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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의 밤
강세환
독자노선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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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침묵의 시간/ 피렌체 골목에서 1/ 피렌체의 밤/ 피렌체 골목에서 2/ 피렌체 광장에서/ 단테의 생가 앞에서/ 큰 그림 하나/ 물의 도시/ 카페에서/ 산 마르코 광장/ 산타 루치아/ 물 위에서 사는 법/ 밀라노 대성당 가까운 돌계단에 앉아서/ 광장에서/ 밀라노에서의 산책

2부


로마 시편/ 로마의 비 1/ 로마의 비 2/ 로마에 와서/ 로마를 떠나며/ 슬로 시티/ 이탈리아 A1 고속도로/ 뭇 소리의 향연/ 꽃 한 송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던 밤에

3부


길 위의 나무들을 위하여/ 인도 여자/ 저 평원을 가진 자/ 어느 타이피스트의 꿈/ 체르마트에서 인터라켄 가는 길/ 폭우/ 융프라우/ 취리히 리마트 강변을 걷다/ 취리히의 밤/ 기내식 메뉴판 여백에 시를 끄적이다

[작가 인터뷰]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

저자 소개 1

姜世煥

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복간되던 해 겨울호에 시 「개척교회」, 「교항리 수용소」 등 6편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시집 『김종삼을 생각하다』(예서, 2021) 등 10권과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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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18*188*20mm
ISBN13
9791199537804

책 속으로

저녁 일곱 시 취리히 반호프 거리 저 골목 어귀 모 카페, 옛 동독 출신 여류 시인과 몽골족의 후예라고 소개하던 헝가리 청년 시인과 취리히 주재 미국 시인과 동아시아에서 날아온 모 시인과 취리히 제1 권역 남녀 시인들과 북 치고 장구 치며 가끔 탁자도 치면서 시 낭독을 한다 번역기가 중간에 몇 번 끊겼지만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관객은 낮에 린덴호프 언덕에서 섭외한 여성 독자 한 명뿐이다 뒤풀이는 실내 포차 비슷한 곳에 들어가 홍합과 훈제 연어를 곁들인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중간에 스위스 중앙은행 고위직 인사가 합석하며 맘 놓고 마시라고 한다

오미자차(茶) 색 같은 양주를 권하던 미국 시인이 물었다 사우스 코리아 비상계엄 끝났냐? 하룻밤에 끝났다 하자 동독 출신과 헝가리 청년은 크게 웃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45년 전 일이지만 계엄의 계, 자(字)만 들어도 가슴 한복판이 복잡하다. 거울 앞에만 가면 조금 더 서 있게 된다.)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어깨동무하고 둘이서 셋이서 셀카를 찍었다 한국을 한번 방문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패키지 일정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자 내 숙소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미국 시인이 제안한다 숙소 방바닥에 앉아 취리히 1권역 시인 둘이서 나를 위하여 원샷! 큰 컵을 높이 들었다 (망했다!) 국내 시인들은 2차도 원샷도 다 끊었는데 해외에선 성황리에 진행 중이었다 어둠에 휩싸인 창밖의 나무가 성큼 다가섰다 누군가 술집이 인류의 발명품 중 최상품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시인들은 왜 시인들을 만나면 오랜 도반(道伴) 같을까? 이런 것도 취리히의 밤을 기억하는 방식이리라

--- 「취리히의 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강세환의 신작 시집이 또 출간되었다. 먼저 ‘또’라는 기표는 약간의 배경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6월 초 두 권의 신작을 동시에 출간한 이후 불과 서너 달 만에 또 출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인 특유의 ‘열정과 통찰’의 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는 아마도 무언가 어딘가 속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듯이 시를 쓰는 것 같다. 아님 어딘가 무언가 속지 않게 되었다는 뜻일 것 같다. 단지 열정과 통찰력만으론 이런 결과물을 이렇게 연이어 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출판사의 오피셜 메시지가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6070 시인선」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이 시집의 작가 인터뷰에서도 향후 이 시집의 공통 표4에서도 드러났지만 「6070」이라는 특정 세대를 위한 혹은 특정 세대를 향한 시인선이라는 점이다. 약간의 편협한 의도하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 편협한 의도가 곧 이 시인선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6070의 「독자노선」 같은 것이므로 한국 문단 관계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거듭 기대할 따름이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의 여러 풍경은 내가 보았던 그 풍경과 전연 다른 풍경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좀 다르게, 틀리게 혹은 거리를 두고 싶었을 것이다. 농담 좀 섞어서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유용한 것보다 무용한 것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대상을 놓치거나 대상에 대한 재구성은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탈(脫)대상화’라고 부르고 싶다. 사이프러스 등 낯선 나무들도 많이 보았지만 어느 순간 그 많은 나무들도 그냥 하나의 기표가 되고 말았다. 여행이 그렇듯 시가 그렇듯 삶이 그렇듯 문득문득 어떤 고정관념의 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쓰잘데기 없는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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