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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명과 우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시로 두자춘 아그니의 신 월식 개화한 남편 무도회 서방사람 속 서방사람 2. 역사와 자연 덤불 속 라쇼몽 운 코 고구마죽 호색 지옥변 어느 바보의 일생 점귀부 톱니바퀴 암중문답 3. 아쿠타가와 문학을 찾아서 죽음의 유희 - 고운기 근대인을 자임한 경계인의 우울한 암중모색 - 오태호 옮긴이의 말 작가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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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과연 올까 아니면 오지 않을까. 오지 않는 일은 물론 없겠지만 이미 달도 기울었는데 발걸음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변한 것이나 아닐까. 만일 그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창녀처럼 부끄러운 얼굴을 들어 다시 햇살을 바라보아야만 한댜. 그런 비참한 일이 내 주위에서 어떻게 일어나겠는가? 그런 상태가 된다면 나는 길가에 버려진 초라한 시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온갖 수모를 받으며 사람들에게 짓밟히며, 내 개인적인 치부를 폭로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켜야만 한다. 만일 내가 그런 상태가 된다면 나는 온갖 수모를 참아낼 수 있을까?
아니다. 그 사람은 반드시 온다. 지난번에 그 사람과 헤어질 때 그의 눈을 훔쳐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 사람은 나를 두려워한다. 나를 증오하고 경멸하면서도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내 자신을 빋는다면 그 사람이 반드시 온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나를 믿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을 믿고 있다. 그 사람의 이기심을 신뢰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기심을 일으키는 비겁한 공포심을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다. 그 사람은 반드시 오게 될 것이라고…. --- p.71~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