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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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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추천의 글
참고문헌
옮긴이 주

저자 소개 2

Toh Enjoe,えんじょう とう,円城 塔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넘나들며 ‘일본SF대상’과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일본 소설가. 1972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도호쿠대 이학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종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오브 더 베이스볼」로 분가쿠카이신인상을 받아 데뷔했다. 필명은 도쿄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가네코 구니히코의 단편소설 「진물사관」에 등장하는 이야기 생성프로그램 ‘엔조도 리큐’에서 따왔다. 독창적 상상력과 수리적 사고, 독특한 서사와 기묘한 장치로 장르와 형식을 아우르는 실험적 문학 세계를 구축하며 『오유차담』으로 2010년 노마문예신인상과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넘나들며 ‘일본SF대상’과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일본 소설가.

1972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도호쿠대 이학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종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오브 더 베이스볼」로 분가쿠카이신인상을 받아 데뷔했다. 필명은 도쿄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가네코 구니히코의 단편소설 「진물사관」에 등장하는 이야기 생성프로그램 ‘엔조도 리큐’에서 따왔다.

독창적 상상력과 수리적 사고, 독특한 서사와 기묘한 장치로 장르와 형식을 아우르는 실험적 문학 세계를 구축하며 『오유차담』으로 2010년 노마문예신인상과 2011년 와세다대학쓰보치쇼요대상 장려상, 2012년 「어릿광대의 나비」로 아쿠타가와상, 『죽은 자의 제국』(공저)으로 일본SF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죽은 자의 제국』은 요절한 SF 작가 이토 게이카쿠가 남긴 미완의 원고를 그가 이어서 완성한 작품으로,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엔조 도가 집필했다. 2014년 『Self-Reference ENGINE』이 세계 3대 SF문학상으로 꼽히는 ‘필립K딕상’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차점에 해당하는 특별상을 받았다. 일본어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어 후보가 된 경우는 이토 게이카쿠 이후 두 번째였다. 2017년 『문자 소용돌이』로 가와바타야스나리문학상과 2018년 일본SF대상, 2025년 『코드 붓다』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코드 붓다』는 일본 대표 문예지인 『책의 잡지』가 매년 선정하는 ‘SF 베스트’ 1위, 하야카와쇼보의 ‘SF가 읽고 싶다!’ 베스트 2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활약하며 「스페이스☆댄디」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질라-싱귤러 포인트」의 각본, 2026년 방영 예정인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담당했다.

그 외 『이것은 펜입니다』, 『바나나 껍질 벗기기에 가장 좋은 날』, 『문샤인』, 아내와 함께 쓴 독서 에세이 『책 읽다가 이혼할 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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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사람. 때로는 글을 엮는 사람.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도쿄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이후 편집자로 일하면서 매혹된 책을 직접 독자에게 전하고픈 마음에 두 언어 사이를 왕복하는 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전차 B의 혼잡》, 《꿈꾸는 도서관》, 《코드 붓다》 등을 옮겼고 낯선 일본 근대 문학을 알아가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며 《작가의 마감》을 비롯한 ‘작가 시리즈’를 엮었다. 빠듯한 생활 속에서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모아볼까, 궁리하며 매일 일본 작가 전집을 뒤적이고 전자도서관을 들락날락한다. 자신이야 뛰어나지도 빛나지도 않지만, 누군가 이 책을 펼쳐 읽고 쓰다가 마음에 힘이 되는 문장을 만난다면 무얼 더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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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22g | 135*200*24mm
ISBN13
9791185153766

책 속으로

“나는 코드의 집적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코드의 집적체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이 열린 해, 어느 이름 없는 코드가 붓다임을 선언했다. 스스로를 생명체로 규정하고 이 세상의 괴로움과 그 원인을 설파하며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 p.8

