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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사막에서 혼자
여행노트 1 - 여행 스케치를 위해 필요한 것들 킬리만자로 - 그 산을 내게 주었네 우즈베키스탄 - 사막에서 엄마를 만나다 데스밸리 - 지구의 만 가지 표정 여행노트 2 - 빈 배낭을 메고 설거지를 했다 2부 - 거리에서 우리 여행노트 3 - 남미 액션 투어 프로젝트 칠레 - 시인의 바다 아르헨티나 - 탱고를 추는 밤 우루과이 - 이곳에서 살았다면 그림을 그렸을까 브라질 - 이토록 다채로운 나날들 남아프리카공화국 - 그래도 아이들은 노래를 부른다 여행노트 4 - 이과수폭포에서 |
정정엽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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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한 톨의 콩처럼 보인다. 씨앗들이 때가 차면 싹을 틔우듯이, 우리는 저마다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나도 하나의 콩이다. 나에게 콩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잘 굴러다닌다는 것이다. 콩과 같은 내 모습은 특히 여행할 때 잘 발현되는 것 같다. (…) 돌아보니 나는 콩처럼 잘도 굴러다녔다. 어디든 굴러갔다. 어떻게든 굴러갔다. 신나게 굴러갔다.
--- pp.6-7 그림은 사진보다 기억을 더 잘 불러온다. 그리기 위해 유심히 보았던 풍경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나만의 손때 묻은 기록을 갖고 싶다면 이제 작은 노트와 펜을 챙겨 보자. 어린 시절 그림일기를 그렸던 우리는 누구나 여행 스케치를 할 수 있다. --- p.10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몸은 늙어도 정신은 조금 젊게 깨어 있으려면? 그럼 그날을 그냥 기념해버리자! 세리머니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설레는 목표를 정하자. 그리고 나는 60살이 되는 해에 킬리만자로에 가기로 했다. --- pp.19-20 하늘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떠나왔는가? 기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하늘을 보며 실컷 엄마 생각을 한다. 엄마가 와보지 못한 나라에서, 광활한 하늘이 있는 이곳에서 엄마를 가까이 느낀다. --- p.69 고개를 들고 펜을 움직인다. 이 호젓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사막에 밤이 내린다. 인류 최초의 상상력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하염없이 단조로운 저 무한으로 걸어 들어간다. --- p.106 그 시절, 떠나고 싶으면 가끔 빈 배낭을 메고 설거지를 했다. 대학 시절에 산악반이었던 나는 배낭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길을 가다 산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산을 오르는 감각이 발밑에 느껴진다. 저 멀리 나 혼자 산속을 걷고 있는 환영이 보인다. --- p.111 아름답고 영원한 칠레의 바다와 타고난 유머 감각이 어떤 고통 속에서도 그를 지켜주었던 것 같다. 거친 바람이 불어오고 파도가 부서지는 그의 집 앞에 서본다. 네루다의 시에서 느껴지던 바다 내음을 맡는다. --- p.150 그러고 보니 몇 개의 갤러리에서 본 우루과이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어두운 그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살았다면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예술을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 p.203 낯섦이 신선함으로, 예측 불가능이 가능성으로 창조되는 순간을 우리는 분명히 경험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뻔뻔하게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사막에서도 질끈 눈 감고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느꼈다. --- p.242 대부분의 여행에서 나는 줄곧 걸어 다녔다. 아주 먼 옛날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부터 걸어왔던 몸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폭포 앞을 걷는 지금,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내 몸에 쌓인 수많은 시간이 지나간다.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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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면 한 권의 스케치북이 남았다
콩과 팥을 그리는 화가 정정엽이 30년 동안 세계를 다니며 그린 풍경의 기록들 한 알의 콩처럼 수많은 나라를 굴러다니다 이중섭미술상, 고암미술상, 양성평등문화상 수상 작가 정정엽의 스케치 여행 에세이. 팥과 콩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진 정정엽은 씨앗이자 열매인 곡식을 통해 우리에게 근원적인 이야기를 건네왔다. 화면 가득히 한 알 한 알 수행적으로 그려낸 팥과 콩은 여성의 반복되는 노동을 표현하고, 작은 존재들의 고유함과 응집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는 씨앗들이 때가 차면 싹을 틔우듯이 우리는 각자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한 톨의 콩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콩이 새로운 땅을 향해 굴러가듯, 자신도 콩처럼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다고 이야기한다. “콩과 같은 내 모습은 특히 여행을 할 때 잘 발현되는 것 같다. 나는 모든 순간에 감사해하고 적응하며 다시 출발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수많은 나라를 떠돌았다. 돌아보니 나는 콩처럼 잘도 굴러다녔다. 어디든 굴러갔다. 어떻게든 굴러갔다. 신나게 굴러갔다.” 30년 동안 그려온 40여 권의 스케치북 가운데 골라 담은 이야기 정정엽은 30년 동안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가는 곳마다 한 장씩 풍경을 그려왔고 그동안 스케치북이 40권 정도 쌓였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다닌 여행지 중에서 킬리만자로와 데스밸리, 남미 등 쉽게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나라들의 이야기를 골라 담았다. 그리고 그곳들이 생각보다 멀지 않다고, 나이와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는 여행 방식이 있다고 말해준다. 1장에서는 그가 설산과 사막, 황무지를 찾아가 고요하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홀로 지냈던 시간을 적었고, 2장에서는 오래전, 동료 작가들과 퍼포먼스 비엔날레에 참여하기 위해 남미로 날아가 한국의 예술을 알리기 위해 좌충우돌했던 날들을 들려준다. 일상을 살며 어렵게 얻어낸 여행의 시간들 30여 년 동안 꾸준히 여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9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이다. 더구나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여성이 혼자 여행을 간다는 일은 사회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행은 작업과 육아, 살림을 병행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숨 쉴 구멍과 같은 것이었다. “사흘 다녀오면 3개월을, 일주일 다녀오면 7개월을 살 수 있었다. 무슨 주사라도 맞은 것처럼 일상에 생기가 돌았다. 생각해보니 모든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진퇴양난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역시 출발했다.” 김혜순 시인은 콩을 그리고 여행하는 정정엽을 시에 담았다. “정엽이는 집 떠나고 싶으면 등산용 배낭을 짊어지고 설거지를 한다/ 2층에서 마당으로 트렁크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자주 우선 정성을 다해 팥 한 알을 그린다/ 그 팥을 먼저 기차에 태우고 혹은 큰 배에 태워서”(김혜순, 「물구나무 팥」 중에서) 나만의 손때 묻은 기록을 갖고 싶다면 여행스케치는 오랜 세월 정정엽이 남긴 풍경의 기록이다. 그는 스케치하는 일이 ‘처음 그리기 감각을 즐기던 그림일기’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여행 스케치를 해보라고 권한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조금만 뻔뻔해진다면 그리기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틀린 그림이란 없다. 선을 잘못 그으면 다시 그리려도 좋고, 겹쳐 그려도 좋을 것이다. 그림은 사진보다 기억을 더 잘 불러온다. 그리기 위해 유심히 보았던 풍경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나만의 손때 묻은 기록을 갖고 싶다면 이제 작은 노트와 펜을 챙겨 보자. 어린 시절 그림일기를 그렸던 우리는 누구나 여행 스케치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