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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1교시 마른 땅 위에 꽃 피우기 2교시 운명과 인연의 실타래 3교시 녹슨 연장으로 집을 지어라 4교시 인생 정리의 정석 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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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게 식은 손으로 부서진 기타 보디를 살피고 또 살폈다. 수리할 수 있을까? 언뜻 봐서는 도무지 복구가 안 될 것 같은데…….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놓고는 무사하길 바란 게 잘못이었다. 차라리 어린아이였다면 목 놓아 울면서 도와줄 누구라도 찾을 텐데. 하지만 일해는 혼자였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스물아홉이었다.
--- p.10 로또만 되면 기타 수리비는 물론이고, 돈 걱정 없이 음악을 할 수 있을 텐데.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올드한 음악을 계속해서 뭐 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한해가 뼈 때리는 조언을 해준 걸지도. 지금이라도 한해 말처럼 정신 차려야 할까? 그때 머릿속에서 또 다른 음성이 울렸다.‘이번 생은 망했는데, 로또가 되겠니? 차라리 다음 생에서 기대해.’ --- p.24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일시정지요?”“상황에 따라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죽, 죽어…… 설마 선생님 주먹에 죽는 건 아니겠지요? 하하, 하하…….”일해는 솥뚜껑만 한 그의 손을 바라보며 재미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난데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있으니 뒷골이 서늘해서 침만 꿀꺽 삼키게 됐다.“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다른 인생을 바라더니? 한번 해보라고. 환생 학교에서.” --- p.33 그 시절의 자신이 지금의 영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열정적이라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보게 될 거라고. 당신의 노력이, 그 수고가, 마침내는 결실을 맺는 그날을. 그러니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얼마든지 괜찮다고. --- p.111 “여기, 베틀에 걸린 날실과 씨실은 바로 ‘운명’과 ‘인연’을 상징합니다. 여러분이 현생에서 뽑아낸 소중한 실들이니, 한 올 한 올 정성껏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직녀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교실 곳곳에서 한숨과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비도 심각한 표정으로 끊어진 실을 바라보았다. 이게 내 운명과 인연이라고? 그런데 왜 손길이 스쳤을 뿐인데 이렇게 쉽게 끊어지는 걸까? 어쩌면 15년 짧은 인생이 쉽게 끊어지는 운명과 인연으로 이루어져서인지도 모른다. --- pp.121-122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쓸모를 증명하려고 애쓰며 살아가죠. 그게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당신처럼 됩니다. 서서히 잊히는 거죠.”강림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모두에게 그는 하찮은 부품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언제든 대체 가능하고, 버려질 존재.“그렇군요. 저는 결국 쓸모를 증명하지 못했어요.” --- p.229 타인의 이야기만 조명하며 편집하던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삶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편집자가 내 삶의 서사를 마음대로 편집해버린 건 아닐까. 편집을 허락한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아닐까.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고 싶었다. --- p.295 “도대체 어떻게 온 거야? 빨리 왔던 길로 되돌아가! 형은 아직 졸업할 수 없어!”“졸업이고 뭐고 어차피 끝난 인생, 이렇게라도 다시 살아야겠어!” 격렬히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의 중심이 일순 기울었다. 벌컥 열린 갈색 문 안에서 빛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 p.307 “어떻게 갚아야 하는데요?”“살아보면 알게 되겠지.”결국 모든 것의 정답은 인생을 끝내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 같았다. 아직 다 살아보기 전에는 온전히 알 수 없는 것. 그렇다면 벌써부터 삶을 접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정답을 알아갈 날이 너무나도 많은데. --- p.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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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부 베스트셀러 『몬스터 차일드』 이재문 작가가 성인을 위한 소설로 돌아왔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시대, 전에 없던 새로운 환생 판타지 소설! ‘이생망’, 풀어서 말하자면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이 밈이 되어 SNS, 뉴스에서도 등장한다. 몹시 새로운 일은 아니다. 흙수저와 금수저, N포 세대처럼 굳어져버린 격차와 성장을 꿈꿀 수 없는 시대에 애환이 섞인 말들은 꾸준히 이어지며 현 시대를 정의한다. 지금 현재에서 더 나아질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은 수많은 기대에 실망해버린 사람들의 목소리다. 이번 소설을 처음으로 성인 독자들을 향한 소설을 쓴 이재문 작가는 그 목소리에 집중했다. 아동 청소년 문학을 써오며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얘기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어른들을 위한 스피커폰을 들었다.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처럼 동심과 사춘기는 존재한다고. 작가의 말에서 ‘동심으로 세상의 희망을 발견하고, 사춘기를 지나며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는 사람들. 어른이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 그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 했다.’라고 밝힌 작가는 흔히 웹소설에서 등장하는 ‘환생’ 키워드를 작가만의 새로운 색채로 풀어내었다. 강림과 염라, 할락궁이, 서천 꽃밭 등 동양적인 개념과 회빙환으로 완벽한 삶을 계획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환생 학교’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엮어냈다. 독자분들을 위해 준비한 ‘환생 학교’의 수업을 모두 이수한다면, 분명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 방법은 이 책을 발견한 방식이 다르듯, 독자들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환생 학교의 졸업식을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환생 학교에 입학하여 졸업 시험을 치르는 중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 『오백 년째 열다섯』『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작가 추천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아홉수 청년, 환생이라는 완벽한 기회를 꿈꾸다. 유일한 인생을 살라는 이름 ‘유일해’로 살아왔지만, 스물아홉 인생 내내 독보적인 존재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청년 ‘일해’.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을 위해 청춘을 모두 바쳤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 뿐이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치킨을 먹다 생사의 갈림길까지 떨어진다. 그렇게 되는 게 하나도 없던 일해에게 다시 태어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는 미스터리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환생 학교’다. 그곳은 생사의 경계의 영혼들에게 ‘환생’이라는 기회를 주는 공간이다. 그렇게 환생이라는 새로운 기회에 부푼 꿈을 꾸기 시작한 일해와 입학동기들, 그곳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이번 생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한다.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어리석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뼈 때리는 조언을 들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불가능할 꿈이라도 붙잡고 싶어 했다. -책 속에서- 노력도 배신한다. 과거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다. 그런 말이 힘을 잃기 시작한 건, 수많은 사람이 노력에 배신당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도 치열하게 살지 않은 이가 없다. 오히려 현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도 결실이 따라오지 않았음을 인정한 이들이다. 그들은 쉴 틈 없는 세상 속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보듬어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해온 김혜정 작가가 ‘우리네의 삶도 수업만 연속으로 할 수는 없다. 잠시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라는 추천의 말을 남긴 것처럼, 일시정지된 세상 속에서 마침내 그들은 찾지 못했던 결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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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며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나이가 들면 사는 게 조금은 쉬워질 거라 기대했는데 결코 아니라는 걸 소설 속 인물들이 말하고 있었다. 10대 은비부터 70대 성식까지 주인공들을 통해 내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한 문제는 이어졌다.
인생의 위기를 만난 인물들은 환생 학교에서 잠시 쉬어가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후회를 한다. 후회는 ‘내가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니까. 학교처럼 우리네의 삶도 수업만 연속으로 할 수는 없다. 잠시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무 때나 울 수 없을 뿐더러 운다고 딱히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일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친절하지 않은 세상과 맞닥뜨리게 되고 울고 싶어지는 날이 찾아온다. 그런 날,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겨난다. 이 소설은 알려준다. 쉬어가도 된다고, 쉬어가야 한다고.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울 수는 없는 날, 나는 이 소설을 다시 읽으리라. - 김혜정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