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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조용한 것은 또 얼마만큼 무거운지/ 원주 세브란스 병원 근처 맛집/ 복도 끝의 침묵에 관한 기록/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우는 자가 없다/ 병원에서의 산책/ 당신의 말/ 누가 인사를 잘 하는가/ 누워 있는 섬/ 휠체어 밀 때 주의사항/ 서러운 것/ 복잡한 것/ 김밥 한 줄에 대한 단상/ 비유의 힘/ 고백/ 자정 무렵의 침묵/ 눈/ 어디서부터 하루가 시작되고 어디서부터 하루가 저무는 것인가/ 소파 딸린 서재 같은/ 복도의 끝/ 어둠처럼/ 여백의 시간 제2부 없음의 철학/ 겨울밤의 힘/ 강릉의료원/ 2리터짜리 페트병의 용도/ 끝은 없다/ 자정을 지나면/ 형광등 불빛만 남은 휴게실/ 새벽 두 시/ 시를 기다리며/ 방금 휴게실에서 들었던 말/ 어느 환자의 독백 1/ 창밖의 나무 1/ 창밖의 나무 2/ 어느 보호자의 미담/ 아픔에 대한 생각/ 병실 복도까지 들리던 말/ 어느 환자의 독백 2/ 병실에서 1/ 병실에서 2 제3부 늙은 코끼리의 운명/ 오늘 밤을 새운 자들을 위하여/ 부질없는 짓/ 죽은 시인의 사회를 위하여/ 한낮의 산책/ 말(言) 1/ 말(言) 2/ 말(言) 3/ 꿈/ 시인의 동네/ 인간극장 편집본 같은/ 간곡한 당부 [시인의 단상(斷想)]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없다 |
姜世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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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아침잠이 없다
크리스마스이브도 없다 웃음도 없다 눈물도 없다 아프고 나면 어떤 회한도 없다 갈등도 없다 밖의 날씨 따위도 궁금하지 않다 집 생각도 없다 아픈 곳을 움켜쥐고 있지만 두려움도 없다 병원은 그런 곳이다 밖에다 대고 크게 소리 지를 것도 없다 어쩌면 내가 아닌 것도 알고 내가 없는 것도 안다 한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없는 것도 철학이 된다 --- 「없음의 철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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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환의 신작 시집은 특정 공간 굳이 말하자면 병원에서 쓰여진 것이다. 원주 세브란스에서 강릉의료원에서 자정쯤 혹은 새벽에 썼다. 또 병실에서 병실 앞 복도 끝에서 혹은 휴게실에서 마치 캡처 하듯이 또는 환자들 곁에서 그들의 독백과 푸념과 한숨과 아픔을 보고 듣고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시인은 그곳에서 단지 환자의 보호자였으나 눈앞의 아픔이나 슬픔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세환의 이번 시집을 보면 시인은 대체로 침묵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침묵의 시집이다. 시인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몸이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 곁에서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초저녁에 잠이 들고 꼭두새벽에 깨어나는, 환자의 귀에다 무슨 말을 속삭이겠는가. 그래도 시인은 환자들 곁에서 보호자들 곁에서 「없음의 철학」(39쪽) 같은 시를 내놓았다. 비록 사적인 체험이었겠지만 시가 되면, 슬픔과 아픔도 결코 사적인 영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만 같다. 시인의 말 아픔은 존재론적일 수밖에 없다. 언어도 논리도 필요 없고 오직 개별적 존재만 있을 뿐이다. 비로소 삶에 대해 질문하고 문제시하고 재고찰하게 된다. 이런저런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잠깐씩 의심하게 되고 구멍이라도 뚫어보게 된다. 그리하여 아픔은 곧 공백이거나 균열일 것이다. 아픔은 제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는 것이다. 아픔은 제 삶을 덮고 있던 담요 같은 것들을 하나씩 벗겨내는 것이다. 아픔은 존재에 이르는 길이다. 그리고 존재론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육체적인 아픔은 정신적으론 히스테리적인 사태가 발생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픔은 또 천천히 슬픔이 되는 것 같다. 병실에서 병실 복도에서 보고들은 것을 기록하였고 그 과정에서 실재를 또 조금씩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세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