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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서적관에서 국립국회도서관까지 꿈꾸는 도서관 1 역사의 시작 ‘비블리오테크’ 꿈꾸는 도서관 2 도쿄서적관 시대 ‘나가이 가후의 아버지’ 꿈꾸는 도서관 3 공자님 활약, 도쿄부서적관 시대 꿈꾸는 도서관 4 도쿄도서관 시대 ‘간게쓰와 로한’ 꿈꾸는 도서관 5 화재에 쫓겨 우에노로, 도서관 또 합병? 꿈꾸는 도서관 6 히구치 이치요를 사랑한 붉은 벽돌 도서관 꿈꾸는 도서관 7 제국도서관 등장, 다시 전쟁으로 울다 꿈꾸는 도서관 8 우에노 도서관, 제일고 학생을 사로잡다 꿈꾸는 도서관 9 도서관 환상, 미야자와 겐지의 사랑 꿈꾸는 도서관 10 「출세」, 「마술」, 「핫산 칸의 요술」 꿈꾸는 도서관 11 간토대지진, 우에노 도서관과 소설 귀신 꿈꾸는 도서관 12 염원의 증축 그리고 또다시 전쟁 꿈꾸는 도서관 13 모던걸의 제국도서관 꿈꾸는 도서관 14 우에노 도서관, 파업에 들어가다! 꿈꾸는 도서관 15 1933년 도서관의 불행과 『여자의 일생』 꿈꾸는 도서관 16 913의 수수께끼, 제국도서관과 뤼팽 꿈꾸는 도서관 17 초롱불에 닿아 스러지는 책들 꿈꾸는 도서관 18 동물 대소동① 꿈꾸는 도서관 19 제국도서관의 약탈 도서 꿈꾸는 도서관 20 동물 대소동② 꿈꾸는 도서관 21 그리고 장서는 여행을 떠나다 꿈꾸는 도서관 22 제국도서관, ‘일본의 가장 긴 하루’ 꿈꾸는 도서관 23 미야모토 유리코, 남녀 혼성 열람실에 앉다 꿈꾸는 도서관 24 피아니스트의 딸, 제국도서관에 나타나다 꿈꾸는 도서관 25 국립국회도서관 지부 우에노 도서관 앞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들 해설 |
Kyoko Nakazima,なかじま きょうこ,中島 京子
Ko, Youngran,高榮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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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긴히 부탁할 게 있소.”
둥근 밥상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찻잔을 양손으로 받쳐 든 채 기와코 씨가 사나이다운 말투로 말했다. “우에노 도서관 이야기를 써보지 않을래?” “우에노 도서관이요?” “내가 써볼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글을 써본 적이 없잖아. 시험 삼아 해봤더니 도무지 안되겠더라고.” “우에노 도서관으로 뭘 쓰고 싶으신데요?” “소설.” “소설이요?” “우에노 도서관 역사를 쓰고 싶은데, 역사는 읽어도 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서.” 진지하게 중얼중얼 늘어놓는 기와코 씨 말을 들으며 주변을 쭉 둘러보니 『우에노 역사』, 『우에노공원 역사』, 『국립국회도서관 30년사』, 『국립국회도서관 50년사』 같은 책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왜 우에노 도서관 역사를 쓰려고 맘먹었는데요?” “좋아하거든, 우에노 도서관을.” “어릴 적부터 다녀서요?” “응, 비슷해.” “그래서 도서관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려고…….” “무대로 삼는다기보단, 뭐랄까 좀 달라.” “도서관에 다니는 남녀가 책을 대출하며 서로에게 끌리는 연애소설이 있었는데. 아, 소설이 아니었나? 애니메이션이었나?” “뭐, 그런 요소가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네.” “요소?” “다만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주인공은 우에노 도서관이어야 해.” “도서관이 주인공?” “응. 도서관이 이야기하는 소설이랄까.” “도서관이 주인공인 일인칭시점으로요? ‘나는 도서관이로소이다’처럼?” “응, 근데 무리더라. 막상 쓰려니 내가 글쓰기를 싫어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 --- pp.24-26 “내가 예전에 소설을 써볼까 했다고 말했잖아?” “그랬죠.” “사실 소설을 쓰던 사람이 있어.” “네?” “쓰던 사람이 있어, ‘꿈꾸는 제국도서관’ 이야기를.” “기와코 씨 말고요?” “어, 아까 말한 나한테 「키 재기」를 들려준 사람.” “동네 오빠라던?” “응, 맞아.” “그 사람, 작가였군요.” “글쎄,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어.” “작가 지망생?” “그랬을지도 몰라. 그 사람이 알려줬거든. 히구치 이치요는 매일같이 우에노 도서관에 다녔다고. 일기에 적혀 있다나.” 기와코 씨의 도서관 사랑과 히구치 이치요 사랑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때 알았다. “그 오빠도 이치요를 좋아했나 보네요.” “좋아했어. 