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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눈雪72부 비雨1313부 그리고 서점 주인225작가의 말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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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축적된 불안과 끝내 감출 수 없었던 욕망미세한 떨림 속에서 포개지는 두 사람의 육체와 영혼“당신도 행복 때문에 불안해야 해요. 욕심 때문에 힘들어지세요.” 위 문장은 결말부에서 설우가 서점 주인에게 건네는 말로, 그가 마침내 도달한 마음의 결이 드러나며 욕망을 두려움이 아닌 살아 있음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설우는 엄마에게 ‘행복의 반대말’을 물었고, 엄마는 잠시 망설이다가 “불행”이라 답한다. 그러나 엄마의 답을 들은 설우는 의문을 갖는데, 설우가 느끼기엔 ‘행복의 반대’는 ‘불행’보다 ‘안 행복’이 더 맞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우는 ‘불행’이 행복의 반대를 지나치게 단정 짓는 말이라, ‘안 행복’이야말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이후 설우는 ‘안 행복’을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게 해주는 기준점으로 삼고, 행복을 욕망해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일종의 경계로 사용한다. 그렇게 그는 상처를 피하기 위해 행복의 문턱에서 늘 발을 멈추는 사람으로 자라난다.그런 설우의 마음 안쪽엔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 ‘조’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조는 형체 없는 푸른빛으로 설우 곁을 맴돌며, 설우가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했던 불안과 욕망의 잔향을 대신 느낀다. 설우가 이토록 불안과 욕망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하는 데엔 조의 존재도 영향을 끼쳤다. 설우는 자신이 조 대신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로 인해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에 대해 주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권고사직과 이별이라는 일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설우에게 조는 새로운 삶을 살아보라며 부추긴다. 그 결과, 설우는 흑호동에서 만난 학원 아이들과, 만학도 선자 씨, 그리고 서점 주인과 교류하게 되고, 자신이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조금씩 되찾는다. 특히 서점 주인과의 만남은 설우에게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직면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설우는 더 큰 불안과 욕망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가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어떤 극적인 사건의 연속이 아닌, 계산대 위에 차곡차곡 포개지는 영수증처럼 일상의 대화들이 서서히 겹쳐지며 이해가 형성되는 과정을 밟아 간다. 설우는 그 잔잔한 대화 속에서 자신의 내면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들을 느끼고, 그 떨림이야말로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징후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작품 결말부에 이르러 설우는, 불안한 떨림을 느끼면서도 상실의 두려움을 통과해 누군가를 진심으로 욕망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청소년 서사를 넘어 더 깊은 감정의 층위로 도약한 도전흑호동의 온기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미완의 마음“나에게는 모든 글쓰기가 도전과 모험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안의 크기』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각오로 시작했다.”이희영이 「작가의 말」에서 밝힌 이 문장처럼, 『안의 크기』는 그가 구축해 온 세계의 바깥으로 나아가 더 깊은 감정의 바닥을 향하는 작품이다. 청소년 서사에서 성장과 선택의 문제를 다뤄온 그는, 성장이 멈춘 자리에 선 설우의 마음을 따라가며 미완의 감정과 결핍을 지닌 성인의 서사를 차분히 보여준다.“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에, 그녀는 줄곧 진실을 피해온 것뿐이다. 그런데 흑호동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이 작은 동네의 사람들. 아이들, 영어 학원 원장, 만학도,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 국수 가게 사장님, 그리고 동네 서점 주인. 그들의 다채로운 삶이 설우의 삶에 스며든다.” - 강화길(소설가)강화길의 이 문장 그대로, 흑호동은 설우의 방어막을 천천히 흔드는 장소다. 설우는 마음을 닫아두는 데 익숙했지만, 이 작은 동네의 사람들은 조용한 방식으로 설우에게 다가와 스스로의 결을 마주하게 한다. 그 만남들은 극적이지 않지만, 설우의 내면을 바꿀 만큼 꾸준하고 따뜻하다.“채워 넣기는커녕 깎여나가는 일만 겪던 주인공에게 흑호동과 사람들은 공간을 내어준다. 훤히 반짝이고 휑하니 너른 공간 말고, 새로운 사람 받아주려 다 같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옮겨 앉아 비집고 들어갈 틈 하나를 만들어 준다.” - 이미예(소설가)이미예의 이 표현처럼, 흑호동이 설우에게 내어주는 것은 거창한 위로나 해결이 아니라 ‘틈 하나’에 가깝다. 그 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임시 처방이 아니라, 오래 눌러 두었던 감정을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작은 숨구멍이 된다.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감정들은 설우를 흔들어 놓고, 설우는 그 흔들림 속에서 자신이 여전히 움직일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안의 크기』는 이 순간들을 따라가며 상실 이후의 삶이 끊어짐이 아니라 이어짐의 다른 형태일 수 있음을 차분히 비춘다. 그렇게 이 작품은 흑호동의 온기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의 결을 보여주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한 인간의 조용한 선택을 담백한 언어로 완성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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