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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장 윤리적인 사이코패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 진료실의 희생자 상대는 다름 아닌 ‘요코야’ 드롭아웃 상처를 주고받음에도 진료는 계속된다 병을 보지 말고 아픈 사람을 보라 수호령론 예지 능력 좋은 사람 사춘기와 SNS와 나 2장 노출의 적정선 노출의 적정선 어차피 대부분은 무명 연예인은 치아가 생명 다중 관계 ‘이도류’라는 착각 의사인 듯 형인 듯 선생님의 SNS 보고 있어요 루틴 없는 루틴 미용외과 의사의 SNS 본모습 vs 역할 3장 개인적인 사회 문제 개인적인 사회 문제 멘탈을 관리받는 세상 MBTI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 몸에 맞춰서 강제 의료 행위에 대한 고민 정신과 의사인 내가 책을 쓰는 이유 여행 부적응 서프라이즈 침묵하는 다수 고좋아요혈증 마치며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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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순간 결심했다. 단순한 ‘사이코패스’는 되지 않겠다고. 이 순간이란 사이코패스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간파한 순간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일할 때 사이코패스적인 사고방식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놓친 부분은 없는지 재차 검토하여 살피는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 p.24 의사란 진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가능하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희생자’에게도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그 목소리가 자신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신호일 때도 있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감지해서 그 뜻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싶다. --- p.34 그렇지만 우리의 말은 메스와도 같아서, 되는대로 마구 지껄이는 것은 진료실에서 아무렇게나 메스를 휘두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칼끝이 환자의 볼을 스치거나 때로는 불행하게도 가슴을 푹 찌르기도 한다. “3년 전, 처음으로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가끔 생각나요.” --- p.58 사람들은 그저 말을 되받아치지 않는 사람, 혼날 만한 짓을 했는데도 혼내지 않는 사람, 싫은 일이 있어도 티 내지 않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아니라 행동만 보고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 p.105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인간의 조합으로 형과 동생(혹은 오빠와 동생)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되는 관계가 있다. 이는 환자라는 특성상 나보다 성숙한 사람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의사라는 특성상 연장자처럼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 본래의 특성대로 내가 형처럼 행동하면, 환자가 지금껏 겪어왔던 형 같은 사람과 맺은 부정적인 관계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 p.173 SNS상에서 상대방에게 비난을 퍼붓거나 악성 댓글에 가까운 말을 남기는 이들은 대개 현실적인 판단이 흐릿해진 사람들이다. 이건 이거, 그건 그거라는 구분이 서지 않는 탓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직접 비난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비난을 받을 때면 묘하게 가슴이 뜨끔하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도 아니고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안에도 의사는 24시간 의사여야만 한다는 감각이 꽤 강하게 자리하는지도 모르겠다. --- p.183 또한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온라인 진료는 진료의 역치를 낮추므로, ‘언제, 어디서’에 숨어있는 의미가 감춰질 것이다. 다시 말해 ‘직장인인데 평일 낮에 왔네?’ 혹은 ‘이렇게 멀리서 일부러 우리 병원까지 찾아왔네?’ 같은 정보를 통해 문제의 본질로 다가서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또한 대기실에서의 모습이나 입실할 때의 분위기, 의자에 다가가서 앉는 동안의 걸음걸이, 다른 사람을 눈앞에 두었을 때 보이는 행동 등 대면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모든 비언어적 정보도 격감할 것이다. --- p.257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섣부른 판단일 뿐이다.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고 전쟁이나 전염병처럼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모든 상황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현실’이다. 그 상황을 우선 받아들이고 이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 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턴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 ‘현실’이 가짜라고 여기고 부정하고 싶어 하며, 내가 상상하고 있던 시나리오만이 진짜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 p.263 환자들이 SNS에서 떠도는 단순하고 확정적인 말만 믿고, 복잡하고 끈기 있게 임해야만 하는 대면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처럼 어떤 환자는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왔던 모든 고통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는 SNS 속 정보를 듣고는, 이제껏 자신이 마주해왔던 현실이 이토록 복잡하고 힘들었던 건 바로 이 단 하나의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믿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권위있는 SNS 속 선생님은 모든 걸 알고 있고, 어쩌다 우연히 찾아오게 된 이 병원에서 만난 평범한 정신과 의사인 나는 잘 모른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 p.282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의사답게 행동할 수 있다. 약을 처방하고 검사를 하는 일들이 나와 환자를 단단하게 매개해 준다. 그저 태연한 척 의사 역을 연기하면 그대로 일이 잘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의사의 역할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환자와 마주해야만 한다. 환자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응은 사실 ‘의사로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 p.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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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다”
임상과 일상 사이를 오가며 써 내려간 정신과 의사의 유머러스하고도 진솔한 심리 에세이 보통 ‘사이코패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연상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 곰곰 살펴봐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와 ‘정신과 의사’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헤아려본다. 사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순간마다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고. “하루에 약 5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매번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내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할 것이다. 이럴 때는 ‘사이코패스’적으로 생각하며 정신 건강을 보호하곤 한다. 환자의 마음을 ‘병’으로 다루거나 특정 범주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직접적으로 그 감정과 맞닥뜨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사이코패스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환자의 마음을 공평하게 다루기를 포기하고 내 시간과 체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사회적 업무인 진료를 완수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환자 개개인을 최선을 다해 진찰하였느냐는 질문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 본문 中 책의 제목인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저자가 의사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정신과를 찾는 모든 환자의 정서적 고통을 이해하려 하면 의사의 심신이 먼저 지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사람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정서적 상처를 부차적으로 두는 것’, 이른바 ‘사이코패스적’ 행동이 필요하다. 저자는 진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사이코패스적인 냉정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환자의 마음과 자신만의 윤리를 되돌아본다. 이성적인 판단 뒤에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환자들을 재차 검토하고 살피는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임상과 일상을 오가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저자는 단순한 자기반성에 머물지 않고, 1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며 마주한 환자들의 삶과 그 곁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까지 깊이 해찰한다. 환자의 고통과 마주하는 의사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겪은 갈등과 회복의 시간을 솔직하게 기록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공감과 깊은 위로를 건넨다. 상담 대기실에서 불안에 떨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때 의사가 어떤 얼굴로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은 73.6%로,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2030 세대에서도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초진을 예약하거나 상담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처음 진료를 앞둔 환자라면 낯선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긴장과 불안, 걱정이 뒤섞인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의사가 나를 어떻게 볼까?”,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까?” 하는 두려움은 누구나 마주하는 첫 관문이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바로 그 순간을 함께하는 책이다. 상담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독자에게 정신과 의사가 차트를 들여다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시선으로 환자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의학적 사례를 나열하는 대신, 정신과 의사가 일상에서 환자를 대할 때의 고민, 그리고 치료 현장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상담을 고민하는 이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아직 망설이는 이들은 안심과 격려를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낸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과 상담을 향한 첫걸음이 한결 가볍고 단단해진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마음의 문을 열기 전,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