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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11월에 정차하는 계절의 시詩침〉
시인의 말 19 나의 십일월 20 십이월 가뭄 21 설雪익은 입춘 22 꽃길만 걷다 23 2021년 5월 1일: 오월 홍주 24 자화상 25 장마 26 ㅇㅕㄹㅡㅁ 27 그리움 28 가을 단편 29 가을 주정主情 30 하나 남은 약 31 나이에 빚을 지기로 했다 32 나이의 길이 33 아무 생각 34 2022년 4월 10일: 나태주 35 봄의 한가운데 퇴근한다는 것 36 미루나무 37 계절의 다리를 가늠하다 38 환승역 39 여름이 사람이라면 40 가을비 41 시상 42 2022년 11월 11일 43 그믐달 44 겸손한 네온사인 45 12월 마지막 날 46 아스라이 48 이화동 49 이방인 50 지평선 51 외로울 고孤 홀로 독獨 52 bleu 53 가을하다 54 가을의 서편 55 오늘은 울기 좋은 날 56 바이러스 57 2025년 11월 1일: 경의선숲길에서 58 잠 못 드는 구미의 밤 59 안현희 〈사랑의 그림자 이별에 앉다〉 시인의 말 61 민들레 홀씨 62 달맞이꽃 63 우산을 버리듯 너를 버렸다 64 느티나무 아래서 65 일광에서 이별을 배우다 67 바다 가는 것이 쉬운 것이라 생각했다 68 사랑의 유통기한 69 장경사에서 별을 보다 71 우리 사랑은 72 나와 어린 왕자 74 황매산 76 바람이 멈출 때 77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78 우리가 아닌 너와 나 79 사랑 그리고 거짓말 80 인생을 달리다, 사랑을 묻다 81 구산성지에서 83 사랑의 그림자 이별에 앉다 84 가을밤 86 세월이 가면 88 비행기 날다 89 너에게 90 아네모네 92 울지 않는 나 93 삼악산 정상에서 95 세방낙조에서 96 서산 바다 98 목마른 계절 99 계절에 머물다 100 야상곡 101 손주미 〈삶과 계절, 그리고 무용한 것들에 대한 사색〉 시인의 말 103 그 봄에 나는 살고 있다 104 윤슬 105 찰나의 벚꽃 106 나의 생도 그렇듯 피고 진다 107 나는 우주의 별이 되어 108 나는 꽃이요 꽃으로 살고 싶다 109 꽃이 꽃으로 피어 있는 것처럼 110 봄비 111 당신이 좋다 112 우리에게 없던 봄날은 113 그리움 114 별들의 기억 115 홀로 핀 민들레 한 송이 116 나는 홀로 행복하네 117 꽃은 희망 118 살아서 피어난 것만으로도 119 오늘을 살아가렴 꽃처럼 아름답게 120 삶은 인내로 피어나는 것 121 여름 향기가 물씬하게 122 우도 바람이 살랑살랑 123 짝사랑 124 여름의 향기에 가을이 스며든다 125 초록의 싱그러움이 생에 전부가 아니라 126 밤 구름 뒤에 가려진 달빛에 127 달이 차오르면 128 하룻밤 꿈처럼 지나간 것은 129 바람이 좋다 130 나무 그늘 아래 누워 131 세상이 다 변해도 난 너를 기억한다 132 어느 가을밤의 기억 133 고독의 계절 134 오늘도 당신과 걸었어요 135 시인의 계절 136 찰나의 빛이 내린다 137 겨울의 바다를 좋아한다 138 나는 겨울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139 나는 바다이기도 호수이기도 하다 140 나에게 남은 모든 계절을 141 나에게 사랑을 심는다 142 오늘도 시를 씁니다 143 박율산 〈우리는 끝내 서로를 두드릴 것입니다〉 시인의 말 145 이어폰 146 유튜브 148 WIFI 149 리모컨 150 클라우드 152 용량부족 153 요즘 노래 154 키보드 155 좋아요 157 추모 158 네비게이션 160 다이어트 162 도마뱀 164 콘센트 166 성장 168 이름 170 외투 172 지우개 174 꽃밭 176 해피엔딩 178 팽이 180 실패 181 그라데이션 182 마시멜로 184 최필숙(필이) 〈그런 날〉 시인의 말 187 우주 188 살아있다는 건 189 그림자 190 일방통행 191 그리움 192 비수 193 눈 194 끝과 시작 195 들리니 196 그런 날 197 처음을 기억하다 198 빛 199 묻지 못하는 물음 200 두려움 따위 201 그냥 걷기로 했다 202 흔들리며 피는 꽃 203 자전거 타는 여자 204 동그라미가 데려다준 세상 205 거짓말 같은 하늘 206 젖은 마음 말리기 207 해와 달의 사랑 208 네가 숨긴 새벽별 209 빗물이 머금은 말 210 가을이 내게로 온다 211 영원히 푸르다는 건 212 사이의 시간 213 춥다 하늘이 파랗다 그래서 뭐! 214 떨어질 줄 아는 용기 215 엄마의 그림자 216 모닥불 그리고 바다 217 마음에 쩍쩍 218 떠나보내는 연습 219 버려진 오토바이 220 덫 221 그림자를 안은 가슴만이 222 울림 223 얼룩 224 새떼를 보았다 226 인간을 보았다 227 양인석 〈나는 멈춰서 기다립니다〉 시인의 말 229 오늘, 나의 운명 230 그냥, 그 아이 231 시작의 순간 232 