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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음을 알았네
이종탁
도서출판샘문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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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 시선

책소개

목차

사랑이었음을 알았네
이종탁 감성시집

여는 글 / ..... 이종탁 .... 4
임의 부재를 극복하는 시적 아우라 ····· 심종숙… 8

제1부 : 너를 사랑한다면


너를 사랑한다면 / 28
춘화春花 / 30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 / 32
속초 바다 연가 / 34
아내의 화석 / 36
나 어릴 적 손발 때 벗기기 / 38
어릴 적 등굣길 / 40
혹여, 당신일까? / 43
그대는 옹달샘 / 44
안녕, 나의 봄 / 46
그리움 또 그리움 / 48

제2부 : 자작나무 숲에 누워


망부가望婦歌 / 50
코스모스 / 53
Cafe’ #553 - 1 / 54
Cafe’ #553 - 2 / 55
그 섬으로 가던 길 / 56
기다림 / 58
님의 저승길 / 59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 60
자작나무 숲에 누워 / 61
처서處暑 / 62
이별과 만남 / 64
예쁜 꽃으로 오실 님 / 66
돌다리 / 67
싱그러운 초여름 아침 / 68
환생 / 70
4월에게 / 72
또 봄이 오면 / 74
마음속으로 오는 봄 / 76
소설小雪 / 77
정지된 시간 / 78

제3부 : 당신이 그리운 까닭은


영정 / 80
체념을 넘어 희망으로 / 82
이순의 자화상 / 85
인연과 인연의 끈 / 88
무슨 죄를 지었길래! / 90
그리움 따라 걷는 길 / 92
북한강에게 / 94
그 겨울과 여름 바닷가 / 96
그 가을이 왔음을 알았네 / 98
제주의 남쪽 바다 / 100
저 바다 끝에 다다르면 / 102
이별, 그 후 22개월 / 104
남은 자의 고독 / 106
이승의 봄이 오면 / 108
애타게 불러보는 이름 / 110
당신이 그리운 까닭은 / 112
우이암牛耳岩 / 113
봄은 실개천 따라 흐르고 / 114

제4부 : 사랑이었음을 알았네


홀로 걸으며 / 116
시월의 연가 / 119
섣달 보름달이 익어갈 즈음 / 120
사랑이었음을 알았네 / 122
어머니와 그리운 가을 소리 / 124
자화상自畵像 / 125
님의 묘지엔 가을바람 소슬이고 / 126
마음의 평정을 찾아서 / 128
클래식은 흐르고 / 130
이 산 저 산 오르면 / 132
구름을 건너는 달 / 133
춘녀春女 / 134
하늘아 하늘아 / 136
님 그리움 / 138
바다야 바다야 / 140
별 내리는 마을 / 142
사모思慕곡 / 144
홀로 듣는 낙엽 소리 / 145

저자 소개 1

시인, 수필가, CEO 경기도 남양주시 거주 경북봉화군 재산면 출생 안동중앙고등학교 졸업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 고려대학교 미래교육대학원 수료 (주)유니코(무역회사) 대표이사 (사)문학그룹샘문 운영위원 (사)생문학(구,샘터문학) 운영위원 (사)샘문그룹문인협회 운영위원 (사)도서출판샘문(샘문시선) 회원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뉴스 문화부 기자 이정록문학관 회원 지율문학 회원 [수상] 2025 한국문학상 시 등단(샘문) 1982 안동문학 수필 입선(고3) [저서] 사랑이있음을 알았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00g | 134*200*20mm
ISBN13
9791194817291

출판사 리뷰

임의 부재를 극복하는 시적 아우라
-이종탁 시인의 시집 『사랑이였음을 알았네』에 대해

- 심종숙(시인,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회자정리, 이 말은 인생의 길에서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불가의 말이다. 이별은 우리 시문학사에서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부재하는 님에 대한 시적 주체의 이별의 정한, 떠난 뒤의 후회와 성찰, 님에 대한 굳은 사랑의 맹세, 님과의 재회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연작시의 전편에서 노래하였다.

