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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여름 새의 밤 한눈팔기 VOID 산책 서랍 수영법 문 궤도 연습 1 그림자 극장 베개 그리고 너는 생각했다 명랑 Plastic Home ground 통로 야간비행 궤도 연습 2 수술 남겨진 사람들 망원경과 없는 사람 구구의 약력 궤도 연습 3 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제2부 초록의 뼈 Mobiles 수압 자장가 VOID Turquoise 돌고래 밤나무 뒤 동물의 형형한 비가 지나가면 알림을 바다비누 LEGO 사찰 가는 길 설국(雪國) 궤도 연습 4 캠핑 일기 여름 샐러드 겨울 VOID 해설|김태선 시인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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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 여름엔 수영을 했고 나무 밑을 걷다 네가 그 앞에 서 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선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너는 장면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 장면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두워지면 너는 물처럼 투명해졌다 나는 여름엔 수영을 했다 물 밑에 빛이 가득했다 강 밑에 은하수가 있었다 ―「여름」 전문 서랍을 하나 장만했어요 바닥에 내려놓는 희고 네모난 것입니다 무엇을 넣어야 할까 넣으려 다짐한 것들은 들어가지 않아서 요즘엔 그래서 서랍에 저를 넣어두고 다니며 서랍만큼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사람 되었다며 칭찬해 줍니다 ―「서랍」 부분 심각한 일을 말해도 사람들이 웃었다 (…) 사람들 말이 너무 많아요 하루 정도는 세상의 모든 인간이 입을 열지 못하면 좋겠어요 입을 여는 대신 주변에 있는 문을 열고 닫았으면 문을 열고 닫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그대로 안에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면 ―「명랑」 부분 퇴근길 열차 안에서 노을을 얼굴에 담은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같이 빛나는 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집의 불을 밝히러 거의 사라진 노을을 데리고 간다 너무 밝은 것은 함께 갈 수 없다 ―「궤도 연습 3」 전문 추천사 일찍이 강지이의 등단작 「수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폐허’가 과연 그의 것인가 할 정도로 놀랐고 그 조숙한 ‘아이’의 정체가 내내 궁금했었다. 첫 시집을 일람해보니 알 듯했다. 그는 유년기에 ‘동네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를 친구로 사귄 이래 멈출 수 없는 폐허론자였으리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그가 “보석 안쪽으로 서둘러 사라지는/물고기의 꼬리를 본다”(「Turquoise」)고 독백할 때 그 폐허의 매혹은 우리가 해설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강지이의 시는 설치 작가의 설계도를 방불케 할 정도의 참신한 공간을 무심한 듯, 심드렁하게 구성한다. 관객인 우리는 그가 해석하여 넌지시 제시하는 공간을 따라가면서 그가 설치해둔 ‘벽’과 ‘창’을 통해 처음 보는 ‘여름들’을 만끽한다. 여름이란 무섭게 자라나는 ‘폐허’가 아니던가. 그의 시는 우리 생애의 여름이 우리가 아는 그 성장이 아니라 ‘무성해지는 폐허’는 아닌지 자문하게 한다. “너무 밝은 것은 함께 갈 수 없다”(「궤도 연습 3」)는 선언이 아름답다. 장석남 시인 시인의 말 여름 샐러드를 먹으면서 흰 눈이 쌓인 운동장을 함께 달리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 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 그런 믿음은 이상하게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2021년 여름 강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