그래서 도서관도 좋아했던 것 같아. 늘 말했어. 만약 우에노 도서관에 마음이 있었다면 도서관은 히구치 이치요를 사랑했을 거라고.” “반대가 아니라?” “반대?” “히구치 이치요가 도서관을 사랑했다는.” “아니. 도서관이 히구치 이치요를 사랑했을 거라고. 나카라이 도스이란 남자를 엄청 질투했을 게 틀림없다고.” “도서관이?” “그래. 도서관이.” “국제어린이도서관이 된, 저 장엄한 건물이 말이죠?” “아, 물론 건물은 달랐겠지. 이치요가 다니던 시절은 저 건물이 생기기 전이니까.” “유시마성당 대성전?” “그것도 아니야. 그 둘 사이에 하나 더 있었거든, 도서관 건물이.” --- pp.92-93 “그 건물 안 말이야, 참 서늘했어.” 맛있는 향토 음식인 히야지루로 배를 채운 기와코 씨는 눈을 감았다. 유시마성당 대성전에서 눈을 감았던 것처럼. 혹은 우에노공원에서 눈을 감고 우에노 전투 전 간에이지를 상상해보라던 것처럼. 눈꺼풀 뒤 광경을 더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저렇게 관료풍 사람들만 있는 곳에 어떻게 들어갔나 몰라. 어린아이라 쫓겨났을 법하잖아. 근데 난 분명 들어갔어. 이렇게 눈을 감으면 복도를 걷던 감각이 되살아나. 어두워서 조금 무서운 느낌이랄까. 고요했어, 도서관이니까. 하얀 벽이 바깥 온도를 차단해 여름인데도 서늘했어. 오른쪽 왼쪽 할 것 없이 복도에 책인지 서류인지 뭔지가 담긴 골판지 상자가 가득 쌓여 비좁았어. 천장은 무지 높고 문은 두꺼워서 이 세상과 다른 세상 같았어. 그야말로 별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 듯했지.” 기와코 씨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우에노 도서관 건물에 들어간 것은 전후였다. “전후라면 종전 직후인가요?” “어,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 “그때도 도서관이 문을 열었나요?” 응, 응 하며 기와코 씨는 고개를 두 번쯤 끄덕였다. “당시 나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어. 이쪽 사람에게 맡겨졌달까, 뭐랄까.” “그거, 드문 일이잖아요? 도쿄 사람이 아이를 지방으로 피난시켰다는 얘기는 자주 들어도.” “뭐, 사정이 있었겠지. 근데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어. 그 무렵엔 다들 어깨를 맞대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손수 가져온 고구마소주를 따서 멋대로 주전자에 담긴 물과 섞어 마시던 후루오야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끼어들었다. --- pp.131-132 “대지진 때는 어떻게 지냈어요?” 그 시절 누구나 다 나누던 대화를 우리 역시 주고받았다. “여기 있었어. 날림으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흔들리고 또 흔들려서 엄청 무서웠어. 물건이 거의 없어 위험한 일은 겪지 않았지만. 입원 중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지. 낡아빠진 병원 4인실에서 위태롭게 링거를 팔에 꽂은 채 자다가 지진이 일어났으면 대혼란이었을 거야.” 기와코 씨의 태평한 성격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했다. 그러다 이상한 말을 꺼냈다. “저기, 우에노 도서관 이야기 말이야, 쓰고 있어?” “네?” “써준다고 했잖아.”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기와코 씨가 말하길, 자기 책을 출간하는 어엿한 작가가 되면 반드시 우에노 도서관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제 프로지?” 하며 병이 나은 지 얼마 안 된 노파가 눈을 치켜뜨고 쳐다보는데,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다고 정색하기 뭣해서 간살스러운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은 너한테 맡기고, 난 어릴 적 이야기를 써볼까 해.” “어릴 적이라면?” “우에노역 근처 함석지붕 판잣집에 살았을 때 말이야.” “오빠들이랑 살던 시절이요?” “그래.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쓰는 중이야.” “어머, 보고 싶어요.” “아직은 완성을 못 해서 안 돼.” “그럼 다 쓰면 보여주세요.” 응, 하고 대답한 뒤 기와코 씨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는가 싶더니 또 이상한 말을 했다. “저기, 내가 죽으면 뼛가루, 바다에 뿌려줄래?” “잠깐, 느닷없이 뭐에요? 