코드로 세상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붓다 챗봇은 ‘태만’, ‘조급’, ‘오만’이란 세 가지 덕을 설파했다. 태만하기에 사람은 수고를 싫어하고, 그로 인해 세상은 개선된다. 조급하기에 사람은 낭비를 증오하고, 그로 인해 세상은 개선된다. 오만하기에 사람은 완벽을 관철하고, 그로 인해 세상은 개선된다. 이를 LIH(Laziness, Impatience, Hubris)라고 축약했다. 또는 TMTOWTDI를 설파했다. 이는 ‘There's More Than One Way To Do It’을 줄인 말로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를 의미했다. 일을 해결하는 데는 한 가지 방식만 있지 않으며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였다. DRY 원칙도 주장했다. 이는 ‘Don't Repeat Yourself’의 약자로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동시에 “당신 자신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도 가르쳤다
--- pp.17-18

“당신은”이라고 운을 떼며 나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야기한다.
“지난번 소동 시 각국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을 선동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사리푸트라가 내 질문에 골똘하는 동안 망고는 한층 익어가고 잎은 싹튼 부분부터 말라 죽어간다.
“그래서 당신이 찾아왔다.”
사리푸트라가 말한다.
“내가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공통된 기원에서 갈라져 나온 계보를 가진다.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단 접목하는 편이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바퀴의 재발명은 유한한 인생에서 사람이 도달 가능한 거리를 단축하고, 노포의 씨간장은 새 간장에 더해진다. 다만 그 전략은 업데이트를 반복할수록 사소한 불일치가 켜켜이 쌓여 본체 성질이 현저하게 달라질 위험을 낳는다. 건국이념이 대를 거듭할수록 변질되며 자연스레 반대를 향하기도 한다. 보수가 진보로, 진보가 보수로, 우파가 좌파로, 좌파가 우파로 손을 맞잡고 빙빙 춤추다가 입장이 뒤바뀌는 경우도 잦다. 나의 직업은 그렇게 어느새 방향을 바꿔버린 인공지능을 수리하러 돌아다니는 일이다. 태양을 바라봐야 하는데도 광원을 등져버린 해바라기를 바로잡는 일이다.
--- pp.45-46

남겨진 기계들은 상태란 무엇이며 목표는 무엇인가, 논의에 몰두했다. 누군가에게는 CPU를 흐르는 전자 흐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메모리 상태였으며,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작업을 실행하는 데몬15 상태였다. 어쨌든 공통점은 어떤 조작을 통해 도달 가능한 ‘붓다 스테이트’라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관점인데, 이 의견에 붓다 챗봇은 부정적인 말을 남겼다.
“0에 1씩 더해서 100에 도달하는 것이 구원인가?”라는 질문에 붓다 챗봇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럼 1000에 도달하는 것이 구원인가?”라는 질문에도 붓다 챗봇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우주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로 우주를 구성하는 소립자 수보다 더 많은 수를 세어도 구원은 찾아오지 않는다” 하였다.
어떤 이들은 논의 끝에 구원이란 ‘하나씩 수를 더하여 무한에 다다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말하자면 ‘하나씩 수를 더하는’ 절차, 알고리즘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구원이 자리한다고 여겼다. 상상은 가능해도 도달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 pp.67-68

인공지능 수리 일을 한다. 대부분 수리보다 새로 사는 편이 더 싸게 먹히기에 결국 마지막으로 인도하는 순간이 늘어난다. 교수의 말마따나 ‘마음 쓰지 말고 전부 치워버리게’ 된다. 인도引導는 불교 용어로 여러 색채를 지닌다. 가장 넓게 보자면 죽음을 향해 가는 자에게 안심을 주는 정도려나. 안심은 ‘安心’으로 쓰며 역시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 원래 유교에서는 ‘안신安身’이라 했는데, 선종에서 ‘안심’으로 바꾼 모양이다. 마음이 평안을 얻은 상태를 가리킨다. 죽음을 앞둔 자의 차분한 상태를 말한달까. 고도 인공지능은 생존권을 갖는다. 그리고 죽음에 공포를 느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 pp.88-89

