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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6
KUTA 맨발로 해변을 달리다 20 올라가, 일어나 37 AMED 빈대와의 동침 60 느리지만 괜찮아 71 자연을 섬기는 곳 79 거북이를 찾아서 95 UBUD 숙소를 털리다 114 다시 찾은 우붓 135 잘 먹는다는 건 잘 산다는 것 144 최고의 바비굴링을 찾아서 153 CEGENG 하루만에 틀어진 계획 169 SANUR 다툼 204 삶 속으로 더 깊숙이 211 EPILOGUE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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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어지는 이벤트가 즐거웠고, 이벤트를 멈추고 싶지 않아 끊임없이 ‘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퇴사하고 새로운 직장을 얻지 못한 아르바이트생, 근무 시간은 같으면서 월급은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계약직 직원, 서른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동네 은행에서 잡일을 도맡는 경비원일 뿐이었으니까.
--- p.8 그럼에도 때론 선택이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또다시 선택하면 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내 선택을 최대한 긍정하며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든지, 아니면 악조건을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하든지. 후회나 불평은 옵션이 아니다.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는 빈대 같은 녀석일 뿐이지. --- p.68 어쩌면 잘 산다는 건, 그저 잘 먹는 게 아닐까.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삶. 그러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을 만큼 균형 잡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삶. 혹시 잘 먹는다는 것이 곧 잘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닐까. 적어도 이곳에서는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내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줄 줄은 몰랐다. ‘걱정 없이 배불리 잘 먹는 삶’. 잘 산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우붓에 머무는 내내 생각했다. --- p.151 이해하기 어려운 인문 고전을 읽으며 답이 나오지 않는 토론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소중한 거라며 타인의 선택을 독려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용 가치가 아닌 존재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꿈을 말하던 사람들은 돈을 말하기 시작했고, 돈을 말하던 사람들은 자기 계발을 강조했다. 자기계발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수단을 넘어,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는 가위가 돼버렸다. --- p.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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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작가의 네 번째 에세이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는 37일간의 발리 체류기이자, ‘하지 않음’ 속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한 기록이다. 이전의 여행들이 새로운 경험, 색다른 장소, 특별한 사건을 좇는 여정이었다면, 이번 발리 여행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저 머무르기. 그 안에서 들려오는 삶의 본질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작가는 꾸따, 아메드, 우붓, 사누르를 돌며 무언가를 하려 애쓰기보다는 매일의 단순한 생활에 몰입한다. 맨발로 해변을 달리고, 거북이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고, 한 그릇의 밥에 위로를 받는다. 그 속에서 그는 깨닫는다. 잘 산다는 건 어쩌면, 잘 먹고 잘 쉬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쫓기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그냥 지금 여기에 머무는 일에서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스스로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은 한 걸음 멈추는 법을, 숨 고르기의 지혜를 전한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특별한 시간이 되는 법, 하지 않음 속에서 더 깊이 존재하는 법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게 들려준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 단순한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간절한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