사람에게 각각의 이별이 있겠지만 이종탁 시인의 시집 『사랑이였음을 알았네』는 노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회자정리의 이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먼저 가고 나중에 가는 것이 정해진 이치인 것이다. 부부의 연이 되어 오랜 시간을 한 몸같이 살아오다가 어느 한쪽의 죽음으로 인해 겪는 상실의 아픔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가 없는 일이다. 이종탁 시인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고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 아직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없는 배우자에 대한 기억과 현재 배우자가 없는 일상의 부재감을 그렸다. 아내의 부재로 인한 공허감, 상실감과 부재감, 고독감이 시인으로 하여금 불안과 외로움, 정신적 두려움은 공황으로까지 몰고 간다.

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하여 이겨내고 있다. 그에게 시 쓰기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그나마 슬픔과 우울의 정서를 넘어 시를 쓰면서 점점 정서의 안정을 얻어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며 시 쓰기가 상실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종탁 시인이 겪고 있는 사별의 아픔은 비단 그만이 겪는 고통은 아니다. 우리가 겪는 혹은 겪게 될 상실의 고통이다. 존재가 비존재로 될 때 그 낯섦에 대한 공포와 불안, 두려움, 슬픔과 우울, 짝을 잃은 외로움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기에 어떤 경우에는 그 모든 고통이 그대로 무의식으로 내면화되어 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종탁 시인이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하여 이종탁 시인은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떤 사람들은 망자가 살아있었을 때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였다면 그의 부재는 해방일 수 있고 자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망자가 자신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대상이었다면 그 부재는 견디기 힘들고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망자를 그리워하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망자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평생 살아가는 사람은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사랑했기에 더욱 아픈 사람들은 그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천상에 있는 대상을 그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이종탁 시인의 시편들은 정서적으로 사별의 아픔으로 슬픔과 우울, 외로움을 겪었지만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시들도 많다. 이것은 어쩌면 그가 어린아이와 같은 동심으로 사별의 아픔을 되새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많은 시편들이 맑고 밝은 느낌을 주는 것은 자신의 이별 감정을 시로 써봄으로써 시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기 때문에 오히려 밝은 느낌을 죽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편들은 슬픔과 우울로 인해 불안과 외로움의 어둡고 무겁고 침울한 정서보다 밝은 정서인 것은 거기에 그의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시 속에서 자신의 아내와 대화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어떤 시들이 꽤, 요설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 여겨진다. 어떤 시들은 매우 정제되어 있거나 함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인은 아내가 없는 일상을 자세히 기록하기도 한다. 출퇴근 시의 상황을 잘 묘사하기도 한다. 이런 시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마치 순진한 아이처럼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르고 젖을 빠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성적으로는 부재를 알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에 아내에게 말을 걸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무언가 그에게. 그의 시 쓰기는 망자에 대한 진혼일 수도 있고 아내의 부재감을 달래거나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거나 아내가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아내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받아들일 수도 없는, 그의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다. 이 사랑은 그가 상실과 슬픔을 느낄 때까지일지 그 이상일지는 예상할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구나 사별하게 되면 다양한 감정의 층위가 있겠지만 이종탁 시인의 시편들에서는 그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꾸밈없이, 여과 없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점이 독자들이 다가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게 되면 부재감으로 혼란스럽거나 슬프거나 우울해지거나 절망 속에 빠지는 것이 보통의 감정이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 망자에 대한 진혼과 자신을 추스린 다음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삼년상을 끝내고 망자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새로운 인연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감정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종탁 시인의 시편들에는 이 모든 감정이 엿보이기에 그가 솔직한 심정으로 시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많은 시편들이 동심을 지니고 시를 쓰면서 아내를 더욱 그리워하고 자신이 많이 사랑했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현재 그는 아내의 부재감을 견디며 홀로 있기 때문이다. 그가 홀로 있는 현재가 시를 생산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여보, 회사 잘 다녀올게”
이른 아침 출근을 서두르며
액자 속 여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안녕, 나왔어, 잘 지냈지 ”
사내는 무거운 현관문을 밀치며
썰렁한 집안을 지키고 있는
여인을 향해 퇴근 인사를 건넨다

