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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1부 해방이 아닌 해방 공간 아침 햇살·10 해방 · 18 건국준비위원회·21 미군정·25· 이승만 정부·32· 2부 한국전쟁 전 학살 46년 대구의 시월 항쟁·38· 4·3 새벽 2ㅣ 제주 무장봉기 주민 토벌 학살·41 4·3의 가운데 김익렬, 문상길, 박경·49 여순 사건 이후 학살·53 여순사건 연계 순천학살·60 거제도 야산대 토벌 학살·65 동명이인 옥치구 씨의 죽음·70 산청 시천, 삼장 학살·71 소년 문홍주와 낙안면 신전마을·73 함평 양림 학살·75 문경 석달마을 학살·77 영덕군 지품면 학살·79 경주 내남면 민보단장 이협우·81 3부 한국전쟁 초기 보도연맹 및 형무소재소자의 학살1 보도연맹·86 김해 보도연맹원 학살·90 청주 오창 창고 보도연맹 학살·93 청주 보도연맹원, 청주교도소 수감자 학살·97 미국의 라이카 카메라·100 울진 국민보도연맹원 학살·102 마산 괭이 바다 학살·104 7월의 처형 군위군 우보면 골짜기 보도연맹원 학살·108 영덕군 보도연맹원 학살·110 대구 보도연맹원 학살·112 순천 구랑실재 보도연맹원 학살·115 건준 치안부장 이덕우 보도연맹원의 죽음·117 보은군 아곡리 보도연맹원 학살·119 함평 보도연맹원 학살·121 예천군 보도연맹원 학살·123 경주 보도연맹원 학살·125 보성 보도연맹원 학살·128 나주 온수골 보도연맹원 학살·130 여수 보도연맹원 학살·132 진주 보도연맹원 학살·134 나주 경찰의 퇴로 보도연맹원 학살·136 제주도 섯알오름 학살·138 해설_ 시로 쓰는 민족비극사에 담긴 한의 서정 / 김윤환·142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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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 제주도 남로당 제주도위원회 / 350명의 무장대는 12개 경찰지서 / 서북청년단을 중심으로 한 우익단체 / 지목해 습격 / '탄압이면 항쟁이다' / '조국의 통일 독립과 완전한 민족 해방' / '남한의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 (....중략....) ”로 시작하여 제주토벌대 만행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그 만행의 과정을 “이승만 대통령의 가혹하게 탄압하라는 명령 / 서북청년단를 경찰에 편입 / 중산간 마을 1948년 11월 중순부터 소개령 / 소개 후 중산간 마을은 순식간에 95%가 소실 / 남아 있던 사람은 집단으로 희생되었다 / 토벌대는 무장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 / 소개한 사람들에게 돌로 성담을 쌓고 보초를 세웠다 // 서북청년단의 무고한 학살 / '우리는 산 사람이다' 외치는 사람에게 / 무장대 복장으로 위장한 경찰이 쌀을 달라하고 학살 / 젊은 여성은 강간하고 / 임신부는 옷 벗겨 죽이고 / 강간하려고 하다 거부당하면 곤봉으로 마구 때렸다 / 그리고 죽창으로 여자들을 찌르라 하고 / 주민들을 집합시켜 무조건 죽이고 (....중략....)”
--- 「4.3 새벽 2ㅣ 제주 무장봉기 주민 토벌 학살」 중에서 “사람이 아니었다./ 전쟁이 나자 / [비상사태 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을 / 대통령은 발령하였다 // (...중략....) 오창에서도 수백 명을 / 보도연맹 가입자를 불러 / 오창 양곡 창고에 구금하였다 / 수도사단 헌병대는 이 중 일부 / 중요 인물 및 도주자를 잡아 / 창고 내외에서 사살 폭행 치사하였다 // (...중략....) // 아침이 되었다 / 도륙이 된 창고에 / 공습이 이어졌다 / 창고에 살아있던 사람마저 / 지나갔던 / 죽음의 소용돌이가 또 왔다 / 네이팜탄, 기총소사가 요란하게 몰려다녔다 /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었다 / 지붕이 날아가고 / 벽채가 불에 타고 / 살점은 누구의 것인지 / 여기저기 걸쳐 있었다 / 팔이 없어지고 / 다리가 없어지고 //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다 // 변기통 몇 개로 무더위와 용변 해결하며 / 냄새나는 창고를 지킨 것은 차라리 천국이었다 / 발목까지 차이는 피를 밟고 선 오창양곡창고 / 학살의 / 한 시대가 / 도랑을 타고 / 시내를 타고 / 강을 타고 / 바다로 / 붉은 노을로 / 타오르고 있었다” --- 「청주 오창 창고 보도연맹 학살」 중에서 {....