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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와 아도니스 8
소네트 112 작품 해설 144 작가 연보 156 |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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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이여, 부디 말에서 내려주오.
그 오만한 머리를 안장머리에 매어 두시오. 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 보답으로 그대는 꿀처럼 달콤한 비밀 천 가지를 알게 되리라. 이리 와 앉으시오, 뱀 한 마리 얼씬 않는 이곳에. 자리에 앉으면 입맞춤으로 그대를 덮어주리이다.” “허나 그대 입술이 역겨운 포만감에 질리게 하진 않으리. 오히려 풍요 속에서 굶주리게 만들 터. 붉어졌다 창백해졌다, 신선한 변화를 주며. 열 번의 짧은 입맞춤은 한 번처럼, 한 번의 긴 입맞춤은 스무 번처럼. 여름날 하루가 한 시간처럼 짧게 느껴지리. 시간을 잊게 하는 그런 유희에 흠뻑 빠져든다면.” --- p.10 그가 눕자마자 그녀도 그 옆에 길게 몸을 눕히고, 둘은 팔꿈치와 엉덩이에 몸을 기댄 채 있었다. 그녀가 그의 뺨을 쓰다듬자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꾸짖으려 하자 그녀는 재빨리 입술로 그의 말을 막았네. 입 맞추며 욕정 어린, 숨이 끊어지는 듯한 속삭임으로 말했으니, “꾸짖으려 한다면, 그대 입술은 결코 열리지 못하리.” --- p.12 “입 맞추기 부끄럽나? 그렇다면 눈을 감게, 나도 눈을 감으리니, 그러면 낮은 밤이 될 것이네. 사랑은 단둘뿐인 곳에서 축제를 벌이는 법, 대담하게 즐기시오, 우리의 유희는 아무도 보지 못하네. 우리가 기댄 이 푸른 핏줄의 제비꽃들은 결코 비밀을 누설하지도, 우리의 뜻을 헤아리지도 못하네.” “그대의 매혹적인 입술에 맺힌 부드러운 봄은 그대의 미숙함을 드러내지만, 맛볼 가치는 충분하네. 시간을 활용하시오, 기회를 허비하지는 말게.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낭비되어서는 안 되네. 한창때 꺾이지 않은 고운 꽃들은 곧 썩고 시들어 사라지고 말 것이네.” --- p.21 이제 아도니스는 나른한 정신으로, 무겁고, 어둡고, 불쾌한 눈빛을 띠고, 찌푸린 눈썹이 그의 고운 시야를 가렸으니, 마치 안개가 하늘을 뒤덮은 듯했네. 뺨을 찡그리며 외쳤네. “아, 사랑 얘기는 그만하시오. 햇볕에 얼굴이 타니, 이만 가야겠소.” “아아,” 비너스가 말했네 “젊은데 어찌 이리 무정한가! 떠나려는 변명으로 그런 구차한 말을 하다니! 내가 천상의 숨결을 내쉴 테니, 그 부드러운 바람이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를 식혀주리다. 내 머리칼로 그대를 위한 그늘을 드리우고, 머리칼마저 타오르면, 내 눈물로 꺼주리다.”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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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첫 출간작과 불멸의 시편들, 욕망과 사랑의 총체 ★
★ 사랑의 쾌락, 질투와 배신, 그리고 시간과 죽음을 넘어선 언어의 기적 ★ ★ 관능과 순수, 젠더와 권력의 전복을 담아낸 르네상스 문학의 정수 ★ 《욕망은 꽃으로 남았다》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서사시 『비너스와 아도니스』와 전반부 소네트들을 한 권에 담아, 르네상스 문학의 매혹적 심장을 오늘의 한국어로 되살린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신화의 재현이나 고전의 모음이 아니라, 인간 존재·사랑·시간·죽음을 탐구한 셰익스피어 문학 세계의 총체적 초대장이다. 『비너스와 아도니스』에서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완벽한 미남 아도니스를 향해 집요한 구애를 던지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자유와 사냥을 선택하다가 비극적 죽음을 맞는다. 비너스의 불타는 입맞춤, 아도니스의 붉은 피, 그 피에서 피어나는 아네모네 꽃은 욕망의 덧없음과 예술 속 사랑의 불멸성을 강렬한 상징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젠더와 권력 관계를 전복하며, 사랑과 욕망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선택·자유·운명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함께 수록된 소네트들은 ‘셰익스피어식 소네트(Shakespearean Sonnet)’의 전통적 형식을 지키면서도, 청년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무자비함, 사랑의 구원과 배신, 그리고 언어의 불멸을 노래한다. 소네트 XIX, XXX, XXXV, XLV 등에서는 탐식하는 시간과 죽음의 냉혹함이, XVIII과 XIII에서는 시와 후손을 통한 불멸의 약속이, XL-XLII에서는 사랑과 질투, 배신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셰익스피어는 태양, 구름, 불사조, 메리골드 같은 자연 이미지를 통해 운명과 감정의 변화를 비유하고, 마지막 두 행의 쌍행(couplet)으로 희망이나 반전을 제시하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번 번역은 오행보격의 리듬과 은유의 깊이를 살려, 원문의 운율과 숨결을 가능한 한 현대 한국어 속에 온전히 옮기고자 했다. 이 책은 고전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랑의 환희와 상실, 욕망의 힘과 허무, 청춘의 찰나적 아름다움이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욕망은 꽃으로 남았다》는 셰익스피어의 사랑과 욕망의 미학, 시간과 불멸의 역설, 그리고 인간 감정의 심연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총망라된 서사시이자 시편집이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숨결을 품은 언어의 향연으로, 시대와 문화를 넘어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