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며
1장 처음 가본 세상, 일본에서 교수가 되기까지 광주, 서울 그리고 도쿄 처음 가본 일본 일본어 적응 지도원 마늘 냄새와 한류 2장 외국인으로서 일본의 삶은 안전합니까? 박사 학위와 취직 외국인 작가는 비자 발급이 유리할까? 유명 문학상은 작품성으로만 주어질까? 영어와 일본어의 대결 한자문화권 3장 언어를 둘러싼 차별 글자 배우기 운동과 헤이트 스피치 단일 민족과 국문학 이름과 정체성 여성 국민작가 왜 나카지마 교코인가, 왜 도서관인가 4장 뉴커머와 공존하는 사회 마른하늘에 날벼락! 교양 쌓기 구별 짓기, 닮아가기 출판 제국의 프로파간다 뇌하수체종양 수술을 받고 참고문헌 |
Ko, Youngran,高榮蘭
고영란의 다른 상품
|
전남대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만난 학생들이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녹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회화 연습을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학과 사무실에는 『시티헌터』나 『슬램덩크』 등 일본에서 유행하던 만화들이 그득했다.
--- p.24 나의 첫 일본행은 1992년 연말이었다. 당시 경희대 일문과는 규슈 사가현에 있는 NPO법인 지구시민회(地球市民の?)가 주최한 까치까마귀계획(かちがらす計?)에 학생들을 참가시켰다. 이 단체는 한국 대학생들이 연말연시를 사가현 일반 가정에서 보내면서 일본 설날을 체험하도록 도왔다. 일문과 조교였던 나는 학부 학생들을 이끌고 참여했고 1993년 새해를 사가현에서 맞이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친제이초라는 어촌 마을이었다. --- p.31 다들 내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생마늘 냄새’ 특히 김치 냄새 혐오는 상당했다. 더운 날 창문을 열어놓고 김치찌개를 끓였더니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꽝 닫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더하면 집주인에게 항의가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계약이 해지되면 다시 집 찾기를 할 자신이 없었기에 냄새에 신경 써야 하는 음식을 만들지 않게 되었다. --- p.54 2010년, 나는 니혼대학 ‘국문학과’ 전임 교수가 되었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인사였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온 1994년, 우리 학과 교수 열네 명은 전원 남성이었다. 여성 교수가 부임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고, 난 여성으로서는 네 번째였다. 니혼대학 국문학과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당시 일본어 원어민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본 문학만을 가르치는 외국인은 근세 문학 연구자로 유명한 로버트 캠벨 선생뿐이었고, 일본 근현대 문학은 내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 p.68 “저는 일본어로 글을 쓰는 소설가입니다.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해주세요.” 과연 일본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일본어로 글을 쓰는 외국인 소설가는 다른 외국인과 비교해 비자 발급이 유리할까? 일본에서 외국인이 취업 비자를 신청할 때 필요한 조건이 있다.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이 사회를 위해 자신이 얼마나 유익한 존재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 p.78 니혼대 국문학과 신입생은 140명 정도다. 1학년 담임을 맡으면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고 자기소개를 시킨다. 학생 명부에는 반드시 학생 이름을 읽는 법이 히라가나로 명기되어 있다.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동료들도 반드시 담당 학생 이름의 읽는 법을 확인한다. --- p.157 화폐가 외교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히구치 이치요가 일본의 얼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청일전쟁 이듬해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히구치 이치요가 작가로 활약한 것은 불과 4년 정도였다. 스물네 살에 요절한 그는 조선 등 식민지에 대한 차별적 시선, 침략 전쟁에 대한 협력 혹은 사회주의 사상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 p.178 졸업논문 텍스트는 본인들이 자유롭게 선정한다. 3학년 때 텍스트를 선택하면 2년 동안 거의 개인 지도를 하는데, 상대는 20대 초반이다. 내가 그동안 그다지 즐겨 읽지 않던 SF, 라이트노벨, 소녀소설, 성장소설, 동화, 판타지, 호러가 인기 있고 근대보다는 현대소설이 관심 대상이다. 이들을 지도하려면 작품뿐만 아니라 관련 서적과 주요 논문을 읽고 흐름을 알아두어야 한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아사다 테쓰야의 『마작 방랑기』다. 