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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축생
2. 격검 3. 다정 4. 함락 5. 복수 6. 천망 7. 애인 8. 보검 9. 재회 10. 조강 |
초록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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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은 아직 황혼 빛이 남아 있는 황산의 들녁을 향해 몸을 세웠다.
"사충아,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사충은 묵묵히 그의 뒤에 시립하였다. 그는 이 말을 패장의 한탄으로 들었다. "나는 출정을 하면서 처자를 모두 내 손으로 죽였다." "예? 장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충의 자세가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그는 계백이 신라의 어린 화랑을 목 베며 슬퍼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계백의 아들이 그 화랑의 나이만큼만 되었다면, 그 역시 전장에 나왔을 것이다. "둥지가 떨어지면 알이 무사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안에서 망가진 나라는 이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희망은 삼왕자님께 있다. 너는 그 분을 도와라. 목숨을 중히 여기면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다." "장군, 함께 가옵소서." 계백은 고개를 저었다. "내 몸은 이미 다 부숴졌다. 너도 알지 않느냐? 나는 전장에서 죽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아니라면 …" 계백은 먼 눈길을 평원으로 보냈다. "나는 말을 달리며 죽고 싶었다. 우리 선조들이 해 온대로, 하지만 이제는 틀렸구나." 계백은 마지막 말을 미처 맺지 못하고 짚단처럼 허물어졌다. 사충이 부르짖으며 계백을 부축했지만, 그의 동고은 이미 생기가 없었다. --- pp.150-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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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로 선보이는 본격 역사소설집이다. 10여 년 전부터 삼국시대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6-7세기 우리 역사 최대의 격변기를 치열하게 살아간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의 면면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소설로 내놓았다. 시대적 배경이 삼국시대라는 것, 또 고구려, 백제, 신라인 등이 각 편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도 시간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연작이라는 점 등 매우 독특한 역사소설이라고 하겠다.
"계백이 위대해지면 김유신은 모략으로 전쟁을 하는 사기꾼이 되고, 고구려가 위대해지면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인 민족의 배반자가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 선조들의 삶이라는 그 하나만으로 충분히 소중합니다. 제가 쓰려고 한 것도 그런 가치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물론 작가가 쓰려고 했던것은 역사가 아니라 그저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들이 싸우고 노래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는 시간과 공간은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역사 안"이라는 점에 가치를 두고 있다. 아울러 "대중들과 단절된 '역사'를 이야기라는 그 본래의 뜻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는 말에서 작가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삼국시대일까? "6세기에서 7세기 우리의 선조들은 모든 역량을 기울여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신라, 고구려, 백제의 모든 영웅과 민중은 자신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갔습니다. 삼국시대라는, 그리고 '삼한일통(三韓一統)'이라는 우리 역사 최대의 격변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바라본 세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오늘날 민족이 처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각기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해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여 통일 시대에 우뚝 서고자 했던 선조들의 삶은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비추고 있는 게 분명하다. 총 10편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집은 6-7세기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개중에는 김유신, 연개소문, 계백, 흑치상지 등 영웅들도 있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민초들도 있다.「축생」,「격검」에서는 554년 백제와 신라의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 성왕이 전사한 사실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이밖에 화랑 사다함의 대가야 반란 진압 참전, 신라 대야성의 함락, 연개소문 집권, 사비성 함락, 백제의 부흥 운동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국 사람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숨막히는 결투, 처절한 복수 그리고 가슴 뭉클한 사랑이 곳곳에 그려지는 이 소설집은 통일 후의 삼국의 통합에 대한 이야기「조강」으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말하지 못했던 나머지 이야기들을 묶어 곧 펴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