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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 미현 크로제 소설집 세트
폴라로이드 + 메이드 인 코리아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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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폴라로이드
메이드 인 코리아

저자 소개2

로르 미현 크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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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 Mi Hyun CROSET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작가로, 자신의 입양 경험과 두 문화 사이에서의 정체성 탐색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번 작품 『메이드 인 코리아』는 2023년 스위스 에디시옹 오카마(Editions OKAMA)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 지은 작품으로 2012년 아카데미 로망드 이브상을 받은 바 있는 『폴라로이드』(이숲에올빼미, 2025) 외, 『팝콘 걸』(BSN Press, 2019), 『아름다운 세상』(Albin Michel, 2018), 『사랑하려 애쓰다』(BSN Press, 2017), 『비온 후 맑은 날씨』(Didier, 2016)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작가로, 자신의 입양 경험과 두 문화 사이에서의 정체성 탐색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번 작품 『메이드 인 코리아』는 2023년 스위스 에디시옹 오카마(Editions OKAMA)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 지은 작품으로 2012년 아카데미 로망드 이브상을 받은 바 있는 『폴라로이드』(이숲에올빼미, 2025) 외, 『팝콘 걸』(BSN Press, 2019), 『아름다운 세상』(Albin Michel, 2018), 『사랑하려 애쓰다』(BSN Press, 2017), 『비온 후 맑은 날씨』(Didier, 2016) 등이 있으며 스위스 제네바에서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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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번역하다 공대생에서 문학도로 탈주했다. 소르본 대학교 현대 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 작가들을 공부했다. 현재 파리 고등 통번역대학원에서 재번역 현상을 연구하며 읽고 쓰고 옮긴다. 경계에 서 있는 장르와 사람,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레아 뮈라비에크의 『그랑 비드』, 앤디 왓슨의 『북투어』, 마르셀루 킨타닐랴의 『들어봐, 예쁜 마르시아』, 에밀리 글리슨의 『이상한 녀석 테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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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30*190*20mm
ISBN13
9791191131932

책 속으로

스위스에 도착한 이야기는 양부모님에게 들었다. 입원한 병원에서는 내가 죽을 게 분명하며, 스위스에 갈 상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엄마는 간호사인 자신이 생존에 필요한 처치를 직접 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엄마 생각에 내게 정말 필요한 건 애정이었다. 그 판단이 옳은 듯하다. 과자 먹을 때를 빼고는 사흘 밤낮이 흘러도 엄마 목에서 떨어질 줄 몰랐으니까.
--- p.11 「폴라로이드」 중에서

이번에도 행동 자체보다 들켜서 부끄러움이 더 컸다.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도 모른다면 어땠을까? 실수 자체보다 누가 나를 비난하며 우월한 태도를 보이는 게 더 괴로웠다. 나는 잘못이 들통날 때만 반성했다.
이 오래된 비열함 때문에 불면증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잠꼬대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잠든 사이에 재앙이 또 일어날까 봐 잠들기를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 p.17 「폴라로이드」 중에서

원인 모를 제지를 받을 때면 언제나 속이 뒤집혔다. 특히, 음악 선생님이 학년말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시험을 치르기에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는 평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자동으로 합격한 줄 알았다가 이내 착각임을 깨달았다. 시험에 통과할 만큼 열심히 준비할 거라는 신뢰조차 받지 못하고, 심지어 평가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여겨진 것에 내 안의 모범생은 깊은 모욕을 느꼈다. 결국 나는 음악 학원을 그만뒀고, 나중에는 재능이 부족해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클래식 발레 학원도 그만뒀다. 이해받기 어려운 사실일 테지만, 나는 경쟁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세거나 마음이 너무 여렸다.
--- p.30 「폴라로이드」 중에서

이 방법으로 꽤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서 이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반쪽짜리 거짓말과 구멍 난 진실, 위장한 말에 속지 않고 내 마음을 읽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슬픔을 오래 견뎌야만 했다. 누가 아주 영리하게, 아니 적어도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석고 기둥 뒤에 숨은 나를 찾아내기 바랐다.
--- p.36 「폴라로이드」 중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고 싶은 바람은 외모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내 눈은 꼭 프랑스 사람 눈처럼 생겼어.”라며 어릴 때부터 우기고 오빠의 가느다란 눈이나 남미 어딘가에서 온 사람의 눈을 놀려도, 원하든 원치 않든 나는 엄연한 한국인이었다. 거울만 봐도 이 사실은 너무나 분명했다.
--- p.50 「폴라로이드」 중에서

진정한 유럽인답게 나는 차이나칼라 의상이나 은은하게 빛나는 새틴 원피스를 자주 구매했다. 하지만 입고 나서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나를 진짜 아시아인, 그것도 어딘가 이상한 아시아인으로 볼 수 있으니까. 내 정체성을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유럽 문화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다들 알아줬으면 했다. 사실 유럽인 체형이라면 그런 옷을 입고 마음껏 뽐내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국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싶을 뿐, 이국적 존재 자체가 되고 싶진 않았다.
--- p.81 「폴라로이드」 중에서

