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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역사
강세환
독자노선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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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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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횡단/ 을숙도 걷기/ 일전(一戰)을 앞두고/ 플라스틱 의자 1/ 플라스틱 의자 2/ 누설/ 이것은 웃음인가 농담인가/ 11월/ 노인 1/ 구름 1/ 구름 2/ 구름 3/ 빈손/ 저 돌과 같이/ 쓴다는 것/5월/ 파주, 어느 출판사 앞에서/ 4월이여 식탁이여/ 북향/ 노인 2/ 작은 골목/ 1982년 여름/ 무겁지 않기/ 일흔 넘어/ 설렁설렁/ 손이 하는 일/ 각자도생/나의 시여! 용서하라/ 일장춘몽/ 이태석 길/ 백내장 수술/ 미처 못 한 말/ 헛바람/ 이 아침의 시/ 쾅! 쾅! 쾅! 문 닫는 소리/ 부부 동반/ 백내장 수술 후/천변 걷기/ 혼잣말/ 너구리/ 늦은 오후/1시 29분/ 끝까지 간다는 것/ 사랑 없인 못 살아요/ 과음/ 깃발/ 유구무언/ 마치 기우제 지내는 힘으로/ 백내장 수술 후 몇 가지 조언/ 동쪽/ 여자/ 백내장 수술 후 근황/ 눈물과 슬픔은 어디에 있는가?/ 밀실/ 날개/ 수술대 위에서의 단상을 기록한 시/ 산책/ 시작 노트/ 하루아침/ 전작(全作) 미발표 시집/ TV/ 노인 3/ 북쪽/ 느림 1/ 느림 2/ 송도 걷기/ 굿/ 노후 1/ 노후 2/ 아주 사적인 신화 읽기/ 눈물 1/ 눈물 2/ 사족 1/ 사족 2/ 사족 3

시작 노트

저자 소개 1

姜世煥

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복간되던 해 겨울호에 시 「개척교회」, 「교항리 수용소」 등 6편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시집 『김종삼을 생각하다』(예서, 2021) 등 10권과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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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28*205*20mm
ISBN13
9791199537811

책 속으로

시계 방향으로 걸어도 되고
반대 방향도 상관없다
오후 3시 반에서 5시쯤 걸어도 되고
그보다 이른 시간도 괜찮다
나무 이름을 몰라도 될 것 같은
11월 중순도 좋고 12월도 좋다
꽃들이 제 이름을 가슴께쯤에서 터뜨리는
3월도 좋고 5월도 좋고
반려견과 같이 걸어도 좋다
낙동강을 끼고 걸어도 되고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행간을 찾아 걸어도 되고
늙은 건달처럼 걸어도 되고
4성 장군처럼 똑바로 걸어도 된다
보는 사람도 없고
걷는 사람도 없다
간만에 나를 향해 걸어도 된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도 성공할 수 없다
걱정하지 마라
--- p.10 「을숙도 걷기」 중에서

시 없이 걸었다. 그냥 걷고 싶었고 뭔가 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뭔가 좀 툭 던져놓고 싶었다. 평생 낚싯대 앞에 앉아 본 적 없었지만 낚싯대 함 던져놓고 돌아서고 싶었다. 그러나 고작 작은 걸음으로 방황하듯, 시계 방향으로 을숙도 한 바퀴 돌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젠 걸어도 시가 된다. 하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었다. 저 강과 이 산책로와 저 구름과 함께 걸었다. 그러나 또 한 번 더 걸으면, 한 번 더 걸으면, 한 번 더 걸으면… 그것은 단지 반복하는 것만 아니라 뭔가 조금씩 어긋나는 것 같고 다른 이름이 되는 것 같아 그 이름을 또 불러보고 싶었다. 끝이 없는 길이라든가, 길 없는 길이라든가, 가지 않은 길이라든가….

--- p.130 「시작 노트」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에 대한 기록과 반복적인 “쓰는 행위”―강세환의 시―“(…) 문학 특히 시가 소수의 장르가 되었다 해도 시가 불가능한 세계로 가는 미로라 해도, 출구조차 없다 해도, 벽과 마주 앉은 자는 벽과 마주 앉을 것이고, ‘쓰는 자’는 ‘쓰는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자는 고독의 시간을 살아야 할 것이며 그 고독의 시간은 또 고립과 대립의 시간을 겪어야 할 것이며 또 홀로 세상과 싸워야 할 것이며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혹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백이나 여백이라 해도 시인의 생각과 언어와 또 시에 대한 열정과 통찰은 또 하나의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노트북 키보드 위에서 시가 될 것이며 그의 ‘쓰는 행위’는 또 참을 수 없을 만큼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마도 아무도 몰래 이 2025년 12월의 끝에서, 이 겨울밤에 그는 또 한 권의 신작 시집을 시치미 뚝 떼고 탈고했을 것만 같다.”(황지니, 자유기고가) (아무도 몰래 그 겨울밤에 시치미 뚝 떼고 탈고한 그 한 권의 신작 시집이 바로 여기 2026년 6월의 ≪바람의 역사≫가 되었다.)

시인의 말

시는 쓰는 게 아니었다. 그냥 쓰여졌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지만 어느 날엔 폭포 아래 있었던 것 같고 어느 날엔 작두 위에 올라섰던 것 같다. 또 어느 날엔 동네 안과 수술대 위에 누워 눈을 꼬옥 감고 있었다. 알고 보면 길에서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시인이었고 그들도 결국 자기 시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아무도 없는 을숙도를 걸었다. 을숙도가 시가 되었고 11월도 시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한때 광장주의자로서 여의도에 갔었고 광화문 앞에도 갔었지만 광장의 임자는 따로 있었다. 마치 촛불은 사라지고 각종 응원봉의 시대가 되었다는 듯이. 나의 광장은 사라졌다. 나도 디아스포라가 되었고 이미 뒷방 처지가 되었겠지만 하루하루 시를 써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어느새 늙은 수코끼리처럼 대열에서 이탈한 늙은 타이피스트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있는 삶이 꿈이 되었다가, 꿈이 또 삶이 되었다가 때때로 큰 공백 같고 허공 같지만 그게 길이고 끝이 되었다. 아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길’처럼 시의 세계도 시인의 세계도 완성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아주 가끔 사나흘 시 없이 떠돌 때도 있지만 쓰는 게 사는 것이고, 사는 게 또 쓰는 것밖에 없는 인간이 되었다. 간혹 제3자처럼 바라보면 두서없이 또 쓰고 사는 걸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몇 해 전, 백상현 유튜브 ≪존재와 시간≫ 강해 ‘하이데거와 라깡’을 다 찾아서 들었다. 백 교수 덕분에 자크 라깡을 만났고 하이데거도 다시 읽게 되었다. 그 강의 들은 이후 나의 인식 체계가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도 여기서 고백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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