사내는 외로운 출퇴근길 발걸음마다
오늘도 역시 액자 속 그녀에게
핫트를 날리며 다정히 속살거린다

돌아오지 않는 그녀의 답변을
문드러진 공허한 가슴을 윤색하여
상상으로 각색하고 추억으로 채색하며
매일매일 4년 반을 한결같이
절절한 인사를 건네면서
현상계와 저승 사이에 현관문을 드나들고 있다

기쁠 때는 기쁜 미소로 보이고
슬플 때는 슬픈 노래로 들리고
힘들 때는 위로하는 몸짓이니
액자 속 여인의 표정은
단아한 현모양처다

내일은 또 어떤 표정으로
홀아비의 인사를 정답게 받아주고
홀아비는 그녀에게 어떤 인사를 건낼까!

- 「아내의 화석」 전문

이 시는 평범한 일상 안에서 시인이 아내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쓴 것으로 시의 전반부에 실었다. 아내는 영정 사진 속에 존재한다. 출퇴근 인사를 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현상계와 저승 사이에 현관문”을 드나들고 있다고 하듯이 망자의 기억과 영정 사진이 있는 시인의 집, 내실은 그녀의 무덤일 수도, 저승일 수도 있다. 시인의 집 현관문은 바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가르는 문이다. 그처럼 그는 4년 반을 이승과 저승을 오갔다는 말이다.

영정 사진 속 아내는 단아한 현모양처의 모습으로만 존재한다. “돌아오지 않는 그녀의 답변을/ 문드러진 공허한 가슴을 윤색하여/ 상상으로 각색하고 추억으로 채색하며” 살아온 4년 반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시 구절이다. 여기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이종탁 시인은 자신을 ‘사내’, ‘홀아비’로 삼인칭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그가 자신을 객체화하고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허감을 윤색하고, 상상력으로 각색하고 추억으로 채색하였다고 밝히는 4년 반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시 쓰기란 그의 말대로 상실의 고통을 재현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 시에서 시제를 ‘아내의 화석’이라 했던 것도 영정 사진 속에 존재하는 아내는 이미 사진 속 사람으로 사진과 함께 물질화되어 있으나 그 대상을 추억하는 나의 감정은 여전히 살아있고 현상계와 천상계를 오가며 사랑하는 대상인 아내에 대해 공허감을 윤색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문득
누군가가 부르는 듯하여

혹여 당신일까!
흠칫 뒤를 훔쳐보니
그저 밤하늘 별들 사이사이를 오가며
별들에 부딪히는 무심한 바람 소리였을 뿐

혹시나 저 바람 속에
임이 부르는 소리도 섞였을까!
두 귀를 쫑긋 세워
눈을 감고 가만히 세어보니
들리는 건, 그리움에 속삭이며 부르는
별들의 옛사랑 노래였을 뿐

- 「혹여, 당신일까 」 전문

이 시는 공허감을 윤색하는 시편이다. 그러나 이 시편에서도 「아내의 화석」에서처럼 천상의 이미지를 직조한다. 별들이 존재하는 천상계로 시인의 상상력은 연장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부르는 듯한 환청을 의식하여 뒤돌아보니 별들 사이를 오가는 바람이었고 바람 속에 임이 부르는 소린가 기대했으나 들리는 건 별들의 옛사랑 노래였다는 2연 구조의 이 시는 공허감과 부재감을 표현한 시이다.

그러나 시인이 연속적으로 천상계의 이미지들을 직조하는 것은, 즉 윤색하는 것은 아내가 천상계로 떠났기 때문이고 시인은 천상계에 있는 아내에게 마음이 가있기 때문에 상상력으로 천상계의 이미지를 직조한다, 시인의 시 쓰기는 윤색과 각색, 추억을 회상하는 채색의 시간으로 모두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부재 속에서 그가 버티어 날 수 있었던 것은 시적 상상력을 궁굴리는 시간 덕택이었다. 이 시는 임의 부재로 인한 공허감을 잘 노래한 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탁 시인의 공허감은 천상 지향으로 이미지가 직조되어 가는데 집, 하늘의 별에서 하늘의 옹달샘으로 이미지의 나뭇가지가 뻗어가고 있는 것은 상상력의 힘이었고 하늘=옹달샘으로 표현된다.

