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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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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김보곤 〈나는 다만 그대에게 나리는 꽃이고 싶다〉

시인의 말 19
가게 밖 풍경 20
가을밤, 추풍낙엽 21
가을에 22
겨울비 24
그리움 25
까치밥 26
꽃이 내린다 27
낮달 28
봄비 29
노을 밤 30
비 오는 거리, 그리고... 31
눈 내리는 여름날 32
온도의 이름 33
심연 34
보름달 35
일광소독 36
빨래 38
일식 39
대한 40
새치 41
시묘살이 42
첫사랑 43
시인 44
생일 45
안경 46
장마 47
해나 48
주소록 49
계약서 51
전입신고 52
달콤한 간섭 53
이율배반 54
종교 55
From 브리즈번 57
서리꽃 59

전영규 〈다정한 관찰자〉

시인의 말 61
을의 계절 62
사랑 사람 삶 64
나는 당신의 베개가 부럽다 65
애틋함으로 66
내일로 달려가서 너를 그려 놓고 왔어 68
유통기한 70
회색 71
말해줘야지 72
주름 73
낮에 뜬 별 74
우울 75
적당함 76
바람이 분다 78
지평선 79
여름의 단상 80
너라는 습관 82
발자국 83
흉터는 덜 상처받기 위해 남는구나 84
침묵 85
유언 86
감정의 발톱 87
작은 어깨 88
쉼표, 끝내 다 하지 못한 말 90
꽃샘추위 92
바람이 불면 94
나이를 먹습니다 96
정적인 생동감 98
다정한 관찰자 100

이지인 〈습기 찬 사랑〉

시인의 말 103
습기 찬 사랑 104
천문학 106
해피 데스 데이 108
Merry Christmas 109
몽유 111
하지 113
012792 114
공백 115
열 개의 달 116
초속 34미터 고백 118
손짓으로 119
12월 32일 120
외로운 연주회 121
비상 123
Home sweet home 124
망가진 태엽을 돌리는 방법에 대해서 125
동의어 126
알 수 없음 127
다큐멘터리 영화 129
소나티네 아니어도 131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32
낭만적 회귀 133
야음에게 134
빈혈이 사랑의 반증이라면 135
사연자의 첫사랑 136
필히 137
공생 138
기꺼이 천사 139
플로리오그래피 140
만세를 외치자 141
환상통 143

최은유 〈극지를 위한 증명〉

시인의 말 145
북극점을 위한 증명 146
유빙 한 잔 148
빙하의 진실 149
반 영구동토층 150
크레바스 151
백야의 시선 152
바렌츠의 고발 153
제트기류의 곡선 155
쇠르보그스바튼 156
엘리다예이의 사냥꾼 157
야광충 159
제방, 방파제 160
Roaring 40s 162
Furious 50s 163
Screaming 60s 164
드레이크 해협의 식성 165
드라이 밸리의 눈속임 166
환일의 하이데거 167
극야 168
남극 빙어는 얼지 않는다 169
켈프 숲에서 170
우물 속 아델리 172
메르텐시아 오붐 173
포인트 니모에서의 가면무도회 174
눈덩이 지구 175
빙산의 일각 176
메르카토르의 역설 177
빙저호 178
남극점을 위한 증명 179
에필로그, 조화弔花의 영감 181
에필로그, 조화調和의 영감 182
에필로그, 조화造花의 영감 183
에필로그, 조화遭禍의 영감 184
L’estro armonico - 조화의 영감 185

이수연 〈마음의 독백〉

시인의 말 187
청춘: 푸르른 봄이라지만, 188
야자시간 190
작은 문고리 191
그림자가 지나가는 자리 193
부모의 부모 194
메모 195
향수 197
모래시계 198
너에게 고유명사로 남고 싶었다 199
시선 끝 200
영례 201
소일 202
내가 뭐라고 203
빨간 불빛 204
이부자리 205
불꽃놀이 206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207
자기소개서 208
아쉽더라 209
우주를 품고 사는 그 애는 210
여름 일기 211
내 마음에 들어온 첫 사람에게 212
마무리 213
어른 214
오늘의 너 215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것 216
사랑니 217
밤의 수평선 218
서로 219
고백 220
향기나는 사람 221
체한 날 222
기억 미화 223
마음예보 224
갑작스레 225
시절인연 226
레벨업 227

