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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 나의 시는 나의 육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소심한 책방비명점박이 느와르메롱나무 밤까시 팃검불필사 쯧쯧의 기원 2부겨울 이사청소 살구들육아살이 플립 시계육아가계부그물녘수리남 두꺼비나무항구 1나무항구 2나무항구 3별명이라는 고향 1별명이라는 고향 23부끼니 생각하는 모자 도서관 식당 인공수정 개미 드로잉 닭닭닭 오래 핀 것들 수혈 닭숲 가족사진 이명 독백 대화행 바나나 4부미끄럼틀나비바늘꽃 1 나비바늘꽃 2 곤히장날 양말태안유전감기블루빌목포미처 다 살지 못한 오늘을 펼치고오줌길고요한 밤 거룩한 밤증보기도부록공치는 날다슬기바다낚시꾼보풀도토리징글쟁글시창작교실오동도부르고스축구해설불행 너머의 시 / 김주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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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문을 열면 낱말들이 몰려와 슬픔이 무사하다는 생각첫 시집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갖게 된 시인들에게 두 번째 시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송이 시인의 이번 시집이 자기 세계의 확장이라면 슬픔이 다 지나가 버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인은 새로움을 원한다. “무슨 소용으로 누추해질 것 인가/ 어떤 용기로 써먹은 꽃을/ 재탕할 셈인가”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꽃을 증오”(「나비바늘꽃 2」)한다. 써먹은 꽃을 또 피우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해독할 수 없는 시처럼/ 폼나게 떠들어 대”는 것도 할 수 없고 “폭죽이 터지는 시/ 그런 건 없”(「육아살이」)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슬픔에 침잠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품고 가는 더 넓은 삶을 갖게 되었 다. “첫 시집을 내고 예술가라기보다는/ 생활인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소심한 책방」) 때문일까. 시쓰기에 관한 시들이 눈에 띄는 것은 시가 결국 삶을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한 시인이 있어서이다. 시인에게 시쓰기는 일상의 시 간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무엇이 시를 쓰게 하는가를 질문한다면 박송이 시의 화자 들은 불행과 슬픔이 그렇게 한다고 답할 것이다. 시는 어디에 서 오는가. 번뜩이는 영감이나 상상력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창조의 샘이 늘 흘러넘치는 건 아닐 것이다. 박송이 시의 불행한 의식은 모든 좋은 시인들이 갖추고 있는 시적 재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생을 지배하는 불행한 의식으로 그들은 절실해지는 것이다. “쓴다는 건 엉킨 나를 푸는 일/ 엉킴을 확인하는 일/ 놔둔 채로 며칠을/ 묵혀 두는 일”(「시창작교실」)이고 보면 시는 삶의 밑바닥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과거의 슬픔과 대면해 그 엉킴을 푸는 일이다. 박송이의 시에서 눈여겨볼 점은 불행한 의식을 놓지 않되 그 불행에 고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엉킨 나를 푸는 일’이 절실해서 그의 시는 유년 시절과 양계장과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들춘다. 하지만 불행한 의식으로 그의 화자는 다른 이의 슬픔을 바라볼 수 있다. 박송이의 시는 사회의 불행이 자신과 연루되어 있다고 느낀다. 불행한 의식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의 시가 남 달리 생명 의식이나 생태주의를 표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박송이의 시가 생명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개념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불행한 의식이 다른 불행을 민감하게 포착한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슬픔은 그의 세계를 넓힌다. “손이 있다는 게/ 손의 감각이 있다는 게/ 정서 단어 상상이 있다는 게”(「시창작교실」) 연결되는 이유는 시가 다른 세계를 감지하는 능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서’, ‘단어’, ‘상상’은 시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 열고서야/ 손가락만으로/ 나눠 가질 이야기/ 씀으로 복 있는 나”(「시창작교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슬픔을 겪은 사람이 다른 슬픔을 이해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이 다른 이의 아픔을 잘 보는 것처럼. 좋은 문학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긍정을 느끼게 한다. 같은 의미에서 좋은 시는 외부의 상황과 조건이 아무리 힘들고 비참해도 한 인간에게 잃어버릴 수 없는 가치를 선사한다. 소멸되지 않는 삶의 힘이 있다는 것을 믿게 한다. 박송이 시의 불행한 의식은 시에 관한 의미를 되살려 놓는다.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삶은 그것과 교감하는 일이라는 것 말이다. 잘 익은 밥알들처럼 내리는 눈을 ‘시밥’이라고 부르는 시인에게 시는 세상을 눈부시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송이의 시는 불행을 넘어 삶의 예술로 가는 중이다. ■ 시인의 말 맨발을 감싸는 저 하얀 눈발들, 저 거룩한 아무것도 부수려 애쓰지 않는 양말의 일생- 졸시, 「양말」 중에서세상의 모든 양말들에게 이 시집을 마땅히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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