진단이 내려졌다. 그는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사실 정해진 방식이라 부를 것도 없이 살아왔지만. 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빈둥거리며 ‘소울 푸드’를 양껏 즐기는 게 전부였다. 책상에 앉아 있거나 소파에 누워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의 왕국에 몸을 담갔다. 간단히 말해 그의 세계는 스크린과 냉장고로 요약됐다.
--- p.7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며칠 후 한국에 간다고 부모님께 알렸다. 부모님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들이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은 반가웠지만, 아시아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일단 파리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계속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어머니는 망설이다 혹시 친부모를 찾으러 가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부모가 두 사람이어도 이미 벅찬데, 네 사람이면 지옥일 거라고! 어머니에게 매주 전화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다음에는 왓츠앱으로 통화하기로 했다. 몇 달 전, 남동생 올리비에가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뒀으니 이번 기회에 써보면 될 것 같았다. 순간, 한국 문화에 제대로 스며들려면 카카오톡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건 자기 여행이지 가족 여행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 p.15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육신을 치료하러 왔는데 영혼이 더 괴로워지고 말았다. 물론,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태어난 나라를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술 수련은 아시아 어디서든 얼마든지 할 수 있었고, 선택지는 넘쳐났다. 그런데 왜 하필 두 살 때 버림받은 이 나라를 택했을까?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라서? 평생 자신을 쾌락주의자로 여겼는데. 빌어먹을 당뇨병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앞으로 닥칠 합병증이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모든 게 엉망이 된 건 검사 결과를 들은 바로 그 순간부터였다. 평소라면 절대 마주하지 않았을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상상의 세계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그가 이제는 정체성과 유한성이라는 아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됐다. 캐릭터를 바꾸거나 조이스틱을 능숙하게 조작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 온갖 골치 아픈 문제 말이다.
--- p.40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갑자기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혀 데이브가 설명을 시작했는데도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팀이 그냥 한 번 친절하게 굴었을 뿐, 더는 가까워질 마음이 없다면? 어린 시절을 망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만 배 더 강력하게 돌아왔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려 평소보다 더 예민해졌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는 지금 그 두려움이 처음 자라난 바로 그 나라에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지금까지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온 터였다. 아직도 감히 그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 p.57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프랑스가 자신을 입양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이상했다. 오히려 지금 한국이 자신을 입양하는 과정 같았다. 입양이라는 개념 자체에는 정말 어딘가 복잡한 면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과 달라서 오히려 만족했다. 친절하지만 경쟁적이고,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며, 끊임없이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에게 어떤 이유로도 완전히 속하고 싶지 않았다.
--- p.63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해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지금 당장 허공에 몸을 던져버리면 어떨까 싶었다. 누가 그를 그리워할까? 죽음을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양부모가 되지 못했다는 증거로 여길 부모님? 모두에게 다정한 팀? 자기밖에 모르는 동생?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자신의 절망은 한국인의 절망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국인은 여러 세대에 걸쳐 모두 엄청난 실망과 실패, 심지어 치욕까지 경험했다. 그는 눈에 띄는 성취도 없었지만, 그만큼 큰 야망도 없었기에 잃은 것도 없었다. 자살한다면 그건 순전히 개인 행위일 뿐이었다. 삶에 대한 일종의 무기력의 표현. 하지만 이 게으름을 끝내기에 그는 너무도 게을렀다.

--- p.94 「메이드 인 코리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자아 찾기

작가는 성장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어린 시절 겪은 실수에 대한 강렬한 수치심, 외모와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 학교에서의 소외감, 그리고 무엇보다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사회에서 느끼는 미묘한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일본인인지 물어오면 정말 난처했다. 한국인이라고 설명할 때마다 ‘아! 올림픽 했던 나라!’라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는 작가의 고백에서 입양인이자 이방인으로서의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다.

책의 상당 부분은 작가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에 대한 열정, 문학에 대한 갈망, 그리고 언어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느끼는 불안감까지 세심하게 포착한다. 특히 대학 시절 『플럭스』 잡지에 기고한 알바니아 여행기가 거절당하는 장면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좌절과 성장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연애 관계에서도 작가는 끊임없는 불안과 자기의심에 시달린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려는 지나친 노력,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세 번의 자살 충동을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깊은 우울과 절망의 순간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입양인 서사의 새로운 관점, 그리고 결국 희망을 품다

『폴라로이드』는 기존의 입양 관련 서사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감상적이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보다는 입양인이 실제로 겪는 정체성의 혼란, 소속감의 부재,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증명의 압박을 차갑고 정확한 언어로 기록한다. 작가는 “내 허영이 짓밟힌 것보다, 여동생은 나와 달리 타고난 미인이라 특별히 가꾸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확인한 것이 더 마음 아팠다”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해부한다.

책은 작가가 30세 생일날 “지극히 아찔하고 내밀한 프로젝트”, 즉 글쓰기를 결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폴라로이드』는 입양, 이주,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자기 성찰을 잃지 않는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타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선사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정체성 찾기

이 소설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현대인의 소외와 정체성 탐색, 그리고 치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입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김치의 강렬한 냄새, 24시간 편의점, PC방, 빨리빨리 문화, 아줌마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특징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서 발견한 따뜻함과 활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주인공이 당뇨병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마주하며 보여주는 변화의 과정은, 많은 현대인이 겪는 건강 위기와 삶의 전환점에 대한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챕터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의 여행. 유럽에서 출발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찾는 여정은 ‘세계-아시아-한국-서울-동네-도장-몸’으로, 넓은 세상에서 작은 세상으로 촘촘하게 펼쳐진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언어와 무심한 듯한 관찰은, 하지만 결국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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