전략....} “바닷가 / 헌병들이 배의 아가리로 줄 맞추어 있는 가운데를 / 용수를 쓰고 / 밧줄에 묶여 / 앞 사람의 허리를 붙잡고 / 지내 같이 서서히 / 그러나 빠르게 / 괭이 바다 앞 썰물로 빠진 바닥을 / 배의 아가리로 / 트럭에 실려 온 / 마산, 창원 / 마산에 일찍이 구속된 형무소 사람들 / 예비검속된 보도연맹 사람들 / 전차(戰車)가 내리는 길을 따라 / 배 속으로 들어갔다 // 괭이 바다 / 괭이 소리로 파도와 / 밀물이 몰려와 / 전차 상륙함을 / 물이 들어 올리자 / 배는 육중한 배는 / 부우웅~~ / 배는 출발해 거친 바다의 가운데서 / 밧줄에 묶인 사람들을 줄줄이 / 바다에 던져지고 / 발길질로 물 위로 오르면 / 드르륵 드르륵 / 탕 탕 탕 / 수장으로도 부족해 / 총으로 물을 향해 쏘았다 / 비무장에 바닷속에서 / 무참히 죽었다 // 괭이 바다의 / 고양이 울음소리는 / 죽은 영혼의 소리 / 아무리 들어주어도 / 수장한 영혼들이 끝없이 / 썰물에 쓸려나갔다 / 밀물에 밀려오는 / 울음소리 / 억울한 노랫소리 // 트럭에 실려 와 / 군함을 타고 / 흩뿌려지는 / 국화꽃처럼 / 둥둥 떠나가는 사람들 / (...후략...)” --- 「마산 괭이 바다 학살」 중에서 6.25 한국전쟁 / 수복되고 북에 동조한 사람들 본인은 모두 없어졌어 / 남은 이들은 부모 아내 자식들 / 그리고 가솔로 있었던 형제 / 원 부역자가 떠난 자리는 힘없는 사람들 / 그렇게 있다 모두가 처형 되었지 / 그것도 모두 조직적으로 // 도망간 사람의 가족들 / 죽음으로 어미의 젖을 빠는 어린아이까지 / 자기와 대치된 자도 / 없으면 아내, 자식, / 아비, 어미, 형제도 없이 처형했지 / 전쟁터에서 죽은 이보다 전장 밖에서 / 죽은 이가 더 많은 / 충주 엄정 길을 가면서 다리가 떨려 갈 수 없었네 // 엄정에서는 / 좌익이 지나가면 우익 / 우익이 지나가면 좌익 / 모두가 그렇게 대신 죽은 자들이 고개를 넘지 못하고 / 영혼들이 좌우를 몰라 헤매고 / 어린아이의 영혼도 좌우로 / 도리도리하면서 배우던 웃음소리도 / 모두 대살로 / 도륙되어 묻힌 땅 // 탕. 탕. 탕 / 총소리 울음소리도 묻어간 / 한 시대 / 전쟁은 군인들보다 더 많이 / 싸움도 없이 민간인이 / 총칼도 없이 적이 된 / 일방적인 죽음이 더 많은 이 산 들 강으로 흐르는 / 피의 땅이여 / 숨죽인 노래 / 아비 대신, 남편 대신, 아들 대신 … 대신 죽은 / 代殺 --- 「대살(代殺) ; 충주 엄정면 학살」 중에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았어 / 증언대에 오르다 / 조용히 눈감고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 / 단두대에 오르듯 주저하다 가는 사람 / 풀벌레 쓰르라미 소리만 풀피리처럼 / 소리로 남아 / 혼자 훌쩍이는 소리를 / 밤하늘, 검은 밤하늘로 별들은 빛나고 / 눈물처럼 떨어지는 하늘 / 사상의 검은 늪에 빠져 / 사람들은 안절부절 / 하지 긴 해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믿어버린 / 총구 앞에서 /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해방의 기쁨 / 광복의 숨소리 / 부푼 꿈속에서 사람들은 안도의 몸을 펴고 / 웅크린 기억을 꺼내어 자유의 마당에 / 풀어놓았어 / 그것도 잠시 촌각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던 / 이 산하 이 땅 / 보릿고개 넘기기도 힘든 시절 / 사상고개도 넘기 힘들었어 / 알지도 못하는 사상 보다 / 총구가 먼저 와 / 둥그런 사상을 들이대며 포효하고 / 없었던 생각은 들어 / 무의 사상 / 빨강은 몰라 / 파랑도 몰라 / 검은 것도 몰라 / 흰색도 몰라 / 회색 하늘도 몰라 / 모르는 것투성이의 사상이 / 모든 것을 덮고 / 색깔로 말하는 사상을 몰라 / 죽음은 더욱 몰라 / 삶은 굴비처럼 엮여 / 