그대는 옹달샘
하늘도 담기고
바람도 담기고
풀잎도 담기고

새소리도 담긴

그대는 마음샘
내 모습도 담고
내 미소도 담고
내 마음도 담고
내 사랑도 담은

애끓는 영혼의 타는 목마름과
갈증을 풀어준 청아한 생명수

그랬던 그대는
포근한 사랑샘

그러나 그대는
언제나 샘솟는
한없는 그리움
쉼 없는 옹달샘

가슴에만 담고
바라만 봐야될
운명의 이별샘

그런 그대는
하늘에만 떠 있는
파란 옹달샘

- 「그대는 옹달샘」 전문

샘은 사람에게 생명수를 준다. 시인은 ‘그대(망부)’를 옹달샘에 비유한다. 그 옹달샘에는 제 1연에서와 같이 하늘, 바람, 풀잎, 새소리를 담는다. 옹달샘은 모든 삼라만상을 품고 있는 생명의 근원이다. 이것은 현상계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2연에는 ‘그대’를 마음샘에 비유한다. 마음샘은 나의 모습, 미소, 마음, 사랑을 담는다. 제 1연의 눈에 보이는 사물이 옹달샘에 담겨있는 것과 달리 제 2연의 옹달샘은 마음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고 있다. 자연현상으로 옹달샘은 여러 자연물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이나 관념의 세계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옹달샘은 목마름과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이다. 그랬던 아내는 포근히 나를 감싸주는 사랑샘이었다. 이 사랑샘은 시 「나 어릴 적 손발 때 벗기기」의 추억 속 어머니와의 에피소드와 겹치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 속 어머니는 목욕통에 시인을 앉혀두고 몸을 씻어준 사랑의 어머니였다. 그 사랑의 어머니가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면서 ‘그대’인 아내가 대신한다. 그때의 목욕통 속의 따뜻한 정화의 물과 생명수 옹달샘이 사랑샘인 것은 동일하다. 그리고 ‘그대’는 또한 시인에게 한없는 그리움이 샘 솟는 그리움의 옹달샘이며 가슴에만 담고 바라만 봐야 할 운명의 이별샘이 되었다. 그리고 ‘그대’는 “하늘에만 떠 있는/ 파란 옹달샘”이다.

시인은 알고 있다. 아내는 바라만 봐야 할 마음속의 옹달샘으로 푸른 하늘 옹달샘이라는 것을, 그야말로 만질 수 없고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천상에 존재하는 옹달샘이 된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시인은 동시적 감성으로 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별의 아픔을 드러낸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속하는 존재인 것을 시인은 이와 같이 ‘집’에서 천상의 ‘별’이나 ‘옹달샘’으로 이미지를 지속시킨다. 이 힘은 시인의 상상력의 힘으로서 망자의 부재로 인해 느껴지는 공허감을 현상계에서 천상 지향으로 윤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 공허감을 돌다리에 비유하여 천상과 지상을 연결할 수 없는 원인에 대해 시인은 철저히 표현한다. 그것은 마음속의 돌다리 하나가 부재하기 때문이고 아내의 죽음이 부재와 공허감을 가져왔다는 인식이다.

