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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지지 않기 위해서
쓰레기소각장에서의 일주일 한 사람에게서 켜진 두 개의 이름 순수는 뒤에서 나를 부르고 수직과 수평 곰팡이에게 필요한 시간 어둠이라는 색깔 물로 그린 자화상이 있다면 그 자리는 그대로 두는 게 더 낫겠군요 겨울 숲에 날아든 새를 위해 사랑은 유머 일번지 나선형의 사랑 / 밤과 비 나선형의 사랑 / 대화의 굴곡 함께하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아프다(1971) 햇빛세입자 시- 밤 부엽토 잘 지내나요 풀베개가 되기 위한 새싹들의 전진 아침 퇴고 겨울잠 주무시는 선생님께 아직 지붕은 만들고 있거든요 소용돌이 속에서 잘 읽고 있어요 책 속에서 헤어진 사람들 보풀 떼고 입는 옷 아몬드 모양의 눈 나의 애독자에게 여기,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시끄러움을 자처한다는 것 따뜻한 초조함 책상 일기 여러분 / 2018년 12월 10일, 서울과학기술대 시창작연습2 특강 원고 시 - 사랑의 파도 위의 레겐탁 내가 훔친 인디언 보조개 한 개 식물 부음 타이쿤 형식으로 안식월 부동산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 나를 재워준 사람 슬픔이라는 생활 마음과 보자기 헐거운, 지난한, 그럼에도 한 뼘 나무의 두 마디 간격 꽃집에서 흑백 일기 지킨 약속보다 어긴 약속이 더 많다 시 - 타오르는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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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삶을 살아낸다면,
언젠가 삶 자체가 쓰다 만 시처럼, 한 편의 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시인 김소연은 이 책을 두고 “서윤후는 훈데르트바서를 곁에 두고 지내며, 그에게 닮아갔던 듯했다”라고 표현했다. 서윤후는 훈데르트바서의 예술에서 사랑의 방식을 발견하고, ‘궁금하다’는 기초적인 사랑의 문법을 따라 삶 자체가 쓰다 만 시가 되기를 매일 시도한다. 회사를 다니고, 시를 가르치고, 친구에게 너의 안식처가 무엇인지 묻고, 블로그에 책상 일기(‘DESK_RECORDING’)를 연재하면서. “나의 작품은 마치, 삶이 시와 같을 순 없을 것만 같지만, 시가 삶에 끼어든 자체가 느껴진다고. 시가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내 삶도 시를 모사하기 시작했고, 생활의 반경과 시의 반경이 맞닿은 지점에서 긴장하고 위축된 근육처럼 경련하듯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더 많은 삶을 살아내고, 그렇게 돌아보면 삶 자체가 시처럼 보일 수도 있고, 삶 자체가 쓰다 만 시처럼, 삶 자체가 시 한 편처럼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희망은 그렇게 날 선 종이처럼 온다.”(104~105쪽) 서윤후에게 시는 “빛과 어둠 중에서 어둠에 더 가까운 얼굴”이다. 하지만 작은 방에 머물며 사유로 세계를 탐험하기보다 쓰는 사람들의 세계 곁에 머물기를 선택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삶을 닮은 시는 따뜻하고 다정하다. 건조한 일상에서 차분히 시적인 것을 찾는 시인 서윤후 특유의 감수성이, ‘무의식’을 대하는 태도를 고심하고 그 만남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국동완의 그림과 어우러져 생동하는 분위기가 책 안에 고루 깃들어 있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듣는 실내악처럼, 《햇빛세입자》는 삶이 시를 닮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조용히 귀 기울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진지하되 절박하지 않고, 성실하되 집착하지 않고, 혼자 쓰되 곁에 머물면서 이 책은 시인 서윤후가 훈데르트바서에게 받은 영향, 시 쓰기의 경험담, 일상과 생활의 장면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독자의 머릿속에 남게 되는 것은 분석되지 않은 하나의 이미지, ‘시로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의 모습이다. 빛 한 점 없이 지내던 고시원에서 물이 침대까지 차오르고,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고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미있기에 입이 마를 때까지 시에 대해서 떠든 젊은 시인이, 책 안에 있다. 진지하되 절박하지 않고, 성실하되 집착하지 않고, 혼자 쓰되 곁에 머물면서. 무엇보다 자신이 쓰는 시에 정직하고자 애쓰면서. 예술이 펼쳐 보이는 사유에 매혹되어 본 적 있는 독자라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삶을 바친 두 예술가와의 만남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