구덩이나 동굴 앞에 선 / 떨리는 가슴 / 첫사랑 / 첫눈 / 첫울음 / 처음 시작은 언제나 미약한 여명 / 서릿발도 녹이지 못하는 / 대지의 꿈은 잠들고 / 깨어날 줄 모르는 소식을 안고 잠들고 / 언제나 / 증언대에 오르는 / 갈대 같은 마음을 / 풀벌레 쓰르라미 울음처럼 / 토해내고 싶은 / 침묵 / 대지는 잠자고 / 노랫소리는 땅속에서 / 교향곡으로 울려 펴지고 / 아니리 아니리 노랫소리 / 명창의 노랫소리 / 죽은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 산 사람이 간다 열지어 간다 / 맑은 날 / 증언대에 오르다 / 먼 옛날 파랑새 / 솟아오르던 들판 / 녹두꽃 지고 / 식민의 나락으로 떨어진 조국이 / 해방의 날을 맞이하여 / 성조기 올라가던 하늘을 바라보며 / 한없이 울었던 / 아버지, 형, 누이, 삼촌, 아저씨, 아줌마 등 / 생각에 / 그만 울고 말았어 / 총구 앞에서 서 있던 / 생각에 /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 / 해방되고 / 5년 전쟁 통에 죽어버렸어 / 구덩이에 빠져버렸어 / 싸우지도 않았는데 주검이 된 / 원혼들의 / 뿌리 / 굴비처럼 엮여서 / 바닥에 엎드린 채 바라보는 눈 / 봄꽃은 지고 / 여름을 달래는 푸른 풀들의 향연 / 찬란한 대지에 묻혀 / 침묵의 노래를 부르는 / 젊은 날의 주검들 / 그 옛날 / 아버지를, 어머니를, 형을, 아우를, 누이를 / 이름 없이 죽어간 들풀들을 /생각하면 / 폭풍같이 돋아 오르는 / 소름이 발을 멈추게 하는 / 정적 // 세상을 돌아보면 / 시간이 지나면 안 죽은 사람은 없어 / 할아버지 / 할머니 / 모두 세상에 / 선산으로 돌아가고 /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도 / 모두 / 말하고 싶지 않은 삶을 살아 / 입 다물고 / 죽은 사람들은 죽고 / 산 사람들은 살아 / 현대사의 핏빛 전설을 만들고 / 고대사보다 더 미궁의 전설을 만들고 / 증언은 짧아 / 하는 말 / "우리 아버지는 죽었습니다. / 저는 왜 죽었는지 어려서 모릅니다. 요"하는 / 또 다른 침묵의 현장에서 / 말 못 하는 사람들의 / 떨어지는 눈물의 폭포 / 침묵 --- 「침묵의 노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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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희 시인은 등단 30년이 된 중견시인으로 그동안 작고 여린 생명과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를 써왔다. 이번 출간된 『시로 새기는 민족비극사』 서사시집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있었던 민족의 비극사(학살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아픔을 시로 노래하고 있다. 박 시인의 탄식은 그저 감정적 호소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교훈을 사실에 근거하여 독자는 물론 동료 문학인에게 민족역사의 재인식을 요청하고 있다. 90여편에 흐르는 일관된 정신은 어떤 이념도 어떤 우방도, 어떤 정치 권력도 양민을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더욱이 분단의 비극을 악용하여 민초들을 억압하는 정치문화를 질타하는 냉철한 자세였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 4.3희생은 물론 그동안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학살의 현장을 다시 소환하여 우리의 안일함을 다시 깨워준다. 