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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003
[단편소설] 선우와 지안 - 009 소실 - 065 즐거운 항해일지 - 109 설 - 165 [강원 이야기] 태백 - 193 횡성 - 201 양구 - 209 속초 - 217 참고자료 -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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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 강원(江原)의 ‘언덕 원(原)’과 발음이 같은 ‘원할 원(願)’이에요.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욕망에서 시작되잖아요. 그 ‘원’을 가진 인물들과 ‘원’에서 파생된 각기 다른 의미를 찾아 주제와 연결했어요. 1(처음), ₩(자본), the one(하나), 0/1(비트), o(연결) 이렇게요. 제가 원하는 이야기는 ‘기술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와 그 속에서 변하는 인간관계의 본질’이에요. SF 장르를 선택했지만, 과학 소설(Science Fiction, Sci-Fi)보다는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에 가까워요. ‘사변(思辨)’은 경험이 아닌 사유로 인식에 도달하려는 태도를 말하는데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이것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과학 기술을 배경이나 핵심 소재로 삼는 장르예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예솔의 발소리가 충분히 멀어지고 선우가 지안에게 속삭였다. “너 혹시 보여?” 지안의 입술이 살짝 움찔거렸다. “보이는구나. 맞지?” 선우는 확신했다. 지안이 예솔을 잡아끈 순간 이쪽으로, 좀 더 오른쪽으로. 하며 자신을 끌어당기던 목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낮고 서늘한 음성이었다. “너 뭔데?” 선우는 들떠서 대답했다. “난 들려.” 선우는 자신을 괴롭히는 목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다음 말을 덧붙였다. “없애 줘. 건당 오십 줄게.” --- pp.19-20 「단편소설 ‘선우와 지안’」 중에서 여자가 데스크에 놓인 용지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희망 도서 용지였다. 신청자, 성주연. 제목, 두 계절의 미래. 당연한 두 계절을 ‘미래’라고 지칭한 걸 보니 아주 오래전에 나온 책인 게 분명했다. 여자는 그것을 내게 건네고 쇼핑몰과 연결된 출입구로 걸어갔다.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가 품이 넓은 청바지와 오버사이즈 흰 셔츠 속에서도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몇 살일까? 의미 없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차피 여기 거주자들은 나보다 최소 세 배는 더 오래 사신 분들이니까. --- p.69 「단편소설 ‘소실’ 」 중에서 나의 태양에게 받는 사람 [stony@zmail.com] 보낸 날짜 2045년 6월 8일, 18시 8분 8초 메일 제목이 좀 낯간지럽지? 이게 다 루카 때문이야. 궤도에 진입하자마자 나폴리 가곡 'O Sole Mio를 계속 불러댔거든. 오래 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 우주비행을 했을 때 불렀던 노래래. 3개월 내내 ‘오 솔레 미오, 오 솔레 미오’하는 걸 들었더니 ‘나의 태양’이란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떠올랐어. 오늘 알게 됐어. 탐사선이 이미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걸. 그래서일까, 그 노래가 좀 다르게 들리더라. 이제는 정말 ‘나의 태양’과 멀어졌구나 싶어서. 절대 너에게 먼저 메일을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O Sole Mio 때문에 실패했네. --- pp.111-112 「단편소설 ‘즐거운 항해일지’」 중에서 투명한 물에 진한 잉크가 번지듯 주위가 천천히 어두워진다. 설아는 어지러움에 눈을 감는다. 눈꺼풀 안쪽으로 며칠 전 일이 떠오른다. 앞으로의 등급을 결정하는 역량적합성평가가 끝나자 모든 게 느슨해졌다. 대부분 자기 등급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혹시나 하는 반전과 행운을 기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들은 이것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각자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는 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가장에 들어선 설아는 확실히 알았다. 이변이 생길 리 없다. --- p.167 「단편소설 ‘설’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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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작가의 『원(願): 강원 테마 소설집』은 단순한 소설집이 아니다. 지역의 구체적 맥락에서 출발하여 동시대적 질문에 도달하는 창작 방법론의 실험이자,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우리의 철학을 구현한 종합적 결과물이다.
이 작품집은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2년간 체계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1년차 성과평가에서 “작품집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구체적인 작품의 모티프와 주제의식을 연결짓는 작업을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견을 받았으며, “강원×SF 연결고리를 더 구체화하라”는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각 지역의 문화자원을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설계했다. 작가가 직접 태백 검룡소, 횡성 수몰지, 양구 펀치볼, 속초 울산바위를 답사하며 기록한 ‘강원 이야기’ 에세이는 완성된 소설과 함께 읽을 때 창작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UMZIPS 시리즈가 지향하는 ‘창작 과정을 담는 IP BOOK’의 핵심 가치이며, 향후 “OSMU의 모범적인 창작 사례”가 될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홍영훈, 위해린, 장하훈, 김다호 등 발달장애인 화가 4인과의 협업은 칼론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포용적 예술 생태계 구축의 중요한 성과다. 평가단이 강조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미술이 가미된 점이 본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라는 의견처럼, 이들의 삽화는 단순한 삽화를 넘어 텍스트의 감각을 새로운 시각 언어로 확장했다. 더 나아가 시각 약자와 느린 학습자를 위한 큰 글씨 특별판 『원(願) : 즐거운 항해일지』를 동시 출간함으로써, UMZIPS Vol.02 『햄릿광대 난장』의 배리어프리 철학을 계승하되 이번에는 보기 편한 디자인에 중점을 둔 접근성 확대를 시도했다. 『원(願) : 강원 테마 소설집』은 강원의 ‘원(原)’에서 시작한 바람(願)이 독자의 삶에서도 또 다른 원(圓)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지역성과 동시대성, 사실성과 상상력, 완성과 과정,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