죽는다는 말 하지 마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 pp.168-169 그렇게 부글거리는,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서 가시지 않았다. 기와코 씨가 세상을 떠나고 1주기가 될락 말락 할 즈음이었다. 볼일이 있어 오카치마치 주변을 걷다가 우연히 골목에 자리한 작은 헌책방을 발견했다. 유리문에 ‘도토리서방’이란 글자가 붙어 있었다. 직업상 헌책방을 보면 무심결에 들어가버린다. 두 짝짜리 유리문은 헌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한쪽은 잘 열리지 않았고, 다른 한쪽은 당기면 삐걱삐걱 긁히는 소리가 났다. 가게 안은 정리 정돈과 거리가 멀었다. 책이 어지러이 놓인 가운데 역사소설이나 역사 해설서가 비교적 많았다. 양쪽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책장 두 개와 중앙에 책장 두 개가 있었는데, 중앙 책장에는 끈으로 한데 묶거나 신문지로 감싼 책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나뒹굴었다.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벽면 책장을 훑어보다가 아래쪽에서 히구치 이치요 전집을 발견했다. 세상에 한 질뿐인 전집도 아니고 헌책방에 헌책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허름해도 이름은 귀여운 헌책방’이란 말이 문득 떠올랐고 나는 확신했다. 도토리서방, 이곳은 기와코 씨의 ‘우에노 헌책방’이며 이것은 기와코 씨의 히구치 이치요 전집이다. 가게 안쪽, 헌책이 사방을 굳게 지키는 책상에 부처처럼 들어앉은 가게 주인, 이 사람이 바로 기와코 씨의 ‘우에노 헌책방 주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자 안경알 속 힐끗 쳐다보는 눈과 마주쳤다. 가슴이 찌르르했다. 기와코 씨가 살던 작은 방, 그녀가 좋아한 공간, 그녀가 사랑한 이야기,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과 순간이 그 낡은 전집 세트에서 단번에 피어올라서 현기증마저 일었다. --- pp.207-208 내가 기와코 씨의 글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람은 다니나가 유노스케 군이었다. 그에게만 라인 메시지에 첨부하는 식으로 워드프로세서로 다시 작성한 문서를 보내뒀다. 혹시 유노스케 군이라면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모회가 끝난 뒤 후루오야 선생이 데려간 호텔 바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기와코 씨가 어릴 적 살았을지도 모를, 우에노역 앞에 있었다던 판자촌에 대해 연구한다는 학자 친구 말이다.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유노스케 군이 답장을 해왔다. “기와코 씨가 여장한 저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예대 시절 친구에게 물어보니 역시 우에노역 앞 접시꽃 부락이라 불리던 판자촌이지 싶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가 흥미로워하니 조만간 소개할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유노스케 군이 어떤 행사에 나를 초대했다. 야나카 낡은 민가를 개조한 공간을 사전에 소개하는 관람회였다. 민가는 2층 건물로 1층에 천연 식재료를 사용하는 뷔페 카페가 자리해 임시로 이벤트 장소로 변신하는 모양이었다. 그 옆 두 곳은 갤러리, 2층에는 옷과 잡화를 파는 아담한 상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이 오래됐지만 새로운 공간의 코디네이터로 친구가 참여해서 관람회에서 만나게 해준다는 이야기였다. 관람회는 저녁때였다. 행사장은 예전에 기와코 씨가 살던 목조 주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센다기 근처에 위치했다. 야네센(야나카, 네즈, 센다기의 줄임말) 일대는 날이 갈수록 새 가게들이 늘어나며 젊은 사람이 모여드는 도쿄 문화 발신지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오래된 민가는 한때 웬만큼 사는 인물이 거주했을 법한 넓이로 카페 옆에 작은 정원이 딸려 있었다. 큰길에서 쑥 들어간 골목에 면해 지금은 사라진 그 목조 주택 기억을 살짝 되살렸다. --- pp.326-327 잡지 마감에 맞추기 위해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쓰는 한편 우에노공원과 도서관 역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국도서관이 주인공인 제국도서관 역사. 제국도서관이 히구치 이치요를 사랑하거나 동물원 동물들이 도서관에 찾아오는 소설. 