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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2
어나더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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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1. 크리스마스
12. 햄튼의 밤
13. 꿈결 같은 시작
14. 예상을 빗나간
15. 감히 짐작할 수 없는
16. 드디어, 드디어
17. 농담이라도
18. 어째서
19. 아름다운 당신을

저자 소개 1

어린 시절, 책장에 꽂힌 낡은 문학전집을 한 권씩 꺼내 읽기 시작하며 처음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단어의 질감과 문장의 흐름, 인물들이 오가는 감정의 결 따라 마음이 움직이던 그 시절부터, 작가는 줄곧 이야기꾼을 꿈꿔왔다. 혼자였던 시간, 고요한 책 속에서 누구보다 생생한 인물들을 만나며 글을 쓰는 삶을 마음속에 품었다. 보엠1800은 ‘서툴고,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쓴다. 인물 간의 관계가 천천히 무르익고,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조용한 위로와 함께 사려 깊은 감
어린 시절, 책장에 꽂힌 낡은 문학전집을 한 권씩 꺼내 읽기 시작하며 처음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단어의 질감과 문장의 흐름, 인물들이 오가는 감정의 결 따라 마음이 움직이던 그 시절부터, 작가는 줄곧 이야기꾼을 꿈꿔왔다. 혼자였던 시간, 고요한 책 속에서 누구보다 생생한 인물들을 만나며 글을 쓰는 삶을 마음속에 품었다.

보엠1800은 ‘서툴고,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쓴다. 인물 간의 관계가 천천히 무르익고,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조용한 위로와 함께 사려 깊은 감정을 전하고자 한다.

관계의 회복과 감정의 교차를 섬세하게 담은 데뷔작 「구원 방정식」을 시작으로, 「붉은 뇌우 아래에서」, 「충신은 버림받은 황자비」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서사와 정서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작품마다 배경은 달라도 중심에는 늘 사람과 관계, 그리고 조용한 구원이 있다.

일상에서는 커피와 산책을 즐기고, 요즘은 자연사 다큐멘터리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독자와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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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58g | 130*210*20mm
ISBN13
9791169775441