일본의 침략 전쟁과 전후 경제성장 같은 시대적 배경과 마작이 잘 얽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마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바둑 기보와 같이 시각화된 마작판과 마작을 두는 장면은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마작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특별 수업을 받았다. 네 권이나 되는 소설을 통독하면서 얼마나 울고 싶었는지. 하쿠타 나오키의 『영원의 제로』처럼 가미카제 특공대 죽음을 미화시키는 소설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었다. 논문 지도 교수로 나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열린 마음이라 특히 전쟁 문제에 관해서는 성실하게 공부하겠다고 각오한다. 알고 보니 이 학생은 이 소설을 반전 소설로 오해했고, 반년 동안 여러 번 만나 토론한 후 다른 소설로 변경했다. 15년 가까이 졸업논문을 지도하는 동안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작품을 많이 읽고 토론하고 지도했다. 요즘도 “이 작품은 어디서 찾았니?”라고 물어보게 되는 정말 희귀한 작품을 선택하는 학생이 꼭 있다. 내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고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시간 덕분이다. 학생들은 내게 문학 공부를 시키는 귀한 스승들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교실에서 그들과의 격투가 이어진다. --- pp.219-220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그로 인한 젊은 세대의 외형적 한국화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양국의 비교적 젊은 세대가 보이는 자기 인식 감각의 유사성이다. 한국 문학을 즐겨 읽는 일본 독자들 반응을 보면 한국 문학은 바다 건너 외국에서 온 문학이 아니다. 등장인물에게 나를 투영하고 마치 내 일처럼 감정이입을 한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일본 독자들을 통해 확신을 가졌다. --- p.225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종로 교보문고 문구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크릴 마그넷에 적힌 글귀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중꺾마’, 또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2022년 한국에서 유행한 말이란다. 난 이 마그넷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가끔 조용히 소리 내어 읽는다. --- p.248 |
|
사회의 편견과 한계를 넘어
자신의 길을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사회적 한계를 넘고 싶은 독자에게 1, 2장은 저자가 일본에서 일본 문학 연구자로 거듭나는 과정, 보수적인 일본 ‘국문학’ 업계의 두터운 장벽을 뚫고 일본 문학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을 그렸다. 학연, 지연 없이 일본에서 교수로 살아가는 한국인 여성 학자의 생존기다. 3장, 4장은 일본에서 느끼는 언어의 여러 모습(헤이트 스피치등)과 타국에서 ‘평범한’ ‘다수’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체득해가는 과정이다. 저자가 재직 중인 니혼대학은 한국학 전공이 없다. 그런 학생들을 상대로 식민지 지배에 관해서도 가르치면서도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긴장 관계이지만 어려운 이야기도 마다하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그 사회의 최대 그룹인 중간계층과 공존하고 문제 해결을 찾아간다. 한국 사회에 급격히 늘어나는 이주자를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저자는 한국을 후진국으로 차별하던 시절에 도쿄살이를 시작, 2002년 월드컵, [겨울연가]가 불러일으킨 한류 붐을 거쳐, 『82년생, 김지영』, K팝 등 K-문화 콘텐츠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상승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일본 문학계는 일본어의 모어 화자가 아닌 나와 같은 뉴커머들이 온갖 문학상을 수상하고 활약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돌입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본이 더 열린 사회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어떻게 가리고, 상처를 내는가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2024년 6월 22일, 일본사회문학회 주최로 심포지엄 ‘이민·난민을 둘러싼 상상력 - 수용과 배제의 사이에서 - 가 열렸다. 이는 이민과 난민 문제가 일본 근현대 문학 연구자들이 반드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주제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민과 난민에 관한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서, 일본 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