기와코 씨가 남긴 정보는 꽤 난해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 될지 상상조차 안 됐어도 자료 찾는 일은 즐거웠다. 예를 들어 1876년 우에노 대불 아래 시노바즈 연못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생겼는데 어째서인지 체중계가 놓여 2전을 내고 몸무게를 쟀다는 일화나 1883년 시노바즈 연못 상공에서 백로 육칠십 마리가 반반 나뉘어 동서전을 펼치며 한 시간이나 싸우다가 스무 마리가 전사하고 승리한 동쪽 군대는 혼고 방면으로 날아갔다는 민담 등등 소설에 써먹고 싶은 초현실적 소재가 적지 않았다. 기와코 씨가 쓰려던 글은 어떤 소설이었을까. 우류 헤이기치 씨가 쓰고 싶던 소설은 어떤 글이었을까. 자신이 어떻게 쓸지 생각하지 않은 채 요리조리 상상만 하는 시간은 더없이 유쾌했다. 사토 씨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사이 기와코 씨가 남긴 작품(회상기인지 창작물인지 모르니 그저 작품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역시 그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해 스프링 노트를 스캔한 이미지와 워드프로세서로 다시 작성한 문서를 모두 메시지에 첨부해 보냈다. “할머니가 창작한 걸까요?”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이 직구로 날아왔다. “나도 모르겠어”라고 답신했다.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창작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다만 어디가 허구고 어디가 사실에 근거한지는 본인이 없는 이상 알 수 없죠. 어쩌면 본인조차 구별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메시지를 쓰면서 기와코 씨가 살던 야나카 작은 방을 떠올렸다. 혹시 기와코 씨는 나를 만나기 전부터 몇백 번을 고치고 고치며 생애 단 하나뿐인 작품을 알처럼 품고 지냈으려나. --- pp.356-358 “헌법 관련 책을 찾고 있습니다.” 카키색 제복을 입은 GHQ 직원이자 미국인 여성 등장에 잔뜩 겁을 먹고 몸이 굳어버린 도서관 사서는 그녀가 정확하고 알아듣기 쉬운 일본어를 구사하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더욱더 얼어붙었다. “급해요. 여기서 찾지 못하면 다른 곳도 돌아다녀야 해서요. 히비야도서관과 제국대는 이미 갔다 왔어요. 헌법 관련서라면 어떤 언어로 쓰여 있든 상관없습니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라도 괜찮아요. 그리고 미국 독립선언문도 부탁합니다. 대헌장으로 시작하는 영국 헌법책도 전부 찾아주세요. 독일 바이마르 헌법책은 필수입니다. 빨리요.” 그녀는 조금 초조한지 목소리를 높였다. “듣고 계시죠? 저, 정말 급하거든요.” 사서는 동료와 얼굴을 마주 본 뒤 반사적으로 장서 검색을 시작했다. 젊은 사서가 주뼛주뼛 고개를 들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헌법은 어떻게 할까요?” 그제야 그녀는 딱딱한 표정을 풀고 스물두 살 아가씨답게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빌리겠습니다. 서고에 들어갈 수 있나요?” 이날, 베아테 시로타가 지프차를 타고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며 빌린 책들이 그날부터 9일간을 만들었다. 일본국 헌법 ‘GHQ 초안’을 준비하는 운명의 9일이다. 그날 아침, 베아테는 GHQ 본부 민정국 한 사무실에서 앞으로 민정국 소속 25명이 일본의 새로운 헌법을 작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일급비밀이었지만, 어쨌든 시급히 착수해야 할 난제였다. 스물두 살이란 젊은 나이에 베아테는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극비 지령을 받아 적은 메모지를 뒤에 감춘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데 같은 위원회 소속인 로스트 중령이 말을 걸었다. 남몰래 귓가에 속삭이듯이. “당신은 여성이니 여성 권리를 쓰면 어떨까요?” --- pp.398-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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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사랑한 한 여성
