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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나무들의 수다 봄이 오면016 우수 1 017 우수 2 018 정월 대보름에019 하늘 맑고 푸른 날에 020 어느 늦은 여름날021 입추 022 가을 023 가을햇살024 가을밤 025 단풍 026 늦가을에 숲길을 걸으면027 늦가을에는 028 입동029 어느새 030 2부. 손에 손잡고 어느밤034 임대 공고 035 냉이 036 어느 봄날037 손에 손잡고 038 일기예보 039 잡초와 잡놈040 뜨끔 041 수수밭에서 042 찬서리 내린 어느날043 나도 모르게 044 배추흰나비애벌레에게045 재개발 046 나도 농부047 남의 집 파리 048 함께 산다는 건049 문득 050 헛웃음 051 수술 중이다054 흔적 055 남해 가는골에서1 056 남해 가는골에서 2 057 선물058 아침 인사 059 믿거나 말거나 1 060 믿거나 말거나2 062 삼동면 복지회관 목욕탕에서064 가만히 보다가065 남해 옥수수빵가게 ‘콘이, 코니’1 066 남해 옥수수빵가게 ‘콘이, 코니’2 068 나는070 3부. 꽃피는학교에서 눈인사074 꽃피는 학교 075 아이들과 나076 돌아가는 길 078 동생 태어난 날079 틀린 글자 찾기 080 소원082 전학 첫날 084 현충일 086 머털이088 머털이의 선물 092 씨앗093 학교 앞 도로에서 094 벼털던 날096 할머니 냄새 098 밥도둑099 행운 100 4부. 마음이 흐려도 좋은 까닭 행복은104 달라도 닮아도 105 황금알을 낳는 거위106 애쓰지 않아도 107 첫사랑은108 돌고 돌아서 109 시가 찾아오는 속도110 그 봄날 112 멀고 먼 길113 먼지 114 그 아이 115 간장 종지1 116 간장 종지 2 117 균형 118 벌초119 부작용 120 큰 용기 121 마음이 흐려도 좋은 까닭122 오늘부터 123 _시인의 산문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처럼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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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핀 첫 꽃
아직, 눈에 선한데 어느새 겨울 --- 「어느새」 중에서 일에 지쳐 집에 돌아온 밤 반딧불이 한 마리 춤을 춘다 그 작고 작은 불에 위로받는 밤 --- 「어느 밤」 중에서 처마 밑에 새집을 달고 임대 공고를 붙인다 임대료는 공짜 임대 조건은 아름다운 새소리 --- 「임대 공고」 중에서 봄볕 따스한 날 텃밭에 나가 냉이를 캡니다 겨우내 자란 냉이는 뿌리가 깊습니다 “이제 좀 나오지그래.” “추운 겨울 힘들게 자랐는데 그럴 수야 없지.” 실랑이 끝에 뿌리가 툭, 끊기면 그 뿌리 한참 들여다봅니다 --- 「냉이」 중에서 긴 가뭄 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일기예보에 잡혔다 비 오기로 한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비 올 확률이 자꾸 낮아진다 내 정성이 모자라서 그런가 하고 밤마다 달님에게 기도를 한다 --- 「일기예보」 중에서 완두콩 처음 심고 집 건너 밭을 둘러보니 모두 지주대를 세운다 토종 씨앗 온라인 모임에 글을 올렸다 - 완두콩은 지주대를 세워 줘야 하나요? 다음날 글이 하나 달렸다 - 저는 그냥 둡니다. 완두콩끼리 손을 잡고 크더라고요 --- 「손에 손잡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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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삶이 되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동시 유진 시인의 동시집 『안녕, 엄지발가락』은 ‘그림 없는 동시집’이라는 이름처럼, 화려한 장식 없이 맑고 단정한 말로 삶의 결을 따라간다. 텃밭과 길고양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계절의 변화, 땅과 하늘 사이의 숨결 - 그 모든 것이 이 시집에서는 동시가 된다. 이 동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섬세한 시선이다.
배춧잎에 앉은 애벌레를 옮겨주며 나비를 기다리는 마음, 거미집을 걷어내며 재개발을 떠올리는 장면, 파리채 앞에서 갈등하는 내면의 윤리까지. 작가는 작은 행동 하나에서도 도덕성과 생태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이 시집은 ‘동시’가 어린이를 위한 장르라는 통념을 넘어서 ‘삶의 시’를 지향하는 동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 자연에 대한 경외, 타자에 대한 배려가 과장 없이 담담하게 서술되며, 그 진정성은 오히려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엄지발가락’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시인은 구멍 난 양말 사이로 삐죽 나온 아이의 엄지발가락에 눈길을 주고, 그 아이와 눈 마주치며 말한다. “안녕, 엄지발가락.” 그 인사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것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시인의 태도이자, 삶과 존재를 따뜻하게 인정하는 문학의 인사다. 한편, 시집에 등장하는 아이들과의 교육적 실천은 시인이 걸어온 길의 증거이자, 시의 토양이다. ‘꽃피는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시 속에 실명 혹은 별명으로 등장하며 시를 단지 쓰는 일이 아니라 ‘사는 일’과 연결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 시집은 말하자면, ‘느린 문학’이다. 삶을 조급하게 재촉하지 않고, 자연의 속도에 발을 맞추며, 오래 들여다보고 오래 기다리는 태도가 스며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널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 벚꽃잎 한 장을 잡고 조용히 삼키는 소원, 상상임신한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잠드는 시간.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오늘날 동시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감각이다. 『안녕, 엄지발가락』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말한다. ‘좋은 시는, 당신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말을 건넨다’고. 그 말을 조용히 받아 안을 줄 아는 이들에게, 이 시집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시인의 말 첫 시집을 내면서 어느 날 저녁 무렵, 서정홍 농부 시인이 전화했습니다. “남해도서관에서 시 공부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이름 알리는 시 말고, 삶을 가꾸는 시 한번 써보지 않을래요?” 오래전부터 시를 써보고 싶었는데……. 그때부터 시를 품고 살았습니다. 밭일하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숲길과 바래길을 걸으면서, 텃밭에서 딴 푸성귀로 밥상을 차리면서, 집에 찾아오는 길고양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는 자주 찾아왔습니다. 시는 지금까지 내 둘레를 맴돌며 이때를 기다린 듯했습니다. 저절로 찾아온 시를 잊어버릴까 봐 바로바로 공책이나 손전화에 썼습니다. 그렇게 쓴 시가 한 편 두 편 쌓여 이렇게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이,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만들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베어질 나무 한 그루를 생각하며 시를 다듬고 또 다듬었습니다. 시 쓰기의 길로 이끌어 준 서정홍 선생님과 동화 세상으로 안내해준 김재원 선생님,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 최성현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늘 응원을 보내는 이동진 선생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름다운가게와 꽃피는학교에서 함께 했던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더구나 일과 공부와 놀이가 하나라 여기며 함께 신나게 지냈던 꽃피는학교 아이들이 있었기에 이 첫 시집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참 고맙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분들과 이 시집을 나누고 싶습니다. 밝은 불 손에 들고 차가운 길에 선 그대들을 생각하며 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