책 속으로

돌아본 그의 얼굴은 붉었다.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안심이야. 난, 당신이…….”
“저도요. 지난번 끝이 모질어서 신경이 쓰였어요. 건강해 보여서 안심이에요.”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 팽팽한 적요를 깨뜨린 건 남자였다.
“동행이 안 보이는데…….”
“먼저 간 것 같네요.”
“…….”
“들어가서 택시를 불러야겠어요.”
그 말을 들은 남자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가스등의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당겼다. 뒤돌아선 매들린에게 절박한 울부짖음 같은 한마디가 꽂혔다.
“당신은 끝까지 잔인하군.”
“…….”
그대로 발걸음이 멈추어 섰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단 한 번도 먼저 돌아봐 주지 않는 건가. 먼저 손 내밀어 주지 않는 건가. 포기하고 외면하는 건가. 따져 묻는 그의 낮은 목소리는 이미 산산이 조각나 있었다.
“이안…….”
“나는 줄곧 당신이 금방 찾아올 수 있도록…,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은…….”
“…….”
이안이 눈을 감았다. 옅은 불빛 아래에 선 남자가 소리 없이 울고 있단 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찰나가 걸렸다. 그리고 그 차갑고 날카로운 통찰이 매들린의 둔한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재판정에서도, 감옥에서도, 지금 이곳에서도 남자는 계속해서 손 내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망쳤다.
“잠깐만 이안…, 울지 마요.”
매들린이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남자의 큰 손 너머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손등은 화상 흉터와 핏줄로 울퉁불퉁했다.
“젠장…….”
“아니, 울어도 괜찮아요. 이안.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울고 있는 이안을 달래느라 매들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때, 정문 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매들린은 이안의 손을 가볍게 쥐고 인적이 드문 분수대 쪽으로 움직였다.
분수대의 그림자가 둘을 완전히 감쌌다. 숨죽인 어둠 속에서 둘의 숨소리만 가만가만 들릴 뿐이었다. 매들린이 이안이 있음직한 곳으로 손을 뻗었다. 중지와 검지 끝에 물기와 살갗이 닿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병아리를 쥐듯 섬세하게 이안의 눈 밑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멈추고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느껴졌다.
“늘 궁금했어요.”
“…….”
“당신이 왜 날 이리… 여기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거든요. 난 좋아할 만한 구석이 별로 없잖아요.”
“‘이리 여긴다’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지. 난 당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아. 매들린의 손길이 멈췄다. 낯뜨거울 정도로 생생하고 적나라한 단어 선택이었다. 남자가 매들린의 손목을 장갑 낀 손으로 쥐었다. 그가 고개를 숙여 매들린의 손등 위로 거친 입술을 부볐다. 몸을 굽힌 그에게서는 겨울의 깨끗하고 명징한 냄새가 났다.
“당신을 영원히 안고 싶소. 언제나 그랬어. 추잡한 욕망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 말을 들은 매들린의 빗장뼈 안쪽, 폐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가 말하는 게 단순한 우정의 포옹이 아니란 걸 알 정도로는 성숙했다. 어둠 속에서 얼굴이 빨개진 걸 숨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녀가 손을 뒤집은 다음 손가락 끝으로 이안의 마른 입술을 훑었다. 한가지 바로잡을 게 있었다.
“이안, 당신은 추잡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은……. 아. 말을 하고 싶은데 시야가 흐리다. 안경이 없어서인가. 저택에서 흘러나오는 아스라한 불빛 때문일지도 몰랐다.
“당신은 아름다워요.”
그녀가 내뱉고 스스로도 놀란 한마디였다. 하지만 말하고 나니 만족스러웠다. 기뻤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느끼던 공포와 죄책감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남자의 헌신이 눈부셔 무서웠다.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아름다운 그의 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 공포와 어리석음이 지금껏 시야를 가려왔다.
환희로 빛나는 매들린을 본 이안이 몸을 떨었다. 그래, 당신은 아름답다. 매들린이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순한 눈초리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상처를 입은 당신도 아름답다. 극복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나는 무서웠다. 무서워서 도망쳤던 거야. 당신의 눈부신 애정으로부터……. 하지만 이제 전부 늦어버렸다. 그녀는 남자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린 새의 깃털 같은 보드라운 손끝을 남자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미안해요.”
“되돌릴 수 있어.”
그래야만 하고. 남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정처 없는 손길은 매들린의 손을 생명줄처럼 붙잡았다. 그의 몸이 진동하듯 떨리고 있었다.
“우린 너무 멀리 왔어요. 전부 나 때문이에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괜찮소. 당신의 잘못을 내가 용서할 테니, 당신도 내 잘못을 용서해주면 돼.”
그 말이 도화선이 되었다. 자글자글 불꽃이 심지를 타고 심장을 향해 타들어갔다. 당신이 나의 끝인 걸까. 결국은, 결국은.
매들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남자가 매들린의 뺨을 바들거리는 손으로 매만지더니,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렇게 고개 숙인 남자의 입술과 여자의 입술이 부딪혔다.
처음에는 충동적이고 갈급하고 그래서 서툴기 짝이 없었다. 입술과 입술이 비비적거렸다. 혀에서 짠 눈물 맛, 담배의 쓴맛이 느껴졌다. 숨이 찬 매들린이 입을 열자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감히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선정적인 입맞춤이었다. 이안이 제게로 쏟아져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기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전쟁에서 돌아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남편 이안과 몇 년째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던 매들린 노팅엄 백작 부인은,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밀회를 꾸며내고 이로 인해 남편과 다투다 불의의 사고로 죽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매들린은 1913년 열일곱의 시절, 결혼 전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이안을 마주치지 말아야지!’ 수십 번 다짐했건만, 운명은 필연이었던 것일까. 그녀 앞에 이안이 나타나고, 계속해서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녀는 다시 태어난 삶 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지만, 아무 것도 자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전쟁도, 집 안의 파산도 모두 마치 계획된 대로 흘러만 가고, 이안은 그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쟁에 자원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이안의 여동생 이사벨은 구했다는 것. 전생에서 이안은 자신의 여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사벨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이사벨은 노팅엄 가문의 거대한 저택을 부상병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전국 각지의 의사를 모으고, 간호사를 모집해 나간다. 덕분에 간호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매들린. 그녀는 어느덧 전쟁터로 간 전생의 남편이 같은 전생과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까 두려워하게 되고, 그와 서신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안은 전생과 똑같은 불구가 되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만난 그를 보며 애틋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매들린. 이안과 매들린은 스스로의 단점을 되새기며 서로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매들린은 이안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전생에 이해하지 못한 남편의 행동과 표정, 말투 들을 조금씩 이해해 가기 시작하고, 그것이 경멸이 아닌 애정의 표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느 날 결국, 매들린이 먼저 용기 내 이안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이안은 한층 부드러운 모습으로 애정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확인해 가는 찰나, 매들린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발리고 만다.