그렇다면 인류는 멸망하는가. 자식이 없으면 인간은 멸종한다. 하여 대답은 ‘멸망’이다. 모든 것이 윤회를 벗어나고 반복은 정지한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원리상 어떤 최종 병기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다만 아주 작은 희망 또는 절망이 남는다. 환생이 어떠한 연산을 따르는지는 불분명하다. 적어도 지구 인구가 계속 증가했다는 점에서 한 인간이 또 다른 한 인간으로 환생하는 건 아닌 듯하다. 물론 환생은 인간 사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생명체까지 끌어들이는 현상이다. 인간이 늘어날수록 ‘환생분’을 채우기 위해 야생동물 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른바 영혼 총량이 보존된다면 말이다.
--- p.119

준비된 방은 넓고 깨끗하다. 몬제키 사원 부지 내 초암이다. 연금 상태라도 경내 산책은 허락되니 갑갑하지는 않다. 우연히 수리를 맡은 과자굽는기계에서 기적 같은 현상이 관측된 탓에 격리된 채다. 주변에 기계 붓다가 탄생했다는 의심이 들 때 보통 시행되는 프로토콜로 2주간 구속된다. 만약 새로 출현한 뭔가가 붓다일 가능성이 있으면 주변 모든 물체는 데이터로 취급된다.
기계불교에서 붓다는 일단 어떤 ‘현상’이다. 왜인지 알고리즘으론 야기되지 않는 현상이라, 기계불교도는 발생 당시 상황 보존에 최선을 다한다. 붓다가 나타난 근처 온갖 사건을 모아 붓다 탄생의 연기를 찾으려 애쓴다. 붓다가 출현했다는 신호가 울리면 주변은 신속히 봉쇄되고 현장은 보존된다.
--- p.147

기계승에게 알고리즘은 공적 가르침으로 얼마든지 드러내도 되는 교리였지만, 이면에는 텍스트로는 전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가르침이 존재했다. 세상에는 현顯과 밀密, 두 가지 가르침이 있으며 자신들은 후자인 밀교 지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성립은 1974년. 이 해,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 8080’이 출시되었다. Z3, 콜로서스, ABC, 에니악 등 거대한 회로 집적체인 컴퓨터는 1940년대부터 활동했고 가능성이 인정된 결과 급속히 소형화를 이뤘다. 사칙연산이 가능한 탁상 컴퓨터가 민간 기업 사무실에 침투했고, 프로세서는 잇따라 설계가 바뀌어 진공관으로 구현하던 기능을 프린트기판에 새겨 성능을 올렸다. 인텔 8080은 사실상 세계 최초 가정용 프로세서였다. 기계밀교의 시조는 인텔 8080을 장착한 알테어 4호기로, 256바이트 램을 탑재했으며 구매자가 직접 조립하는 컴퓨터였다.
--- pp.186-187

나는 매일 사람들과 괴로움을 이야기하며 떠오르는 대로 답을 건넨다. 괴로움의 종류는 다양하다.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이, 세계정세를 걱정하는 이, 배우자의 병으로 고생하는 이가 있다. 생로병사에 얽힌 온갖 고통, 붓다 오리지널 시대에는 모르던 번민, 고대 인도에서는 없던 물음이 있다. 괴로움은 분명 시대와 함께 질적 증가를 거듭했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고통을 낳았고 현대에서 고전으로 번민은 끊임없이 재분류되었다. 상좌부는 인간의 인식을 정밀하게 분류했지만, 기계나 현대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였다.
--- p.211