시인이란 어떤 시대에 살든 인간의 억울한 희생을 외면할 수 없듯이 박원희 시인이 비극적 역사로 인해 희생된 많은 영혼을 끌어안은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심성이 진정 어디까지 닿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시인의 말 2002년 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면 보도연맹 등 해방 후, 한국전쟁에서 죽은 민간인 학살자 유족 증언 대회 때 처음 학살자유족들을 만났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그때 그곳에 같이 갔던 유족 중 한 사람인 신경득 교수님은 정년 퇴임을 하신 지도 오래되었는데 세상에는 바뀐 것이 없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화되었고, 학살지라고 밝혀진 여러 곳에 세운 안내문 안내판도 훼손되거나 없어진 곳이 다반사이다. 유족들도 언제부터인가 유족보상금을 받으면 흐지부지 모이는 것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무언들 또 족두리를 씌워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시대다. 지금도 유족들은 빨갱이 그러면 혹 자기를 지칭하는 말로 두려워한다. 해방 80년 한국전쟁 75년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유골이 잠든 곳은 유원지가 되고, 관광지, 식당 등이 되고, 안내 간판이 없어지고, 더러는 사방댐이 개발되어 파헤쳐지고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원혼은 누가 달래어 줄 것인가? 80년 75년 더한 역사가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시의 기록으로 남긴다. 시의 눈을 뜨게 하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뜨게 한 신경득 교수님께 감사한다. 청주에서 열심히 문화운동으로 ‘기억 전쟁’을 쓴 운동가이자 작가이신 박만순 선생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부족한 원고에 해설을 붙여주신 김윤환 교수와 기꺼이 출판해 주신 ‘생명과문학’에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민간인 학살로 돌아가신 영혼들도 편히 잠드시길. 힘든 현대사를 산 유족들에게도 편안한 안식이 오길 기원한다. 2025년 을사년 가을에 박원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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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대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과 학살 같은 용어에는 인류사를 관통하는 총체적이고 원형적인 참상이 날것으로 피를 튀기고 있기 때문이다. 범주를 좁히더라도 『시로 새기는 민족비극사』는 그 민족사적 참상의 현장에 입주하여 피를 덮어쓰고, 피 냄새를 맡으며 피 냄새를 형상화할 수 있어야 비로소 쓸 수 있는 서사시이다.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그인들 없었을까. 그러나 시인의 책무는 인류의 공유재이기도 해서 양심이 가리키는 길을 그는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있었던 민족의 비극사 중에서 그는 특히 학살에 주목한다. 학살 주체가 정부와 외세, 우익과 좌익, 한국군과 미군과 인민군이었다는 것에 대비해 그 피해자는 오로지 비무장 민초였다는 사실은 이 비극의 본질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아는 것은 솥단지 / 전쟁을 몰라 / 평화를 몰라 / 이승만이 버리고 간 땅도 사람도 몰라 / 빨갱이도”(「노근리 평화공원」) 모르던 이들이 “굴비처럼 엮여 / 구덩이나 동굴 앞에”(「침묵의 노래」) 서서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들이 소환된다. 전쟁의 포성과 학살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은유가 차고 넘치는 이 시집은 모든 과거사는 곧 현대사라는 사실에 대한 증언이다. - 이영숙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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