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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 맛보듯이 시를 맛본다
감상보다는 맛보기 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교사는 학생들을 느긋이 지켜 보아야 시를 시험 문제로내면 시가 상한다 맛보기 전에 할 일이 있다 맛보기에도 단계가 있다 2.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시는 말에서 나온다 시는 삶에서 나온다 말에 실천이 붙어야 감동한다 시는 가락을 숨결처럼 지니고 3. 별난 제목과 소재에 눈길이 간다 제목에 <마릴린 몬로>가 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제목이 있다 상식을 뒤집는 제목이 있다 시인이 즐겨 다루는 소재가 있다 소재는 시인을 '바로 그 시인'으로 만든다 장자가 띄운 몇천리 '붕'의 등에 상상을 싣고 4. 향기가 나는 자리에 머물러 선다 입에 붙는 시 낭송 역사가 시에 들어올 때 사랑의 시는 마른 세상에 피를 돌린다 난파하다가 미끄러지다가 칡맛을 내는 시 종교가 시에 들어올 때 춤사위에 시가 내리고 고향 정서의 원형이 드러나는 시 나는 나는 갈테야 꽃밭으로 갈테야 인물을 역사의 물굽이에 걸어 놓고 여행에 묻어 있는 시인들의 이야기와 시 가요에 시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갔으면 앓는 도시에 포스트모더니즘의 깃발 펄럭이고 시와 시조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야 5. 흔들어 주는 만큼 흔들리면 된다 물맛 같은 시가 드물다 가슴 밑바닥을 흔드는 시를 찾아라 머리를 피해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시 시를 어깨 위에 얹어 놓고 6. 제한이 풀리니 가슴이 시원하다 시의 속성은 금기를 푸는 데 있다 자기 몸 내려치기의 시 <현대시><신춘시> 두 동인지와 작품들 시의 오적이 독자와 시를 시나브로 떼어 놓고 |
하정昰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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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갓 입학한 때 교양국어 시간이었다. 나이 드신 Y교수님은 현대시 내용을 설명하시다가 시에서 연애 가정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예화를 하나 드셨다. 작년에 국문과 신입생 환영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부산 출신 S군이 "사랑이 파뿌리로 스며 들어갈 때"라는 표현을 해서 그 다음 어떤 자리에서 시를 쓰게 된 동기를 물었더니, '연애'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바닷가 동네를 지나 산언덕으로 오로는 길을 다녔던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말로 못하는 심정을 그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시로 발전하는 몇 단계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거이다. S군의 경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시를 쓰는 동기가 되어 3년 동안 그것이 중심 소재가 되었고, 어쨌든지 그로 인해 국문과로 진학하기까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Y교수님이 이 이야기를 통해 연애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긴 해도 그것이 시 쓰기의 필수 조건이 된다든지 시 소재의 중심이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 쓰기라는 것이 모방론에서 '닮기'와 무괂지 않다고 볼 때 사랑은 다른 사람을 닮아가는 행위이므로 시에서 가장 유력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p.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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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하지 않는 시 읽기의 즐거움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들은 참고서 안에 갇혀 있었다. 시의 소재, 주제에 대한 참고서의 해석을 외워 시험 문제를 풀기에 급급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시 앞에서 경직된 태도를 가지고 도식적인 시 분석을 따라가는 시 '감상'을 지양하고, 시가 독자를 흔들어 주는 만큼 흔들리면서 시를 맛보라고 권한다. "독자가 시를 읽고 받아들이는 것을 '맛보기'하는 것으로 치면 시를 맛보는 것은 혀에 전달된 미각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읽기'가 쉽고 간단해진다.
『시 읽기의 행복』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저자의 이러한 의도는 그가 자신이 풀어 놓은 시에 대한 생각들을 맛보기의 자료로만 제시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강요하지 않는 즐거움. 이 책에는 시 읽기의 행복을 독자 스스로 즐기고 누리게 하기 위한 배려가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유만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시 읽기의 행복 맛배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데, 어때? 너도 한 번 맛볼래?"라고 하면서 독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총 59명의 국내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김소월, 윤동주 같은 시인에서부터 하재봉, 류시화, 정호승 같은 시인들까지 시대와 경향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물론 이 시인들의 작품은 한 편에서 많게는 서너 편까지, 부분 인용에서 전문수록까지 다양하게 맛보기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시와 시조뿐만 아니라 외국시 (두 편), 대중가요 노랫말까지 인용하고 있는 것은 시읽기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