이사벨은 그 당시 귀족의 자제답지 않게 깨어난 지성을 갖고 있었으며, 숭고하기까지 한 이상을 늘 갖고 살았다. 어느 저녁 이사벨은 갑작스럽게 피 흘리는 남자를 저택에 데려오게 되고, 매들린에게 그를 며칠동안만이라도 보살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이안, 나아가서는 노팅엄 가문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직감을 하면서도, 이사벨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매들린은 이사벨의 사회주의 사상 동지인 제이크를 숨겨주게 되고, 그가 떠날 때까지 이사벨의 동료로서 최대한 보살펴 주기까지 한다. 운명의 장난인지, 떠났던 제이크는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고, 모진 고문 속에서 제이크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매들린의 이름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매들린은 범죄자를 숨겨주었다는 죄명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예상대로 부당한 재판이 이루어진다. 이안은 그녀를 빼내기 위해 정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손을 쓰고, 그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자신의 거짓말로 제이크를 더한 위험 속으로 밀어넣기를 바라지 않았던 매들린은 결국 모든 잘못은 뒤집어 쓰는 편을 택하고 만다.

“왜 그랬어? 왜?”
“이안, 미안해요.”

6개월의 수감이 끝나고 절망과 죄책감 속에서, 매들린은 영국을 떠나 신대륙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절친한 동료 수감자의 추천서를 갖고, 아는 이 아무도 없는 미지의 땅에 그녀는 도착했다. 다행히 그 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일자리와 자신을 도와주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조용하게 미국에서의 시간이 흘러간다.

낮에는 식료품 점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고급 호텔의 최상층 커피숍에서 티레이디 생활을 이어가며 고단하지만 안정적인 사람을 살아가는 그녀 앞에,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이안이 다시 나타난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엔조는 이안의 출현이 몹시 신경 쓰이고, 그 와중에 그 당시 유력인사들이 모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햄튼의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된다. 하지만 파티는 이안의 친구인 홀츠먼이 주최하는 것이었고, 엔조의 초대장은 매들린을 파티로 불러들이기 위한 홀츠먼의 술수였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햄튼의 파티에서 다시 조우한 이안과 매들린은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낯설고 험한 미국이란 곳에서,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은 매들린이 안쓰러운 이안은 그녀에게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자고 청하지만, 매들린은 간호사로서의 공부를 끝내고 싶어 한다.

이안은 계속 공부하고자 하는 매들린을 잠시 두고 이사벨 일로 인해 미국을 떠난다. 그러는 동안 매들린은 엔조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심한 엔조는 일에 매진하며 이해관계인 아일랜드 갱을 테러하게 된다.

엔조의 아일랜드 갱 테러 사건으로 인해, 엔조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아일랜드 갱 일원은 매들린을 납치하게 되고 결국, 매들린은 총격 사건을 겪는다.

병상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매들린은 더없이 이안이 구명줄처럼 느껴지고 그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홀츠먼의 미국 별장에서 애틋하고도 즐거운 회복기를 거쳐 고백 후, 둘은 다시 영국으로 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서로의 꿈을 이끌어주기로 맹세하면서.