최우진 〈달리 까닭이 없었기에, 그것이 사랑임을〉

시인의 말 229
코스모스 230
초가을 산책길 231
상사화 232
조화 234
나이 235
손톱 236
일생 케이크 237
그림 239
소년 241
할머니1 243
할머니2 245
그리워진 것들 246
구구절절 248
신발 끈 250
일백 번 252
고수레 253
마법 255
갈대밭 257
세월 259
풍문 260
남동생 261
울퉁불퉁 263
들꽃 264
가족사진 265
꿈공장 266
사랑은 268

저자 소개 6

이 세상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다면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행간과 연 사이에 놓인 여백을 각자의 생각과 마음으로 채울 수 있다는 매력에 시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좋은 시를 모두가 쉽게 쓰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계속 쓰고 있습니다.
여러 해 여러 이름으로 사랑하며 배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세상에 다정한 관찰자가 한 명 더 생기는 일이라는 것을 내게는 희미해져버린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부모님의 추억 속에 나는 모르는 내 사소한 습관을 알고 있는 친구들의 관심 속에 나는 볼 수 없는 내 잠꼬대를 사랑으로 바라봐 주는 연인의 시선 속에 지난날의 제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종종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인연과 추억을 사랑하겠다는 무모한 다짐을 합니다. 제가 들려 드릴 이야기는 무모한 다짐을 한 한 관찰자의 관찰일지입니다.
고래의 눈을 마주하면 어쩐지 슬퍼졌습니다. 기이한 신호를 보내는 듯했지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반경 내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때면 나에게 그림자가 졌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늘 진 나를 보면 그 부재에 한없이 서러워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작은 아쿠아리움에 자꾸만 파랑이 일었습니다. 내가 뱉는 이름들은 큰 파도로 돌아와 나를 사무치게 할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발이 닿는 대로 방문하는 것, 세상에 종말을 고해도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
2010년생 중학교 졸업을 앞둔 3학년입니다. 지리와 철학을 좋아해서 이를 융합해보고자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보지 못할 장소들을 소재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일상생활에 스며 있는 것들에 눈길을 주며, 그곳에 오래 머무는 편입니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아도 사소한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와,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 성향이 피로감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덕분에 세상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경에도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 피어오르는 감정을 제 마음속 한 공간에 조용히 심어두곤 합니다.
어렸을 적, 작은 햄스터 한 마리를 키웠었는데 참 오랜 세월 살다 그렇게 떠나갔다 쳇바퀴를 참으로 잘 굴렸었는데 좋아하는지는 단 한 번을 묻지 않았고 이제 와 보니 넓은 세상을 갈망하던 갈증 같기도 그곳이 지옥이었겠다 싶기도 하면서 어느덧 내가 그 위로 올라타 있고 빠르게 구르는 발에도 심장박동은 흐르기를 거부하는 강줄기, 혹은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지쳐 그 반복을 그만둔 시곗바늘 하염없이 질퍽한 늪의 목구멍 그 아래로, 아래로 남아있던 손 하나로 거뭇한 진흙 위로 써 내려간 글 하나, 그 작은 몸부림은 하나의 숨구멍이 되었고 비로소 나는,
어렸을 적, 작은 햄스터 한 마리를 키웠었는데
참 오랜 세월 살다 그렇게 떠나갔다
쳇바퀴를 참으로 잘 굴렸었는데
좋아하는지는 단 한 번을 묻지 않았고
이제 와 보니 넓은 세상을 갈망하던 갈증 같기도
그곳이 지옥이었겠다 싶기도 하면서
어느덧 내가 그 위로 올라타 있고
빠르게 구르는 발에도 심장박동은
흐르기를 거부하는 강줄기,
혹은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지쳐
그 반복을 그만둔 시곗바늘

하염없이 질퍽한 늪의 목구멍 그 아래로, 아래로
남아있던 손 하나로 거뭇한 진흙 위로 써 내려간 글 하나,
그 작은 몸부림은 하나의 숨구멍이 되었고

비로소 나는,
나로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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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70g | 120*190*13mm
ISBN13
9791124181034

책 속으로

이별의 거리는
멀지 않아
일렁이는 마음 따라
흩날리다 보면
어느새 이만치
다가와 있어

채 붉음이 가시기 전에
이미 이별을 고한
꽃들이
내린다
쌓인다

그리고
아스라이 진다
--- 「김보곤, 꽃이 내린다」 중에서


나의 이야기에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며 생각했다
예쁘게 접히는 눈가와
귀엽게 파인 입가를 보며
주름은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행복의 흔적이자 웃음이 만드는
지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너는 싫다며 손사래 치겠지만
정말 주름이 행복의 흔적이라면
차라리 네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먼 미래에도 애써 가리려 하지 않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예쁘게 간직했으면 좋겠다
행복의 흔적이자 웃음의 지도인 그 주름을
--- 「전영규, 주름」 중에서