하나 다음에 또 하나
둘 다음에도 또 하나
혼자서는 결코 건너갈 수 없는 길

하나 다음에 또 하나가 놓여져야
비로소 마음 놓고 건너갈 수 있는 길

내 돌다리 하나는 어디로 갔을까
건너려, 건너려 또 건너려 해도
가슴에서 빠져버린 돌다리 하나에
지척인 행복의 땅으로 건너갈 수가 없다

아, 그대가 빼내 버린 가슴속 돌다리 하나
그 텅 빈 돌다리 사이로
그리움의 물줄기는 쉼 없이 흘러가고

물살의 아우성이 뱉어낸 하얀 물거품들만이
애타는 가슴에서 맴돌고 있다

그대가 빼내 버린
가슴속 돌다리 하나

- 「돌다리」 전문

돌다리는 강을 건너기 위해 놓인 것이다. 강은 강 건너 피안과 강의 이쪽 이승의 세계 사이를 가로질러 흐른다. ‘강을 건넌다’라는 의미는 여기에서 첫째 일상에서 강을 건너가기 위한 것, 둘째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것, 셋째,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 복지로 들어가는 것처럼 행복한 삶으로 건너가는 것으로써 중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지척인 행복의 땅’으로 건너갈 수 있기 위해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대’의 죽음으로 돌다리 하나가 빠져서 행복의 땅으로 건너갈 수 없게 되었다. ‘그대’는 나에게 돌다리 하나를 빼내어 버리고 ‘나’를 불행하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먼저 간 사람에 대한 야속한 감정을 읽어낼 수도 있다.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야속함이 얽힌 감정의 실타래에서 시인은 그래도 벗어나고자 하고 강을 건너 피안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움의 물줄기가 쉼 없이 흐르는 강에서 돌다리를 건너 ‘그대’를 다시 만나서 복지에 이르고 싶었던 꿈의 좌절 표현하고 있다. 돌다리가 빼내어 진만큼 절통하고 비극적인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일 것이다. 그러나 사별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기에, 이 시편에서 읽을 수 있는 고인을 향한 그리움은 애석함과 함께 절창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그리움은 불교적인 윤회전생 사상의 환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인의 의식에는 불교적인 회자정리, 윤회전생의 사상적 뿌리가 있다. 대개의 우리 민중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불교적인 사상의 뿌리가 환생의 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그 해, 그 뜨거웠던 한여름,

그리움에 피멍 든 가슴은 하얗게 얼어버렸고
온갖 세파에 풍화되고 말라 박제가 되더니

가슴에서 튕겨져나온 무한의 설움과 그리움이
조금씩 삐쳐 나와
길가에 흐드러진 금계국으로 환생하였군요

온화하고
화사하며
인자하고
부드러운

곱디고운 어여쁜 자태가
분명 꽃으로 환생한 당신이지요

- 「환생- 금계국」 부분

이 시도 역시 불러봐도 대답 없는 아내를 부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노란 금계국 꽃을 산책길에서 만난다. 그러니까 그에게 노란 금계국은 아내를 연상시켰기에, 이 시가 탄생 되었다. 불교의 윤회전생 사상에서 환생이라는 개념이 이 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사람은 죽어서 삼라만상의 동식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무상도에 이르면 더 이상의 윤회전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은 자가 무상도에 이르면 더 이상의 윤회전생은 없는 것이다. 사랑스런 아내가 어여쁜 금계국으로 환생했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편이다. 죽은 아내가 여름날 지천으로 피어 있는 그 친근하고 반가운 노랑 금계국꽃으로 피어 있다는 것이 시인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여름이면 강가 둑이나 길가에 노랗게 무리 지어 피는 그 꽃의 정겨움과 화사함은 망부(亡婦)가 시인에게 주었던 그 사람만의 자태요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금계국꽃의 묘사가 “온화하고/ 화사하며/ 인자하고/ 부드러운”이라는 관형어를 써서 특별히 한 연을 할애한 걸 보았을 때 금계국-아내의 환생-부처나 관음보살의 미소를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망부는 시인에게 부처나 관음보살처럼 자신을 구원해 준 사람이었다. 구원의 여성상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고 그 절대자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불행한 처지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서 복지로 향하게 해 줄 거라는 믿음을 내다보게 하고 있다. 우리가 노력해서 얻는 것보다 절대자나 구원자가 우리에게 거저 주었던 것, 공기, 물방울, 태양, 빛, 자연처럼 자연의 일부인 ‘사람’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것을 우리들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여기서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부재의 고통으로 그는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고 그래서 모든 게 사랑이었다는 고백을 할 수 있었다. 죽은 아내도 거저 받은 존재였고 그 은덕은 더욱 빛이 나서 아내가 남기고 간 사랑을 깊이 깨닫고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면서 홀로이건 새로운 사람을 또 받은 쪽이든 어떤 삶에도 그는 감사할 수가 있고 사랑이라는 거대한 하늘의 옹달샘을 품고 갈 것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때를 씻어준 어머니의 사랑과 일맥상통하고 망부로부터 받은 사랑, 그 모든 사랑이 자비의 대해인 부처의 사랑, 하느님의 큰 사랑으로 우리의 땅을 덮고 있는 천공, 하늘의 사랑으로 시인은 확장되는 아우라를 시에서 표현하고 있고 현재 자신의 고통스러운 공허나 상실감, 슬픔과 고독도 그 안에 녹아들어 사랑으로 다시 충만하여진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주제 시인 「사랑이었음을 알았네」에서 시인의 깨달음이 명확하게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야 알았다네
저 머나먼 은하로 건너가
반짝이는 하얀 별이 된 뒤에야
얼마나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는지를