안부 233 비 오는 날 234 미지의 종착지 235 사랑의 약속 236 영원의 명작 237 공간의 변주 238 뒤늦은 깨달음 239 하늘이 준 선물 240 고장 난 장난감 241 흔들리는 마음 242 바보 같은 나 243 영원한 휴식처 244 그럼에도, 너와 함께 245 종잡을 수 없는 너 247 호흡처럼 248 소소한 기쁨 249 다시 태어난 기분 250 따뜻한 교감의 시작 251 소중한 감정의 변화 252 예고 없는 행복 253 내 세상 모두를 담은 너 254 숨겨진 마음 255 비 오는 수요일의 추억 256 별이 지기 전에 257 숨겨진 화원 258 선명함과 흐릿함 사이 259 혼자만의 꿈 260 생각과 현실의 간극 261 말할 수 없는 비밀 262 술잔에 새기는 마음 263 멈춰 선 자리 264 구름 뒤의 하늘 265 늦은 깨달음 266 너에게 물드는 시간 267 마음의 속삭임 268 내 생에 가장 큰 선물 269 |
최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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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면 잊힐 줄 알았는데
치열한 삶 속에 지쳐 사고를 돌리면 어디에선가 네가 떠오른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구나 너는 이미 아니었는데 시작도 끝도 없는 짝사랑이거나 그보다 더 서글픈 외사랑이거나 아무에게 관심 밖인 소외된 방백의 세레나데 한잔 술도 없이 보내는 밤의 길이와 깊이 가늘고 길게 야윈 나의 한숨과 실낱 --- 「인상, 그믐달」 중에서 차갑게 굳은 겨울, 바다의 숨결마저 회색으로 식어간다 텅 빈 물결 위에 홀로 서서 사라진 햇살을 기다린다 나는 한 줄기 빛으로 살고 싶었다 사랑을 빛이라 믿었고, 그 빛으로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심스레 녹여주고 싶었다 바다는 내 사랑을 삼켜버렸고, 빛을 잃은 물결은 쓸쓸한 춤사위만 남겼다 그제야 알았다 내 사랑도, 바다의 찬란한 빛도 잠시 반짝이다 흩어지는 것임을 일광이여, 나의 사랑이여, 차가운 물결 속에 작은 빛을 흔적처럼 흘려보내며 이별을 배운다 안녕 --- 「안현희, 일광에서 이별을 배우다」 중에서 그 누군가 흔하다 말하는 꽃이라도 눈에 보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꽃이라도 꽃은 꽃으로 피어 있다 그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 꽃이라도 이름도 모르고 그 쓰임도 모를 꽃이라도 꽃은 꽃으로 피어 있다 나도 나로 피어 있고 싶다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되지 못하였어도 그 무엇이 되지 않는다 해도 세상을 따라 살지 않고 홀로 피어 있어도 나는 나이기에 아름답다고 꽃이 꽃으로 피어 있는 것처럼 나도 온전히 나이고 싶다 --- 「손주미, 꽃이 꽃으로 피어 있는 것처럼」 중에서 소중한 기억을 허공에 맡긴다 손과 눈이 닿지 않는 곳 빛과 그림자 사이에 숨기고 싶은 비밀 시장 복판에 접어놓는다 시선들은 수다스럽게 반짝이고 스쳤던 온기가 두근대듯 선명하다 지워질까 사라질까 스멀스멀 피어나는 전류는 흐릿해서 무겁게 흘러가 크게 뜬 구름이 된다 회색 창고 구석을 부유하며 희미한 빛 낡은 그림자 틈에서 추억을 캐내고 기억을 헤집는다 손끝에 들린 한 조각 잠시 품었다 다시 구름에 건넨다 --- 「박율산, 클라우드」 중에서 그냥 걷기로 했다 간밤에 술을 마셨던가 밤사이 차인 가스가 숨을 막는다 술을 먹지 않았다 간밤에 먹은 것은 슬픔 한 덩어리 불편함 아홉 덩어리 가슴을 막아오는 답답함을 안고 그냥 걷기로 했다 소리마저 사라진 비를 맞으며 그렇게 그냥 걷기로 했다 --- 「최필숙, 그냥 걷기로 했다」 중에서 너를 좋아하고 있나 보다 세상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빛나는 너무나 눈부시게 행복한 날이다 너를 좋아하고 있나 보다 직접 볼 수가 없으니 소식이 너무 궁금해 너무나 야속하고 짜증 나는 날이다 너를 좋아하고 있나 보다 작은 서운함조차 크게 부풀어 올라 감당할 수 없이 날 힘들게 하는 날이다 너를 좋아하고 있나 보다 나를 두고 홀로 떠나가 버린 너이기에 더욱 그립고, 간절함으로 채워지는 날이다 너를 좋아하고 있나 보다 너의 하루, 모든 일상을 알고 싶은 오늘 비가 내리니 네 생각으로 온통 젖어버렸다 이 비를 핑계 삼아 우산을 같이 쓰고 싶은 날이다 --- 「양인석, 비 오는 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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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에 수놓은 여섯 개의 빛.