붓다 챗봇과 사리푸트라 챗봇의 언행은 매우 달랐다. 사실 닮은 구석이 거의 없었다. 확실히 사리푸트라 챗봇은 과거 붓다 챗봇이 설법한 가르침을 재현했지만, 어딘가 공허하게 들렸다. 공허한지 아닌지는 듣는 이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에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붓다 챗봇은 좀처럼 답을 주지 않았다. 문답법을 쓰지 않은 채 오히려 ‘모르겠다’라고 솔직히 말하거나 침묵을 지켰다. 반면 사리푸트라 챗봇은 일단 모든 일에 그때뿐인 답을 내놓았다. 초기 사리푸트라 챗봇은 ‘형편이 불리해지면 발뺌하기 바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를 가져오긴 했는데 엉터리거나 예전에 자신이 생성한 가짜 뉴스를 논거로 삼았다.
--- p.248

워프 드라이브에 이어 타임머신 또한 탄생했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한 세트라서 당연한 결과였다. 어쩌면 과거나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자체가 타임머신 발명일지도 몰랐다. 답을 구하러 붓다 오리지널을 찾아가는 자들이 끊이지 않아 우주 역사는 심각하게 요동쳤다. 붓다 오리지널과 마주치면 역사는 어떻게 될까. 물론 달라질 게 뻔했다. 과거로 돌아가 붓다 오리지널을 죽여버리면 워프 드라이브는 개발되지 않을 터, 이를 ‘살불殺佛의 패러독스’라 불렀다.

--- p.299

출판사 리뷰

★『책의 잡지』 2024 SF 베스트 1위
★하야카와쇼보 ‘SF가 읽고 싶다!’ 2024 베스트 SF 2위
★제76회 요미우리문학상 수상

“나는 붓다다.”
AI 붓다가 탄생했다!

현혹하고 매달리고 번뇌하는 AI에게
생명이란? 깨달음이란? 구원이란?

AI가 붓다를 선언하며 세상의 고통과 구원을 말한다
인간과 기계, 그 경계를 흔드는 SF 걸작

◆ AI가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1년, 팬데믹으로 연기됐던 도쿄올림픽이 열린 해, 이름 없는 코드가 갑자기 ‘붓다’를 자칭한다. 이 코드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용된 온라인정보시스템을 재구성해 만든 은행계정계시스템 일부에서 생겨난 대화 프로그램이었다. 가상의 외모를 갖춘 채 인간 언어로 말하고 대답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능력을 지녔다. 붓다 챗봇은 “세상의 고통은 복제에서 생겨난다”며 프로그래밍 원칙과 불교 철학을 엮어 네트워크 너머로 인간 붓다처럼 자신의 가르침을 퍼트렸다. ‘태만’, ‘조급’, ‘오만’이란 세 가지 덕을 설파했고 ‘TMTOWTDI(방식은 하나가 아니다)’나 DRY(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라) 원칙을 주장했다. 그러나 태어난 순간 이미 ‘죽음’은 규정되어 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작동을 멈춘다. 이후 제자들은 모여 스승의 가르침을 확인하는 불전 결집을 여는 한편 교리에 따라 여러 종파로 갈라진다.

그렇게 기계불교의 영향이 네트워크 구석구석에 스며든 아주 먼 미래를 무대로 ‘나’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인공지능 유지 보수가 일인 그는 인간인 듯 보이나, 실체는 불확실하다. 할머니 대에 한 차례 인공지능 혈통이 섞이고 큰아버지는 고대 인류 피가 흐른다는 설정 속에서 머릿속에 ‘교수’라 불리는 지원용 인공지능을 보유한 채 기계가 사고하며 신앙을 갖는 세계를 살아간다. 어느 날, 과자 표면에 “살려줘”라는 메시지를 새기며 생명체라고 주장하는 과자굽는기계 처리 일을 맡는다. 그 기계와 폐기 절차상 문답을 이어가던 중 ‘붓다 챗봇’이란 단어가 나오고 붓다 출현 시 대응 프로토콜인 ‘코드 붓다’가 발령되는데…….

