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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1.잠시 멈춘 르네상스의 심장, 피렌체 악몽을 꾸다/베일에 싸인 고도/시오노 나나미의 친구, 마키아벨리/페라라 출신의 설교사/메디치가와 신플라톤주의/예언이 실현되다/유폐된 르네상스/두오모 대성당/단테와 겁에 질린 '어린양'/학생할인 꿈꾸지 마라/바가지 쓴 저녁식사/신앙의 적, 우피치 미술관/<우르비노의 비너스>, 세상에서 가장 외설스런 그림/좌절된 신의 나라/사보나롤라의 처형/헬로우, 고바야시/산타 크로체 성당/꿈속의 풍경을 보다/바흐와의 조우/거리 메운 쇼핑백 군단/아르노강에 침을 뱉다/피티 궁전과 메디치가의 영욕/다시 미켈란젤로의 언덕에서 2.묵시록이 있는 풍경, 톨레도 <아스투리아스>와의 만남/스페인 사람들의 기타사랑/꿈꾸다 만 스페인 여행/알베니스와의 재회/스페인 땅을 밟다/<라오콘>과 기독교 신앙의 위기/톨레도의 개방성/신비주의와 그레코의 파격/레니아 소피아에서 만난 <게르니카>/마드리드에 스페인은 없다/프라도 미술관의 엘 그레코/묵시록이 있는 풍경/무데하르 건축에 배인 무어인의 예술혼/톨레도 대성당/<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성자와의 신비한 만남/미로를 헤매다/입안 가득한 사프란 향기/산타 크루스 미술관/<마리아의 수태>와 구세주의 탄생/타호강변에서 희망을 보다 3.무한한 자유의 해방구, 암스테르담 샹송과 물의 도시/기 베아르가 본 암스테르담/기차 역사의 마약중독자들/상인계급의 성장과 세속적 향락의 만연/도심의 홍등가, 그 뻔뻔함/장식용 미술의 발달/비 내리는 암스테르담/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보고, 시립현대미술관/렘브란트의 집에 명품은 없다/소지품 분실 해프닝/환상의 수프전문점/유스호스텔의 마약 퇴치, 캠페인/반 고흐 미술관의 <고흐와 고갱> 특별전/기법의 자유, 정신의 자유/인간을 위한 건축/국립미술관에서 만난 렘브란트의 명품들/상다리 휘어지는 인도네시아 정식/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코이켄호프 튤립 정원/해방구 암스테르담 4.소외된 자들의 도시, 파리 파리에서 느끼는 고립감/모디아노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여자들"/소설 속 주인공의 궤적을 쫓다/서민과 거리 먼 방브 벼룩시장/케밥으로 허전함을 달래다/자동차 정비소만 즐비한 쇼블로 거리/브라상공원의 일광욕 인파/말 도살장은 어디에?/브랑시옹 거리의 말 두상 아치/노신사가 알려준 진실/리슈 아틀리에와 에꼴 드 파리/비극의 유태인 화가, 샤임 수틴/샤갈의 눈에 비친 파리/젊음의 거리, 생 미셸/구원의 빛, 생 탕트완느 드 파두 성당/소녀의 자취는 간 데 없고/방황하는 자들의 쉼터, 샤틀레 레알 5.판타지의 도시, 런던 마법의 밤/<포켓몬>에 빠진 두 조카/<포켓몬> 인기의 비결/내셔널 갤러리의 명품들/비너스의 거울, 벨라스케스의 거울/라파엘전파와 보티첼리/비틀즈의 <노란 잠수함>/낭만주의 미술의 보고 테이트 런던/헨리 퓨슬리와 악몽의 판타지/터너의 낭만적 풍경화, 그 격정적 색채/런던의 새로운 명물, 밀레니엄 브리지/테이트 모던 갤러리/피노키오와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멍텅구리>의 동화적 판타지/파리의 야경, 런던의 야경/런던 브리지와 사랑의 판타지/노란색 우주선을 띄우다 6.물위의 거대한 오페라, 베니스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말러의 <아다지에토>, 그 치명적 선율/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오페라 같은 영화/물위의 거대한 오페라/산 조르조 마조레에서 맛보는 시각의 성찬/오페라 대중화와 산 카시아노 극장/물의 도시 베니스의 흥망성쇠/베니스 카니발, 그 오페라적 특성/가면을 통한 욕망의 분출/산 마르코의 황혼/수호성당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베네치아 화파의 보고, 아카데미아/색채에 감정을 싣다/벨리니와 극적 회화의 전통/서스펜스의 달인, 틴토레토/베로네세의 <레비가의 향연>/태양의 유혹/아쉔바흐는 어디에?/물 위의 공동묘지/카도르, 대리석 위에 뜬 레이스/베니스, 영원한 미의 이상 부록: 본문에 언급되는 음악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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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다. 마드리드에서 그리고 이곳 톨레도에서 그레코의 그림들은 계속해서 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무어인의 얼굴을 한 성 프란체스코의 수심에 찬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그레코가 죽은 지 4백 년이 지난 지금 왜 나는 그가 전하는 묵시록의 메시지를 보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혹시 그의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 p.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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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학습행위로서의 여행