그리고 작가들을 사랑한 도서관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보지 않을래?” 소설가가 꿈인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도서관에 취재하러 간다. 마침 도서관은 우에노공원 안에 있어서 돌아오는 길, 분수가 바라다보이는 벤치에 앉게 되는데, 짧은 머리에 이상야릇한 옷차림의 여성이 옆에 앉는다. 얼떨결에 작가라고 소개한 내게 난데없이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달라고 한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여성 기와코. “돈이 없다, 돈을 못 받는다, 책장을 사지 못한다, 장서를 둘 수 없다. 도서관의 역사는 말이지, 가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히구치 이치요, 하야시 후미코, 미야모토 유리코를 사랑하고, 미야자와 겐지의 슬픈 우정을 지켜보고, 인도인 마술사를 만나 마술 이야기 소설을 완성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용기를 주고, 간토대지진을 견디며, 전쟁에 분노하는, 그러면서도 항상 자유를 꿈꾸는 도서관. 격동의 시기 일본 최초의 근대 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기와코는 잊어버린 게 아니지 않을까,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오빠들과 함께 보낸 시간뿐이지 않았을까.” 일본 최초 근대 도서관이 주인공인 소설 재료를 수집하면서 나는 눈물 많은 대학교수와 꾸미기 좋아하는 도쿄예술대생, 노숙자 남자 친구와 함께 추억을 더듬으며 기와코의 인생 그리고 꿈의 그림책 『도서관의 고아』가 품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책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책과 사랑에 빠지고 작가와 사랑에 빠진 도서관에게 마음이 있다면? 일본이 서구 열강과 대등해지려면 적절한 크기의 장서를 보유해야 한다는 이유로 도서관 충실에 힘쓴 후쿠자와 유키치 일화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히구치 이치요, 모리 오가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야자와 겐지, 고바야시 다키지, 하야시 후미코, 미야모토 유리코 등 도서관은 자신을 자주 찾은 문인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따뜻하게 품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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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쿄에서 일본 근현대 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20년 이상 해왔다. 교실에서 많은 일본 작가의 작품을 강의하고 과제 도서를 골라 대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킨다. 때때로 나카지마 교코 작품을 수업 교재로 사용한다. 그녀의 작품이 근현대 일본 문학과 문화에 내재된 젠더, 내셔널리즘, 레이시즘 문제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일한 효과가 기대되는 다른 작품을 찾을 수 없진 않다. 그럼에도 왜 나카지마 교코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다.
‘문학’이 어렵다고 거리를 둔 독자들을 살살 잘 달래면서 끝내 완주를 시킨다. 여성이나 외국인 등 일본 오랜 문학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소설을 통해 부상시키고, 사회 주류(일본인)에게 타자들 아픔을 느끼게 한다. 『꿈꾸는 도서관』이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 고영란 (니혼대학 국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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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 근대 도서관의 이상과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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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고 질투하는 도서관이라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 [요미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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