공저 시집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 반짝이는 나뭇잎, 강가를 수놓은 윤슬, 창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아침 햇살….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곳에는 언제나 ‘빛’이 있다. 공저 시집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는 저마다의 빛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시집이다. “눈을 감아도 시선을 뗄 수 없는 까닭은 계절이 당신을 닮은 이유입니다” (〈그리움 중에서〉). 인상 시인의 시는 고요하고도 소란하다. 시에는 말맛이 있어 수윤한 반면, 깊은 사유 속을 정처 없이 헤매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삶을 향한 애틋함을 오감으로 느끼는 동안 마음은 더 깊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현희 시인의 시에서는 사랑의 뒷면을 느낄 수 있다. “한 줄기 바람이 스쳐 가듯 너의 마음도 잦아들 거라고, 언젠가는” (〈느티나무 아래서〉 중에서). 보통 이별의 정서는 후회, 그리움, 미련처럼 ‘한차례 지난 뒤 남아 있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어쩐지 시인의 시는 이별의 또한 그저 ‘사랑’의 정서로 읽힌다. 시인의 시에서는 이별 역시 사랑, ‘남아 있는 것’이 아닌 ‘여전한 것’으로 머무른다. 마음 사이로 산산한 바람이 부는 듯하다. 손주미 시인은 자연을 통해 낚아챈 삶의 풍경을 아름다운 시어로 담아냈다. “그 어느 꽃도 영원히 반짝이지 않으며 지지 않는 꽃은 없음에 겸허해진다” (〈나의 생도 그렇듯 피고 진다〉 중에서). 시인이 그려낸 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하나둘 쌓아 올린 시는 어느새 삶을 바라보는 진실한 마음이 된다. 자연의 생명력을 닮은 문장은 담백하게 오래 마음을 끈다. 박율산 시인은 요즘 우리 삶, 그 자체에 집중했다. “빈 하트 눈에 밟힐 때마다 그 구멍에 나를 던져 넣었다” (〈좋아요〉 중에서). 시선을 나로부터 주변으로,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돌리기 위한 시인의 노력이 시에 깃들어 있다. 시인이 건넨 손을 마주 잡으면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금세 무력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최필숙 시인의 시에는 내내 진정이 흐른다. “끝인 줄 알면서도 시작인 줄 착각하는 우리 사랑은 동그라미다” (〈끝과 시작〉 중에서). 사람, 사랑, 삶을 대하는 자세.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정성을 다한다. 그 마음을 길지 않은 문장 안에 진득하게 담아 독자에게 건넨다. 한동안은 시인의 온기에 마음이 아늑해질 것이다. 양인석 시인의 시에서는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는 확신으로 둘은 서로의 눈 속에서 깊은 행복을 본다” (〈사랑의 약속〉 중에서) 시인은 명료한 문장으로 흔들림 없는 사랑을 다룬다. 그래서 시인의 사랑은 언제나 안전하다. 때로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충분함을 시인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는 마음을 다룬다. 어딘가 툭, 잠시 마음을 맡겨두고 싶을 때 시집을 꺼내보면 좋겠다. 쉬이 내어 보이지 못한 마음을 이곳에서는 한껏 보여도 괜찮다고. 여섯 시인은 각자의 빛으로 같은 마음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