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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거스르는 삶, 내맡기는 삶
1부 오행 첫째 날 산에서 길을 잃다 / 둘째 날 무기력한 피카소, 초조한 햅번 / 셋째 날 삶의 비밀을 간직한 여덟 글자 / 넷째 날 명리의 고수가 당황한 이유 / 다섯째 날 오이디푸스와 신의 주사위 2부 사주 여섯째 날 복잡할 게 없다 / 일곱째 날 천 년 전의 폭탄선언 / 여덟째 날 그날, 사주의 탄생 / 아홉째 날 십신, 용신, 부적 / 열째 날 냉혹하고 불행했던 그 사람 3부 진화 열한째 날 51만 8400개의 운명 / 열두째 날 사주도 유행을 탄다 / 열셋째 날 역마, 도화, 화개 / 열넷째 날 사랑의 수난사 / 열다섯째 날 재앙은 12년에 한 번씩? 4부 대운 열여섯째 날 6개월이면 반전 / 열일곱째 날 파란만장 / 열여덟째 날 대운, 삶을 물들이다 / 열아홉째 날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 스무째 날 나의 전투, 너의 전투 5부 위로 스물한째 날 사주, 믿어도 될까? / 스물두째 날 치명적 결함 / 스물셋째 날 천 년의 지혜 그리고 위로 / 스물넷째 날 합리적이어서 행복한가? / 스물다섯째 날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네 6부 운명 스물여섯째 날 운명을 바꾼 사람 / 스물일곱째 날 사주팔자의 한계를 넘어 / 스물여덟째 날 운명을 뛰어넘는 5가지 방법 / 스물아홉째 날 행복한 시지프 / 서른째 날 꽃들의 운명, 풀들의 운명 부록 만세력으로 비교해 보는 12명의 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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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름과 내맡김 사이에서
북태평양을 떠도는 연어의 이미지로 책은 시작한다. 우리는 연어를 격류를 거스르는 존재로만 기억하지만, 그들의 진짜 삶은 망망대해 위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며 떠도는 데 있다. 거스르는 삶이 아니라 내맡기는 삶. 이것이 저자가 사주를 통해 전하는 첫 번째 메시지다. 사주팔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동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거스를지 내맡길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냉혹한 권력자부터 현대의 살(煞) 해석까지 이 책의 미덕은 추상적 이론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삶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주 분석을 통해 차가운 권력 의지와 내면의 불안을 읽어내는 대목은 사주가 한 인간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보여주는지 증명한다. 과거에는 기피 대상이었던 ‘역마살’이나 ‘도화살’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글로벌 시대에 역마는 능력이 되고, 대중의 시선이 중요한 시대에 도화는 매력 자본이 된다. 시대가 변하면 운명에 대한 해석도 진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대운, 10년마다 찾아오는 인생의 계절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예로 든다. 사형수에서 대통령,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던 그의 삶처럼, 우리 인생도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요동치는 곡선이다. 평범해 보이는 삶에도 저마다의 굴곡이 있다. 여기서 사주의 핵심 개념인 ‘대운(大運)’이 등장한다. 흔히 ‘대박’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대운을 “10년 주기로 바뀌는 삶의 환경”이라 정의한다.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어 10년 단위로 배경이 바뀐다.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 봄과 여름의 계절을 맞이하듯, 사주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드라마다. 매몰 비용과 6개월의 법칙 저자는 경제학의 ‘매몰 비용’ 개념을 빌려 조언한다. 재미없는 영화를 보다가 이미 낸 돈이 아까워 극장을 못 나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간 불운은 매몰 비용처럼 털어버려야 새로운 운명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딱 6개월만 버텨보라”는 조언도 건넨다. 계절이 바뀌듯 운의 흐름도 6개월이면 반전을 맞이한다. 겨울이 영원하지 않듯, 고통 또한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자연의 이치는 그 어떤 위로보다 강력하다. 치명적 결함을 넘어선 천 년의 위로 저자는 사주의 한계도 명확히 짚는다. 60갑자의 시작일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치명적 결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기준점이 모호하다면 사주라는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사주가 가치 있다고 말한다. 사주는 과학적 사실 여부를 떠나, 천 년 넘게 인간의 불안을 다독여 온 ‘위로의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이다. 합리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 앞에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운명의 계절이 잠시 겨울일 뿐이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운명을 뛰어넘는 5가지 방법 6부 ‘운명’ 편에서는 운명을 뛰어넘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죽음에 관한 명상으로 삶의 윤곽을 명확히 하고, 적선을 통해 타인의 기운으로 사주의 한계를 허물며, 초인적 절제로 나쁜 사주가 발현될 기회를 차단한다. 종교를 통해 사주의 틀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기약 없는 여행으로 운명에 공간적 충격을 가한다. 카뮈의 시지프처럼,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떠안을 때 우리는 운명보다 강해진다. 그때 비로소 ‘행복한 시지프’가 될 수 있다.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네 선시의 한 구절이 이 책의 정신을 압축한다.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네(掃地待花落).” 꽃이 떨어지기 전에 땅을 쓸어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비하는 것. 사주 공부의 핵심이 여기 있다. 사주는 점술이 아니다. 미래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준비하는 지혜다. 좋은 시기가 오면 자족하고, 어려운 시기가 오면 마음을 다잡는다. 삶의 어떤 국면에서든, 사주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마지막 장 ‘꽃들의 운명, 풀들의 운명’이 아름답다. 꽃은 화려하게 피었다 지고, 풀은 조용히 자라다 시든다. 어느 것이 더 나은 운명일까?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수줍은 꽃들,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이 책은 사주 입문서이자 삶의 입문서다. 오행, 천간, 지지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운명과 화해하는 법을 배운다. 사주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거스를 수도 내맡길 수도 있다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당신만의 길을 찾으라고. 저자는 프롤로그를 “수줍은 꽃들,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라는 단상으로 마무리한다. 겨울을 견디는 씨앗들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봄을 기다린다. 사주는 그 봄이 언제 올지 알려주는 달력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봄이 오는 시간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는 자세다. 30일간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천 년 전의 지혜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말을 건네는지 느끼게 된다. 연어처럼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이 우리의 진짜 삶이다. 파도에 몸을 맡기되, 때로는 격류를 치고 올라가는 것. 수줍은 꽃들이 찬란한 봄을 기다리듯, 우리도 각자의 계절을 기다린다. 사주가 건네는 삶의 처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