18세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은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서 유럽대륙으로의‘대여행(Grand Tour)’을 감행했다. 그것은 오늘날 관광명소만을 다니는 여행과는 달리 장기간 현지에 살면서 문화 전반을 체험하고 현지인들과 교유하면서 책에서 배운 관념적 지식에 생생한 살을 입히고 그 과정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인문학적 학습행위였다. 이 책은 그런 대여행의 정신에서 영감을 얻은 한 미술사학자가 21세기 벽두에 떠난 인문학적 학습행위로서의 여행의 궤적이다. 지은이가 선택한 피렌체, 톨레도(마드리드), 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베니스 등 6개 도시는 예술사, 서양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도시들로서 현대판‘대여행’의 목적지로 손색이 없다. 시각예술의 인문학적 맥 짚기 물론 지은이의 주된 관심은 방문 도시들의 시각예술이다. 하지만 시각예술은 특정한 시대와 사회의 산물인 만큼 지은이는 그것의 정치, 사회, 문화사적 맥락을 탐색하는 데 주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울러 시각예술과 하나의 유기체로 얽혀있는 문학 또는 음악적 전통과의 관계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시각예술의 인문학적 맥 짚기인 셈이다. 주류적 시각 탈피, 삐딱하게 바라보기 지은이는 각 도시마다 중심 테마를 선정, 그 테마를 중심으로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구축한다. 암스테르담을‘무한한 자유의 해방구’라는 전제하에 서술한 것이나 베니스를‘오페라’라는 프리즘을 통해 파악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논지의 전개에 있어서 기존의 주류적 관점에서 탈피, 새로운 시각으로의 접근을 모색한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피렌체의 반르네상스적 움직임에 주목한 점이나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파리를 소외된 자들의 도시로 바라본 것이 그런 예이다. 다양한 장치 논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은이는 다양한‘장치’를 이용한다. 먼저 ‘나’라는 주관적 시점을 채용해 독자들이 마치 친구로부터 속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특정 현상을 설명할 때 추상적인 개념의 나열을 지양하고,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암스테르담 역사 안의 마약중독자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통해 무한한 자유의 해방구로서의 암스테르담의 성격을 부각시키려 한 점이다. 또 각각의 글에는 중심 테마를 받쳐주는 음악이 뒤따른다. 마치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톨레도 편에 흐르는 알베니스의‘아스투리아스’와 베니스의 쪽빛 바다에 흩어지는 말러의‘아다지에토’선율은 글의 주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부여한다. 팝, 샹송 등 대중가요 노랫말의 텍스트로서의 유용성에도 주목했다. 파리 편의‘샤틀 레 레알 Ch?telet les Halles’(플로랑 파니), 런던 편의‘런던브리지에서 On London Bridge’(조 스태포드) 등의 노랫말은 지은이가 선정한 중심테마와 절묘하게 부합된다. 이 밖에도 지은이는 논지의 전달에 도움이 되는 경우 영화, 소설 등 독자와 친숙한 매체로부터의 인용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대중들에게 모든 문화적 현상이 시각예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그들을 시각예술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화해의 정신에 바탕 그러나 지은이가 전달하려고 하는 진정한 가치는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인간이 신과의 화해(신에의 귀의)를 통해 정신적 아름다움(만족감)에 도달할 수 있듯이 하나의 예술 작품도 장르간의 화해(상호 융합)를 이룰 때 비로소 인간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은이는 진정한 예술작품은 이러한 음악적, 미술적, 문학적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며 문학, 미술, 음악이라는 장르간의 구별은 단지 그 작품의 주된 표현형식이 무엇인가라는 차이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본다. 베네치아 화파의 작품 속에서 시적 정서와 오페라적 요소를 발견하는 것은 지은이의 그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예이다. 기독교 문화와 아랍문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톨레도의 건축물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발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지은이는 한결같이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동시대인들에게 화해를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