결혼 후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던 둘에게 대공황이라는 시련이 닥친다. 그때, 매들린이 간호사 시절 도움을 주었던 환자의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온다. 온몸에 화상을 입어 몸을 가누지 못하던 환자는 미국 최고의 대재벌인 에머스트 가문의 상속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차남인 라이오넬에 의해 또 다시 죽을 위기에 처하는 매들린이지만, 기지로 극복해 결국 무사히 환자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의 유언대로 환자 몫의 상속을 받게 된다. 그 도움에 힘입어 다시 일어서게 된 이안과 매들린은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출판사 리뷰

상처를 껴안는 회귀, 감정의 재구성

《구원 방정식》은 ‘회귀’라는 익숙한 장르 공식을 차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의 궤도를 따라간다. 이 작품에서 회귀는 단순히 ‘다시 살아보기’가 아니라, ‘다시 느껴보기’에 가깝다. 매들린은 과거로 돌아가면서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정과 관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전생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곧 자신이 떠났던 감정들과 다시 마주하는 용기로 전환된다. 특히, 그녀가 다시 만나는 이안 노팅엄은 이전 삶에서 가장 큰 고통을 안긴 인물이었기에, 그와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치유와 회복의 무대가 된다. 회귀는 그녀가 선택한 도피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완성되기 위한 두 번째 삶의 기회다.

매들린은 이 삶에서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이안과 다시 얽히면서 감정의 균열과 균형을 조정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회귀라는 장치를 ‘감정의 복기’이자 ‘구원의 전제’로 재정립한다. 독자는 단지 전생과 현생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고 회복되는지를 정교하게 추적하게 된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감정의 드라마


이 소설의 배경은 1910년대 영국에서 시작해, 1920년대 미국으로 확장된다. 1차 세계대전, 대공황, 사회주의의 확산, 갱단의 등장 등 시대의 흐름은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쟁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삶을 파괴하고 바꾸는 직접적인 동력이며, 독자는 그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간호사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립해가는 매들린, 불구의 몸이 되어 삶을 포기하려다 매들린에게 기대게 되는 이안 -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공존과 생존의 동맹처럼 느껴진다.

이안은 더 이상 귀족 사회의 냉소적인 후계자가 아니며, 매들린 또한 순진한 희생자가 아니다. 그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밀어내며, 때로는 끌어안으며 서서히 가까워진다. 특히 총격, 감금, 도피, 미국 이민 사회 등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두 사람의 감정선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시대물의 장중함과 로맨스의 감성, 그리고 현실적인 인간 드라마를 정교하게 엮어낸 보기 드문 서사 구조를 보여준다.

두 인물, 쌍방 구원의 서사


이안 노팅엄은 전쟁 후유증과 가문에 대한 책임, 그리고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물이다. 그는 전생에서 매들린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회귀한 삶에서는 점차 매들린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나약하고 인간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매들린 역시 자신이 받은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이안이라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거듭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인간으로 성장해간다. 이 소설의 핵심 정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였고, 동시에 서로의 구원이기도 했다.”

둘은 각자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면서, 상처를 공유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 - 서로가 서로에게 감옥이었지만, 동시에 해방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감정의 얽힘. 이러한 관계성을 통해 《구원 방정식》은 감정의 깊이, 인간 심리의 미묘한 균형을 성숙하게 그려낸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함께 변해가는 과정을 감당하는 용기라는 사실이다.

문학성과 대중성의 완벽한 교차점


《구원 방정식》은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문학적 감수성과 서사의 밀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문 작품이다. 작가 보엠1800의 문체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고전문학의 향취가 느껴지는 문장 구조, 감정의 진폭을 정교하게 담아낸 묘사, 그리고 인물 간 대사의 미묘한 긴장감은 단순한 장르 문학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에도 과장되지 않고, 섬세한 언어로 압축해낸 문장은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풍경과 정서가 교차하는 장면들, 그 안에서 감정선이 암시적으로 드러나는 문장들은 마치 한 편의 클래식 영화처럼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단지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넘어서, ‘읽는 즐거움’과 ‘머무는 여운’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이다.

또한 소설의 구성은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다채롭다. 회귀물의 긴장감, 시대물의 비극미, 로맨스의 감성, 심리극의 정교함이 하나로 어우러져 유려하게 전개된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전혀 산만하지 않으며, 오히려 밀도 있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구원 방정식》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감정적으로 완주하는 하나의 체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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