- 중략 -

저 아득한 별 무리 속으로 딛고 간 발자국이
스산히 부는 바람에 부서지고
어두워진 밤이슬에 흔적이 지워진 뒤에야
사랑이란 모양과 사랑으로 그려진 그림들을
비로소 조금 알 듯하였는지를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피워내던 봄날에도
이글거리던 태양이 쪼아 대던 여름날에도
화려한 만찬을 펼치던 눈부신 가을날에도
차디찬 눈발이 흩날리던 긴긴 겨울밤에도

사랑이란 이름의 언어를 감히 알지 못했었는지를

이제야 겨우 알 듯하다네!
끝없이 황량하고 뜨거웠던 광야의 언덕에서
회한의 십자가를 무겁게 짊어지고 난 뒤에서야
대속의 운명으로 그대를 구원했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됐다네!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 외롭게 남겨진 영혼에게는
얼마나 가혹한지를 느끼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게 사랑이었음을!

- 「사랑이였음을 알았네」 부문

이 시는 철저한 성찰 후의 시인의 마음을 드러낸 시라고 생각한다. 고통의 광야와 회한의 십자가 경험을 한 후에야 “대속의 운명으로 그대를 구원했어야 한다는 걸”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임이 부재하고 나서야 시인에 대해 처절한 사랑을 했던 임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는 부르짖음과 가슴속 회한을 쏟아내는 이 시는 다소 요설의 느낌은 있으나 그만큼 시인은 속풀이를 하는 심정으로 쏟아내어야만 비어 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 모든 회자정리의 고해를 건너지 않으면 시인은 피안에 이르지도 복지에 이르지도 부처 자비의 큰 바다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시인은 망부와의 사별로 인해 오는 부재감과 상실의 슬픔 속에서 사랑을 깨달았고 그 사랑 속에서 자신이 다시 태어나는 새 존재가 되었음을, 그것은 망부의 사랑을 관통하는 부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자가 된 것이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1요한 4.7) 이 말씀 안에 머무르는 것은 곧 시인의 몸을 씻어주었던 어머니의 사랑(아가페), 결혼 생활 중의 아내의 사랑(에로스), 이 두 사랑을 관통하는 절대자의 큰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 시인을 감싸서 사랑의 복지로 들어가 고뇌로부터 해방되고 모든 상처를 딛고 사랑의 큰 빛 속으로 나와 다시 걸어 나갈 수가 있게 한 큰 사랑은 고독 중에 시 쓰기에 있었다는 것, 시 쓰기를 통하여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망자를 진혼하는 속에서 영혼의 정화를 이루어 번뇌가 멸하는 경지로 들어갔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탁 시인의 많은 시편들에서 동심의 세계를 구현하였던 것도 임에 대한 정결한 마음이 에로스의 사랑을 넘어갔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천국은 바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것이라 하였고 시인은 아마 사별의 고통 속에서 하늘의 별을 보았고 그 별은 망부요 망부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동심, 동경이요, 천상의 것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 갈망으로 되어 신의 사랑에 안겨 간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종탁 시인의 첫 시집 『사랑이였음을 알았네』는 시인 자신이 망부의 죽음을 통하여 어떻게 부재감을 개념화하고 사별의 고뇌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켰는지, 치유하여 갔는지, 새로 태어나게 했는지, 거기에는 어떤 동경의 세계가 그에게 그런 힘을 주게 되었는지 세밀하게 마음의 프로세스를 잘 표현하려고 했던 시인의 몸부림이 절절히 묻어나는 시집이었다. 끝으로 시인의 시집 출간을 감축드리며, 더욱더 정진하여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 되시기를 기원드린다.

[감수 지율 이정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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