영원을 내뱉자
의미가 없는 것은
무책임하게 곱씹어도 되니까

영원 영원 영원
영원을 염원

정신적 질환은 사랑으로부터
모든 감각들의 환희
환각과 환청

휘갈긴 글씨
휘발된 얼룩

바싹 마른 엽서

우리가 툭하면 나누던
지겹고 뻔한 사랑 놀음

메말라 있다
--- 「이지인, 공백」 중에서


처음엔 작은 틈이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틈

하루, 매서운 바람
이틀, 멀어진 지각

시간이 지나며
건너지 못할 큰 틈이 되었다

보듬어 주지 못한
우리의 슬픔

결국
다른 사람을 집어삼키는
크레바스가 된다
--- 「최은유, 크레바스」 중에서


그 마음 안에 든 얘기들이
얼마나 두터워야
겨우 타들어 가는 장작불에 힘입어
입을 떼는 걸까
그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부모라는 안전지대는
얼마나 단단해야
그 한마디,
이어가는 그 말 한마디가 힘겨울까
그대가 받아들이는 부모란 존재는
내가 느끼는 의미보다
얼마나 두텁고 단단할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대의 부모란 존재는
얼마나 단단하고 겸허해야
이제야 겨우 떼어 내는 힘겨운 속마음일까
--- 「이수연, 부모의 부모」 중에서


아이고 더부룩해라
왜 이리 소화가 안 되나

이래서 사람들이
떡국에 너를 겹쳐 보나

설날
맛난 고명들 잔뜩 올린
떡국 한 대접 후루룩
급히 들이킨 것 같네

아이고, 더부룩해라
이젠 물컹한 가지도 잘 먹는데
이제 가리는 것 하나 없는데
다 소화가 잘 되는데

매년 먹는 너는
왜 이리 소화가 안 되나.

--- 「최우진, 나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섯 시인의 삶을 향한 독백,
《우리의 계절은 언 마음을 녹이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취향’이라 말한다. 공저 시집《우리의 계절은 언 마음을 녹이고》는 여섯 시인의 취향이 담뿍 담긴 시집이다. 삶을 바라보는 눈도, 사랑을 나누는 방법도, 위로를 전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그 마음이 한데 모이니 하나의 계절이 된다. 독자로 하여금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각자의 어느 계절을 누비도록 돕는다.

“뜨겁게 식어가는 하루의 끝을 알린다” (〈노을 밤〉 중에서). 김보곤 시인의 시에는 여백의 맛이 있다. 시인의 시어 속에 깃든 여백을 통해 단정한 위로, 그리움,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전영규 시인의 시는 다정하다. “어머니는 눈물로 우시고 아버지는 어깨로 우십니다”(〈을의 계절〉 중에서)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를 자처한 시인은 시를 통해 주변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맑고 순수한 시인의 언어는 독자의 언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이지인 시인의 사랑은 파랑의 색을 띤다. “너는 내가 본 가장 원색의 겨울이었어” (〈Merry Christmas〉 중에서) 찬 기운이 어린 가운데 시인의 사랑이 여린 꽃으로 피어있다. 그 꽃은 용감하고 아름답다.

최은유 시인은 지리와 철학을 융합하여 시인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열었다. “죽음이 남극에 기다릴 때까지, 삶은 모든 방향으로 흘러간다” (〈북극점을 위한 증명 중에서〉) 시인이 펼쳐 낸 공감각적 심상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설원에서 막 퍼 올린 하얀 눈과도 같은, 차갑고도 뜨거운 시인의 내면을 느낄 수 있다.

이수연 시인은 시를 통해 독자의 마음에 작은 방을 선사한다. “누군가의 숙면을 바라는 어느 마음이 전해질 때쯤 그제야 까무룩 잠들 수 있겠지”(〈이부자리〉 중에서) 시인이 마련한 방은 아늑하고 고요하다. 지친 하루, 시인이 건넨 작은 방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의 선명한 시선 속에 네가 오래도록 피어 있었다.” (〈코스모스_가을의 너〉 중에서) 최우진 시인의 시에서는 머무름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들꽃, 산책길에 만난 풍경, 아끼는 이와의 대화…. 시인의 시선 속에 함께 머물다 보면 더 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사소했던 모든 것이 나를 살게 하는 무엇이 된다.

여섯 시인의 이야기가 꽁꽁 언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우리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라고.
시인은 각자의 언어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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