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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_ 7
편복 _ 11 이별 _ 19 소년에게 _ 25 물소리 _ 37 해조사(海潮詞) _ 47 첫 번째 구속 _ 57 말[馬] _ 63 영객생(永客生) _ 70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_ 81 비취인(翡翠印) _ 89 노신(魯迅) _ 96 창공(蒼空)에 그리는 마음 _ 102 의의가패(依依可佩) _ 110 춘수삼제(春愁三題) _ 122 바다의 마음 _ 129 빈풍칠월 _ 135 잃어진 고향 _ 144 황혼 _ 152 신월(新月) _ 157 꽃의 기억 _ 173 절정 _ 181 염마장(閻魔帳) _ 189 파초 _ 195 강 건너간 노래 _ 200 서풍(西風) _ 203 노정기(路程記) _ 208 남한산성 _ 212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_ 219 영면(永眠) _ 224 작가의 말 _ 231 이육사 역사 연보 _ 235 참고문헌 _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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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소.
--- 「첫 문장」 중에서 태어나 마흔 해를 살아오는 동안 열일곱 번의 옥살이. 스물네 살 되던 해부터 경찰서와 감옥을 밥 먹듯이 드나들며 주의할 인물,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명예를 얻었소. 그들은 나를 흉악한 범죄자로 여기지만 나는 일제가 강제로 빼앗아 간 조국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오. 그것이 전과가 되었다면 나에게는 명예로운 훈장이나 마찬가지요. 그래서인지 음습한 감옥이 마치 고향집처럼 느껴지는구려. 아마도, 오랜 감옥살이가 나를 이렇게 만든 모양이오. --- pp.8-9 “아빠, 아빠.” 용수의 틈새로 아내와 칠촌 아재인 이규호의 등에 업힌 옥비가 보였소. 옥비는 통통하고 하얀 손을 나에게 뻗으며 서툰 발음으로 나를 불렀소. 아!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구려. --- p.22 마음은 창공을 그리면서 몸은 대지를 움켜쥐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외다. 용수의 눈구멍으로는 창밖을 온전히 볼 수 없지만 나는 조선의 겨울 하늘이 가을 하늘만은 못해도 그만큼 높고도 푸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살아오려 노력해 왔소. 이 하늘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오. 하늘에 내 마음을 그려 본 지 오래되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오늘 창공에 내 마음을 그려 보오. 순수한 내 마음이, 진실한 내 소망이 먼 창공에 닿길 바라면서 말이외다. --- pp.108-109 나와 석초가 양복을 입고 걸어가면 주변의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았소. 우리는 나름 모던 젠틀맨의 자부심이 있었소. 우리는 명치정과 본정을 휩쓸고 다니며 차를 마시고 놀다가 저녁이 되면 카페나 바, 때로는 요정에 들러 술을 마셨소. 우린 그곳에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상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했소. 그렇게 이야기와 술로 밤을 지새다 새벽녘이 되면 단골 술집에서 쌀막걸리를 마시며 헤어졌소. --- p.116 내 고향 원촌은 채 익지 않아 상큼하고 시큼한 청포도의 맛과 닮았소. 영원히 잊지 못할 나의 고향. 언젠가 내 나라가 독립되면 고향을 찾아와 청포도를 맛볼 것이오. --- p.151 가끔 그녀에 대해 쓴 시를 다시 읽을 때마다 나는 춘몽을 꾼 것이라 여겼소. 신월을 본 것이라 생각했소. 그녀와의 만남을 기록한 「해후」는 세상에 발표되지 아니하고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남아 있소. 아직 미련이 남은 사람처럼 말이외다. --- p.172 생각하니 지금 내 신세가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 있는 형국이외다. 자유를 잃고 포박되어 움직일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소이다. 일제는 더욱 단단해지고 강철로 된 무지개마냥 창공에서 선연히 빛나고 있소. 하지만 비가 그치고 해가 뜨면 무지개는 사라지게 마련이오. 그것이 자연의 이치요. --- p.188 내가 죽으면 내 양어깨에 날개가 돋아날 것이오. 나는 하늘 높이 올라가 미지의 세상에 도착할 것이오. 그곳에서 나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것이외다.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내 형제를 만날 것이외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소. 나는 지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차를 기다리오. --- pp.217-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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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마지막 여정에 오른 이육사에게
