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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니었다 7
살인 릴레이 119 화성의 여자 149 옮긴이의 말 242 |
Kyusaku Yumeno,ゆめの きゅうさく,夢野 久作,본명 : 스기야마 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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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번, 마루노우치 클럽의 경술회에서, 단시간 영광을 얻은 사람으로, 귀형과 마찬가지로 규슈 제국대학, 이비인후과 출신 후배입니다. 작년, 쇼와 8년 6월 초순부터, 이곳 요코하마시 미야자키초에, 우스키 이비인후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자입니다만, 돌연 이와 같은 기괴한 편지를 올리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히메쿠사 유리코가 자살했습니다.
--- p.9 다른 일은 몰라도, 여차장만큼은 정말로 안 돼요. 농부로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없고, 훨씬 더 무섭고, 싫은 일이에요. 여차장의 운명이라는 건, 길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보다 훨씬 값싼 것이에요. 여차장이 되어 보면 곧 알게 돼요. 간단히 말하자면, 농부의 딸로 있으면 신랑감은 순박한 마을 청년들 중에서 부모님이 골라 주시잖아요. 운이 좋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여차장이 되면 그런 행복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해요. 회사 중역이라든가 임원이라든가, 자동차 담당 순경님 같은 이들의 말은 아무리 부당하고 불쾌해도 얌전히 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해고돼요. 어떻게든 구실을 붙여서 쫓아내 버리니까요. --- p.120 지난 3월 26일 새벽 2시경, 시내 오도리 지역 6번째 구역에 위치한 현립 여고 운동장 구석의 낡은 창고에서 불이 났다. 강풍이 불고 있었기에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지만, 시 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대의 신속한 대응으로 창고 한 채만 전소된 채 진화되었다. 다행히 교사 건물에는 피해가 없어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며칠 뒤인 같은 달 26일 새벽, 불이 난 자리를 정리하던 중, 성별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탄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 현장은 다시 한 번 큰 소동에 휩싸였다. 이후 대학 부검 결과, 시신은 스무 살 안팎의 여성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허리 부분 주변에 불을 집중적으로 붙이기 위해 연료가 배치된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에 경찰은 사건을 성적 동기가 얽힌 방화 살인 사건으로 보고, 보도를 일시 중단한 채 철저한 수사에 들어갔다. --- p.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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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라는 말은 흔히 사후 세계를 가리키지만, 유메노 규사쿠의 『소녀지옥』에서 지옥은 살아 있는 소녀들이 매일같이 서성이는 공간에 가깝다. 학교, 가정, 신문과 소문, 연애와 우정, 도덕과 교육 - 이 모든 것들이 소녀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옥죄고 밀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별 것 아니었다〉에서 소녀는 “별 것 아닌 거짓말”이 켜켜이 쌓인 끝에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로 걸어 들어간다. 〈살인 릴레이〉에서는 특정한 악인보다, 여럿이 나눠 든 가벼운 말들이 누군가를 구석 끝으로 몰아붙인다. 〈화성의 여자〉에서는 한 여학생의 시체가 “새까만 소녀”라는 이름의 소재로만 소비되고, 그 뒤에 숨은 진짜 목소리는 기사와 참고, 행정 문서와 ‘유서’의 틈새에서 겨우 새어나온다. 이번 한국어판은 이 세 가지 얼굴의 지옥을 한 권에 담아, 유메노 규사쿠라는 작가의 스펙트럼을 그대로 보여 주고자 했다. 연애 고백체, 유언장, 신문 기사, 참고 메모, 편지와 장광설이 뒤섞인 문장은 단순히 기괴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가”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단순한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읽고 난 뒤, 어쩌면 이런 질문을 남길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앞에서, 나는 얼마나 쉽게 “별 것 아니다”라고 말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장난처럼 나눈 말이, 누군가에게는 ‘살인 릴레이’의 일부가 된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화성의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종이 한 장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 않은지. 100년 전의 기묘한 단편집 『소녀지옥』은, 그래서 지금 이곳을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믿어 온 ‘정상’이라는 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말 알고 있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