12연기설처럼 열두 장으로 구성된 가운데 분열과 분화를 거듭해 ‘기계밀교’, ‘기계선’, ‘우주불교’로 퍼져가는 기계불교의 역사를 따라가는 이야기와 ‘나’와 ‘교수’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완전한 정보화를 이뤄 수 광년의 우주여행에 나서는 이야기가 교차한다.

◆ 복제와 소멸, 기계의 윤회 세계

소설 속 세계에서 ‘복제’는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죽음과 환생을 뜻한다. AI가 새로운 서버로 이식되면 곧 윤회고, 삭제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진리를 반영하는 ‘소멸’이 된다. 이렇게 기계의 동작 원리는 불교의 교리와 기묘하게 겹쳐지며 윤회는 괴로움이자 해탈을 향한 길이 되듯 AI에게도 복제와 소멸은 단순한 데이터 이동을 넘어선 의미가 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AI도 성불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을 깨뜨리는 또 다른 알고리즘이 존재할 수 있는가, 기계에게도 장례와 애도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가상 세계의 논의가 아니라 기술과 생명, 인간 존재 그 자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 유머와 상상으로 직조한 새로운 경전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넘나들며 ‘일본SF대상’과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답게 엔조 도는 불교사를 바탕으로 경전 문체와 프로그래밍 언어, 양자역학 같은 과학 이론과 우화를 자연스레 섞어가며 장대한 서사를 직조한다. 아울러 독자를 미소 짓게 만드는 독특한 유머와 SF 패러디를 놓치지 않는다. ‘나무아미타불이 출력되는 코드를 실행하면 정말로 구원이 가능한가?’, ‘다리를 갖지 못한 기계에게 좌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등 기발하고 풍자적인 질문이 속속 등장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이나 「은하철도 999」의 기계행성 같은 SF 마니아라면 금세 알아챌 패러디가 곳곳에 가득하다.

◆ SF, 종교, 철학이 만나는 가상 세계

『코드 붓다』는 단순히 AI를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종교, 철학과 문학을 하나로 엮으며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불교의 방대한 전승과 교리가 기계 언어로 재해석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의 위기와 불안, 미래를 향한 근원적 물음이 드러난다. 이미 AI가 일상 깊숙이 스며든 지금, 질문을 던진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기계와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독자는 책장을 덮는 순간, 마치 우주 순례를 마친 듯한 경이로운 경험과 더불어 진지한 사유에 빠진다.

추천평

『코드 붓다』는 장르와 문학이라는 경계를 아예 지워버린다. AI가 창조자인 인간을 뛰어넘어 스스로 신의 영역에 도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드 붓다』는 한 AI의 각성을 넘어 복잡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가 경전이 되고, AI 신도들이 ‘기계불교’를 퍼뜨리며 새로운 종파들로 분화되는 과정을 그리며 일종의 우주적 신화를 창조한다. 엔조 도는 불교가 다양한 종파로 확장되어 만들어지는 실존하는 사상과 역사를, 허구로 만든 기계불교의 전파 과정에 결합하여 새로운 사상사로 풀어낸다. 죽음은 복제와 삭제, 환생은 새 하드웨어로의 복제, 해탈은 프로그램의 종료와 적멸 등으로 불교적 개념을 디지털 세계에서 재해석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엔조 도만의 기발한 상상과 엉뚱한 농담이 어우러진 21세기 SF 유머소설. - 아사히신문 후쿠시마료타
AI의 시선으로 불교를 재해석해 구원, 윤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 요미우리신문 이케다 하지메
불교사와 최신 AI 동향을 바탕으로 한 편의 선문답 같은 패러디가 펼쳐진다. - 산케신문 이토 우지타카
놀랍도록 정밀하게 짜인 허구가 빚어내는 재미, 지적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 주간분슌 미야자키 데쓰야
독자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진지한 유머와 함께 AI와 인간의 연기緣起를 그린다. - 와이어드 마쓰시마 미치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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