피와 살, 목소리를 입히다 『이육사 1943』은 생애 마지막 여정에 오른 이육사의 시선을 따라 그의 삶의 궤적을 되짚어가는 장편소설이다. 역사 속 위인으로 박제되어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입에 목소리를 부여했다. 이육사의 단정하고 나직한 목소리는 독자의 귀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1943년은 이육사가 생애 마지막 여정에 나선 해이다. 그해 7월 체포되어 동대문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던 이육사는 늦가을 북경으로 압송되었고,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북경의 감옥에서 숨을 거둔 1944년 1월 16일은 음력으로는 아직 1943년이었으니, 1943년은 그가 인생이라는 여정의 끝에 다다른 해이기도 하다. 소설은 1943년 북경으로 가는 기차 안에 있는 이육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는 기차 안에서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독자들이 보게 되는 것은 이육사가 보았을 차창 밖 풍경이 아니라 그가 이야기하는 지난 삶의 장면들이다. 이 책은 소설이기에 물론 그 장면들은 이육사 자신이 아니라 작가가 재구성한 것들이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나 완전한 상상은 아니다. 이육사 자신이 남긴 글과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구절들 사이의 행간, 행적들 사이의 공백은 상상으로 메웠다. 이육사문학관 상주 작가로 10개월을 보냈던 작가는 이육사문학관과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이육사의 자녀 이옥비의 도움을 받아, 치밀한 조사와 치열한 집필 끝에 이 소설을 완성해 냈다. 소년을 투사이자 시인으로 만들어 낸 시대 그 시대 속에서 새롭게 보는 이육사의 삶과 시 각 장의 제목은 이육사의 작품 제목이거나 그의 삶 속 주요 키워드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이 모여 그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한다. 이육사가 남긴 글 중 23편의 시와 한 편의 시조, 한 편의 한시, 한 편의 수필에 얽힌 이야기, 그 작품을 만들어 낸 행적들이 모여, 이육사의 마흔한 해 짧은 생을 재구성한다. 본문에 실린 이육사의 시구들은 그의 단정하고 굳은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을 한 구절 한 구절씩 전하고, 작가는 그 구절에 얽힌 뒷이야기들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 독자에게 전한다. 이육사의 시를 만들어 낸 것은 이육사 개인의 감성과 예술적 재능만이 아니다. 그가 살아간 시대가 그에게 드리운 어둠으로 인해, 그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시를 썼다. 작가는 그의 개인사와 그를 둘러싼 시대의 흐름을 촘촘히 엮으면서 그의 삶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간 시대를 재구성한다. 평화롭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스며들던 시대의 어둠은, 일본 유학 시절 일본인들의 살기 등등한 시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이육사가 처음 감옥에 갇히던 순간부터 그의 삶을 침범하고 좀먹는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행동하고 투쟁한다. 낙동강에서 형제들과 고기잡이하길 좋아하던 소년 이원록이 그렇게 투사이자 시인 이육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그저 공부해야 할 수많은 것 중 하나였던 이육사의 시들을 이전과는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비 한 방울 나리지 않는 광야와 같던 시대, 홀로 노래의 씨앗을 뿌린 시인 소설 속 북경 가는 열차 안에서 이육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일본 관동군의 군가에 치를 떤다. 일본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평화까지 지켜 주겠다고 노래하지만, 사실 그것은 약탈의 노래이자 야만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소설 곳곳에 자리를 잡고 소설의 뼈대가 된 이육사의 시들은 그에 맞서는 평화의 노래이자 희망의 노래다. 작가가 그리는 이육사는 단순히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비 한 방울 나리지 않는 광야와 같은 시대에 홀로 노래의 씨앗을 뿌린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노래의 씨앗이 피워 낸 꽃의 찬란한 빛깔을 보고 아득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