질화, 여성이기에 가족과 사회에게 요구받는 희생, 가족과 타인에게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 등 다양한 원인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에 묻어두었던 상처를 꺼내며 잊었던 고통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이 책의 2부는 매우 독특한 구성으로 쓰였다. “‘사실’이라는 올가미”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고를 자유롭게 해방하기 위해 저자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자신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발달장애인이자, 정신질환 당사자이자, 소아암 생존자이자, 가부장제의 여성이자, 성폭력 피해자라는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저자는 ‘고독’ ‘자살성 사고’ ‘사과’ ‘용서’ ‘시간’ ‘만지다’ 같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신중히 풀어낸다. 그 글쓰기가 저자에게 회복이라는 기적적인 결말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살고 싶다’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일본의 전통 시가인 단카(短歌)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자칫 ‘처절하다’라는 단순한 형용사로 묘사되기 쉬운 자신의 삶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투병기’도 ‘회복기’도 아니다. 평생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 심지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생에 대한 의지와 갈망으로 가득하다. 회복과 치유는 그저 아픈 부분을 제거하거나 약으로 증상을 없애서 이른바 ‘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은 질병과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추천평

‘나’라는 가장 사적인 존재는 어떻게 공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관한 교과서와 같다. 누구에게나 “살기 위해” 묻어놓은 크고 작은 고통이 있다. 글쓰기는 내가 외면했거나 몰랐던 마음의 풍경을 눈에 보이는 자리에 가져다놓는다. 열네 살 때부터 자신 앞에 놓인 시간이 모두 ‘말년’이었던 사람이 써 내려간 고통의 역사는 자신의 고통을 새로 알아챈 또 다른 사람에게 뜨거운 격려와 돌봄이 된다. “내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내가 경험하는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저자는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읽는 사람의 자리를 만든다. 바로 당신의 자리를.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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